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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리차드 코헨 지음 | 처음북스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리차드 코헨 지음

처음북스 / 2016년 11월 / 308쪽 / 16,000원



사로잡고, 초대하고, 구슬리기 : 첫 부분



첫 부분은 쓰기 어렵기로 악명 높다. 어떤 도입부가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할 수 있을까? 위대한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골프장 살인사건』을 시작한다. ‘잘 알려진 문장은 젊은 작가에게 나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심드렁한 편집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큼 강력하고 독창적인 도입부를 쓰겠노라고 다짐한 이 작가는 다음의 문장을 펜으로 썼다. 「“젠장!” 공작부인이 말했다.」 참 이상하지만 내 이야기도 비슷하게 시작된다. 말을 내뱉은 여자가 공작부인이 아니었을 뿐.’ 바로 다음 문단에 다름 아닌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고, 이야기는 술술 풀린다.

작가들은 자신이 정립하려는 목소리, 단어 범위, 구문 습관 등에 맞게 스타일을 선택해야 한다. 시작 부분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예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가볍게 욕을 뱉는 공작부인은 내가 ‘사로잡이’라고 부르는, 즉 의도적으로 첫 문장이나 첫 문단을 통해 독자를 사로잡으려고 하는 도입부다. 레너드의 1985년 작 『글리츠 살인사건』은 이렇게 시작한다. “총에 맞은 그 밤, 빈센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삼 년 후에 『프리키 디키』에서는 이렇게 썼다.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 오후 두 시, 퇴근 두 시간 전, 크리스 맨코프스키는 폭탄을 처리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좋은 첫 문장은 독자를 유혹할 뿐 아니라 작가가 캐릭터와 분위기, 설정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다. 『브라이언 록』에서 그레이엄 그린은 충분히 극적으로 시작한다. ‘헤일은 세 시간 전 브라이턴에 있기 전부터 그들이 자신을 죽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의미로, 작가는 독자들이 계속 책장을 넘기기를 원하기 마련이니 좋은 첫 문장은 전부 ‘사로잡이’라고 할 수 있다.

재발행된 『더블스타』 서문에서 공상과학 소설 작가인 로버트 하인라인은 “관심 좀 달라고 소리치는 짜증 나는 종류가 아닌, 호기심을 일으켜 다음 줄을 읽게 만드는 종류의 서술”에 대해 말한다. 이런 종류의 시작을 나는 ‘초대하는 문장’이라고 분류하며, 이는 독일 고전작품의 첫 문장에서 잘 나타난다. “세기가 바뀔 무렵, D지방에서는…….” 이런 도입부는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천천히, 친절하게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거 재밌는데, 빠져들 거리가 많을 거예요. 그러니 시간 내서 읽어보세요.’ 초대하는 첫 문장은 이야기가 여유로운 속도로 시작하기 때문에 작가가 계속 폭죽을 터트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각자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는 셈이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첫 문장은 대번에 작가의 목소리가 정립되며,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문장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유명한 도입부는 거의 손짓을 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히 구슬리는 매력이 있다. ‘정말로 듣고 싶다면 말이지만, 당신은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내 엉망진창인 유년 시절이 어땠는지, 부모님은 나를 가지기 전에 어쩌다가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등 그런 데이비드 카퍼필드 식의 헛소리를 첫 번째로 듣고 싶어 할 터이나, 당신이 진실을 원한다고 해도 나는 별로 논하고 싶지 않다. 일단 그런 건 지루하고, 또 부모님은 내가 두 분에 대한 사적인 것들을 입에 올리면 각자 대출혈을 일으키실 것이다.’ 소설의 목소리가 즉시 정립된다. 비순응주의자에다가 예상되는 것에는 도전적이며 심술궂을 대로 심술궂은 십 대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이야기의 화자에 관해 의식하게 되며) 굉장히 재미있다. 이 세 번째 범주로는 많은 예시를 들 수 있다. 첫 문장은 어떻든 간에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 카프카의 『변신』에 대해 논했던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마르케즈는 첫 문장을 지나서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가장 어려운 건 첫 문단입니다. 몇 달을 첫 문단만 붙잡고 있는데, 이게 완성되면 나머지는 아주 쉽게 나오죠. 책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대부분이 첫 문단에서 풀립니다. 주제가 정해지고, 스타일, 톤이 정해지죠. 적어도 내 경우에 첫 문단은 책의 나머지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보여주는 견본 같은 겁니다.’

원형의 폐허 : 캐릭터 창조



창조적 글쓰기는 늘 전형적 인물, 즉 예상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논한다. 여기에 주요 캐릭터인 주인공, 주요 캐릭터와 갈등을 빚는 적대자, 주요 캐릭터와 반대되는 특성을 지닌 대비적 인물이 추가된다. 그런데 이것은 유용하지만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왓슨 박사와 셜록 홈즈는 쉰여섯 편의 단편과 네 편의 소설에 나오는 동안 전혀 발전되지 않지만, 이는 초기 탐정 소설의 특징이었다. 보통 인물형상화를 소설의 핵심으로 생각들 하지만, 그것은 부분적으로만 그렇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간단한 방법은 신체를 묘사하고 생애를 요약 설명하는 것이지만, 독자에게 지나친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장황한 묘사를 피하는 작가도 있다. 그리고 어떤 작가들은 이름부터 시작한 후에, 몸 언어, 목소리, 캐릭터의 욕망과 비밀로 넘어간다. 토마스 하디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창작물의 이름인데, 그의 여주인공은 이름이 러브 우드로에서 시스 우드로, 수 트러블웰이 되었다가, 테스 우드로, 로즈마리 트러블필드로 바뀌었고, 그러다 결국 테스 더버빌(더버빌가의 테스)로 정해졌다.

작가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를 (화자나 다른 캐릭터를 통해, 아니면 해당 캐릭터를 통해 직접) 독자에게 말해줄 수도 있고, 캐릭터의 생각이나 행동, 말을 통해 재량껏 추론하게끔 할 수도 있다. 출판인이자 소설가인 솔 스타인은 저서 『글쓰기의 스타인』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날씬한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늘 옆으로 선다.” 라고 묘사했다. 이 묘사는 독자에게 캐릭터의 태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가 말랐다는 사실도 알려주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한편 『포트노이의 불평』 출간 후에 필립 로스는 자신이 신경쇠약을 앓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예술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허구의 분신인 네이선 주커만을 『만일의 삶』에 내세워, 사람들이 “인격화를 고백으로 착각한 나머지 책 안에 살고 있는 캐릭터에게 큰소리를 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14년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를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캐릭터가 하는 말과 생각이 작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라고. 작가의 생각은 ‘캐릭터를 위해 만들어낸 곤경, 캐릭터 배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총체가 미칠 확실한 영향, 즉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세부요소에서 실현되는 그들의 운명과 그들의 실재성, 그들의 존재’에 머물러 있다. 한마디로, 그게 바로 캐릭터 만들기의 모든 것이다.

이것의 기법 : 시점



일인칭 시점은 진정성과 더 큰 강도를 이야기에 부여한다. 우리가 단일 시점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오직 그 사람만의 의견과 생각과 느낌을 직접 전달받는다면, 작가는 그 캐릭터가 경험하고 이해하는 바를 제한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우리의 반응까지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야기 내내 한 사람이 사건을 말할 필요는 없다. 일인칭 서술은 단일서술, 복수서술, 복합서술(여러 사람이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 앨런의 소설이 이에 해당한다)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에 어려움이 있다면 일인칭 목소리는 사건을 구술하는 것처럼 다 똑같이 들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인데, 독자는 캐릭터들이 사건을 다르게 볼 뿐 아니라 다르게 ‘들리도록’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일인칭 서술은 카뮈의 『전략』이나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볼 수 있는 극적독백이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볼 수 있는 내적독백을 비롯해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일인칭 화자는 주요 캐릭터를 긴밀히 관찰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처럼,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는 초고를 완성한 피츠제럴드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행위자라기보다는 구경꾼에 가까운 화자를 고르다니, 이야기하는 방법을 제대로 골랐네. 이 방법은 독자를 캐릭터가 서 있는 곳보다 더 높은 차원의 관찰 시점으로 올려놓고 그 거리는 원근감을 부여하지. 어떤 다른 방법으로도 자네의 아이러니가 그렇게 막대한 효과를 내지는 못할 걸세.’

화자는 (참여적이든 아니든) 이야기 안에서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건을 알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인칭 서술은 탐정소설에 종종 사용되는데, 이때 독자와 화자는 동시에 사건을 알아나간다. 그런 이야기에서 한 가지 전통적인 방법은 주인공 탐정의 주요 조력자를 화자로 쓰는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왓슨 박사와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 중 아홉 사건에 등장하는 대영제국훈장 수훈자 아서 헤이스팅스 대위가 이런 역할을 한다. 조력자가 주인공 탐정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홈즈와 푸아로는 우리를 앞설 수 있는 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앞서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인칭, 삼인칭, 서로 다른 여러 목소리 중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는 소설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기술적 문제다. 경험이 부족한 소설가만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헤밍웨이는 저명한 비평가 에드먼드 윌슨의 비평에 시달려야만 했다. 여정은 어느 쪽으로든 이루어질 수 있다. E. L. 닥터로는 줄리어스, 에델 로젠버그 부부가 1953년 러시아 스파이라는 혐의를 받아 처형당한 사건에 영감을 얻어, 1971년 작 소설 『다니엘서』를 3인칭으로 썼지만, 결과는 생기 부족이었다. 그러자 그는 부부의 아들이 성인이 되어 사건을 회고하는 시점으로 소설을 고쳐 썼다.

삼인칭 서술에도 다른 형태가 있다. 오직 한 캐릭터의 생각과 기분을 전달받는 ‘제한된 전지적 시점’이 있고, 덧붙일 무언가까지 모두의 생각과 기분을 비롯해 심지어 (복잡한 특징이지만) 어떤 캐릭터도 알지 못하는 화자의 머릿속 정보까지, 즉 이야기의 모든 것을 전달받는 ‘전지적 시점’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그래서 불확실하기까지 한 시점은 놀라운 갈래를 낳는다. 자유간접화법이라고 불리게 된 이것은, 삼인칭 시점이 그러하듯 확실하게 화자가 간단명료한 사실을 말하는 듯하지만 실은 더 복잡한 무언가가 시도되며 삼인칭의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와 섞이는 시점을 말한다.

오스틴, 괴테, 플로베르는 이 시점을 초기에 사용한 작가들이다. 비평가 마이클 우드는 『맨스필드 파크』의 예시를 들었다. ‘삼십 년 전쯤, 마이라 워드 양, 헌팅턴에 살고 가진 돈이 칠천 파운드뿐인 그녀는 운이 좋게도 노샘프턴 지역에 있는 맨스필드 공원의 토마스 버트럼 경을 사로잡았다.’ 이 글은 중립적인 삼인칭으로 보이지만, “‘뿐인’ ‘운이 좋게도’ ‘사로잡았다’라는 표현이 이웃의 수다에서 나와 기어들어온 것처럼 보이며, ‘사로잡았다’는 말이 ‘결혼’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면 운이 좋은 것과는 살짝 상충된다”고 우드는 기록했다. 다른 목소리들이 들리는 것이다. 이야기 속 사회가 화자의 언어를 침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일인칭 시점이 간섭받으면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작가가 최대한 많은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는 다른 방법도 있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는 매우 다른 세 형제와 그들의 창조자인 소설가에게 상황이 어떻게 보이는지 뿐 아니라, 그들이 서로 다른 네 개의 서술(과 이야기 다시 말하기)로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인지장애가 있는 서른세 살 벤자민 ‘벤지’ 콤슨의 제멋대로인 불평, 쿠엔틴의 의식의 흐름, 제이슨의 더 논리정연한 서술, 마지막 딜지 부분에 나오는 화자의 ‘객관적’ 시점까지.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점은 혼돈이 덜하다. 독자를 ‘너’라고 칭하는 시점이다. 편지글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이 형태는, 초기 서간문 형태 소설인 새뮤얼 리처드슨의 『파멜라, 정숙의 보수』와 『클라리사 할로』에서 볼 수 있다. 편지는 진행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다는 장점이 있다. 18세기에 서간문 형식의 소설은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초고는 편지 형식이었으나, 개정판을 보면 그 후 서간문 형식 소설이 쇠퇴할 것을 점칠 수 있다. 전화가 유행하면서 이 형식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누가 이야기를 할지 정하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는 일찍이 언급했던 더 큰 문제인 존 디디온이 ‘서술의 거리두기’라고 일컬었던 것의 일부일 뿐이다. 살짝 으스스한 이 단어는 독자와 이야기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과 관계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캐릭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객관성이 만들어지는 반면, 가까운 거리는 공감과 동일시를 만든다. 우리는 영화에서 와이드앵글이나 클로즈업샷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같은 개념이 많은 변형을 거쳐 글에도 적용된다.

비밀문 : 아이러니의 힘



아이러니는 무언가의 추정적 의미와 실제 의미 사이의 긴장관계다. 농담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사이라고도 할 수 있다. 헨리 파울러는 언어에 관한 저서 『순수영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러니에 대한 정의가 수백 개에 달하지만 그중 인정받는 것은 몇 안 되는데,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의 표면 의미와 밑에 깔린 의미가 같지 않다는 뜻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위키피디아를 참고하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표절투성이에 피상적이고 성의 없고 멍청하기까지. 하지만 아이러니에 대한 설명은 도움이 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이러니의 본질적 특징은 행동 또는 표현과 그것이 일어나는 맥락 사이의 모순을 간접적으로, 종종 절제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더 나아가 아이러니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① 언어적 아이러니(나는 구어적 아이러니라고 부르기를 선호한다) - 화자가 말하는 바와 의도하는 바가 다른 경우, ② 극적 아이러니 - 말과 행동의 의미를 청자는 이해하지만 화자나 캐릭터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③ 상황적 아이러니 - 행동의 결과가 바라던 또는 기대하던 것과 상반되는 경우, ④ 우주적 아이러니 - 인간의 바람과 실제로 세상이 제공하는 것이 불일치하는 경우, 신들이 변덕을 부린 것이다.

아이러니는 작가들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내 기준에서 최고의 대답은 놀라운 출처에서 나왔다. 쇠렌 키르케고르는 19세기 전반기의 덴마크 종교 철학자인데, 대학에서 아이러니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영감을 얻은 그는 그 후 십 년 동안 박사과정을 밟으며 아이러니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에게 아이러니는 문학적 비유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전반적인 방식을 구성하는 것이며,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예술작품에 존재한다. 아이러니는 말이나 캐릭터, 상황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관점의 문제다. “아이러니의 핵심은 생각을 또렷이 말하는 게 아니라, 한 손으로 줬다가 다른 손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무심코 제한함으로써 생각을 개인의 소유로 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아이러니의 개념, 소크라테스에 대한 거듭된 언급」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논문에는 소크라테스가 거듭 언급된다. 소크라테스는 무지하여 배우는 입장인 체하며 다른 이들을 가르칠 방법을 찾았다. “소크라테스에게 외부와 내부는 반대되기 때문에 조화로운 합일을 형성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굴절된 각도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아이러니의 여러 가지 정의를 보면 아이러니가 반대의 것을 가지고 논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항상 그렇지는 않다. 책은 가치 있는 것을 말하지만 그 이상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아이러니는 부사를 싫어한다). 빈 부분을 독자가 채워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행간을 읽어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우리를 칭찬해 주기도 한다. 헨리 제임스의 말 그대로, 좋은 독자라면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와 독자의 관계는 복잡한 것이다.

그러면 작가로서 ‘가장 생기 있고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몇 년 동안《뉴욕타임스 북 리뷰》는 뒷표지 안쪽에 단편 에세이를 실었는데, 2001년에는 미국 소설가 롯가나 로빈슨이 요즘 소설에는 감정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하는 에세이를 실었다. 그녀는 우리가 프로이트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나머지 감정을 의식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리처드 포드, 코맥 매카시, 마틴 에이미스 같은 작가들은 그녀의 말대로라면 “감정 스펙트럼의 차가운 쪽을 선호하며 소외와 아이러니를 선택한다.” 그 결과, “우리는 사납게 요동하는 감정의 지형을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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