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 개로 왔니?
임태숙 지음 | 사과나무
어쩌다 내 개로 왔니?
임태숙 지음
사과나무 / 2020년 01월 / 200쪽 / 12,000원
탄생에서 이별까지
주인을 닮아가는 강아지들
개는 주인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인을 쏙 빼닮아간다. 주인이 뚱뚱한 집의 강아지치고 날씬한 강아지는 없으며, 주인이 홀쭉하고 날씬할수록 강아지도 입이 짧고 몸매도 날씬하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강아지가 식생활마저 주인을 따라가기 때문에 식성이나 체질도 주인을 닮아간다.
주인이 과일을 좋아하면 그 집 강아지도 과일을 좋아하고 심지어는 온갖 과일을 섭렵하다 지나쳐 탈이 나기도 한다. 사과를 많이 먹으면 위에 가스가 많이 차서 소화가 안 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위 확장증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귤이나 레몬을 많이 먹으면 위산 분비 과다로 토하는 경우가 있고 배나 수박, 참외와 같이 수분이 많은 과일은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포도는 개에서 신장 독성을 유발하므로 금기 음식이다. 급ㆍ만성 신부전에 걸린 증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술을 좋아하면 개도 술을 좋아한다. 혼술에 외로웠던지 주인이 호기심으로 개에게 술을 조금씩 먹이기 시작해서 반려견을 술 친구로 삼는다. 이에 맛을 들인 강아지가 소주 반 잔, 맥주 반 컵 정도를 먹은 경우도 있다.
말티즈 ‘참이슬’은 어느 날 주인이 먹다 남은 소주를 먹은 뒤 눈이 충혈되고 비틀거리며 계속 구토를 해서 주인이 병원으로 데려왔다. 진료대에 누워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참이슬을 보고 병원 안에 있던 손님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참이슬은 수액을 3시간 동안 맞고 나서야 구토가 멈췄고 술에서도 깨어났다. 평소에 개가 습관적으로 술을 먹지 않는 한 소주를 먹는 경우는 흔치 않다. 참이슬 주인은 집에서 소주 한 병을 그릇에 부어 마시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씩 남겨 참이슬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날은 주인이 소주를 그릇에 부어 마시다 4분의 1 정도를 남긴 채 잠이 들었는데, 한참 후 깨어보니 참이슬이 남은 소주를 다 먹고 그 지경이 되었다는 것.
강아지는 주인과 거의 일생을 함께하기 때문에 주인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따라간다. 심지어 얼굴 표정을 짓거나 표현하는 것,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닮기도 한다. 그래서 강아지 주인의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에서 그 주인이 기르는 개의 품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얼굴 표정이 편안하고 넉넉한 사람은 주로 시추나 퍼그를, 날카로운 표정을 가진 주인은 말티즈나 미니어쳐 핀셔, 요크셔테리어를, 우직하고 듬직한 사람은 알래스카 말라무트나, 골든 래트리버를,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는 치와와를 키우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인은 자기 성격대로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이다. 만약에 성격이 온순하고 편안한 사람이 깐깐한 요크셔테리어나 치와와를 키울 경우에는 아마도 그 강아지의 몸무게가 4kg 이상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원래 요크셔테리어나 치와와는 체중이 2.5~3kg 정도인데, 주인의 성격대로 키우게 되면 사료나 간식을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체질이 닮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강아지를 보면 그 주인도 동일한 음식에 알러지가 있다. 닭고기, 우유, 돼지고기, 햄 등이 알러젠을 함유한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먹고 알러지가 생길 경우는 두드러기 정도로 끝나지 않고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알러지가 생겨 내원한 강아지의 주인은 “왜 이런 것까지 나를 닮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흉터나 병소의 위치까지 닮는 경우가 있다. 15년 된 미니어쳐 핀셔 ‘알핀이’는 가슴 중간쯤에 지름 3cm 정도의 혹이 생겨서 조직검사를 했다. 그 혹은 비만세포종 2단계로 진단되었고 알핀이는 우리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주인이 알핀이를 1주일간 입원시키고 자기도 종양 수술을 받으러 간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 알핀이의 수술 부위가 기가 막히게 저와 같은 곳이에요. 우리는 평생을 함께 살아서 병도 똑같이 생기네요. 내가 예후가 좋으면 우리 알핀이도 예후가 좋을 거예요”하고 병원 문을 나선다.
사실 알핀이의 나이가 15살이라 사람 나이로는 76살 할아버지에 해당한다. 노령견이라 마취에 못 깨어날 수도 있어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알핀이의 수술은 잘 끝났다. 종양 부위를 넓게 도려낸 뒤 봉합해주고 붕대로 감아놓았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느렸지만 잘 회복되었고 식욕도 빨리 돌아와서 수술 2일째부터 밥도 잘 먹었다.
1주일이 지나 알핀이 주인은 퇴원하자마자 곧장 우리 병원으로 왔다. 박박 밀어버린 머리에 모자를 쓰고 엉거주춤하게 걸어서 들어왔다. 알핀이의 조직검사 결과지를 읽어보더니 “2년 후 재발하더라도 2년을 벌었으니 됐다”고 한다. 조직검사 소견에는 피부종양이 악성이고 2기라서 전이가 될 경우 3~4년 생존율이 50~80%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어쨌든 알핀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2년의 시간을 벌었다고 좋아하는 알핀이 엄마를 보면서 참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싶었다.
교통사고로 왼쪽 눈을 다쳐 그 후유증으로 안구가 작아진 뽀야의 경우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절묘한 우연이다. 모계 혈통으로만 유전되는 소안구증을 가진 뽀야 엄마와 언니를 따라 뽀야도 왼쪽 눈이 작아진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우연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단지 주인이 아플 때 개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서 개가 함께 아픈 경우는 종종 있다. 주인이 결석이 생겼는데 그 집 강아지도 결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 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개도 함께 먹었다면 식생활에서 형성된 체질적인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또 주인이 자궁에 문제가 생겨 불임 수술을 한 경우 똑같이 강아지도 자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원인 자체가 사람과 개의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지만 간혹 주인들은 “얘는 나를 닮아서 같은 데가 문제가 생기네요”하고 신기해한다. 아마도 강아지를 가족같이 여겨 그렇게라도 가족으로 동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강아지 눈은 색맹?
우리는 가끔 일상적인 익숙함에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수술복은 왜 녹색일까? 강아지의 눈은 검은색인 것 같은데, 밤에 보면 왜 홍색이거나 청록색일까? 강아지는 세상의 색을 몇 가지나 인지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눈이 오면 왜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까? 강아지를 키우면서 한 번쯤 가지게 되는 의문이다.
모든 사물에 다 양면성이 있듯이 우리가 아는 청색(녹색계열)도 양면성을 가진다. 강아지를 비롯해 고양이들도 발정이 날 때 눈은 청색으로 더욱 빛이 난다. 동물은 초록이 시작되는 따뜻한 봄날에 발정이 많이 오지만 녹색이 온 세상을 뒤덮고 푸른색이 강한 보름달이 뜨는 가을날에 가장 많이 교미가 이루어진다. 우리가 먹는 초록색 음식도 컬러 푸드 중에서 치료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고 한다. 그린 푸드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혈류를 전자파로 나타낼 때 붉은색은 동맥을, 푸른색은 정맥을 나타낸다. 수술복이 녹색인 이유는 장시간 수술로 인해 눈이 피로해져서 눈의 착시가 일어날 경우 동맥과 정맥을 구별하지 못해서 혈관을 잘못 절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녹색은 우리 눈에서 일어나는 잔상으로 인한 착시를 막아준다. 사람의 신체에서 나타나는 붉은색은 모두 건강함을 의미한다. 반면 푸른색, 즉 청색은 사람 몸에서는 죽음의 색깔이다.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심근경색이 올 경우 혀는 청색을 나타낸다. 이를 청색증이라고 하는데 거의 심장병 말기에 나타난다. 죽음의 문턱에서 보이는 청색은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힘들어지면 개구호흡(입을 벌리고 하는 호흡)을 하게 되고 결국 청색증을 보이게 되면 예후가 극히 불량해진다. 그야말로 응급상황이며 회복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미리 강아지 주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이르고 응급처치에 들어간다. 젊음과 패기의 청색이 그야말로 죽음의 색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중국 개 차우차우나 샤페이의 혀는 푸른색 또는 보라색을 띈다. 그러나 이들 종의 혀의 색을 보고 폐나 심장 질환의 징후인 청색증이거나 희귀한 헤모글로빈 질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유전적인 소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강아지의 눈은 색맹인데 대부분 녹색 색맹이다. 그래서 강아지들은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리고 녹색 이외의 색은 옅은 노란색에서 진한 노란색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개들은 원래 야행성이라서 색을 구별해주는 원추세포의 수가 사람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는 본래 개들이 야간에 주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많은 색깔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았고 그보다는 오히려 청각과 후각의 기능이 더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강아지는 시각을 잃더라도 청각이나 후각이 이를 보완해주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강아지가 눈이 오면 왜 즐거워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흰색이 세상을 밝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을 보고 시력이 나쁜 강아지가 그것을 어찌해 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강아지 밥그릇 색깔 중에 빨간색은 식욕을 촉진하고 청색은 식욕을 억제한다는 설(?)도 결국은 사람의 시각에 맞추어진 편견이 아닐까. 강아지들은 그
저 자기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질병과 싸우는 강아지들
털이 빠진다고 제모제를 피부에?
어느 날 저녁 한 젊은 여성이 울면서 내원했다. 강아지가 안 보여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가방에서 미니어처 핀셔 한 마리를 꺼낸다. ‘단비’라는 단모종 암놈이었다. 털이 짧은 단모종은 털이 긴 장모종에 비해 털이 많이 빠진다.
단비의 피부는 3분의 2 정도가 털이 빠져 허옇게 드러나 있었고 그 부위로 붉은 종기가 솟아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털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에 남편이 강아지 털이 빠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는데 급기야 단비 엄마가 직장에 간 사이 강아지에게 제모제를 발라준 것 같다고 했다. 제모제를 발라 강아지의 털을 모두 없애버리려 했다는 것이다. 단비 엄마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얼른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드라이기로 말렸는데 점차 온몸에 빨간 종기가 올라왔다고 한다.
단비 엄마는 창피하고 속상하다며 울기만 했다. 나는 단비 엄마를 위로하며 한참을 달랬고 단비의 피부병 치료도 해주었다. 빨간 종기가 올라온 피부를 입으로 핥지 못하게 엘리자베스 칼라(넥 칼라)도 씌워주었다. 강아지들은 가렵거나 자극이 있으면 무조건 핥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1주일 후 다시 내원한 단비의 피부병은 많이 좋아졌고 피부의 붉은 종기도 거의 다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제모제를 발라 털이 빠진 부위는 아직 털이 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털이 다시 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단비는 더운 여름에도 다리까지 오는 옷을 입고 외출해야 했다. 제모제의 효능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 약이 닿았던 부분은 머리를 밀어서 파르스름해진 스님의 머리를 연상시켰다.
여름이 되면 특히 강아지 피부병에 신경써야 한다. 강아지를 목욕시킨 뒤 따뜻한 드라이기로 잘 말려주어야 피부에 있는 세균이나 곰팡이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날씨는 덥고 힘드니까 대충 말려주게 된다. 더구나 귀찮다고 자연 건조라는 미명하에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피부병이 생기기 십상이다.
곰팡이균은 습기를 좋아한다. 피부에 곰팡이균이 증식하게 되면 비듬과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 비듬과 탈모가 생기면 강아지들이 가려워서 긁을 뿐 아니라 그 부위를 맨살로 만진 사람에게도 그대로 피부병이 옮겨진다. 곰팡이성 피부염은 간단치 않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린다. 피부병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털이 빠지는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제모제를 발라주어 아예 털을 없애버리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어이없고 놀라울 뿐이다.
동물학계에서는 개에서 털이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결과가 유전자 변이를 거듭해서 만든 털 없는 개, 곧 ‘누드개’의 탄생이다. 돌연변이종 차이니스 크레스티드가 바로 털 없는 개다. 그러나 이 종은 완전한 누드개는 아니다. 몸에는 털이 없으나 얼굴과 발에는 털이 남아있다. 또한 이 종은 유전적으로 번식도 어렵고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며 이빨과 발가락 장애도 가지고 있다.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전적으로 털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개들은 털을 가지고 있다. 강아지를 입양하고자 할 때 좀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입양을 시도해야 한다. 강아지의 털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강아지 털로 인해 가족들이 알러지 같은 질병이 유발되지는 않는지,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지, 털을 잘못 관리하면 피부병이 생길 수도 있는데 경제적으로 피부병 치료를 위한 진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에는 ‘반려인 자격 면허 시험’ 제도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강아지에 대해 알고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를 사전에 점검하면 입양 후에 부딪히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강아지를 입양할 때에는 강아지 특성 알기,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한 강아지의 일상적인 훈련 방법, 그리고 동물보호법 등을 최소한이라도 사전에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노력해야 될 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려인 자격 체크리스트: ①반려동물을 오랜 시간 혼자두지 않을 수 있는가 ②치료비 등 반려동물 양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③털 빠짐 등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가 ④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 가족 구성원의 동의가 있는가 ⑤15년 이상 함께할 수 있는가 ⑥키우기 적합한 상황과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⑦가족 구성원 중 털 알레르기 등 건강 문제는 없는가 (출처: 법제처 블로그)
동물의 자연치료제
‘슈가요법’으로 재생된 피부
어느 날 저녁 여중생 2명이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상자 안에는 심하게 다친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도로변 한편에 꼼짝 않고 엎어져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차에 부딪힌 듯 했는데 언제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온몸이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박스와 신문지를 구해서 무작정 우리 병원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아지에게 손가락을 물리기까지 했다. 그 중 한 학생은 우리 병원 손님이었다.
강아지를 꺼내어 전신을 살피니 다행히 뼈는 골절되지 않았는데 한쪽 뒷다리가 차에 심하게 긁혀서 피부 근육이 왕창 떨어져 나가 뼈가 드러나 있었다. 거기다가 온몸은 출혈 때문에 피로 얼룩져 있었고 곳곳에는 피딱지가 굳어 있었다. 우선 생리 식염수로 전신을 세척하고 괴사 조직을 정리한 뒤에 치료를 시작했다. 뼈가 드러난 부위의 살이 다시 재생되는 데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 달간 통원 치료를 하기도 벅찼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학생의 부모와 연락이 닿아서 사정을 설명하고 치료 기간과 치료비용을 알려주고, 치료를 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 학생의 부모가 보증을 설 테니 치료를 해달라고 해서 중간 중간에 치료비 정산을 받기로 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학생들이라 통원 치료도 힘들다고 해서 결국 한 달간 우리 병원에 입원시켜서 치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