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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지음 | 현대지성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지음

현대지성 / 2021년 11월 / 480쪽 / 19,900원



들어가는 글


40여 년 전 경찰서 출입기자 한 명이 당시 내가 발행하던 《노스웨스트 매거진》 사무실로 걸어 들어와 사건 하나를 풀어놓았다. 한 젊은 엄마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은 사건이었다. 그는 경찰서 출입기자의 본분을 다해 그 사건을 단신으로 처리했지만 그 후로도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여인은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시간에 죽음을 맞았을까? 그녀는 어떤 삶을 남기고 떠났을까?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한낱 술주정뱅이일까 아니면 그런 파렴치범에게도 의외의 인간적인 면모가 숨어 있을까?

이 사건은 신문 사회면 치과 보험 광고 위에 빼곡히 들어가는 1단짜리 단신에 그치지 않았다. 그 후 내가 《오레고니언》(Oregonian) 편집기자로 막 합류했을 때 당시 경찰서 출입기자였던 톰 홀먼이 일요판 기자로 들어왔다. 나는 그가 풀어놓은 진짜 이야기에 넘어가버렸다. 이번에는 단신이 아닌 서두와 본문, 결말을 모두 갖춘 제대로 된 기사를 신기로 했다. 치밀한 짜임새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되 완급을 적절히 조절했다. 정보원 대신 인물이 있었고 화젯거리 대신 장면이 있었다. 꼼꼼하게 정확성을 기하되 보통의 뉴스 보도에는 담지 못할 진정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조금씩 보이던 때였다. 한마디로 시류를 잘 탄 것이다. 우리가 감행한 실화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을 수면 밖으로 끌어낸 셈이었다.

오늘날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이 책에 인용한 사례 대부분은 신문 이외의 매체에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신문에서 인용한 사례도 상당수다. 내가 글쓰기 코치로, 편집자로 잔뼈가 굵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 시절 내가 배웠던 것을 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야기가 갖춰야 할 이론적 원칙과 그것을 실전에 적용할 방법을 동시에 알고 있는 저자와 편집자에게서 좋은 스토리텔링이 나오는 법이다. 스토리텔링을 익히려는 이들은 그 분야에서 일해본 사람, 그래서 이론과 실전을 모두 잘 아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나에겐 신문사 시절 경험, 그 후에는 워크숍에서 만난 논픽션 내러티브 작가들과의 대화, 수많은 논픽션 내러티브 책을 처음부터 출간까지 코칭했던 경험이 스승이었다.

스토리텔링의 활용 폭이 이토록 넓은 이유는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 필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행위가 어떻게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누군가가 어떻게 삶의 고비를 넘었는지 알려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솜씨 좋고 열정적인 작가는 어떤 매체에서는 좋은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좋은 스토리텔링 이론과 기법은 대중매체를 초월한다. 변호사들은 워크숍에 참가해 배심원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 구축 기술을 배운다. 심리학자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스토리텔링을 사용한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활용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



스토리는 어딜 가도 변함없이 스토리다. 어디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그 바탕을 가로지르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은 “모든 스토리에는 몇 가지 공통된 속성이 일정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러로서 잠재력을 100퍼센트 펼치려면 이 보편타당한 원칙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이루는 기초 이론과 그 이론이 제시하는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쓸 수 있으며, 독자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스토리 이론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다. 각본의 거장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을 쓴 후 2,300년 동안 스토리의 ‘비법’은 동네 도서관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간 고대 그리스 이론에 충실한 스토리 구조를 발전시켜 왔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스토리의 비법을 알고 흔하게 써먹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 역시 신문사 편집자 경력이 중반에 이르러서야 도서관에 가 어떤 책을 찾아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전까지는 갈팡질팡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옛날의 나처럼 방향을 잃고 헤매는 스토리텔러 지망생을 꽤 많이 만났다. 그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소재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가망 없는 스토리에 무수한 시간을 허비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사실 스토리의 기본 재료는 주위에 널려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재 찾는 법을 배워 스토리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정말 훌륭한 스토리를 찾고 싶다면 앞으로 내가 설명할 재료들을 찾아보라, 위대한 스토리를 쓰고 싶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법들을 공부하라.

현실의 한 부분에서 스토리의 모든 구성 요소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러티브를 잡아내는 일은 흑과 백, 모 아니면 도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스토리 요소가 풍부한 사건과 맞닥뜨리면 (길든 짧든) 캐릭터가 하나의 완결된 내러티브 포물선을 따라가는 본격적인 스토리를 뽑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전개에 도움이 될 만한 에피소드가 약하다면 해설기사로 작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럴 거리도 안 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상이 담긴 에세이 혹은 소품문으로 써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일화를 하나 잡아 좀 더 고전적인 보도기사나 특집기사로 만들 수도 있다.

독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꾸밈없는 정보를 원한다면 사족을 붙이지 말고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빵 포장지에 제빵사 이름과 재료가 적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빵에 얽힌 사연이 포장지에 구구절절 적혀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 빵을 만든 제빵사는 교도소에서 15년을 복역한 뒤 사회에 나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정성껏 빵을 만든다”처럼 말이다. 이런 사연이 있는 빵이라면 누구든 한 입 먹어보고 싶지 않을까.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리사 크론은 “스토리만 좋다면 빈약한 문장력은 생각보다 피해가 적다”라고 남겼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 번 쓱 봐도 그녀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이 30년 전에 했던 주장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증명된다. 졸필에 가까운 책들이 수두룩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만큼은 가히 발군이다. 낱말과 문장을 다듬는 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는 작가들은 정작 집필에 들어가기 전 독자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굵직한 스토리 요소에 집중할 기회를 흘려버린다.

스토리의 힘


스토리 이론을 이해하면 스토리 구조의 원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구체적인 실전으로 들어가게 된다. 캐릭터, 사건, 장면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나만의 어조와 문체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내러티브 형식을 구분 짓는 차이는 무엇이고, 각각의 형식을 솔직담백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배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스토리 기술을 완전히 익히게 된다.

톰 홀먼과 나는 음주 운전자에게 목숨을 잃은 한 젊은 엄마의 이야기를 <충돌 진로>로 써내면서 이 긴 여정을 시작했다. 부단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연습하다 보니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의 기본 요소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는 시점이 찾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기자와 편집자로 한 팀을 이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20여 년을 보냈다. 그렇게 21세기의 길목으로 접어들 즈음 스토리 이론과 구조, 기술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최고의 그릇에 담아 보여줄 기회가 찾아왔다.

독자들은 그동안 톰에게 그의 글쓰기 스타일과 어울리는 이야깃거리들을 귀띔해주곤 했다. 한번은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샘 라이트너에 대해 이야기했다. 포틀랜드에 사는 샘은 안면 기형을 앓는 10대 소년이었다. 샘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한창 외모, 또래들과의 관계를 중시할 시기였기에 샘과 그의 가족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여러 차례의 성형수술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우려한 대로 샘은 수술 도중 목숨을 잃을 뻔했다.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나자 샘의 가족은 남은 성형수술을 그만두기로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샘은 기운을 차리고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다. 그렇게 다시 인생을 살아간 것이다.

샘의 가족은 샘의 사연을 기사로 쓰고 싶다는 톰을 반겼고, 그렇게 톰은 샘의 가족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날아가 수술실 앞을 지키고 가족회의에도 참석했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샘의 집을 찾아갔으며, 샘이 고등학교에 입학 등록을 하던 날에도 그들과 함께했다. 이렇게 밀착 취재한 결과, 생동감 있는 장면들과 극적인 스토리 라인이 탄생했다. 1만 7,000단어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나흘에 걸쳐 연재되었다. <가면 너머의 소년>(The Boy behind the Mask)은 2001년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수상 사실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스토리가 독자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편지와 이메일, 전화가 폭주했다. 그토록 뜨겁고 열광적인 반응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가면 너머의 소년>은 우리가 만들어낸 내러티브 논픽션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 독자들이 무엇에 반응하고,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게 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나는 독자들이 보내온 후기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무엇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그렇다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글을 쓰고 편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은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을 높이 산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강력한 극적 긴장감을 만들고, 그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고 말한 독자도 있었다. 이런 반응은 이야기 속 상황의 중차대함을 보여주는 기술과 독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증명한다. 독자의 주의를 끝까지 붙잡고 싶은 작가라면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는 독자를 다른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독자는 “기사를 읽는 시간만큼은 나를 둘러싼 어떤 현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강렬한 사건에 절묘한 장면을 결합하여 독자의 주의를 끌고, 독자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그려낸다. 이 기술도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구조



퓰리처상에 빛나는 논픽션 내러티브의 대가 켈리 벤햄 프렌치는 구조에 관한 결정이 취재부터 시작해 그 후에 이어지는 모든 작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설명한 바 있다. 2019년 《USA 투데이》가 미국에서 노예제도 400주년을 기념하여 <1619, 해답을 찾아서>라는 야심찬 연재물을 기획했는데, 켈리는 이 취재팀에 참여했다. ‘멀고 먼 고향길’ 편에서 취재팀은 완다 터커와 함께 앙골라로 가서 그녀의 조상의 뿌리를 찾아 헤맨다. 앙골라는 미국이라는 생면부지의 땅에 노예로 팔려온 1세대 아프리카인들이 정착하게 된 곳이다.

“우리가 앙골라로 가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이 스토리에 액션이 없었어요. 등장인물은 있지만… 그때는 연대순으로 엮어 놓을 만한, 지면에 재현할 만한 가족사가 많지 않았죠. 그런데 일단 완다를 데리고 앙골라로 가기로 하자 스토리 구조가 드러났어요.”

켈리는 스토리를 찾아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갈 가치가 있는지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안목을 믿었다. 그렇지만 내가 만난 신출내기 내러티브 작가들은 대체로 로버트 루아크 소설의 가상 인물 알렉 바와 공통점이 많았다. 그들은 스토리 구조에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했다. 이는 동그란 구멍에 네모난 못을 박으려는 격이다. 나는 맨 먼저 스토리 재료를 담는 데 필요한 새로운 구조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단 구조가 나오면 활자화로 가는 길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단어 선택, 문장 구조, 문체, 어법 등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는 데 훨씬 더 중요한 (그럼에도 덜 드러나는) 요소를 제쳐둔 채 이러한 문제들에만 매달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존 프랭클린은 “다듬기는 효과가 눈에 확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많은 사람이 다듬기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듬기는 구조물의 벽에 회칠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런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동네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매대에 가보라. 가장 잘 팔리는 책을 모아놓은 곳에는 우아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 다가와 춤을 신청해도 우아한지 어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신경한 소설가들의 책이 분명 몇 권은 있을 것이다. 수백만 부씩 책이 팔리는 이유는 그 작가들이 스토리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의 문장을 난도질하는 평론가들이 간과하는 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리처드 로즈는 수려한 문장가이자 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훌륭한 논픽션 작가다. 그 또한 독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어휘를 다루는 능력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구조를 섭렵하는 것은 틀을 짜는 능력, 전체를 다스리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작가들은 구조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메리 로치는 “나는 항상 스토리에 구조가 있고, 모든 것이 그 구조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해요. 그래야 쓰이지 않을 자료를 수집하는 헛고생을 면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목소리와 스타일



메리 로치는 주로 시체, 식인 행위, 죽음을 다룬 글을 쓴다. 가끔은 비위가 강한 편인 나조차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언젠가는 자동차를 몰고 가을 정취가 완연한 시골길을 지나며 메리의 『인체재활용』 오디오북을 들었다. 인간의 시체가 어떻게 부패하는가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당장 오디오를 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을 겨우 억눌렀다. 그렇게 포기하기엔 책이 너무 재밌었다.

메리 로치가 누구인가. 티라노사우루스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폼이 패션계 명사 같다”고 표현한다든가, 도너 파티(Donner Party. 1846년, 90명의 서부 개척자들은 제이컵 도너와 조지 도너의 지휘 아래 일리노이주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일행은 알려지지 않은 지름길로 들어섰다가 고립되고, 급기야 사람을 잡아먹기에 이른다. 결국, 45명만 살아남아 캘리포니아에 도착했고, 이후 미국에서 ‘도너 파티’는 식인 행위의 대명사가 되었다.)의 식인 살인마들이 “세상 어느 요리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음식에 손을 댔다”며 뜻밖의 순간에 재기 넘치는 익살을 던질 줄 아는 작가다.

책으로 만난 메리도, 직접 만난 메리도 똑같이 재기발랄하다. 메리 로치의 글은 흥분에 들떠 재잘거리는 느낌이다.

헤밍웨이가 비유 게임을 즐긴 이유


비유는 스트라우스가 꼽은 언어적 표층의 마지막 요소이자 작가 특유의 목소리를 살려주는 주된 요소다. 이번 장을 시작할 때 메리 로치를 예로 들며 작가의 독특한 목소리가 글에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설명했다. 내가 예로 든 글 중 은유법이나 직유법, 인유법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비유는 스타일이라는 망토에 멋스러운 수를 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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