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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김기준 지음 | 스타북스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김기준 지음

스타북스 / 2021년 2월 / 240쪽 / 15,000원



생명의 바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요 - 모블라레이


인류가 하늘을 나는 것은 고대로부터의 꿈이었습니다. 나 역시 그 꿈에 도전하기 위하여 패러글라이딩을 배웠으며, 가끔씩 즐기고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가볍게 날아오른 다음, 상승기류를 타고 매처럼 빙빙 돌며 더 높은 창공으로 솟아오르거나,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올 때, 마치 한 마리 새가 된 듯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과 흥분을 느낍니다.

혹시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진 물고기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멕시코 본토와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사이에는 코르테스 해라 불리는 큰 바다가 있습니다. 온갖 해양 생물의 보고입니다. 이 바다에 사는 멋진 모블라레이(Mobula mobular)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모블라레이는 만타레이와 비슷하게 마름모꼴 몸매와 꼬리, 가슴 날개를 가졌지만, 그 크기는 훨씬 작습니다. 입 앞쪽으로는 툭 튀어나온 뿔을 닮은 머리 지느러미 한 쌍이 있는데, 먹이인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 등을 입으로 모으는 깔때기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위쪽 등 부분의 색깔은 검은색이나 암청색이며, 아래쪽 배 부분은 하얀색 또는 옅은 노란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흩어져서 생활하다가, 특정한 시기(5-6월)가 되면 몇 백, 몇 천 마리의 군집을 형성해서 바다를 돌아다닙니다. 참으로 장관이지요.

밤에는 선박의 밝은 불빛에 모여든 플랑크톤을 사냥하러 줄을 지어 떼로 헤엄쳐 다닙니다. 서로서로 날개를 붙들고, 마리아치의 연주에 왈츠를 추듯, 탱고를 추듯 리듬을 탑니다. 발레리나의 군무라고나 할까요.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들이 수면 위로 일시에 뛰어 오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펄쩍, 저기서도 펄쩍. 마치 경쟁을 하듯 높이 뛰어 날개를 파닥이기도 하고, 공중제비를 돌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하여 힘껏, 바다 표면을 온몸으로 철썩 때립니다. 마치 누가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시합을 하듯 말이죠. 체조 선수가 따로 없습니다.

왜 이러는지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짝을 찾는 구애행동이거나 피부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측될 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믿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늘을 날고자 하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고. 이들은 신천옹처럼, 이카루스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고.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혹 꿈을 향한 열정이 식어 버리지는 않았나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꿈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

시(詩) <날자, 날아보자>

평화의 바다 / 코르테스 / 모블라들이 / 일제히 하늘을 날아오른다 // 바다 속을 질주하다 / 창공을 향해 활짝 날개를 편다 // 누구는 그런다 / 짝짓기 행동이라고 // 누구는 그런다 / 몸에 붙은 기생충을 떼어내는 거라고 // 거 모르는 소리 // 이들은 꿈이 있단다 /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고 싶은 꿈 // 설령 / 날아오르다 추락하더라도 / 자유를 향한 끝없는 도전 // 바다의 이카루스 / 알바트로스를 꿈꾼다


천문학자들 - 가리비


바닷속을 헤엄치듯 날아다니는 조개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꼭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듯 하구요. 혹 무슨 조개인지 아시겠어요? 힌트를 드립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난 조개이며,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가 타고 있는 조개입니다. 중국에서는 모양 때문인지, 맛 때문인지는 몰라도 월나라 미인 서시의 혀에 비유하여 서시의 혀라 불려지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껍데기가 부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채조개라 부릅니다.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의 상징으로 모두들 그 껍데기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조개입니다. 다들 이제야 아시겠다는 표정이군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주인공은 ‘가리비’입니다.

가리비라 불러 보면, 누구나 다 제일 먼저 한 잔 소주와 함께하는 가리비찜 혹은 가리비 치즈구이가 떠오를 겁니다. 그만큼 맛이 담백하고 달며 훌륭하지요. 글리신과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조개에 속한다고 그래요. 전 세계적으로 400여 종이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비단가리비, 큰가리비(참가리비), 해가리비, 국자가리비 등 12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바다 밑의 모래나 자갈에 몸을 숨기고 사는데, 위협을 느끼거나 빨리 이동하려고 할 때는 수중으로 뛰어올라 두 개의 껍데기를 연속으로 열고 닫아 출수공으로 물을 강하게 뿜으면서 전진합니다. 나에게는 이 아이들이 캐스터네츠를 흔들며 플라멩코를 추는 유혹적인 스페인 무희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푸른 사파이어 같기도 하고, 까만 흑진주 같기도 한 이 아이들의 매력적인 눈동자에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2017년 이스라엘의 벤자민 팔머 박사 팀이 놀라운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잡지에 발표했는데, 저는 이 논문을 읽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고, 그 신비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리비의 외투막 가장자리에는 직경 1밀리미터 크기의 눈(외투안)이 약 200개 정도가 있습니다. 이 눈의 구조와 작동 원리는 우리가 아는 보통의 눈과는 다르게 첨단의 정교한 천체망원경을 닮았습니다.

가리비의 눈 맨 안쪽에는 수백만 개의 나노미터 크기의 사각형 거울이 있는데, 이는 외부에서 들어온 미세한 빛을 반사시켜 앞쪽에 있는 두 개의 망막에 모아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 아이들은 바다 깊은 곳에서, 먼 옛날부터 우주 깊숙한 곳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마치 떠나온 고향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목메어 그리워하듯이.

이 글을 읽고 다시는 가리비를 먹지 못할 것 같다는 분이 계실까 염려가 됩니다. 저희가 시중에서 사서 먹는 가리비는 전부 식용을 위한 양식이니 그리 부담 갖지 마시고 맛있게 드셔도 됩니다. 다만, 그 아이들의 신비와 우주만물의 섭리를 한 번쯤 느껴보고, 이 모든 것들에 경외하고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시(詩) <가리비>

캐스터네츠를 흔들며 플라멩코를 추던 / 당신이 처음으로 살짜기 그 속살을 보여주었을 때 / 점점으로 반짝이는 저 푸른 별들이 / 내 가슴을 아득하게 흔들어 놓았지 / 당신은 아마 천문학자 별을 닮은 눈으로 / 깊은 우주를 보시곤 했었지 / 먼 옛날 훌쩍 떠나온 고향의 / 불빛 부스러기들 하나 둘 거울로 모아 / 당신의 조그만 몸 깊숙한 곳 그 기억 속에 / 은밀한 비밀로 숨겨 놓았었지 그런데 말이야 / 한 잔의 소주와 함께 연탄불 위에 놓여진 / 당신의 몸을 뒤적이며 그 신비를 탐하고 있는 / 지금의 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여기까지 / 흐르고 흘러서 왔을까 까맣게 우는 당신.




산호초 숲의 친구들




바다에 숲을 - 해조류


‘바다식목일’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어, 해저에 숲을 만들고 바닷속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정한 국가기념일입니다. 매년 5월 10일 바로 이날이죠.

지금 우리의 바다는 갯녹음, 또는 백화(白化) 현상으로 인하여 심각하게 사막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갯녹음이란, 이상 기온과 수온 상승, 오염 및 부유물질의 증가, 무분별한 특정 어종의 종패(種貝) 종식(終熄)으로 인하여 미역, 다시마, 감태, 모자반 같은 해조류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곡사하며, 이들이 자라던 암반 위에 소형 홍조류인 무절산호조류가 달라붙고 또 죽어, 석회질이 침전되어 하얗게 변하는 현상입니다. 질소, 인, 중금속 등을 정화시키는 해조류의 감소는 연안 바다의 부영양화를 촉진시키며, 어류의 번식과 성장을 위한 산란장, 보육장 등이 점차 없어지게 되어, 결국 해양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의 파괴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제주도에서 발견된 이후로, 현재 울릉도, 독도, 제주도를 포함한 상당한 면적의 연안 바다가 사막으로 변해 있습니다. 하얀 암반 위에 성게와 불가사리만 보이고, 해조류와 어린 물고기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때는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이 앞섭니다. 나무와 숲이 사라진 산에 다양한 생명이 있을 리 만무하듯이, 해조류로 이루어진 바다 숲이 사라진 연안은 참으로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 안타까움과 울분이 시 <바다식목일>을 쓰게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2012년부터 바다식목일이 지정되고 또한 바다 숲 조성을 위한 연구와 투자가 매년 증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조성 과정은 육지의 식목과 비슷합니다. 다년생 해조류의 종묘를 키워서, 종묘이식용 인공구조물에 부착시킨 후, 바닷속에 살며시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종묘 및 어린 해조류를 지키기 위하여, 조성지 연안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노력도 열심히 해야겠죠.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바다 숲 조성과 바다 생태 보호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위해 노래해 주세요. 바다는, 바다의 숲은 우리들 생명의 시작입니다. 거대한 생태계 대순환의 출발점입니다.

시(詩) <바다식목일>


해조류가 사라진 바위 / 하얀 석회 / 갯녹음, 백화 현상 / 바다가 사막이 되고 있다 / 동해, 남해, 제주도까지 // 감태, 미역, 청각, 파래, 모자반이 없는 바다 / 죽음만이 활보할 것이다 // 바닷속에 숲을 만들자 / 생명들이 숨 쉴 공간을 만들자 //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바다 식목일 / 이날은 우리의 생명이 시작되는 날이다

오랜 친구 - 해면


네모 바지 스폰지 밥 바다 친구 스폰지 밥 우리 친구 스폰지 밥 스폰지 밥~ 내 친구~

혹 기억나시나요? 2000년대 초반부터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스폰지 밥.” 미국의 원폭실험을 풍자한 해저도시, 비키니 시티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의 유쾌하고 발랄한 주인공.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 친구,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해면(sponge)이랍니다.

해면의 가장 큰 특징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물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이전부터 물주머니, 탐폰, 수세미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죠. 이러한 이유로 이때부터 상업 잠수가 시작되었답니다.

해면은 지구에 살고 있는 다세포 동물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하등한 동물입니다. 이들보다 더 원시적인 동물은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단세포 동물밖에는 없습니다. 진화 및 계통 발생학적으로 보면, 지금 인류의 조상이 되는 셈이죠. 현재 지구의 바다와 호수에는 15,000종 이상의 해면이 살고 있으며, 그 형태와 크기, 색깔 등이 천차만별입니다.

해면은 근육, 신경, 소화계 등의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입이 없는 대신 물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이 몸 바깥쪽에 무수히 많은데, 이것들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미세한 관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관의 벽에는 채찍 모양의 털을 앞뒤로 휘저어 물이 지나가게 하는 동정세포들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기 몸의 10배 이상의 엄청난 양의 물을 펌프질하여, 먹이입자와 영양분들을 다른 세포가 잡아먹게 합니다. 왜 해면이 동물인지 이유가 이해되시죠? 해면은 항문이 없는 대신 물이 나가는 큰 구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해면 중에서, 유난히 길고 큰 출수공을 가진, 항아리해면을 저는 특히 좋아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바다 깊은 곳의 절벽에 거꾸로 매달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하얀 눈빛의 매력적인 몸을 가진 항아리 해면들이 제 친구들이죠. 나는 잠수를 갈 때마다 이들의 귀에 살짜기 나의 얼굴을 묻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비밀을 털어 놓습니다. 힘들었던 이야기도 하고, 나의 꿈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가 쓰고 싶은, 쓰고 있는 ‘수중 시’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이 친구들은 늘 내 이야기에 귀를 쫑긋 열어줍니다. “그랬구나, 그렇구나, 조금 더 힘내라.” 맞장구도 쳐 주곤 합니다. 단 한 번도 귀찮아하거나 낯 붉히지 않는, 참 좋은 친구들입니다.

이런 내 친구들의 능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들에게서 얻은 마노알라이드라는 물질은 항염증작용이 있으며, 디스코더몰라이드는 항암제로 개발되었으며, 아라-A와 아라-T는 항바이러스 약물 전구물질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뛰어난 재생능력에 있습니다. 잘게 부수어, 채로 곱게 걸러 세포들을 하나하나 다 분리시켜 놓아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그 불사(不死)의 능력에 입을 다물 수밖에요. 두 손을 모을 수밖에요.

간혹 바다 깊은 곳에서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또한 무척 신비합니다. 마치 은은한 향이 번지듯, 따스한 햇살에 아지랑이가 날리듯, 여기저기서 정자와 알들의 안개가 뭉실뭉실 피어오릅니다. 생명에 대한 경이, 환희, 축복이 가득한 바다입니다.

“모두 잠수 준비 / 네 선장님! / 안 들린다 / 네! 선장님!! / 우~ 와우.” 네모네모 스펀지 송이 들려옵니다. 내 아이들과 함께 불렀던 묘한 중독성이 있던 그 노래. 황금빛 태양이 불타는, 정열의 여름바다가 우리를 기다립니다.시(詩) <내 친구 스펀지>



스펀지야 스펀지야 / 항아리 스펀지야 // 흘러버린 시간들에 / 그 고운 빛마저 바래 버리고 / 바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구나 // 중년의 닥터 김 / 스펀지에 얼굴을 기대어 / 한참을 속삭인다 // 뭐라고 말하는 걸까 // 지난 밤에 보았던 / 철철 흐르는 눈물 // 아 그렇구나 // 너의 마음 넉넉한 곳에 / 그의 아픔을 담아주었구나 // 그 오랜 시간 동안 기도하고 있었구나



바다를 살려주세요




샤크 피닝 - 망치상어


최근 코스타리카 코코스 섬을 다녀왔습니다. 이 섬은 코스타리카 연안에서도 55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꼬박 36시간 이상 배를 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동태평양의 외로운 섬이죠. 망치상어 떼를 볼 수 있어 다이버들이 정말 가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여행 중 이틀째 되는 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한 마리 망치상어가 된 것입니다. 친구들과 깊은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데, 그만 낚시에 걸려버린 거예요. 입천장에 낚시 바늘이 꽂혀 너무나 아파 저항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지요. 배 근처 수면까지 끌려가니 무시무시한 갈고리가 내 몸속에 박혔어요.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을 뒤틀었지만, 배 위로 던져질 수밖에 없었지요. 잠시 후,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큰 칼이 나의 지느러미들을 하나, 둘 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꼬리지느러미 속으로 파고들 때는 너무나 아파,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깨어나 보니 내 몸은 깊은 바닷속으로 잠겨가고 있었습니다. 온몸의 피는 다 빠져나갔고, 헤엄을 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태평양 서쪽에 있는 내 고향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부모와 나의 형제와 나의 아내와 나의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도 잠시, 나의 의식은 몽롱해지고, 나의 몸뚱어리는 저 깊고도 푸른 태평양의 심해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소스라쳐 일어나 보니, 온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했습니다.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어, 갑판 위로 나갔습니다. 별이 보이지 않는 밤바다에서 너울과 함께 일렁이다가, 나는 그만 복받쳐오는 슬픔에 목 놓아 울고 말았습니다.

상어의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산 채로 그 몸통을 바다에 던져 버리는 야만의 어획 방법을 샤크 피닝(Shark finning)이라고 합니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고통에 울부짖다가 이윽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익사하거나,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이 아무런 영양가도 없고, 중금속으로 오염된 젤라틴 덩어리로 만든 샥스핀 요리 때문이지요. 탐욕의 그 돈 때문이지요. 자료에 따르면, 매년 1억 마리에 가까운 상어가 상업적인 용도로 잔인하게 희생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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