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독서 전략
권영식 지음 | 글라이더
다산의 독서 전략
권영식 지음
글라이더 / 2016년 11월 / 267쪽 / 14,800원
다산의 독서를 말하다
자신을 지키는 독서: 다산은 어떤 환경에서도 책을 펼쳐서 본분을 지키려 했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박함을 책을 통해 멀리하고, 대신 우직하고 깊은 마음을 챙겼다. 좋은 글을 읽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지며 눈이 열린다. 그러면 봐야 할 것이 제대로 보인다.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움켜쥐고 있는 걸 내려놓고 진정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된다.
천지간에 글과 붓이 있을 뿐이다 - 다산은 두 아들을 훌륭한 선비로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교육이 한창 필요할 때 두 아들은 아버지와 멀리 떨어져 지내야만 했다. 그래서 다산은 다음과 같은 편지로 독서를 강조하며 공부에 전념하라고 당부한다.
‘나는 천지간에 의지할 곳이 없이 외롭게 서 있는지라 마음 붙여 살아갈 것으로 글과 붓이 있을 뿐이다. 문득 한 구절이나 한 편 정도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났을 때 다만 혼자서 읊조리거나 감상하다가 이윽고 생각하기를 이 세상에서는 오직 너희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다 여기는데, 너희들 생각은 독서에서 이미 멀리 떨어져 나가서 문자를 쓸데없는 물건 보듯 하는구나. 쏜살같은 세월에 몇 년이 지나면 나이 들어 신체가 장대해지고 수염만 텁수룩해질 텐데, 갑자기 얼굴을 대면한다 해도 밉상스러울 뿐 아버지의 책을 읽으려고나 하겠느냐. 너희들이 참으로 독서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 저서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내 저서가 쓸모없다면 나는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마음의 눈을 닫고 흙으로 빚은 사람처럼 될 뿐 아니라 열흘이 못 가서 병이 날 것이고, 이 병은 고칠 수 있는 약도 없을 것인즉, 너희들의 독서는 내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다. 너희들은 이런 이치를 생각해 보거라.’
독서는 나를 간직하는 일이다 - 다산은 1801년 신유박해로 장기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어느 날, 문득 큰형님의 서재 수오재(守吳齎)가 생각났다.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지만 자신과 집안을 잘 지켜낸 큰형님에 대한 고마움과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신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은 막막함에서 ‘나’라는 끈을 바로 세우길 간절히 원했다. 나를 굳게 지키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다산은 겨우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에 쪼그리고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자신을 알아줄 임금도 없고 집안의 형제들은 목숨을 잃거나 유배를 갔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참담한 일은 자기 때문에 자식들의 앞길까지 막혔다는 것이다. 다산은 독서만이 자신을 지키고 자식들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했다.
독서에도 품위가 있다 - 다산은 책 한 권 읽으면 반드시 그 책으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산은 유배 시절 둘째 아들 학유가 닭을 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아들에게 충고하고픈 내용을 적어서 보냈는데, 다산은 아들에게 양계를 해도 무작정 생업에 몰두하는 촌사람의 양계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먼저 농서를 읽고, 건강하면서도 알도 잘 낳는 닭을 기르기 위해 고민하라고 했다. 시간이 나면 닭을 주제로 시도 쓰고 닭의 모습도 그려보라고 권했다. 그러고 나서 꼭 해야 할 일에 대해 언급했는데, 양계를 하는 백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닭 기르는 법을 다룬 책 한 권을 만들라고. 다산은 이와 같은 양계가 독서하는 사람의 품위 있는 양계라고 했다.
만남을 즐기는 독서: 우리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평생 잊지 못할 말이나 글을 만나게 되는데, 일상에서의 작은 만남은 위대한 인생을 탄생시키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만남 그 자체가 인생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사람, 위대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만남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그 사람에게 영향 받지 않거나 물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만남을 통해 아름답게 물든 사람이 있다. 바로 강진 유배 시절에 다산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황상이다. 다산은 공부에 자신이 없었던 시골 소년 황상에게 학문에 정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황상은 죽을 때까지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음미하면서 책읽기와 초서에 전념했다.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저자와의 맛있는 만남 - 다산은 책 읽는 즐거움을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에서 찾고 있다. 다산의 어머니는 그가 아홉 살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의 부재가 다산에게는 책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다산은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책 속에서 훌륭한 인물도 만나고 아름다운 시와 글도 읽고 지식도 익혔다. 또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시로 기록했다. 어느 날 다산은 매형인 이승훈에게 책 한 권을 추천받았는데, 이익의 『성호사설』이었다.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다산에게 이익의 『성호사설』은 실학이라는 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학자 군주인 정조와의 만남 - 스물두 살에 좋은 성적으로 진사과에 합격한 다산은 정조와 운명적으로 만났고, 스물세 살에 정조의 80여 조목으로 작성된 『중용』의 질문에 답변을 올린 이후 임금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기론(理氣論)과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 대한 다른 관점이 주목을 끌었는데, 당시의 성균관 생도들은 대부분 퇴계 이황의 학설이 옳다고 말한 데 비해, 다산은 율곡 이이의 학설이 옳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성균관 내부에서 다산을 비판하는 의견이 빗발쳤지만, 정조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경전을 해석한 다산의 손을 들어주었다. 1792년 3월 다산은 홍문관 수찬이라는 벼슬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아들의 출세를 기뻐하던 부친이 4월에 세상을 떠나자 다산은 3년 동안 시묘를 하며 지냈는데, 그때 정조가 다산에게 화성 성곽을 설계하라는 명을 내렸다. 다산은 중국 윤경이 지은 『보약』이라는 책과 서애 유성룡이 지은 『성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지어진 조선 성곽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새로운 대안을 연구했다. 당시 다산이 가장 고민했던 부문은 커다란 돌을 옮기는 일이었는데, 정약용은 『기기도설』이라는 중국 책을 읽고 연구해서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거중기’를 고안해냈다.
가장 가깝고도 엄격했던 스승과의 만남 - 책 속 스승 이익과의 만남, 학자 군주 정조와의 만남 이전에 다산에게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 바로 부친 정재원과의 만남이다. 다산의 나이 열 살 무렵부터 부친은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집에서 아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는데, 부친은 다산이 열 살 이전에 지은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주고 『삼미집』이라 이름 붙였다.
세상을 살리는 독서: 백성을 위해 글을 읽다 - 호조좌랑으로 복직하는 부친을 따라 한양으로 이사 오면서 다산은 매형 이승훈을 만나게 되었고, 또 이승훈의 외삼촌인 이가환을 소개 받았다. 이후 다산은 실학을 접하게 되었고, 서양의 새로운 사상과 과학기술에 대한 책을 읽으며 점점 더 어려워지는 백성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다산이 실학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세상을 향한 애틋한 마음, 즉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사회를 발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백성을 위해 글을 쓰다 - 다산이 나이 서른여섯에 황해도 곡산 부사로 임명되어 고장을 돌볼 때 그 지방에 천연두가 돌았는데, 다산은 천연두로 고생하는 백성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후 다산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유명한 의학책들을 참고해서 천연두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담은 『마과회통』 12권을 편찬했다. 한편 『목민심서』는 다산이 젊은 나이에 암행어사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목격했던 백성들의 어려움, 자신이 곡산 부사로 있었을 때의 경험, 유배 생활 때 알게 된 장기와 강진 백성들의 현실을 토대로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수령의 부정을 막기 위해 쓴 책이다.
다산의 독서 전략 1 - 정독 : 발견을 위한 깊고 세밀한 책읽기
정독의 방법을 배우다
다산은 책을 읽을 때 정독을 강조했는데, 정독은 글을 읽을 때 아주 꼼꼼하게 자세히 읽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서야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고 다산은 강조했다. 다산이 강조한 정독으로 책을 읽으면 지식습득 능력과 활용 능력, 더 나아가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게 된다. 18세기 후반 대부분의 실학자들이 하던 방법으로 다산 역시 책을 읽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독서하는 데 삶의 태도를 투영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산을 대학자로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다산은 정독의 방법으로 묵독과 행간 독서를 권했다. 눈으로 읽는 묵독은 개인성이 강조된 독서 행위로, 저자의 글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며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갖도록 만든다. 행간 독서는 독자의 배경지식을 활용해 글의 뜻을 음미하게 하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이 외에도 하나의 주석에만 의존하지 말고 많은 자료를 참고해서 지식의 근본까지 파헤치며 읽는 독서를 권했다. 눈으로 읽기, 행간 읽기, 근본을 찾아 읽기 등이 다산이 활용했던 독서법이다.
다산을 따라잡는 독서 비법〈Ⅰ〉
내면을 키우는 묵상: 한 권의 책을 읽어나갈 때 모든 내용을 정독으로 읽을 수는 없다. 내용에 따라서 읽는 속도가 달라진다. 천천히 읽는 방법 중에는 묵상이 있다. 묵상은 침묵하는 가운데 깨끗하고 은혜로운 단어에 귀를 기울이거나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묵상을 라틴어로는 메디타리(meditari)라고 하는데, ‘마음에 품다, 상상하다, 음미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신중히 생각하는 것, 반복하여 중얼거리는 것, 깊이 연구하는 것’을 묵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묵상을 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평안해진다. 그리고 선한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묵상은 깊이 있는 사람을 만든다. 깊이 있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고, 깨달음이 깊은 사람이며, 깊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온몸으로 읽는 낭독: 낭독은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말한다. 책 읽는 소리에 정신이 맑아지고 몸에 있는 모든 세포들이 깨어나 힘을 얻고 글의 의미는 내면에 조용히 스며들게 된다. 그리고 낭독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평상심을 찾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이해가 잘되지 않는 내용도 크게 소리 내어 읽으면 이해가 훨씬 더 빨라지기도 한다.
반복읽기: 반복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생명을 지속시키는 힘이 있고, 둔재를 천재로 만드는 신비한 능력이 있으며, 가난한 사람에게는 신분 상승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하고, 총명한 사람을 위대한 인물로 만들기도 한다. 세종대왕은 사서오경을 100번씩 읽었다고 한다. 이런 책을 수백 번 읽으면 그 누구라 하더라도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다산의 독서 전략 2 - 질서 : 전문성을 높이는 전략적 책읽기
질서의 방법을 배우다
질서(疾書)란 책을 읽을 때 깨달은 것이 있으면 잊지 않기 위해서 빨리 메모했던 방법을 말한다. 질서는 단순히 선현의 견해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 얻음으로써 학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튼튼히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 책을 읽을 때 무작정 읽기보다는 ‘저자는 왜 이러한 표현을 썼을까’, ‘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다산은 질서의 첫 단계로 경전을 읽을 때 경문과 주설에 대해 회의를 갖고 그 의미를 생각하는 것을 상정했다. 그 다음으로 질서란 생각을 거듭한 후 자득한 내용을 빠르게 기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서에서 주목한 점은 자득을 이룰 때까지 회의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산을 따라잡는 독서 비법〈Ⅱ〉
질문하기: 책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질문하기다. 질문이 없는 책읽기는 사고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결코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질문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스스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깊이 생각해보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직접 저자를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 하나하나 종이에 적어보자.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바로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며 저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읽고 한 번 더 읽기: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내용을 다시 되돌려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서문과 추천사를 읽어보고, 자신이 책에서 새롭게 얻은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저자의 집필의도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책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 내용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핵심과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다음 목차의 전체 항목을 살펴보면서 해당 목차의 내용을 떠올려보라. 어떤 장은 핵심 내용이라 생각해서 자세히 읽은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책을 읽다가 메모했던 부분이나 포스트잇 등으로 표시해둔 부분을 다시 읽어보라. 이와 같은 정리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면서 효과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독서 흔적 남기기: 책을 읽을 때 떠다니는 생각, 금세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메모다. 책 여백을 활용해서도 메모할 수 있지만, 포스트잇 같은 것을 사용하면 구분하기도 편리할 뿐 아니라 원한다면 언제든 옮겨 붙일 수 있다. 독서노트에 바로 적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핸드폰으로도 메모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메모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자원들을 잘 활용하면 적극적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갖출 수 있다.
다산의 독서 전략 3 - 초서 : 글로벌 인재의 창조적 책읽기
초서의 방법을 배우다
초서(?書)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글이 나오면 곁에 쌓아둔 종이를 꺼내 옮겨 적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적은 쪽지들이 많이 쌓이게 되면 내용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갈래별로 분류하여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 그리고 초서를 할 때에는 반드시 먼
저 자기의 뜻을 정하고 쓸 책의 목차를 세워야만 책에서 뽑아낸 자료를 일관성 있고 빠르게 엮을 수 있다. 다산은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에 초서에 대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곤 했다. ‘고려사는 할 수 없이 빨리 되돌려 보내주어야겠다. 그 가운데서 뽑아 놓은 것의 뜻은 네 형에게 자세하게 배워라. 이번 여름 동안에는 너희 형제가 온 힘을 기울여 고적사에 초촬(抄撮, 베껴 쓴 것을 모으는 일)하는 일을 끝마치기 바란다. 초서하는 방법은 반드시 먼
저 자기의 뜻을 정해 만들 책의 규모와 목차를 세운 후에 비로소 남의 책에서 간추려내야 조리에 들어맞는 묘미가 있다. 만약 그 규모와 목차 외에도 꼭 뽑아야 할 곳이 있을 때는 별도로 책을 만들어 좋은 것이 있을 때마다 기록해 넣어야만 힘을 기울일 곳이 있게 된다. 어망을 쳐놓으면 기러기란 놈도 잡히게 마련이지 어찌 놓치겠느냐?’ 한편 다산은 제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초서를 하게하고 이를 총서로 묶게 했다. 『목민심서』를 저술할 때 다산은 23사(중국의 23가지 역사책)와 우리나라 역사기록 및 각종 문집에서 옛 목민관의 자치 사례를 뽑았다고 한다. 역사와 각종 문집의 사례뿐 아니라, 직접 듣고 본 실례까지 그때그때 초록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책에 포함시켰다고 하는데, 목민에 관한 책을 정리하겠다는 주견이 이미 서 있는 상태였으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관리의 횡포나 백성의 괴로움 하나하나까지 책의 중요한 사례가 되고 사료가 되었던 것이다.
주제 정하기: 효과적인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독자적인 의견이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도 이를 토대로 이뤄진다. 다산은 황해도 곡산의 목민관으로 지낸 적이 있는데, 백성들의 삶을 가슴으로 껴안으며 악습과 관행으로 얼룩진 곡산을 깨끗하고 살맛 나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 2년 동안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하는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다산이 초서를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적용했던 ‘주제 정하기’를 현재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키워드 정하기’ 또는 ‘콘셉트 정하기’ 정도가 될 것이다. 학문에 정진하는 중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주제나 일상에서 발견한 핵심단어가 자신만의 목소리나 의견을 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