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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는 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최환석 지음 | 태인문화사



내 옆에는 왜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최환석 지음

태인문화사 / 2016년 10월 / 272쪽 / 14,000원





공감의 탄생, 문제는 공감능력이다

[피해야 될 사람들] 피해야 될 부류의 사람들은 사이코패스를 비롯해, 경계성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 극단적인 강박성 인격장애 등 여러 가지 인격적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많이 대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 ‘공감능력의 부재’ 바로 이것이 우리가 피해야 할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길에서 한 아주머니가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로 “너하고는 대화가 안 돼. 도대체 내 말을 듣지 않아. 혼자 말하는 것 같다고!”라며 고함을 질렀다. 분명한 건 상대방이 이 아주머니가 말할 때 귀를 막고 안 듣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주머니는 자신의 진심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상대방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에는 자세히 듣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해야만 자세히 귀를 기울이는 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감은 동감과 전혀 다르다.

동감은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어로도 같다는 뜻의 ‘syn-’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sympathy라고 한다. 우리가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슬픈 영화를 본다면 거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인공과 같이 연민이나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극장 문을 나서면서 한 사람이 친구에게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슬펐다고 말한다면, 그 친구는 “동감이야. 나도 정말 슬펐어.” 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각자의 마음 상태는 주인공의 마음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의해 각자는 타인의 감정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면서 자신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공감 상태라 한다. 즉,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 그 사람의 마음을 같이 체험하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enter’의 뜻인 ‘en-’라는 접두어를 써서 empathy라고 한다.

배런코언 교수의 저서 『Zero Degrees of Empathy』를 우리말 번역서에서 ‘공감제로’라는 말로 표현했다. 나 역시 공감제로라고 표현했다. 물론 완전한 제로의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은 정말 얼마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공감능력의 종형곡선(bell curve)의 어느 한 군데를 차지할 것이다. 그중 비록 제로는 아니더라도 제로에 가까운 그들에 대한 집단 대명사 격으로 공감제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위험하거나 피해야 될 사람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책에 나왔든 그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으며 전체적인 관점으로 파악하여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한편 공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공감에도 차가운 공감과 뜨거운 공감이 있다. 철학자들이 공리주의적 관점을 논의할 때 흔히 등장하는 기찻길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① 첫 번째 이야기 - 기찻길이 갈라져 두 개의 선로가 되는 곳에 한 테러 집단에 의해 두 군데 모두 사람들이 묶여 있다. 그런데 한 기찻길 위에는 다섯 명이 묶여 있고, 다른 기찻길에는 한 명이 묶여 있다. 이때 기차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그대로 놔두면 다섯 명이 있는 곳으로 지나가 다섯 명 모두 희생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 앞에 레버가 있어서 이걸 당기면 선로가 바뀌어 다섯 명을 살리고 대신 한 명을 희생하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② 두 번째 이야기 - 여전히 같은 기찻길이지만 기차가 지나가는 선로에만 다섯 명의 인질이 묶여 있다. 그리고 당신의 위치도 바뀌었다. 기찻길을 가로지르는 육교의 난간에서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로를 바꾸는 레버가 바로 아래 위치에 있어 육교 위에 있는 당신은 직접 레버를 조작하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옆에 뚱뚱한 한 남자가 같이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다.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 남자를 밀어 떨어트려 레버를 내리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마 크게 달갑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버를 당기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한 명이 죽고 다섯 명이 사는 똑같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선뜻 뚱뚱한 남자를 밀어버리겠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조금의 갈등도 없이 뚱뚱한 남자를 밀어버리기로 결정한다. 차이점은 뭘까?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인 조슈아 그린은 수많은 사람들을 MRI기계에 밀어 넣고 뇌 영상을 찍으면서 위의 질문을 한 후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일으키는 딜레마는 비개인적인 도덕적 딜레마라고 하였다. 이런 딜레마에서 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논리와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로서 차가운 공감을 담당하는 부위였다. 내가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데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라 간접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약간의 부담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한 명이냐 다섯 명이냐의 결정에서 더 많은 사람을 살린다는 공리적인 결정이 그런 부담을 능히 억누르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의 경우는 개인적인 도덕적 딜레마로 내가 누군가를 죽이는 데 직접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 즉 뜨거운 공감을 담당하는 부위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밝아졌다. 반면에 조금의 갈등도 없이 개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공감을 담당하는 부위가 깜깜한 채로 남아 있었다.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이 순간 그 남자의 마음에 들어가 얼마나 두렵고 화가 날지 공감하지 못하니까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은 채 냉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파악해야 할 공감은 차가운 공감이 아니라 뜨거운 공감이어야 한다.



공감제로들의 12가지 특징

[극단적 사고와 이간질을 한다] 박 씨 할머니는 처음에는 치매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지인의 소개로 나에게 왔다. 그녀의 아들과 며느리는 아무리 치료를 해도 호전이 없다며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해 했다. 입원 전에 실시한 치매 간이검사에서 치매로 진단되고도 남을 만큼 높은 점수가 나왔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보통 초기 치매환자들은 자신의 기억에 구멍이 나는 것을 매우 당황스럽게 느껴 기억을 하기 위해 애를 쓰거나, 기억 안 나는 부위를 대충 끼워 맞춰 괜찮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 씨 할머니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일단 입원 후 관찰하기로 했다.

그러나 며칠 안 되어 할머니는 절대 치매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치매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인 이간질을 수시로 하는 것이었다. 항상 주위 사람들을 편 나누고 자신을 편들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며 추켜세웠으며, 자신이 싫어하거나 눈에 벗어난 사람은 천하의 몹쓸 예의 없는 것들이라며 치료해 줄 필요도 없으니 당장 내보내라며 역정을 부렸다. 또한 싫어하는 사람 주변의 사람들에게 거짓말이나 과장된 말로 서로 싸움을 붙이고 자신은 짐짓 아무 상관없는 채 행동하였다. 참고로 박 씨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손에 큰 것이 아니라 남의 집에 맡겨져 눈치를 보며 자랐다. 그 집의 친자식들과 경쟁을 하면서 애정을 갈구했지만 애정은 잘 오지 않으니 분노를 숨기고 삭였다. 감정을 느끼면 항상 슬픔과 아픔뿐이니 그 감정을 분리시켜 무의식 깊숙이 숨겨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뜨거운 공감능력은 꺼지고 차가운 공감능력만 켜져 있게 된다. 한편 애정을 포기하면 생존의 문제가 되어 게임에 돌입하게 되고,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이나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이때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확보가 중요하며, 거짓말, 이간질, 공격성, 히스테리적 발작, 뻔뻔함 등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이기고 조정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중적이며 위선적인 모습을 취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나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거짓말들을 아주 매끄럽게 해낸다. 특히 사이코패스들은 불안을 잘 느끼지 못하고 위기상황에 자율신경계 반응이 매우 떨어져 거짓말에 매우 능숙하고 천연덕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완벽히 흉내 내지는 못한다. 아무리 사이코패스가 유연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새로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것은 두뇌에 큰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미세한 표정과 진실을 담은 목소리까지 흉내 내기는 어렵다. 참고로 로버트 헤어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이 말할 때 유난히 손동작이 크다고 한다. 특히 감정의 단어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거짓말을 할 때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인 만족과 자극 추구 그리고 무모한 행동을 저지른다] 공감제로를 가진 정신과적 질환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행동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그냥 질러버리는 특성이 있다. 당신이 만난 사람이 미래의 계획보다는 현재의 만족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무모하게 투자를 하거나 위험한 행동 및 일반적으로 기이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공감능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서 관찰해 봐야 한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이 뜻밖의 재미를 주기도 하기 때문에, 그럴 경우 그들의 본모습을 쉽게 놓칠 수 있으니 더 주의해야 한다. 그냥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면서 그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당신 자신의 공감능력도 갉아먹을 수 있다.

[충동조절이 안 되는 행동과 동정 연극을 꾸민다] 나는 결혼을 앞둔 사람들, 특히 여자들에게는 상대방이 취할 정도로 술을 한번 같이 먹어보라고 권한다. 물론 취했을 때 행동이 변했다고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쨌든 알코올은 뉴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성적 판단이나 개입을 약화시켜, 좀 더 본능적인 반응과 행동을 엿볼 수 있다. 취했음에도 끝까지 행동과 말투가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은 이성적 판단과 개입의 능력이 매우 뛰어날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매우 뛰어난 자제력을 지니며,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은 최악이다. 하지만 취했음에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사이코패스들도 많다. 따라서 이보다는 사회적으로 행동패턴이 고정되지 않는 활동을 같이 해보는 것이 더 좋다. 갈등 상황이 쉽게 유발되는 활동을 통해서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듀크 대학교 교수인 댄 에리얼리는 강에서 카누를 타보기를 권한다. 카누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기가 일쑤라 둘이서 같이 노를 저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 갈등 상황이 자주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쉽게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분노조절과 충동조절이 안 된다면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다시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충동조절이 안 되는 행동 뒤에는 동정을 유발하는 연극적인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장애를 가졌거나 피해자인 양 행동을 하면서 상대방이 가진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나 분노를 무력화시킨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을 갖도록 하여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구타를 하고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싹싹 빌거나 눈물을 흘리며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혹은 자신은 필요 없는 존재라며 주먹으로 벽을 내리치거나 머리를 박으면서 상대방에게 동정을 유발하는 동시에 자신을 떠나면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 공감능력이 떨어짐을 의심해야 한다.

공감제로들은 앞에서 언급된 특징 외에 다음과 같은 특징들도 보인다. ① 모순적인 언어 사용과 혼란스러운 표현을 쓴다, ②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 ③ 지나친 강박적 성향이 있다, ④ 자기애적이며 과대망상적 사고를 한다, ⑤ 어색하고 과한 웃음을 짓는다, ⑥ 냉담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인다, ⑦ 향수를 지나치게 뿌린다, ⑧ 의외성과 우연성을 지닌다.



공감제로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

[왜 잘 속을까] 공감제로에게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을 진료하다 보면 성격적인 특징에 공통적인 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특징은 항상 남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착한 사람들이지만 그런 강박관념은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공감제로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비쳐진다.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세상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갖다 놓지 못한다. 물론 늘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면 자기애적 인격장애가 되지만, 이들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항상 무의식적으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애쓰다 보니까 상대방의 결정적인 문제까지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반사를 일으키는 버튼 신호자극(key stimulus)]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공감제로들이 잘 이용하는 우리들의 약점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설득의 방법이기도 하다. ‘신호자극’ 혹은 ‘관건자극’이란 동물의 본능이나 행동을 일으키는 자극을 말하는데, 모든 동물들에게 무조건적인 반사를 일으켜 종의 보존에 기여하는 뇌의 타고난 기능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모성애를 유발하는 자극이다. 우리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보이는 새끼에 대한 행동을 보고 모성애를 타고난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실험들을 들여다보면 아무리 고차원적인 존재인 사람이라도 생각보다 단순한 행동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고, 이러한 단순함 때문에 우리는 쉽게 유혹당하고 속임을 당한다. 이 자극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한 동물부터 살펴보자.

재갈매기 새끼들은 어미 부리에 있는 붉은 점을 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래야 어미가 먹이를 토해 새끼들을 먹이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인 니코 틴버겐은 실험을 통해 점이 없으면 새끼들이 쪼지도 않고, 새끼가 쪼지 않으면 어미가 먹이를 토해내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모성애라는 것이 적어도 재갈매기에게는 절대적인 본성은 아니었던 셈이다. 또한 점이 붉고 클수록 쪼는 행동을 더 강렬하게 유도해 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로 그 붉은 점이 재갈매기에게는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신호자극 혹은 관건자극인 셈이다. 새끼 가시고기도 부모 가시고기와 비슷하게 칠한 밀랍인형에 반응한다. 반드시 물고기처럼 보일 필요도 없다. 새끼 가시고기에게는 색깔이 신호자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신호자극을 더 과장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그래서 틴버겐은 재갈매기 어미의 부리 모양 모형에 붉은 줄을 세 줄 그어, 어미가 하듯이 새끼들을 향해 아래로 내렸다. 그랬더니 새끼들의 반응이 더 격렬했다. 가시고기 역시 더 선명하고 큰 붉은색에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거위는 자신의 알이 갖는 색깔, 무늬, 크기를 과장시킨 모형 배구공을 보고는 본래 자신의 알을 내팽개친 채 배구공을 품으려고 한다. 이렇게 정상보다 과한 자극을 ‘초정상(超正常) 자극’이라고 부르며, 이런 자극에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런 초정상 자극을 이용하여 동물들의 세계에도 사이코패스 같은 행동이 판을 친다. 대표적인 사기꾼은 뻐꾸기이다.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아 다른 새가 부화시키고 기르게 한다. 일반적으로 새는 알의 크기가 크고 색깔이 진한 것이 신호자극이어서 다른 알들보다 더 정성스럽게 품는다. 마찬가지로 새끼들의 크기 역시 신호자극이다. 영문도 모른 채 뻐꾸기의 알을 품게 된 새는 뻐꾸기의 알이 자신이 낳은 알보다 더 크고 색깔이 진하므로 오히려 자신의 알보다 더 많은 정성을 쏟는다. 부화하고 나서도 뻐꾸기의 새끼는 큰 몸집을 이용해 초정상 자극으로 어미를 유혹하여 더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행동을 유발하는 신호자극으로 무엇이 있을까? 당신이 여자라면 아마 아기의 모습을 맨 처음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아기의 특징적인 모습은 모성애와 사랑스런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신호자극이다. 짧은 팔다리, 동글동글한 얼굴에 넓고 둥근 이마, 크고 동그란 눈, 볼록하게 솟은 뺨, 작은 턱과 코의 특징은 대부분의 포유류 새끼의 특징이며 직접적으로 어미의 보살핌을 유발한다. 당신이 남자라면 아마 여자의 신체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남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신호자극은 성적(性的)인 자극이다. 크게 부풀려 놓은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평균보다 더 가늘게 처리한 허리는 성적인 충동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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