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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뇌입니다

캐서린 러브데이 지음 | 행성B이오스



나는 뇌입니다



캐서린 러브데이 지음

행성B이오스 / 2016년 11월 / 331쪽 / 17,000원



우리는 우리의 뇌를 이해하고 싶다



뇌의 밑면 중앙 부위, 뇌가 척수와 만나는 지점에 뇌줄기가 있는데, 이곳은 뇌를 들락거리는 모든 정보의 중계국이면서, 심장 박동, 호흡, 삼키기, 기침, 재채기 등 수많은 생체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뇌줄기 바로 위쪽에는 시상과 시상하부가 있다. 시상은 각각의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중계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멀티미디어 믹싱 콘솔’로 묘사될 때도 있는데, 시상은 통증과 온도의 해석에도 관여하고, 기억과 감정에서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상 바로 아래 있는 시상하부는 산소, 포도당, 체온, 몸의 수분 함량 등을 적절한 균형 상태로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또 우리 몸의 모든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하수체도 통제한다.

뇌의 뒤쪽에 브로콜리 모양의 구조물이 바로 소뇌다. 우리의 모든 운동 학습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뇌 영역이 바로 여기다. 또 소뇌는 우리가 균형과 자세를 유지하게 돕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을 유지하는 능력과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나머지는 대뇌인데, 대뇌 가운데 쪽으로는 둘레계통과 바닥핵이 있다. 우리의 감정, 쾌락과 통증의 느낌, 기억 형성 등은 모두 둘레계통이 상당 부분 주도하고 있다. 바닥핵은 다른 여러 구조물들과 강력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고, 운동과 생각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뇌겉질은 뇌의 바깥층으로 두께는 2~4㎜ 정도이고 표면적을 늘이기 위해 접혀져 있다. 이 영역은 네 종류의 서로 다른 엽으로 나뉜다. 바로 이마엽, 마루엽, 측두엽, 뒤통수엽이다. 대뇌겉질은 뇌에서 지성과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대뇌겉질은 우리의 감각, 지각, 기억, 생각, 행동의 상당 부분을 운영한다. 특히 이마엽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우리의 행동을 조절하고, 계획하고, 정신적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엽은 우리의 지성이 머무는 자리이자 개성이 자리 잡고 있는 위치로 종종 묘사되고 있다.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뉴런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할까?: 뇌는 주로 뉴런과 신경세포라는 두 가지 유형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뉴런은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세포인데, 이는 뉴런이 가진 몇 가지 중요한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선 뉴런에는 세포체가 있는데, 세포체는 모든 유전정보와 에너지를 보관, 저장한다. 그리고 세포체에는 가지처럼 뻗어 나온 수상돌기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수신기로 작용해서 주변의 다른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덧붙여 축색돌기라는 아주 긴 가지가 하나 있는데, 축색돌기는 신호를 다른 뉴런이나 다른 신체부위로 전달할 때 이용하는 통로다. 한편 뉴런은 담당하는 일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감각뉴런은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이 세포들은 촉각에서 후각, 통각, 산소 농도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을 감지한다. 그리고 운동 뉴런은 뇌에서 근육과 분비샘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그리고 또 아주 많은 사이뉴런이 존재하는데, 이 뉴런은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을 통제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뇌세포는 서로 어떻게 소통할까?: 지금 이 종이 위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읽고 해석하는 데만 해도 수십만 개 뉴런의 정교하게 조정된 협동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해하려면 뉴런들의 소통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전선이 어떤 식으로든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의 전기회로와 달리 뇌 속의 뉴런들은 서로 직접 닿아 있는 경우가 없다. 대신 각각의 신경 접합 부위에는 시냅스라는 작은 틈새가 존재하며, 이 틈새를 가로질러 신호가 전달된다. 어떤 시냅스는 아주 작아 틈이 3.5㎚(나노미터)에 불과한데, 이 정도면 신경충동이 사실상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직접 뛰어넘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적 시냅스라고 하는 이런 유형의 시냅스는 인간 성인의 뇌에서는 무척 드물고, 대다수의 뉴런은 화학적 시냅스를 통해 소통한다.

화학적 시냅스는 조금 더 크고(20~40㎚ 정도) 이 경우에는 신경신호가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특수한 화학적 메신저를 통해 중계된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의 종말단추 앞쪽에 들어있는 소포라는 작은 막의 주머니에 저장되며, 신호, 즉 신경충동이 이 접점에 도달하면 액체로 채워진 시냅스 안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그럼 이 신경전달물질 분자들은 시냅스를 가로질러 흘러들어가 그다음 뉴런과 만나 수용체라고 하는 특별한 단백질과 결합하는데, 일단 이렇게 결합이 이루어지고 나면 A 뉴런(시냅스전뉴런)에서 온 메시지가 B 뉴런(시냅스후뉴런)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것이다. 뇌 속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뉴런에서 시냅스 하나의 입력은 수천 개의 입력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냅스후뉴런은 자기에게 쏟아지는 정보를 끊임없이 모두 계산해서 자기도 흥분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뉴런의 흥분 역시 소통의 사슬에서 그다음에 놓여 있는 뉴런에게는 수천 개의 입력 중 하나에 불과한 존재가 된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생각하면, 이 시스템이 막힘없이 정확히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억은 뇌에 어떻게 남는 것일까?



기억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기억은 조각나 있는 장면, 소리, 냄새, 생각, 느낌들을 밀착된 순간들로 짜깁기한 누더기다. 이런 순간들이 한데 모여 개별 사건들의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 기억이 다른 각각의 기억들과 함께 우리의 지각에 표상되어 우리에게 일관성과 연속성을 부여해준다. 우리는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이라는 기본구성 요소를 이용해서 이런 일을 한다. 일화기억은 자기가 어딘가에 존재했었던 것을 기억하는 느낌을 말하고, 의미기억은 우리 세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눈은 겨울철에 내린다는 지식 등)을 말한다. 기억의 경험적 측면에 해당하는 일화기억의 경우에는 무언가가 일어났다고 지각하고 이해한 내용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에 항상 개인적 관점에 좌우된다. 기억을 떠올리는 맥락 또한 중요하며,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똑같은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기억이 극적으로 달라지기도 하지만, 이는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두 기억 모두 똑같이 정당한 것이다.

기억의 상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억장애는 여러 형태로 찾아오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피해가 큰 두 가지 형태는 뇌 손상이나 뇌 감염 뒤 발생할 수 있는 기억상실과 알츠하이머병에서 생기는 점진적 기억상실이다. 기억상실에서 가장 유명한 두 사례는 HM이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헨리 몰래슨이라는 미국 환자와 영국의 음악가 클라이브 웨어링이다. HM은 여러 해 동안 악질 뇌전증(간질)으로 고통 받는 바람에 인생이 거의 망가지다시피 했다. 증상이 너무 악화되자 담당 신경외과의사는 그의 간질 발작이 시작되는 부위인 측두엽을 과감하게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간질 발작을 조절한다는 면에서 이 수술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HM은 기억상실을 안고 살게 됐다. 그는 수술 이전의 일들은 기억할 수 있었지만, 수술 이후의 일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클라이브 웨어링은 뇌염 감염 이후 훨씬 극단적인 형태의 기억상실이 생겼다. 그는 일화기억을 상실해서 15초에서 20초 정도 전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

HM과 클라이브 웨어링이 남긴 중요한 교훈: 클라이브와 HM, 이 두 사람에 관해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제일 먼저, 두 사람은 기억상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비롯해서, 가족은 누구이고 등의 기본적인 자서전적 사실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HM과 클라이브 웨어링의 사례를 통해 배운 다른 중요한 사실들도 있는데, 기억상실로 고통 받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일관되게 관찰되는 사실이다. 첫째로, 기억의 어떤 측면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클라이브와 HM 모두 꽤 긴 숫자 목록을 암기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암묵기억이 남아 있다는 징조를 보여주었다. 또 클라이브와 HM은 자꾸 반복해서 잊어버리기는 했지만 지능과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은 계속 유지됐다. 이는 기억력이 있어야만 지능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억상실이 있는 사람을 연구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기억을 형성하고 검색하는 데 중요한 뇌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클라이브, HM,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모두 해마에 병리학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두 번째 사실은 기억이 몇 가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의 어떤 측면은 뇌 손상에 영향을 받는 반면, 어떤 측면은 그보다 회복력이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자전거 타는 법은 기억하지 못할지 몰라도 아침식사로 뭘 먹었는지,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데는 전혀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이런 신경심리학적 발견의 내용들은 기억이 대단히 복잡하고 다면적인 구성물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을 알아보자: 해마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자. 이 뇌 영역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면 일화기억 형성 능력에 큰 타격을 입는다. 좀 더 최근의 연구에서는 해마가 그보다 더 큰 해마체의 일부라는 것이 밝혀졌다. 해마체에는 유두체, 뇌궁 같은 다른 구조물도 포함된다. 사실 HM은 이런 부분들이 통째로 제거되었던 경우였고, 지금은 이 시스템 전체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해마체와 긴밀하게 작동하는 또 다른 뇌 영역으로 앞이마겉질이 있다. 이 영역은 수행통제(여러 과제의 수행을 순서에 맞게 조정하거나, 한 과제 수행의 시작, 진행, 종료 등을 집행하는 것)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검색 전략의 체계를 세우고, 사건마다 시간 확인 도장을 찍고, 정확도를 검증하고, 어떤 기억을 의식에 떠오르도록 허락할지 허락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등 여러 면에서 도서관 사서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이런 것들은 기억의 지능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해마는 편도체와도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편도체는 뇌의 안쪽 측두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아몬드 모양의 구조물이고, 우리 기억에 감정이라는 색깔을 입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과거의 사건들을 자세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그 기억에는 아무런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리고 소뇌에는 거의 완전히 독립적인 기억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가끔 ‘근육 기억’이라고 부르는 기억이 저장되는 곳인데, 걷기에서 자전거 타기, 자동차 운전, 축구, 기타 연주에 이르기까지 간단하고 복잡한 온갖 활동에 필요한 정교한 운동의 조합을 모두 기록한 기억이다. 이 부위만 따로 손상을 입을 수가 있는데, 그럼 이런 모든 기능에 영향을 받겠지만 다른 것을 기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기억의 형성을 도우려면?: 기억 시스템은 뇌의 여러 부위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손상에 취약하다. 하지만 이는 기억의 모든 측면이 완전하게 소실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클라이브는 기억력이 황폐할 정도로 손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걷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 극단적인 기억상실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래된 습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일은 습관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아주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기억을 보조해줄 수 있다. 일기를 쓰면 해당 세포집합체를 재활성화시켜서 경험을 기억으로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잠자기 바로 전에 일기를 쓰면 더욱 효과가 좋다. 기념품 상자도 어떤 기억을 회상할 때 훌륭한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나이가 어떻고, 기억력이 얼마나 좋든지 간에 그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지난 경험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언제나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뇌의 황혼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이가 들면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황혼기에 접어드는 사람들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뇌에서 둘레계통이나 앞이마겉질과 같은 일부 영역들은 노화의 영향에 유독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어떤 영역들은 노화에 꽤 강하다. 그래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게 된다. 이것은 비교적 정상적인 노화 경로를 따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아주 나이가 많아질 때까지도 계속해서 좋아지는 인지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뇌의 손상: 뇌의 노화를 말해주는 두 가지 중요한 전형적 특징이 있다. 바로 신경섬유매듭과 아밀로이드반이다. 신경섬유매듭은 타우(tau)라는 특별한 단백질의 덩어리다. 이 덩어리는 일부 뉴런의 안쪽, 특히 해마에 있는 뉴런에 많이 축적되는데, 이 신경섬유매듭이 많아지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신경섬유매듭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을 말해주는 표지다. 이 매듭은 뉴런 내에서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세포의 사망 가능성도 높일지 모른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일부 연구자들은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매듭이 손상 받은 뇌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것이 착한 세포들을 구하러 파병된 부대처럼 뇌세포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밀로이드반은 뉴런들 사이에 축적되는 메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다. 아밀로이드반 역시 시냅스 소통을 저해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것 역시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사람의 뇌에서 훨씬 더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일은 건강한 심장과 혈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심혈관계는 뇌로 영양분을 실어 나르고 뇌를 손상시키는 독소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화의 영향: 앞이마겉질과 해마는 노화의 영향에 유독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마엽은 제일 마지막에 발달해서 제일 먼저 노화하는 부위라고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와 나이든 노인 사이에는 인지적으로 유사한 점이 일부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 충동을 억누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언가를 성급하게 결정하거나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이 확고하게 굳어버리고, 특정 주제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말을 하며 다른 주제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향도 생긴다.

계획을 세우고 앞날을 내다보는 것도 좀 더 힘들어진다. 기억력 감퇴는 인지 지능과 관련해서 노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불평 중 가장 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중년에 들어선 사람들은 말하다가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현상은 특히 심해지고, 자기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되는 사소한 것들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아주 답답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을 쥐어짜다가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하고 있는데 그때야 떠오를 때가 많다.

어제 있었던 일보다는 학생시절이나 어른이 막 되었을 때 일어났던 일이 훨씬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일도 무척 흔하다. 연구를 보면 대부분의 건강한 노인들은 이십 대와 삼십 대에 있었던 일은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방금 배운 정보를 다시 떠올려보라고 하면 젊은이들에 비해 성적이 아주 떨어진다. 흥미롭게도 어떤 단서나 기억을 돕는 장치들이 있을 때는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차이가 훨씬 좁혀진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떠올려보라고 하지 않고, 무언가를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면(주관식 문제가 아니라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경우) 노인들도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잘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기억하고 있던 정보가 그냥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저 잠시 기억이 안 나는 것일 뿐이고, 적절한 단서와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그런 내용을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한편 노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기억적 측면도 존재한다. 특히 규칙적인 일상이나 습관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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