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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걷고 벽을 기어오르는 법

데이비드 L. 후 지음 | 에코리브르
물 위를 걷고 벽을 기어오르는 법 - 동물운동과 로봇의 미래



데이비드 L. 후 지음

에코리브르 / 2019년 3월 / 304쪽 / 18,500원



물 위를 걷기



연못과 강에는 다리 긴 벌레들이 마치 물 위가 땅이라도 되는 듯 서 있다. 바로 소금쟁이다. 이번 장에서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물 위를 걷는 로봇에 영감을 줬는지 살펴볼 것이다. 녀석들은 대개 가만히 있지만, 침입자의 최초 징후가 나타나는 순간 수면 위에 제트기의 음속 폭음에 맞먹는, 뒤로 뿜어져 나오는 조그만 물결의 폭발을 일으키면서 곧장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소금쟁이는 작은 몸집이 표면장력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해주기 때문에 물 위에 서 있을 수 있는데, 물 표면은 10mg밖에 되지 않는 소금쟁이의 저체중 때문에 휘기는 해도 부서지지 않는다. 표면장력은 트램펄린이 여러분의 무게를 받쳐주듯 소금쟁이의 무게를 지탱한다. 즉 소금쟁이는 비례 축소의 물리적 영향 때문에 여러분하고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데, 여러분이 물 위를 걷고자 한다면 표면장력이 소금쟁이의 약 100만 배인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거의 가로 10킬로미터의 발들이 필요할 것이다.

내게 소금쟁이를 처음 소개해준 사람은 당시 표면장력이 추진하는 유체의 흐름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 중 한 명이던 수학자 존 부시였다. 2001년 가을, 나는 그의 유체역학개론 수강을 신청했는데, 이 강좌의 하이라이트는 학생이 직접 설계하는 기말 프로젝트였다. 어느 날 그의 연구실에 들렀을 때, 그는 책을 한 권 집어 들더니 새끼 소금쟁이는 틀림없이 움직일 수 없다고 쓴 페이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것이 오류임을 확신한 부시 교수는 내 기말 프로젝트로 새끼 소금쟁이들이 어떻게 자기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를 풀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수족관에 잡아온 소금쟁이들을 넣었다. 녀석들이 물 위에 설 때는 긴 다리들을 사용해 마치 바이올린을 연주하듯 문지르면서 몸을 가다듬었다. 유리 수족관 밑으로 녀석들의 다리가 보였다. 6개의 노가 있는, 물 위에 뜬 보트처럼 보였다. 노는 수면 위에서 쉬고 있을 때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반사하는 은빛 공기층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여러분이 손을 물속에 담근다 해도 이런 반짝거리는 공기층은 없을 것이다. 소금쟁이는 세상에서 가장 털이 많은 다리, 요컨대 사람의 머리털보다 100만 배는 빽빽한 1제곱밀리미터당 1만 개의 털이 난 다리가 있기 때문에 이 공기층을 가둬놓는다.

게다가 이런 털 하나하나는 한층 더 방수가 잘되게끔 만드는 일련의 홈으로 뒤덮여 있다. 이러한 털이 다리의 표면적을 증가시킴으로써 소금쟁이를 뽀송뽀송하게 유지시킨다. 소금쟁이가 수면 위에 서 있을 때 다리를 살펴보면 물은 털끝에서 멈춰 있다. 물은 털들 사이의 작은 홈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소금쟁이는 공기 중에 서 있음으로써 물 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소금쟁이의 다리에 있는 공기층은 마치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멀리까지 물 위를 활주하는 놀라운 능력을 제공한다. 한 번 노를 젓는 동안 어른 소금쟁이는 1초당 몸길이의 50배를 달리는데, 이는 사람으로 치면 1초 만에 100미터를 질주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고속의 노 젓기 이후에는 몸길이의 10배가 넘는 거리를 힘 하나 안 들이고 미끄러져 간다. 소금쟁이가 그렇게 잘 나아간다면, 맨 처음에는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까?

이 문제를 최초로 인식한 사람은 생물학자 마크 데니로, 그는 1993년 생체역학에 관한 저서에서 이에 대해 썼다. 하지만 그는 소금쟁이가 어떻게 활주하는지 자신은 설명할 수 없다는 당황스러운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수면은 그것을 어떻게 미느냐에 따라 상태가 변화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금쟁이가 활주할 때 표면은 리놀륨 바닥처럼 매끄럽다. 하지만 소금쟁이가 노를 뒤로 저으면 수면은 다리의 운동에 저항하면서 트램펄린처럼 울렁거린다. 이 저항, 즉 소금쟁이 뒤쪽에 생성되는 파장이 소금쟁이를 앞으로 밀어내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파장을 기반으로 한 추진력이라는 마크의 발상은 큰 소금쟁이한테는 먹힐지 몰라도, 새끼 소금쟁이의 경우는 문제였다. 유체역학 이론에 따르면 표면의 파장은 동물이 다리를 충분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때에만 발생한다. 일정한 속력의 직선 운동일 경우, 그 최저 속력은 1초당 23센티미터이다. 성체 소금쟁이는 1센티미터 길이의 다리가 있는 반면, 새끼 소금쟁이는 몸집이 10배는 작고 다리도 1밀리미터가 채 되지 않는다. 새끼 소금쟁이가 필요한 속력에 도달하려면 1초당 1000사이클(cycle)보다 높은 속력, 즉 우리가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보다 500배 더 빠르게 다리를 회전시켜야 한다. 새끼 소금쟁이가 이 속력에 도달하려 했다가는 다칠 가능성이 높다. 새끼 소금쟁이는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는 마크 데니의 이름을 따서 ‘데니의 역설’이라고 알려졌다.

역설을 해결하려면 팀워크, 그리고 다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첨단 기술 장비가 필요할 터였다. 나는 로봇 소금쟁이를 간절히 제작하고 싶어 하는 동급생 기계공학자 브라이언 챈과 한 팀이 됐다. 우리는 고속 카메라를 빌렸고 최초로 찍은 소금쟁이 고속 촬영 비디오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과는 딴판인 세상을 보여줬다. 노 젓는 동작 전체는 100분의 1초가 걸렸다. 카메라를 통해 우리는 소금쟁이가 가운뎃다리들을 너무나 힘 있게 젓는 나머지 몸이 앞쪽과 위쪽의 허공으로 치솟는다는 것을 알았다. 마크 데니의 예측과 일치되게 뒤쪽의 수면은 트램펄린처럼 울렁거렸다. 데니의 역설은 우리가 본 울렁거리는 트램펄린이 소금쟁이를 앞으로 밀어내는 유일한 힘일 리 없다는 것을 말해줬다. 소금쟁이는 다른 어딘가에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어디일까?

우리는 유체의 운동을 정확히 짚어내기 위해 입자나 염료를 사용하는 유동 가시화(flow visualization)에 의지했다. 존은 티몰 블루(thymol blue)라는 화학 염료를 사용해 소용돌이의 영향을 가시화하는 기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소금쟁이들을 물 표면에 놓고, 아이들이 기름종이로 만드는 종류의 빛 상자를 이용해 밑에서 그것들을 비췄다. 그런 다음 말린 오레가노(oregano)처럼 손가락으로 염료를 뿌렸다. 가끔 몇몇 조각이 몸 위에 떨어지면 녀석들은 마치 흩날리는 눈송이를 탁탁 털어내듯 몸을 털었다. 조각들이 수면에 도달하자 물은 약간 노란 기운을 띠는 시퍼런 색깔이 되었다. 부드럽게 입김을 불자 소금쟁이들은 노를 저었고, 염료는 녀석들이 지나간 흔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티몰 블루 덕분에 우리는 생성된 파장은 노 젓기 동작이 잠시 발현된 것에 불과한 것임을 알았다. 파장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대신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각 다리의 뒤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쌍극성 소용돌이였다. 쌍극성 소용돌이는 노 젓는 동작으로 발생하며 팔미에 쿠키 모양이다. 심지어 새끼 소금쟁이도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었다. 이 소용돌이의 존재는 데니의 역설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소용돌이의 크기와 속력을 측정해보니 소금쟁이만큼의 운동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았다. 소금쟁이의 전진 운동은 물고기의 그것처럼 유체를 뒤로 밀어내는 데 달려 있었다. 그런데 유체를 뒤로 밀어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동물은 운동량 보존 법칙을 충족시켜야 한다. 물고기가 앞으로 헤엄치기 위해서도 역시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충족시켜야 한다.

물고기는 앞으로 나아갈 때 지느러미와 꼬리를 흔들어 반대편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고기 크기 정도의 후류(wake)를 생성한다. 물 위를 뛰어가는 바실리스크도마뱀의 후류는 무게를 받쳐주기 위해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소용돌이와 그것이 추진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뒤쪽으로 움직이는 소용돌이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소용돌이 발생은 많은 수중 동물 운동의 특징이다. 소금쟁이는 물속이 아니라 물 위에 사는데, 존 부시 이전까지 아무도 소금쟁이가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여러분이 소금쟁이를 본 적이 있다면, 녀석이 수박씨 크기의 소용돌이를 생성할 수 있다는 데 놀랄 것이다. 소금쟁이는 노의 날을 잘라버리고 그냥 2개의 가느다란 막대기만 사용해 배를 젓는 뱃사공과 같다. 이 경우 다리는 소용돌이의 너비보다 지름이 50배나 작다. 이런 다리로 어떻게 유체에서 이동할 수 있을까? 해답은 표면장력이지만, 이는 미묘한 방식으로 생겨난다. 소금쟁이는 수면 위에 앉으면서 물 표면의 변형인 움푹 들어간 홈을 생성하는데, 소금쟁이가 다리를 저을 때 홈은 그대로 유지된다. 공기로 가득 차 있지만 표면장력으로 유지되는 홈은 곤충이 막대기 같은 다리만 있을 때보다 더욱 많은 물을 잡고 밀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패들(paddle)과 같다. 이렇게 소금쟁이는 자신의 다리를 손잡이처럼, 움푹 들어간 홈을 날처럼 사용한다. 설명이 우아해서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직접 시험해봐야만 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 야외에서 소금쟁이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동급생 브라이언은 소금쟁이한테 약간 집착하던 참이었다. 어느 날 브라이언은 기계 공작실에서 작업했다. 우선 가위로 알루미늄 캔의 끄트머리를 잘라내고 나머지를 직사각형이 되게끔 폈다. 그리고 펜치로 굽혀 U자형 빔을 만들었다. 이것이 로보스트라이더(Robostrider)의 본체다. 그러곤 본체의 양 끝에 4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거기에 스테인리스 철사를 집어넣고 굽혀서 ‘지지 다리(supporting legs)’로 만들었다. 철사 2개를 ‘구동 다리(driving legs)’ 용도로 더 잘랐지만 로보스트라이더의 나머지가 물에 뜰 수 있을 때까지 이것들은 가만히 놔둘 터였다.

나는 우리가 물속에서 그 홈들을 확연히 볼 수 있도록 밑에서 조명을 비추는 작은 시험대를 만들었다. 브라이언이 로보스트라이더 본체를 수면에 올려놓자, 그것은 실험실 안의 미풍에 날려 좌우로 흔들리며 물 위에 떴다. 물에 어떻게 클립을 띄우는지 배운 초등학교 때가 떠올랐다. 이제 이 최첨단 클립에 모터를 달 차례였다. 브라이언은 플라스틱 막대로 조그만 도르래를 만들었다. 그는 긴 철사를 도르래에 집어넣고 로보스트라이더의 머리에 꿰었다. 그런 다음 철사를 구부리자 로보스트라이더에서 튀어나온 비행기 날개 같은 2개의 노가 됐다. 소금쟁이의 동력원은 설계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것은 가벼워야 했다. 브라이언도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런데 다음날 브라이언은 로보스트라이더의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운동용 양말을 사용했다. 핀셋으로 양말 한 짝을 이리저리 뜯어보던 브라이언은 양말의 탄력 밴드에서 작은 실을 뽑았다. 그 탄력 밴드를 로보스트라이더 뒤쪽에 묶은 다음, 그것을 가운뎃다리들을 움직이는 플라스틱 도르래에 조심스럽게 감았다. 개념은 간단했다. 작고 가벼운 소금쟁이 피겨와 간단한 태엽 장난감의 결합이었다.

로보스트라이더를 조립하고 나서 브라이언은 신중하게 다리를 회전시켜 감은 다음 그것이 풀리지 않도록 다리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고, 그것을 수면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그리고 숨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 뒤 그것을 놓았다. 우리는 약간의 잔물결, 희미한 움직임을 봤다. 로보스트라이더는 부드럽게 몸길이 하나만큼 전진하면서 계속 수면에 떠 있었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물 위에서의 다음 움직임을 기록하기 위해 준비해둔 녹화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소금쟁이 촬영 때처럼 고속 카메라가 필요했다. 우리는 고속 카메라를 통해 로보스트라이더가 수면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세계 최초로 물에 젖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보트였다. 로보스트라이더의 첫 걸음마 이후 수년 동안 더욱더 복잡한 로봇 동물들이 물 위를 걷고, 달리고, 심지어 뛰어오르기도 했다.

소금쟁이는 화학자와 재료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많은 발수성 생물 중 하나일 뿐이다. 2003년 우리가 소금쟁이에 관해 출판하기 전 몇 년간 이런 발수성 생물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1997년 독일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틀로트와 크리스토프 나인휘스는 연꽃잎이 왁스 성분으로 코팅된 작고 둥근 돌기로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먼지와 유기물 잔해가 그 돌기 위에 앉으면 물방울이 그것들을 양복 솔처럼 정리해서 데굴데굴 굴러버림으로써 표면이 깨끗해진다. 이런 능력을 자정이라고 한다. 연잎 돌기를 모방한 작은 방울(bead)과 왁스를 모방한 기름이 있는 발수 페인트 또는 ‘초소수성(super-hydrophobic)’ 페인트도 개발되었다. 이런 페인트를 자동차 앞 유리에 바르면 물방울이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대신 구슬처럼 또그르르 굴러 떨어지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오손(fouling), 즉 환경오염 물질의 침착 때문에 페인트가 일시적 효과만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금쟁이는 오손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같지 않다. 이슬과 안개가 밀려들 경우 다리털 사이에 작은 물방울을 생성해 소금쟁이는 자칫 발수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소금쟁이는 귀뚜라미처럼 수시로 다리를 문지른다. 그로 인해 털은 서로 톱니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휘고, 그럼으로써 투석기처럼 물방울을 쏘아 버린다. 털은 이렇게 발수성이 있을 뿐 아니라 물방울을 쏟아내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자가 세정 발수 표면이 오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빗속을 날기



뭄바이 인도 공과대학에 다닌 카우시크 자라얌은 기계공학, 특히 제조업에 주력했다. 제조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쿼드로터의 개발과 때를 같이했다. 쿼드로터는 사분면으로 배열한 4개의 독립된 프로펠러가 있는 헬기를 말한다. 초기 쿼드로터의 문제는 그것의 동력이 생존 가능성을 능가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빠른 나머지 물체와 부딪히면 그냥 산산조각이 났다. 공학자들은 충돌이 발생할 경우 찌부러져서 날개깃을 보호할, 일종의 날아가는 햄스터용 쳇바퀴로 쿼드로터를 감싸기 시작했다.

카우시크는 충돌해도 부서지지 않는 것 같은 바퀴벌레의 운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바퀴벌레는 포식자한테 잡아먹힐 끊임없는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바퀴벌레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최대한 빠르게 속력을 내서 달리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언제나 필사적으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보다 10배 빠른 50분의 1초에 반응할 수 있다. 1초에 몸길이의 25배로 달릴 수 있다. 시속 280마일로 이동하는 자동차에 맞먹는 속도다. 속도는 생존의 핵심이며 중요해서 바퀴벌레한테는 물체를 피해갈 여유가 없다. 그래서 바퀴벌레는 그냥 다짜고짜 돌진한다. 만일 여러분이 고속 카메라로 동작 속도를 늦춘다면, 바퀴벌레가 무턱대고 벽으로 달려가고, 거기서 튕겨 나온 다음 바로 벽 위로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벽에 조그만 균열이라도 있으면 녀석은 가능한 한 빨리 그 작은 틈새를 파고든다.

야생에서 연구하기에는 바퀴벌레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카우시크는 실험실에 터널이 있는 장애물 훈련장을 만들었다. 카우시크는 고속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해 멀리서 보면 작은 틈 같은 터널로 바퀴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촬영했다. 바퀴벌레는 우선 긴 더듬이를 쑤셔 넣었다. 공간을 탐사하고 나서는 잠깐 쉬었다. 그러더니 한 번 둘러보려는지 그 틈새로 머리를 넣으려 했다. 그리고 들어가려고 여러 차례 머리를 들이받기도 했다. 바퀴벌레의 높이는 1.2센티미터였는데 틈새보다 4배가 컸다. 억지로 들어가려고 바퀴벌레는 앞다리로 전진했다. 틈새가 너무 낮아서 머리를 집어넣을 때 몸통이 45도 위로 기울었고, 그 바람에 뒷다리는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그래도 바퀴벌레는 태연하게 앞다리로 계속 몸을 밀어 넣었다.

1초 후 바퀴벌레 몸뚱어리 전체가 틈 안으로 들어갔다. 카우시크는 터널 벽을 유리로 댔고, 따라서 안을 볼 수 있었다. 바퀴벌레는 거의 거품처럼 사라질 때까지 자신을 쥐어짠 것이었다. 보통 서 있는 자세일 때는 몸통 밑에 배열되어 있던 다리들이 지금은 꽃게처럼 가로로 아무렇게나 뻗어 있었다. 그는 막대기 하나를 터널 입구로 집어넣어 구멍 안으로 발을 밀어 넣는 고양이를 흉내 내봤다. 놀랍게도 바퀴벌레는 게걸음으로 막대기를 피했다. 좀 더 집어넣자 속도를 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몸이 거의 납작하게 찌그러진 상태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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