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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정혜윤 지음 | SISO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정혜윤 지음

SISO / 2018년 6월 / 240쪽 / 13,500원





나를 세상과 연결해준 글쓰기



20대 후반, 천직을 찾다: 나는 24살이 되어서야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내내 이과 공부를 했기에 화학과를 지망하여 들어갔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내가 이걸 왜 배우고 있지?’라는 의문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3학년이 시작되기 전 나는 큰 결심을 하고 전과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내 적성은 문과에 더 가까웠다. 학창시절에 진로 적성검사를 하면 늘 문학적 소질이 다분하다는 결론과 소설가, 국어 교사와 같은 직업이 차례로 나열되곤 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런 적성을 가지게 된 데에는 하루에 서로 다른 종류의 신문을 3개나 구독하시고 역사책을 즐겨 읽으시던 아버님의 영향이 크다.

국문학과로 옮기고 싶었지만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다는 판단에, 할 수 없이 행정학과로 전과를 했다. 공무원 준비를 할 요량이었다. 3, 4학년 내내 꼬박 공무원 준비를 하면서 ‘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부모님의 뜻이었고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평생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숨겨진 나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일, 적은 노력으로도 티가 팍팍 나는 일, 주변에서도 잘 한다고 인정해주는 일, 그 일을 하면 내가 행복하고 그것을 하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나만의 천직’을 찾고 싶었다. 그때부터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 글과 책을 가까이하시던 아버님 덕분에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글과 책에 익숙했다.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글짓기, 서예 등 글과 관련된 각종 대회에 참여만 해도 최소 장려상은 받게 되었다. 필기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똑같은 내용을 이렇게 편집하고 저렇게 편집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방법을 나름대로 연구하는 걸 즐겼다. 덕분에 시험기간이면 내 노트는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족보처럼 떠돌아다니느라 정작 나는 내 노트를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많았다.

‘아, 나는 글을 쓰거나 편집하는 걸 어릴 때부터 즐겼고, 잘해 왔구나!’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편집자’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지원서를 준비해 신입으로 당장 일할 수 있는 기업들에 도전했고 한 신문사에 입사했다. 신문사에서 내가 맡은 일은 매월 100쪽 정도 되는 월간지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때마침(?) 선임 편집자가 갑작스럽게 퇴사하는 바람에 나는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매일 퇴근 후 혼자서 과월호 월간지들을 정독하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익혔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원고를 받아서 교정?교열하고, 주제를 정해서 알맞은 인물을 취재하여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었다. 이 일을 하며 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희열과 성취감을 느꼈다. 상사로부터 인정도 받았고, 일 잘한다는 소문이 퍼져 회장님께 따로 불려가 격려도 받았다.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그때부터 나는 편집자로 살았다. 지금까지 200권이 넘는 단행본 원고를 만졌고 교정?교열, 윤문, 리라이팅, 대필 등 다양한 작업으로 내 안의 한계를 깨나가며 즐겁게 이 업을 계속하고 있다. 더불어 지금은 출판사 대표로서 하루에도 여러 권의 소중한 원고들을 검토하며 글을 마주하고 있는데 그러한 매 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

글쓰기는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 아이였다. 내 고민을 털어 놓을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없었고, 무엇이든 혼자 생각하고 무너뜨리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편집자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와 세상은 별개라고 생각했고, 나를 잘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늘 주변의 기대에 부응 하는 아이로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조용히 사는 것이 내 삶이라고 여겼다.

편집자라는 직업은 오롯이 ‘나’로서 살게 해 주었고 작업을 하며 내가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자 “아, 나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책 작업을 그렇게 많이 한 사람이 왜 정작 자기 책은 쓰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사실 몇 년간 내 앞에 놓인 작업물의 양이 워낙 많기도 했고 어떤 책을 쓰면 좋을지 명확히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어쩌면 편집자로서 문장을 짓고 단어를 고르며 보낸 그동안의 시간과 출판사 대표로서 많은 예비 작가나 독자들로부터 받아온 질문들이 내게 책을 써야 할 계기와 이유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질문들에 하나씩 답을 해나가고 싶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초보적인 질문일 수 있지만 어디에도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처음 글쓰기에 도전하는 예비 작가나 편집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예비 편집자들을 위해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 책에서 풀어내보고자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내 삶은 정말 많이 확장되었고,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던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되었으며, 세상에 내가 어떤 도움을 주며 살아갈 수 있을지 알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또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 주는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글과 책을 통해 세상과 이어지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힘이 되어 주는 글이길 바란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다: 새삼 ‘글쓰기’, ‘책 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 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비교적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문가만 책을 쓸 수 있다는 인식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그 이면에는 성황리에 횡행하고 있는 ‘책 쓰기 수업’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고 그 다양한 경험과 생각은 드러낼수록 또 다른 경험과 생각으로 확장되며,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경험과 생각까지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어서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잘 팔리는 기획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책은 쓰고 싶은데 무슨 책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쓰는 동안 열정 마인드를 유지하기 힘들다’가 보통 일반적으로 예비 작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들이다. 그냥 밋밋한 삶에 자그마한 이벤트를 만들고 싶다거나, 불현듯(?) 내 이름 석 자 가 박힌 책 한 권이 갖고 싶다거나 혹은 최대한 빨리 지금의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서 책을 쓴다면 이런 고민들에 스스로 답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잘 팔리는 기획이 무엇인지, 무슨 책을 써야 할지, 책을 쓰는 동안 마인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작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새삼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전부터 작가는 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살아왔다. 다만, 영상이 아니라 글로써 콘텐츠를 창작해냈던 것뿐이다. 사실 어떤 콘셉트와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인가부터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만약 누군가 정해주는 대로 어찌해서 책 한 권을 냈다 하더라도 다음 책을 내기 위해서는 또다시 주제나 콘셉트를 잡아줄 누군가를 찾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 삶을 내 맘대로 살지도 못했는데,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고 싶어서 시작한 책 쓰기를 또 남이 시키는 대로 정해주는 대로 하게 된다니… 참으로 이상하고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책 쓰기 관련 책들에서 지겹도록 다룬 ‘책 쓰기 기술’이 아니라 나는 이 책을 통해 ‘책을 쓰는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

또 다른 영역에서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작가, ‘저자’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글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 고민과 탐구의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즐거운 글쓰기이고 진정 자신을 위한 것이 된다.

책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이 아니다. 책으로 인해 자신의 삶 또한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짐 콜린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



작가는 콘텐츠 기획자다: 작년 한 해 동안 우연한 기회로 예비 작가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지금의 삶을 바꾸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안고 글을 쓰고 계시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 마음에 왠지 모를 허전함과 궁금증이 동시에 일었다.

‘책을 쓰면 지금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걸까?’

‘책을 내면 당장 퇴사할 수 있는 걸까?’

‘책을 쓰면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는 걸까?’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써서 작가가 되면 인세를 많이 받아서 지금의 직장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작가라는 타이틀로 유명해져서 삶이 기적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아닐 수도 있다.

몇 달 전에 한 20대 청년으로부터 원고를 하나 받은 적이 있다. 그 원고에는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겪어왔던 가정사, 사회 경험 이야기 등 원고지 약 600매 정도의 글이 적혀 있었다. 원고를 보내오며 그 청년은 이 원고를 책으로 내려고 하는데 글이 좀 서투니 전체적으로 윤문을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며칠에 걸쳐 원고를 찬찬히 읽으며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을 손봐서 보내주었더니 출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물어볼 데가 없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략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작가가 되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자신이 태어나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원고로 만들었고, 작가가 되고 싶은데 작가는 돈을 별로 못 벌 것 같아서 계속 작가의 꿈을 꿔도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청년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20~30대의 예비 작가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처음으로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 청년의 경우에는 어느 날 새벽, SNS에 올라온 짧은 글을 보고 너무나 공감이 되어 짧은 글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했다. 또 누군가에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이유이든 자신이 계속해서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 어떤 헛소리에도 자기 자신을 지키며 글을 써야 할 이유 하나쯤은 찾았으면 좋겠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게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무슨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재미와 감동을 전해 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나 주변을 관찰하면서 얻은 통찰력으로 독자가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 말이다. 사실 자신의 삶을 쭉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볼 수 없고, 독자에게 어필할 수 도 없다. 좀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기존에 나와 있는 다른 책들은 무엇을 콘셉트로 내세웠는지 관찰하고 분석해보는 것도 좋다. 책은 또 하나의 콘텐츠다. 그리고 항상 ‘그 콘텐츠를 왜 내가 만들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해가는 글을 써야 한다.

누구는 작가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고 말하고 누구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인생은 단순히 ‘책을 쓰면, 혹은 책을 내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이 책을 간절한 마음으로 쓰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를 머릿속에 명확히 그리는 사람에게 다른 길을 펼쳐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책을 쓴 이후의 삶 역시 본인이 하기 나름에 따라 바뀔 수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이 따라야 하지만 ‘책 한 권을 썼다’는 그 행위 자체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글을 진심을 다해 쓰는 것, 책이 나온 후 내가 한 말을 몸소 지켜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책을 통해 다른 인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섯 번의 실패 후에 달성한 성취이며 캐리어 한 가득 책을 넣고 시골 서점까지 가서 홍보했다’는 그의 말이 그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포장하기에는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는 누구보다 절박함이 있었고, 여섯 번의 실패를 통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스스로 사색하며 고민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그 과정을 대하는 그의 태도, 책이 출간된 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한 그 행동이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든 것은 아닐까.

삶이 의미가 있는지를 질문하는 대신 매일매일 순간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 빅터 프랭클

가족을 뒤로하고 책을 쓰는 마음: 요즘은 육아빠들(집에서 전담으로 육아를 하는 아빠)이 참 많아졌는데 내가 2015년에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남편도 육아빠가 되었다. 하루 종일 아이를 케어하고 집안일 을 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생각보다 엄청 힘들어 했다.

“저녁에는 아이 좀 봐주지 그래? 그렇게 할 일이 많은 거야?”

“주말인데 어디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자. 밥도 해결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멘트들이 남편의 입에서 술술 나오니 처음에는 좀 웃기기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멘트들을 입 밖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하루 종일 일하는데 저녁에 아이까지 봐야 돼?”

“주말에도 나 해야 할 일이 좀 있는데….”



내가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회사에 다닐 때도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남편이 전업주부가 되어 입장이 바뀌어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걸 그때부터 서서히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에 말다툼도 좀 했지만 어느 순간 내 욕심만 차리는 것도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뤄주기 위해 남편은 기꺼이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자유 시간도 없이 집안일에 매여 있는 남편의 마음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녁에는 특별히 급한 일이 아니면 저녁 식사 후 잠들 때까지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남편에게는 자유 시간을 주려고 노력한다. 혹시나 내가 토요일에 외부 일정이 있어서 외출을 해야 하면 일요일에는 남편이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매번 그렇게 안 될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노력한다는 데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기혼 직장인이면서 어린 자녀까지 있는 예비 작가들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 배우자와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 좋자고 책 쓰는 줄 알아? 다 우리 가족이 더 풍요로워지기 위한 거야.”

“나도 없는 시간 쪼개서 책 쓰는 거 힘들어.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이런 말로는 사실 싸움만 날 뿐 배우자를 설득하기는 힘들다. 좀 더 현실적으로 책을 쓰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틈틈이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나 이 책 써서 정말 작가가 한번 돼보고 싶어. 어릴 때부터 내 꿈이었거든. 내가 책 한 권을 다 써서 실제로 출간하면 당신도 당신이 원하는 거 할 수 있게 내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줄게”처럼 말이다. 주말에는 오전, 오후로 시간을 쪼개서 오전에는 책을 쓰고 오후에는 잠깐이라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바람을 쐬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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