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상처받는 나를 위한 심리학
커커 지음 | 예문
항상 상처받는 나를 위한 심리학
커커 지음
예문 / 2015년 12월 / 212쪽 / 15,000원
PART 1. 나는 왜 과거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가
[현실을 외면하는 나] 마음이 불안할 때는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상상은 우리를 현실과는 다른 세계로 이끌어주는 줍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하면 잠시나마 행복해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상상하면 우울해지죠. 이렇듯 상상은 우리의 기분부터 잠재의식까지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기간에 독일 나치주의자들은 한 포로를 대상으로 잔혹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나치주의자들은 포로를 의자에 묶어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당신을 고통스럽게 죽일 거야. 피가 마를 때까지 피를 뽑아서 죽게 만들 거야.” 방에는 몇 사람이 더 서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대야를 들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끝에 고무관이 달린 주사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포로에게 방의 모든 풍경을 보게 한 후 검은 천으로 그의 눈을 가렸습니다. 곧 그는 주삿바늘이 자신의 혈관에 들어오는 걸 분명하게 느낍니다. 피가 몸에서 흘러나오고 곧이어 핏방울이 ‘툭툭’ 대야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매우 두려워하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칩니다. 그는 계속해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다 결국 십여 분이 지난 후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정말 온몸의 피가 다 뽑혀서 죽은 것일까요? 사실 그는 작은 주사기로 피를 아주 조금 뽑혔을 뿐이었습니다. 주사기에 연결되어 있던 고무관은 막혀 있었고요. ‘툭툭’하는 소리는 사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죠. 포로는 출혈로 죽은 게 아니라 상상으로 인한 쇼크로 사망한 것입니다.
이 사례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줍니다. 직접 그 일을 겪지 않았는데도 겪은 것처럼 심리를 조종할 수 있죠. 또한 상상은 현실의 상처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잠재의식을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잊히는 상처는 없다: ‘격리’란 정신적으로 불쾌함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 사실을 의식의 세계에서 분리시켜 자신이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 방어 기제입니다. 가정 흔히 격리되는 대상은 개인의 감정적 부분으로 특히 불안, 초조, 상처 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상처를 받을 때 흔히 격리 방어기제를 선택해 스스로를 보호합니다. 대개는 자신이 느끼기에 불쾌한 단어 대신 다른 대체 단어로 치환함으로써 마음속의 불안을 피합니다. 또한 재난을 겪고 나면 고통스러운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의식에서 격리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경우 사람들은 고통스러웠던 사실만을 기억하며 억압된 감정은 느끼지 못합니다.
한 50대 남자가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여자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건장한 남자들에게 잡혔고, 며칠 동안 감금되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빼앗겼습니다. 그는 생전 처음 와보는 지방의 길거리에 버려졌고 정신이 오락가락해져서 끊임없이 같은 소리를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간신히 빠져나왔어.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해.” 다행히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파출소로 이송되었습니다. 경찰이 오랜 시간 그에게 사건 경위를 물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은 지금 강도를 당했으며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져서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한 이유는 격리 심리 방어기제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두려움, 절망, 경솔하게 인터넷에서 사귄 사람을 만난 일에 대한 후회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강도를 당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상처받은 자신의 감정은 잊으려고 했습니다.
격리 기제가 상처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자신의 의식 상태를 바꾸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격리 기제가 작용하면 사람들은 현실의 괴로움, 상처, 불안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슬프고 힘든 일을 겪으면 다시는 그 일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던 장소를 피하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같은 이름을 보면 괜히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 번 받은 상처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으며 우리는 끝없이 그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갑니다. 상처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우리의 무의식은 격리 기제를 선택하는 것이죠.
상처는 우리를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우리를 괴롭히고 마음 아프게 하지만, 언제까지고 상상에 빠져 사건의 발생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격리 심리 방어기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죠. 그런 경우 심리치료사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힘들어도 자기 자신에게 닥친 불안과 괴로움, 상처에 대해 조용히 직시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은 더 가벼워지고 상처를 받아들이기가 더 편해질 것입니다.
실연당한 사람들이 일이나 공부에 몰입하는 이유: 격리와 비슷한 방어기제로 ‘회피’가 있습니다. ‘회피’란 위험한 상황과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심리를 가리키며 의식적인 회피와 무의식적인 회피로 나뉩니다. 의식적인 회피의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사람들이 ‘4’라는 숫자를 싫어하는 것도 의식적인 회피죠. 전화번호나 차량번호 등의 숫자를 선택할 때 최대한 ‘4’를 피합니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무의식적인 회피는 자신이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사물이나 사건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데 이런 경우 역시 회피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30세 여자가 남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그녀는 며칠 동안 슬퍼하고 나서 평온을 되찾았지만 전과는 다른 면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자주 친구에게 자신이 도대체 뭐가 부족하냐고 물어보았고 남자 친구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정신이 반쯤 나가서는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지? 왜지?” 보다 못한 가족들은 그녀를 데리고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오랜 상담 끝에 그녀가 남자친구를 잃은 상처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원인을 계속 ‘곱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지나치게 분석에 집착했습니다. 사실 그녀는 똑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분석하고 조사함으로써 자신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이죠. 이를 통해 그녀는 자기 스스로 이별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감지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법은 생각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서 다른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게 만듭니다.
현실 생활에서 회피 현상은 매우 흔히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실연당한 사람은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고 일 중독자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걸 피하게 되고, 이는 실연의 상처로 인한 고통스러운 감정이 떠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구나 실패하고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격리와 회피가 고통과 상처를 기억 속에서 지우는 효과적인 심리 방어술이 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문제,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상처를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며 우리의 인격을 더 성숙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PART 2. 나는 왜 갖지 못하는 것을 사랑하는가
[남을 따라 하는 나]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 필요하다
방어기제 중 하나인 ‘투사’는 자신이 싫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 태도, 생각 등을 다른 사람이나 외부세계로 옮겨 다른 사람이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고 자책으로 인한 고통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에 반해 ‘내사’라는 방어기제는 외부의 대상이나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어떤 인물의 특징을 자신의 행동과 신념에 끌어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내사와 투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내사는 다른 사람의 특징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끌어들이지만, 투사는 자신의 태도와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웁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 붉은 색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진다)’은 내사를 한 눈에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내사는 외부 세계의 사물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흡수합니다.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여러 가지 행동과 생각을 익히고 심리적으로 발전하는 건 내사의 영향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행동은 아이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이 내사라는 심리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이에게는 외부 세계가 신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 신비한 세계에 있는 사람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안심하고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죠. 부모의 행동만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닙니다. 아이는 부모의 과도한 ‘암시’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전반적으로 내사는 일종의 미성숙한 심리 방어기제로 아이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자녀를 교육할 때 부모는 좋은 본을 보여야 하며 자녀가 자신의 나쁜 습관을 배우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내사는 흔히 외부 세계를 전면적으로 흡수하므로 결코 선택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확실한 생각이나 이념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자주 일어나죠. 자존감이 낮고 자신만의 인격, 의지, 신념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견해를 흡수하는 내사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때에도 내사 현상이 쉽게 발생합니다. 적에게 포로가 되거나 강도에게 잡혀가 인질이 되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이념을 버리고 적의 생각이나 강도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살기 위해 정신적으로 굴복하게 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하고 자기 제어 능력을 강하게 하면 내사라는 미성숙한 심리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줄어들게 됩니다.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무분별하게 외부 세계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막아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이용해 자신을 포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결코 아무런 선택성 없이 광범위하게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특정한 실리적 동기를 통해 선택적으로 특정한 사물이나 인물을 받아들이고 모방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동일시’이라고 부릅니다. 내사와 비슷하지만 ‘선택적 수용’이라는 점이 다르지요. ‘동일시’란 어떤 사람이나 단체의 행동을 받아들이거나 따르는 경향을 가리킵니다. 개인이 자신의 능력, 안정감과 소속감 등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장점을 흡수할 때 동일시란 심리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여자아이는 얼굴이 전혀 예쁘지 않고 외모 때문에 열등감도 있지만 예쁜 여자아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친구를 칭찬할 때 그녀 역시 ‘나는 이렇게 예쁜 애와 친하게 지낸다고.’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동일시는 기본적으로 내사에서 생겨납니다. 내사와 동일시 모두 인격이 아직 성숙하지 않을 때, 자존감이 낮을 때 나타나죠. 누구나 이 과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동일시와 내사가 자주 일어난다면 자존감은 더욱 낮아질 뿐입니다. 내면의 단단함이 없어지고 껍질만 남을 뿐이죠. 남의 시선과 의견을 너무 믿고 수용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여러분 자신이 지금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입니다. 스스로 오롯하게 일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은 외부 세계가 아닌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PART 3. 나는 왜 사람을 깊이 사귀지 못하는가
[속마음을 숨기는 나] 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할 수 없을까?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어느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겁이 많았고 잘못을 저지를까 봐 항상 두려워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이가 그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아이의 엄마는 참을성 있게 아이를 타이르며 손톱을 깨무는 건 나쁜 습관이니 다음부터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에도 아이의 나쁜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난폭한 성격의 아이 엄마는 아이가 손톱을 깨무는 걸 보기만 하면 혹독하게 야단을 치고 아이를 때렸습니다. 그 후 아이는 손톱을 깨무는 버릇은 고쳤지만 한 가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볼 때마다 매번 두 손을 뒤로 숨기고는 “엄마, 저 손톱 안 깨물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이는 부모가 앞에 없을 때 여전히 참지 못하고 손톱을 깨물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아이가 엄마 앞에서 자신이 손톱을 깨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손을 그냥 놔둬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왜 손을 뒤로 숨겼을까요? 이는 ‘반동 형성’의 심리 방어 기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반동 형성’이란 어떤 개인의 욕망과 동기가 당사자의 의식이나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을 때 그 욕망과 동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서 반동 형성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외부로 나타내는 행동은 마음속 진심과 상반되는 것이죠. 엄마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은 아이는 자신이 손톱을 깨물면 어머니에게 벌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 아이는 엄마를 보면 자신이 참지 못하고 손톱을 깨물어서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아이는 엄마를 볼 때마다 자신의 손을 뒤로 숨기며 자신은 손톱을 깨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썼죠. 밥을 먹다가도, 화장실에 가다가도 아이는 엄마를 보기만 하면 항상 이런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남자아이는 나중에 ‘아동 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개인이 반복적이고 지나치게 특정 행동을 하는 경우 자신의 잠재의식에 있는 욕망을 완전히 반대로 표현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줍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 것은 정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특정 행동이 너무 지나친 경우라면 반동형성의 심리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아이는 엄마랑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사탕을 가리키면서 “사탕은 먹으면 안 돼. 사탕을 먹으면 충치가 생길 거야. 그리고 엄마도 싫어할 거야.”라고 말합니다. 이 아이는 정말 엄마 말을 잘 듣는, 철이 일찍 든 소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는 반동 형성 방어기제를 사용했을 뿐입니다. 사실 이 여자아이는 사탕을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사탕을 먹으면 엄마에게 늘 혼이 났고 엄마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아이는 사탕을 먹고 싶은 자신의 진짜 욕망을 숨기고자 일부러 엄마에게 자신은 사탕을 먹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표현했던 것이죠.
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까?: 반동 형성 기제의 사례는 성인들에게서도 매우 흔히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마음속으로는 어떤 사람을 미워하거나 증오하면서 겉으로는 오히려 그 사람에게 친절과 관심을 보이죠. 또 어떤 경우에는 마음속으로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그 사람을 매우 차갑게 대하거나 심지어 미워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 중 한 소심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여학생을 같은 반의 남학생을 남몰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여학생이 자신의 감정만 생각했다면 마냥 설레어 하며 어떻게 남학생에게 다가갈지를 고민했겠지만, 그녀는 자신과 남학생이 너무 가깝게 지내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될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그녀는 자칫하면 남학생을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와 단둘이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택했죠. 행여 친구들이 자신을 의심할까 봐 그 남학생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그의 말을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남학생은 이 여학생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고 점점 여학생을 멀리하기 시작했죠. 이 여학생은 자신의 마음을 숨긴 것을 후회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친구들의 시선이 더 무서웠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