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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요?

이상기 지음 | 자음과모음



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나요?



이상기 지음

자음과모음 / 2016년 12월 / 239쪽 / 13,000원





신의 탄생, 신들의 가계도 : 신들은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크로노스: 시간을 상징하는 신 크로노스가 어머니 가이아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우라노스를 밀어내고 올림포스의 최고신이 됩니다. 이때부터 하늘의 시대는 물러가고 시간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됩니다. 지금도 세상의 모든 만물은 시간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태어난 것은 어느 것이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늙고 낡아가다가 결국은 사라지기 마련이거든요. 아니, 태어난 것만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막내로 태어나 아버지인 하늘을 대신해서 세상을 다스리게 된 크로노스는 아버지처럼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 조심합니다. 그래서 그는 아내 레아가 자식을 낳자마자 재빨리 삼켜버립니다. 그래서 레아는 남편 크로노스가 점점 미워집니다. 아무리 고생을 해서 자식을 낳아도 아이 우는 소리 한 번 들을 수 없을 만큼 아무런 보람이 없기 때문이죠. 레아는 밤낮없이 고민하더니 마침내 한 가지 대책을 찾아냅니다. 레아가 또다시 아이를 낳자 크로노스가 나타나 아이를 요구합니다.

레아는 무언가를 싼 포대기를 그에게 내어놓습니다. 크로노스가 “이게 뭐요?” 라고 묻자, 레아가 “대지의 속살이자 뼈”라고 답합니다. 크로노스는 아내의 말을 코웃음으로 무시해버리고는 마음이 급한 탓에 포대기 속을 살펴보지도 않고 재빨리 삼켜버립니다. 크로노스가 사라지자 레아는 아이를 빼돌려 깊은 산속에서 기르게 합니다. 레아가 남편에게 내어준 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만한 돌덩이였거든요. 크로노스가 방심한 탓에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는데, 이 아이의 이름은 ‘빛’을 상징하는 제우스입니다.

제우스, 돌아오다: 어느 날, 청년으로 성장한 제우스가 크로노스의 궁전에 나타납니다. 레아는 이 아이의 신분을 단번에 알아보지만, 크로노스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합니다. 제우스는 어머니 레아의 도움으로 크로노스에게 신들이 마시는 술 넥타르와 음식 암브로시아로 시중드는 일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음식에 토하는 약제를 첨가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크로노스도 지금까지 그가 삼켰던 것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가 맨 처음 토해낸 것은 강보에 싸인 돌덩이였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크로노스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죠. 크로노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삼킨 아이들을 그 반대 순서로 토해내고 맙니다. 그래서 하데스는 크로노스의 장남이면서도 가장 늦게 태어난 막내가 되고, 제우스는 막내이지만 가장 큰형, 장남이 되어 가장 노릇을 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막내로 태어나 아버지 우라노스를 쫓아냈던 크로노스도 마침내 자신의 막내아들인 제우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마는군요.

크로노스의 첫째였지만 막내가 된 아들이 하데스라고 했죠? ‘보이지 않는 자’라는 뜻인 하데스는 그 이름에 걸맞게도 저승에 보이지 않는 왕국을 아주 큼지막하게 건설해놓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혹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면, 이는 그가 이승에서 하데스의 나라인 저승으로 주소를 옮겼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성질 사나운 포세이돈도 크로노스의 아들입니다. 포세이돈은 ‘바다’라는 뜻이니 혹 성질이 난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마구 휘두를 때는 함부로 바다에 나가지 마세요. 부엌과 화로의 신인 헤스티아는 크로노스의 맏딸입니다. 또 대지와 곡식의 신인 데메테르도 그의 딸입니다. 이 데메테르의 딸이 바로 하데스의 아내가 되는 페르세포네인 건 다 아시죠? 한편 제우스의 아내가 되는 헤라는 신성한 결혼을 주관하는 일을 맡은 신입니다. 헤라는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속도 어지간히 끓이죠. 난데없이 구름이라도 끼면 헤라는 혹시 남편이 무슨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의심을 하곤 하거든요. 목성에는 늘 두꺼운 구름이 끼어 있다던데 이것도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느라 일부러 피워놓은 건 아닐까요?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주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신들은 점차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제우스가 너무 바람을 많이 피운 탓도 있을 테지만(신화에서 제우스는 바람둥이의 원조라 할 만합니다) 숫자가 많아지면서 삶의 터전인 올림포스가 턱없이 좁다고 신들이 생각했기 때문이죠. 또 그만큼 신이 관여할 분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분야가 자꾸만 늘어난 탓일 겁니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최고 신, 우두머리가 되면서 세상에는 다시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 구도부터 바꾸어야겠죠? 제우스의 생각도 그랬답니다. 제우스의 형제자매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치의 여신인 테미스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우선 해와 달을 관장하는 신부터 바뀝니다.

제우스의 아들딸도 신이 되다: 레토는 제우스의 자식을 잉태했으나 그 대가로 헤라에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 중 아폴론은 태양의 신입니다. 음악, 의술, 사냥 등도 아폴론이 주관합니다. 아폴론의 쌍둥이 여동생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입니다. 제우스가 그나마 사랑한 아들은 전령신 헤르메스입니다. 헤르메스는 전령신답게 날개 달린 가죽신을 신고 뱀이 감고 오르는 지팡이를 든 채 천상에서 지옥까지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신입니다.

한편 시간만 나면 이것이 옳으니 저것이 옳으니 하면서 시시콜콜 시비를 걸고 따지는 메티스를 제우스가 삼켜버린 적이 있습니다. 듣기 싫은 잔소리도 피할 겸 지혜가 있는 여신을 삼켰으니 그 지혜까지 자신이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메티스를 삼키고부터 제우스는 두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도저히 그 고통을 참지 못하게 되자, 그가 아들을 부르는데 이때 불려온 아들이 바로 헤르메스였습니다. 헤르메스는 상황을 짐작하고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날카로운 정으로 제우스의 머리뼈를 조금 깨서 두통의 근원을 치료하려 합니다.

그러자 제우스의 머리에서 한 여신이 무장을 한 채 튀어나오는데 그녀가 바로 아버지와도 가끔 대립을 하는 아테나 여신입니다. 아테나도 전쟁과 사냥을 좋아합니다. 때로는 자기가 꽤 예쁘다고 착각도 하는 여신이죠. 전쟁터를 누비는 군신 아레스도 제우스의 아들입니다. 그가 로마 신화로 건너가면 마르스로 개명을 하게 되는데, 마르스는 태양을 도는 행성 화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죠.

제우스, 신들의 나라를 세우다: 이렇게 제우스를 중심으로 하데스, 포세이돈, 헤라, 데메테르, 헤스티아 등 형제자매와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레스, 헤파이스토스, 아테나, 헤르메스 등 6명의 자식들을 그리스 신화에서는 12주신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들 12신 외에도 이들을 모시는 버금 신, 버금 신을 모시는 딸림 신과 요정, 반인반수의 괴물들,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신들이 제우스의 나라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죠. 다만 12명의 주신들도 다 위상이 튼튼한 것만도 아니라서 가끔은 으뜸 신에 들기도 하도 밀려나기도 하는 신도 있습니다. 바로 부엌의 신인 헤스티아가 그런 처지의 신이죠.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자주 푸대접을 받는 신입니다. 사람이 사랑에 눈이 멀면 잠시 가정을 잊기도 하는 것처럼 사랑과 미의 신 아프로디테가 12신에 끼면 헤스티아는 졸지에 설 곳이 없게 되거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술과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헤스티아는 또다시 자신의 자리를 잃고 어두운 부엌으로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헤스티아는 참 인내심도 많은 신이군요.

신들이 올림포스와 지상의 인간세계를 들락거리면서 어느새 그들의 눈높이도 인간과 같아집니다. 그들도 인간처럼 분노하고 시기하고 사랑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죠. 그들의 괴로움과 한탄, 번민도 이 시대의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혹시, 나는 아니라고, 그런 잔꾀에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자부하시는 분들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할 겁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 너무 많고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길다고 불평할 청소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들의 가치관이나 상상력의 크기를 재보려면 그들의 길로 따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자주 넘어지고 쓰러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 넘어질 것을 염려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신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씩 이름을 기억하다 보면 그 이름들이 낯설기는커녕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하나씩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족하다는 것은 도전의 원동력 :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나간 페르세우스



아크리시오스, 신탁을 묻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두렵습니다. 딸만 둔 탓에 ‘혹시 나도 아들을 낳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신탁을 물으러 보냈는데, 그 신탁의 내용이 물어보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되었거든요. “아크리시오스는 아들을 두지 못한다. 그보다 딸을 조심해라. 만약 그대의 딸이 아들을 낳으면 그대는 외손자에게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이랬으니 이건 뭐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떼기는커녕 한 개 더 붙인 꼴입니다.

아크리시오스는 결국 딸인 다나에가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하면 될 것 아니냐며 청동으로 탑을 만들어 딸을 그 안에 가두어 버립니다. 그런데 물샐틈없다고, 그만큼 완벽하다고 해서 늘 결과까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 제우스가 청동 탑을 내려다봅니다. 그런데 그 안에 갇혀 한숨을 쉬고 있는 다나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마구 뜁니다.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해 그녀와 사랑을 나눕니다.

한편 탑에서 나온 적도 없는 다나에의 배가 불러오자 아크리시오스는 기가 막힙니다. 아크리시오스가 딸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아이 아버지가 누구냐?” “아이 아버지는 제우스신이십니다.”라고 딸이 대답합니다. 이윽고 딸이 사내아이를 낳자 아크리시오스는 더 이상 외손자의 손에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딸과 외손자인 페르세우스를 상자에 넣어 바다에 띄워버립니다.

그러나 이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가 진짜 제우스의 자식이라면 최고의 신이 자기 자식을 그렇게 죽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테니까요. 바다에 버려진 상자는 세리포스 섬에 무사히 표착합니다. 세리포스 섬의 왕 폴리덱테스가 이들을 보호해주죠. 다나에의 미모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가 자라 청년이 되자 이제는 그가 방해물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때마침 잔치가 벌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뜨거운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페르세우스는 남들이 자신을 추어주자 우쭐해서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떱니다. “까짓것, 제우스신의 아들인 내가 메두사의 목인들 못 가져오겠어?” 얼씨구! 속으로 신이 난 폴리덱테스가 페르세우스에게 과제를 내립니다. “그대가 정말로 제우스신의 아들이라면, 자네 말대로 어디 메두사의 목을 가져와보게.”

페르세우스, 메두사의 목을 베다: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 메두사가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게 뭐 어때서?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죠. 하지만 그 장소가 아테나 신전이었다는 것은 문제가 되고도 남습니다.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앙숙이라는 건 잘 아시죠? 그러니 아테나가 더 발끈했겠죠. “이것들이 감히 신성한 내 신전을 더럽혀?” 포세이돈은 얼굴 한 번 붉히고 빠져나가면 그만이겠지만 메두사까지 무사할 리가 없습니다. 아테나의 벌로 메두사의 머리카락은 모두 뱀으로 변했고, 무서운 이빨에 쇳소리까지 내는 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무섭게 변했던지 이때부터 메두사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누구나 돌이 되고 말았다죠.

한편 아버지가 제우스신이라고 해도 페르세우스는 인간입니다. 그가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제우스의 지시를 받은 아테나와 헤르메스가 걷어붙이고 페르세우스를 도와줍니다. 곧 하늘은 나는 가죽신, 몸을 숨길 수 있는 마법 모자, 그리고 베어지지 않는 것이 없는 칼 하르페, 방패가 그가 얻은 무기들입니다. 페르세우스도 직접 메두사를 보았다가는 돌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그는 아테나 여신에게 빌린 아이기스 방패를 반짝반짝 닦아 메두사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단번에 그녀의 목을 치고 재빨리 그 머리를 자루에 넣고는 냉큼 자리를 떠납니다.

한편 메두사를 처치하고 돌아오던 페르세우스는 바위에 묶인 여인 안드로메다를 발견합니다. 안드로메다는 에디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와 왕비 카시오페이아의 딸인데, 카시오페이아가 입을 잘못 놀린 것이 화를 불러 바위에 묶인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페르세우스가 말합니다. “제가 딸을 구해드릴 테니 따님이 저와 결혼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안드로메다가 왕의 동생, 그러니까 삼촌 피네우스와 약혼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약혼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것이므로, 케페우스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은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안드로메다를 구해냅니다.

약속한 대로 궁전에서는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결혼식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피네우스가 쳐들어옵니다. “안드로메다는 내 약혼자다. 내 약혼자가 나를 두고 누구와 결혼식을 한다는 말인가?” 남 주게 된 것이 배 아픈 피네우스가 억지를 부립니다. 결혼식장이 전쟁터가 되자 페르세우스가 소리칩니다. “이 결혼에 찬성하는 분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으시오. 그러나 이 결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라.” 피네우스가 고개를 든 순간 그는 그 자리에서 돌이 되고 맙니다. 페르세우스가 자루에서 메두사의 목을 꺼내 그들에게 보였으니까요.

이후 페르세우스는 아내와 행복하게 지냅니다. 아들 페르세스도 태어나죠. 한동안 행복에 잠겨 있던 그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슬그머니 어머니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아내에게 말합니다. “어머니가 계신 세리포스로 갑시다.” 페르세우스가 세리포스로 돌아오지만 폴리덱테스 왕은 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페르세우스가 자루를 쳐듭니다.



다나에는 폴리덱테스의 박해를 피해 제단으로 피신해 있으니 다행입니다. 상자에 실린 채 세리포스에 떠밀려 온 다나에 모자를 처음 발견하여 도움을 주었던, 왕의 동생인 어부 딕티스의 도움으로 어머니가 지금까지 무사하다니 형에게는 복수를, 아우에게는 보상을 해야겠군요. 페르세우스가 소리칩니다. “내 말을 믿지 않는 자는 이 메두사의 머리를 보라.”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돌로 변하고 맙니다. 폴리덱테스도 돌이 되었죠. 비록 죽었어도 메두사의 위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군요. 페르세우스는 딕티스를 세리포스의 왕으로 세워 그동안 어머니를 보살펴준 은혜를 갚습니다.

한편 아테나 여신이 보고 있으려니 페르세우스가 하는 짓이 좀 위험해 보입니다. 아테나 여신은 이제 무기를 돌려받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날개가 달린 가죽신과 마법 모자, 금강검 하르페는 헤르메스에게로 보내게 하고, 번쩍번쩍 빛나는 방패는 자신이 돌려받습니다. 그리고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신의 방패에 붙입니다. 그런데 이 방패 아이기스는 지금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나라의 모든 전투력보다 더 막강한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군함을 이지스라고 하는데, 이지스는 바로 아테나 여신의 방패인 아이기스에서 나온 말이니까요.

신탁을 완성하다: 페르세우스가 어머니 다나에를 모시고 안드로메다와 아르고스로 돌아왔지만, 이미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외손자 페르세우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신탁을 피하고자 재빨리 테살리아로 피신했거든요. 마침 테살라의 라리사에서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페르세우스도 자청해서 원반던지기에 참가합니다. 마침 아크리시오스가 관중석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페르세우스가 힘차게 원반을 던집니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들어간 걸까요? 그가 힘껏 던진 원반이 엉뚱하게도 관중석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공교롭게 원반은 아크리시오스의 이마를 정확히 맞추고 맙니다. 아크리시오스는 이렇게 신탁의 희생자가 되어 그토록 피하고 싶던 신탁을 완성하고 마는군요. 페르세우스도 이 사실을 알고 통곡합니다. 아르고스로 돌아왔지만 페르세우스는 이곳에 정이 들지 않습니다. 마침내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 땅을 티린스와 물물교환(?)해서 티린스의 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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