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얼룩의 비밀
송현수 지음 | MID
커피 얼룩의 비밀
송현수 지음
MID / 2018년 11월 / 283쪽 / 15,000원
우유 왕관(Milk Crown) - 충돌에 대하여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은 연간 강수량이 약 20㎜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한 지역인데, 이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여 놀랍게도 스스로 마실 물을 만들어 낸다. 뿌연 안개가 낀 이른 아침, 물구나무서듯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등을 수직으로 세운다. 바람에 흩날리는 미세한 물방울은 등껍데기와 충돌한 후 어느 정도 쌓이면 아래로 흘러내리는데 그 수분을 바로 섭취한다. 생존을 위한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몸소 경험하는 셈이다. 딱정벌레 등껍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된 물통 ‘Dew Bank(이슬 저장고)’는 사막의 아이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었다. 이제 다양한 액체 방울이 충돌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된 과학 원리와,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자.
신선한 우유의 상징 ‘우유 왕관’: 표면 위에 우유 한 방울이 떨어진다. 충격으로 인해 표면은 출렁거리고 우유 방울이 떨어진 지점 주변에 작은 방울들이 둥글게 튀어 오른다. 그 순간의 모양이 마치 왕관을 닮았다 하여 이를 우유 왕관(Milk Crown)이라 부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는 이 모습은 초고속 카메라로 특수 촬영해야만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데, 유제품 업계는 오래전부터 이 신기한 현상을 광고에 적극 활용하였다. 그렇다면 왕관 현상은 과연 신선한 우유에서만 생기는 것일까? 정답부터 바로 이야기하면 신선하지 않은 우유에서도 왕관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우유는 약 88%의 수분으로 이루어진 약산성(pH 6.7) 액체이며,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풍부하여 세균이 번식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우유를 냉장 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오랜 기간 방치하면 당분 중 하나인 유당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젖산을 생성한다. 우유의 수소이온농도(pH)가 점차 낮아져 산성화되는 과정이다. 이때 등전점(isoelectric point)이라 부르는 특정 pH(약 4.6) 이하가 되면 응고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기간 상온에 노출된 우유는 엉기고 뭉쳐서 신선한 우유에 비해 약간 걸쭉해지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다시 말해 꿀이나 샴푸같이 끈적끈적한 정도, 즉 점도가 매우 높은 액체는 분자 간 잡아당기는 힘이 강하여 왕관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우유를 며칠 보관하는 수준에서 응고에 의한 점도 변화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왕관 현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왕관 현상은 상온에 방치된 우유는 물론 물, 음료수, 커피 등 점도가 낮은 액체라면 무엇에서든 관찰할 수 있다.
왕관의 탄생: 이제 왕관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물리학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빗방울처럼 낙하하는 우유 방울의 운동 에너지는 공기 저항 등에 의해 일부 사라지고 나머지는 충돌에 사용된다. 그리고 충돌하는 순간 미세한 소리와 열 등으로 일부 에너지가 추가로 사라지고, 남은 에너지가 충분히 클 경우 주변의 우유는 분자 사이의 응집력을 이겨 내고 위로 솟구쳐 오른다. 이때 위로 계속 떠오르려는 관성력과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표면장력에 의해 작은 우유 방울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전문 용어로 위성 액적(satellite droplet)이라 한다. 이 방울들이 순간적으로 왕관 모양을 만들고 움푹 파인 중심 방향으로 에너지가 전달되면 웅덩이가 다시 메워진다. 마지막으로 왕관 중심에서 한 방울이 위로 튀어 오른다. 이러한 과정을 코로나 스플래쉬(corona splash)라 하는데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 스플래쉬는 첨벙거림을 뜻한다. 그렇다면 모든 액체 방울이 충돌할 때마다 항상 왕관 모양을 만들어 낼까? 왕관의 형성 여부는 방울의 크기 및 낙하 높이와 끈끈한 성질을 뜻하는 점성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해 정해진다. 다시 말해 방울이 크거나 낙하 높이가 높으면 운동 에너지가 표면 에너지를 극복하여 왕관이 형성되지만, 반대로 낙하 높이가 낮거나 액체의 점성이 충분히 강하면 운동 에너지가 표면 에너지를 이길 수 없어 왕관이 생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점성이 강한 꿀이나 케첩은 어지간히 높은 위치에서 떨어뜨려도 왕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기과학과 피터 홉스 연구진은 1967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얕은 액체 위의 물방울 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하였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경 3㎜의 물방울의 낙하 높이가 10㎝~2m 범위 안에 있을 때, 위성 액적의 숫자가 높이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즉 낙하 높이가 1m일 때 왕관 모양을 만드는 위성 액적이 25개라면, 2m에서는 약 50개가 생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위성 액적의 개수가 많을수록 낙하 높이가 높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현상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수의 상관관계를 간단히 표현하기 위해 차원이 없는 숫자, 무차원수를 도입하였다. 액체 방울의 충돌에는 무차원수로 표면장력에 대한 관성력의 비율을 의미하는 웨버 수(We, Weber number)가 쓰이며,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We=ρV2L / σ (ρ는 액체의 밀도, V는 액체의 속도, L은 특성 길이, σ는 표면장력)’ 따라서 웨버 수가 작으면, 즉 관성력이 표면장력을 이기지 못하면 액체 방울이 표면에 그대로 묻히고, 웨버 수가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 왕관 모양을 형성한다. 이처럼 무차원수를 이용하면 밀도, 속도, 길이, 표면장력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고도 웨버 수 하나로 간단하게 왕관의 형성 조건을 설명할 수 있다.
기네스 폭포(Guiness Cascade) - 거품에 대하여 1
과학에서 거품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비누와 샴푸 등 대부분의 세계는 거품을 만들어 오염물을 세척하며, 포말 소화기는 이산화탄소와 수산화알루미늄 거품으로 공기를 차단하여 불을 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알려진 에어로겔은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거품으로 이루어진 다공성 구조인데, 이 물질은 단열과 방음 효과가 탁월하고 매우 가벼워 단열재, 방음재로 널리 쓰인다. 그리고 냉장고의 벽으로 이용되는 발포 플라스틱도 고체 거품의 일종이며, 비행기가 활주로에 불시착할 때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폼크리트(foamcrete)는 거품(foam)과 콘크리트(concrete)의 합성어이다. 그런데 과학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오래전부터 거품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물을 쏟을 때 거품이 생기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용돌이를 유심히 관찰한 후 스케치를 남겼다.
한편 거품은 주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달걀흰자로 만드는 수플레와 머랭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어로 ‘부풀다’라는 뜻의 수플레는 흰자로 거품을 내어 버터와 설탕을 넣고 오븐에 굽는 디저트이다. 머랭 역시 달걀 거품으로 만드는 과자의 일종이다. 이런 거품 음식에는 미세한 공기층이 숨어 있어 식감이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거품은 맥주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맥주의 풍성한 거품 층은 탄산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고 산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기네스의 매력, 질소 거품: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기네스의 매력은 쌉싸름한 맛과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다. 먼저 쌉싸름한 맛에 대해 알아보자. 대부분의 맥주는 싹을 틔운 보리, 즉 맥아를 볶아서 효모와 함께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구수함을 넘어선 기네스 특유의 강렬한 쓴맛은 맥아를 볶는 도중 우연히 깜빡 졸아서 살짝 태운 맥아로부터 탄생하였다는 믿기 힘든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또한 맥주의 향긋함을 담당하는 덩굴 식물 홉의 양이 일반 맥주의 두 배 수준이고 항상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250년 넘게 동일한 효모를 사용한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소량의 효모를 금고에 보관하고 단 두 명만이 그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부드러운 거품은 맥주 맛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거품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맛은 동일하더라도 거품이 빠진 맥주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네스는 거품부터 다른 맥주들과 차별화된다. 이산화탄소 비율이 높은 일반 맥주들과 달리, 기네스는 질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7대 3으로 질소가 매우 많은데, 질소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용해도가 낮기 때문에 맥주 밖으로 쉽게 빠져나와 미세한 거품을 형성한다. 이 거품은 입자가 매우 고와 입술에 닿는 촉감이 벨벳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공기 함유량이 많을수록, 즉 작은 기포가 많을수록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것과 유사하다.
기네스 캔맥주의 비밀 ‘위젯’: 가스통과 연결된 케그(keg)에서 직접 따르는 생맥주와 달리 캔맥주에서는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 수 없어 고민하던 기네스는, 1980년대 초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여 위젯(widget)이라는 장치를 개발하였다. 위젯은 탁구공보다 작은 플라스틱 공으로 미세한 구멍이 하나 있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대기압에 노출된 맥주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낮아지면 위젯 안에 들어 있던 높은 압력의 질소가 밖으로 강하게 분출되며 거품을 일으키는 원리이다. 기네스는 1988년 위젯이 적용된 캔맥주를 출시하였으며 1991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술 진보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위젯은 2003년 영국에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지난 40년간 개발된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선정되었다. 기네스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위젯에 무려 100억 원의 연구비를 쏟아 부었는데, 현재 다른 맥주 회사가 위젯을 사용하기 위해 기네스에 내는 특허 사용료로 이미 연구비를 모두 회수하였다고 한다.
기네스 캔맥주의 거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거품 발생 장치 ‘서저(surger)’를 이용하는 것이다. 서저는 기네스 특유의 미세한 기포를 발생시키는 서지(surge) 효과를 내기 위해 고안된 장비로 초음파를 이용한다. 이제 가정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생맥주 같은 캔맥주를 즐길 수 있다.
맥주 거품의 소멸: 위젯, 서저 등을 이용하여 맥주의 생명과도 같은 거품을 만들더라도, 거품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독일 뮌헨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 물리학과 아른트 라이케 교수는 그 ‘언젠가’를 예측하기 위해서 맥주 거품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였다. 그는 또한 세 종류의 맥주, 에딩거, 버드와이저, 아우구스티너를 잔에 따른 후 초기 거품의 높이(h0)와 시간(t)에 따른 높이(h) 변화를 측정하였는데, 그 결과 맥주의 종류에 따라 거품이 줄어드는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세 맥주 모두 거품이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해 맥주마다 거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τ)가 정해져 있으며, 그 값은 맥주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h(t)=h0ㆍexp(-t/τ)
한편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수학과 연구진은 거품의 소멸 과정을 수식으로 설명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거품은 하나의 방울이 터진 후 재배열과 액체 막이 점점 얇아지는 배수, 마침내 막이 터지는 파열의 3단계를 반복한다. 연구진은 표면장력, 중력, 비압축성 조건에서 거품의 거동에 대한 운동 방정식을 세운 후,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험 결과가 거의 일치함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맥주 거품의 소멸 과정과 소멸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커피 얼룩(Coffee Stain) - 표면장력에 대하여
중남미의 강과 하천에 서식하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발이 물에 가라앉기 전에 다음 발을 내딛는 방식으로 1초에 무려 20걸음을 뛰어다닌다. 이 같은 수면 보행이 가능한 이유에는 무시무시한 속도 외에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바로 표면장력이다. 물 분자끼리 서로 뭉치려는 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표면장력은 수면 위 물체에 반발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몸통에 비해 긴 발가락과 수면 사이의 커다란 표면장력은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물 위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만일 물보다 표면장력이 작은 기름이나 알코올 위라면 반발력 역시 작기 때문에 달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면 평상시 물 위에 떠서 유유히 살아가는 소금쟁이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처럼 열심히 뛰지 않아도 된다. 몸무게가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발끝의 기름에 젖은 털이 물을 흡수하지 않고 밀어내어 표면장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표면장력의 크기는 액체의 종류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따뜻한 물보다 차가운 물의 표면장력이 더 크다. 표면장력은 온도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액체는 기화하면서 열을 흡수하므로 온도가 낮아진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표면장력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유동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나 와인이 증발할 때 표면장력의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커피 얼룩 효과: 책상 위에 떨어뜨린 커피 한 방울. 다음 날 커피 얼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얼룩이 균일하지 않고 중심은 상대적으로 연한 색이며 바깥 테두리는 진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방울은 습도가 낮은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난다. 증발로 인해 물이 사라지면 겉보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물방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흐름이 발생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커피 알갱이들 역시 그 유동을 따라 이동한다. 가장자리에서 물은 계속 증발하고 커피 알갱이들만 쌓이는데, 이것이 커피 얼룩에서 바깥 테두리 색이 더 진한 이유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커피 얼룩 효과 또는 커피 고리 효과라 한다.
커피 얼룩 효과가 일어나는 과정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입자영상유속계(PIV)가 사용된다. 입자영상유속계는 미세한 형광 입자가 섞인 유체 흐름을 연속적으로 촬영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장치로 물방울 내부에서 일어나는 유동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한 사진의 영상 처리를 통해 유동의 전체적인 속도 분포를 나타낸 속도장도 계산할 수 있다. 이 단순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1865년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톰슨이 처음 이 현상을 발견하였고,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마랑고니가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그리하여 물방울이 증발처럼 표면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한 흐름을 마랑고니 유동이라 한다. 이후 미국 물리학자 조사이어 깁스가 이론을 완성하였다.
그렇다면 커피 얼룩 효과는 어떤 환경에서 뚜렷이 나타날까? 물방울의 증발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가장자리가 고정된 상태에서 물방울 모양이 점점 납작해지는 일정 접촉 반경 단계이다. 두 번째는 모양은 동일하게 유지하며 가장자리만 안쪽으로 이동하는 일정 접촉각 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선 두 단계가 합쳐진, 모양도 납작해지고 가장자리도 안쪽으로 줄어드는 수축 단계이다.
그런데 커피 알갱이는 첫 번째 일정 접촉면적 단계에서 바깥 테두리에 많이 쌓인다. 따라서 일정 접촉각 단계가 주로 일어나는 소수성 표면보다는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나는, 즉 일정 접촉면적 단계가 지배적인 친수성 표면에서 커피 얼룩 효과가 확연하다. 반대로 커피 얼룩의 테두리가 연할수록 표면이 소수성에 가깝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로 인해 물방울에서도 얼룩이 생긴다. 예로 유리잔을 물로 깨끗이 씻더라도 천천히 자연 건조하면 물방울 바깥쪽에 희미한 얼룩이 남는다. 따라서 완벽히 투명한 유리잔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물로 세척한 후 곧바로 리넨 같은 헝겊으로 물기를 완전히 닦아 증발로 인한 얼룩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와인의 눈물: 와인이 증발할 때도 표면장력에 의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와인은 맛뿐만이 아니라 여러 감각을 이용하여 즐기는 술이다. 먼저 와인의 색을 바라보고 향을 맡은 후 천천히 맛을 음미한다. 향을 맡기 전에는 증발이 잘 일어나 향이 풍부해지도록 잔을 가볍게 2~3바퀴 돌려 와인을 잔 벽면에 넓고 얇게 펼치는데, 이를 스월링(swirling)이라 한다. 스월링 후 잔을 유심히 살펴보면 와인이 꿈틀대며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인의 성분 중 알코올이 물보다 빨리 증발하고 나면, 잔 벽에 얇게 펼쳐진 물이 표면장력으로 인해 뭉쳐지고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하여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과 비슷하여 이를 와인의 눈물(tears of wine), 또는 와인의 다리(legs of wine)라 부른다. ‘커피 얼룩 효과’와 마찬가지로 마랑고니 유동에 의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