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이지연 지음 | 파라북스
걱정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이지연 지음
파라북스 / 2016년 4월 / 203쪽 / 13,800원
1장 ‘자기’ 이야기 - 당신은 이미 충분한 존재이다
세상의 지식을 말하긴 쉽지만,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은 어렵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정작 소중한 사람들을 들일 수 없을 때도 있다.
내 편이 될 사람이 가장 필요한 절망적인 순간,
한 순간이라도 온전히 내가 내 편이 될 수 있었던가?
이 장에서는 나, 자기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실제자기, 이상적 자기, 도덕적 자기 등 다양한 자기의 모습을 만나보고
스스로 묻고 반추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영웅을 숭배하는 것은 순전히 그림자 때문이다.
우리가 지닌 최고의 특질을 자기 것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것을 타인에게서 보려는 것이다.
칼 구스타프 융
정신의학자, 분석심리학의 개척자
작고한 미국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는 명곡이 있다. 가장 위대한 사랑이란 바로 자기에 대한 사랑이라는 내용인데, 노래만큼 가사도 훌륭하다. 그 가사 중 일부를 보자.
모든 사람들이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지요.
사람들은 누군가 존경할 사람이 필요해요.
난 아직까지 내 요구를 채워줄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살아가기 외로운 세상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죠.
우리는 늘 우러러볼 만한 사람을 찾는다. 세상이 힘들수록 우리는 영웅을 원한다. 그 사람의 실체가 어떻든 간에 우린 우리의 불만을 잠재워줄 특성을 그에게 투사하고 그를 영웅으로 만든다. 예컨대 내 안에서 슈바이처의 숭고한 특질들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멀리서 슈바이처 박사를 추앙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융은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면 두 가지 면에서 잘못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자기의 어두움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기 안의 밝은 면을 전가해서 자기 대신 상대방이 영웅이 되어주기를 원하게 된다.둘째, 자기 그림자를 내던져버림으로써 스스로 황폐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잃게 된다.자기 안의 좋은 특질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것은 멀고 힘들어 보이지만, 바깥에서 그런 대상을 찾는 것은 쉽다. 그러나 허황된 기대와 우상화보다는, 내 안에서 계발하고 성장시킬 훌륭한 특성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융은 말하고 있다.
복잡한 문명사회에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 갈등에 사로잡혀 있다.
심각한 신경증적 문제는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갈등의 실마리를 스스로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카렌 호나이
신프로이트학파 정신분석가
근래 아들러 열풍이 불지만,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은 카렌 호나이다. 그녀는 괄목할 만한 심리학의 업적으로 심리학사나 각종 심리학 서적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여성 심리학자이다. 거의 모든 심리학 서적들이 프로이트를 맨 앞에 두고 거의 모든 챕터가 남자 심리학자의 학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묘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호나이가 의대에 진학한 것도 그 시기에는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여자가 의학 공부를 하면 중요한 여성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낭설이 돌기도 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여하튼 호나이는 현대인들이 갈등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삶을 살아가는 데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는 데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라는 『리어왕』의 대사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기 어렵고 또 안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알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성취
자존감 = ??
열망
윌리엄 제임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자존감, 즉 자기존중감은 평소에 자신에 대해 내리는 평가이다. 자신을 존경하고 바람직하게 여기며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정도, 또한 자신을 능력 있고 의미 있으며 가치 있는 존재로 믿는 정도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반면, 낮은 사람은 자신을 쓸모없고 가치 없다고 생각한다. 심한 경우 스스로를 자학하거나 열등감을 갖게 된다.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인데,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윌리엄 제임스는 자존감의 정도를 수식화해서 열망과 성취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는가가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워준다.열망과 성취의 밸런스가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서울대 학생과 다른 대학 학생의 자존감을 보면 결코 서울대 대학생이 높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이것은 스스로의 성취에 대해 그들이 가진 열망이 비교의 잣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외부적 성취라는 잣대에 비춰 행복감이 높지 않다. 이것은 그들의 열망이 성취에 비해 더 높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달걀을
한 인지 바구니에 담지 마라.
퍼트리샤 린빌
듀크대학,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 개인의 다양한 모습을 자기복합성으로 정의
이 말은 린빌의 박사학위 논문 부제로도 유명한데, 마치 주식투자나 재정투자에서 많이 듣는 격언과 같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지 말고 나눠 담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의 이미지, 자기에 대한 인지적 상과도 연관된다. 린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기 이미지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기 표상은 성격, 역할, 자격, 신체, 행동, 취향, 목표, 인간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각 존재한다. 예컨대 나는 나를 그저 교수로만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교수요 상담자요 슈퍼바이저요 저술가요 연구자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친구이며 엄마이고 딸이고, 키가 크고 걷기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좋아하며 친한 사람들이 여럿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린빌은 자기 이미지가 여럿일수록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그에 따라 행복이 좌우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만약 내가 그저 한 사람의 교수이고 학문적으로 뒤처진다면, 그때 나의 전체적인 자아는 무기력해지고 가치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양한 자기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학자로서 실패한 것이 나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훨씬 덜 심각하다. 또 이것이 부정적 감정을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평소 아내로서의 자기 상만 가진 사람과, 교사, 아내, 저술가, 동아리 회장 등 다양한 상을 가진 사람이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아내로서의 자기 상만 가진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스트레스로 인한 자기 붕괴가 쉽게 일어난다. 따라서 한 바구니에 나를 설명하는 달걀을 다 담으면 안 된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사실이 아닐 때야말로 골치 아픈 것이다.
밀턴 에릭슨
프로이트와 융을 잇는 정신의학자, 최면치료법의 선구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관심사 밖에 있게 된다. 그렇지만 에릭슨의 말처럼 우리가 아는 것 혹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 안에서 엄청난 균열과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때 우리는 정서적 불균형과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자기 회의나 세상에 대한 회의, 의심이 생긴다.“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나랑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남자 앞에서는 나랑 있을 때와는 달리 천생 여자였더라고요.”애인으로부터 배신당한 사람이 상담하면서 한 말이다. 그녀의 배신도 마음 아픈 것이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완전히 낯선 모습을 보일 때 그 낯설음은 배신감과 관계에 대한 상실감을 배가시킨다. 정말 우리가 혼돈으로 빠지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때이다.
침체는 생산성의 결핍과 권태,
그리고 빈곤한 대인관계를 포함한다.
에릭 홈부르거 에릭슨
발달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중년기는 인생의 사계절 가운데 가을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건설적인 직업을 얻고 다음 세대에 지식을 전수하고, 가정에서는 샌드위치와 같은 위치와 같은 위치이며 사회에서는 허리로 사회에 발달에 기여하는 세대다. 이 시기에 직장을 잃거나 만족스러운 일을 하지 못할 때, 혹은 아이를 잃거나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못하면, 침체라는 위기를 맞는다. 이것은 일이 주는 생생한 기쁨에서 멀어지고, 권태롭고, 대인관계마저 빈곤해지게 한다.삼포세대의 미래가 이런 침체의 한 가운데로 넘어가는 것일 수 있다. 할 일은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끊어지면서, 삶이 무에 가깝게 권태로워지는 것이다. 이럴 때 일본처럼 중년의 고독사가 많아지게 된다.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고 젊은 세대를 키우는 것 못지않게, 자기 삶의 의미를 다시 세우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권태와 빈곤한 대인관계 때문에, 우리나라 중년기 사람들에게 초등 동창 밴드 문화나 일탈의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내면적 공허함이 외부적 자극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실제 자기, 도덕적 자기, 이상적 자기는
각각 현재 자기 모습에 대한 상, 도덕적 규범으로 주위에서 기대하는 모습,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차례로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자기가 일치하면
완전한 인간이다. 실제 자기와 도덕적 자기의 불일치가 클수록 죄책감을,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불일치가 클수록 수치심을 경험한다.
토리 히긴스
사회심리학자
자기는 다양한 모습을 갖는다.
키가 170센티미터인 남자가 있다. 그런데 사회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키는 180센티미터이고 그 기준을 본인이 인정한다면, 그는 수치심과 열등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다.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불일치에서 오는 수치심이다. 반면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격차가 크지 않다면, 남이 어떻게 보든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또 일하는 여성이 있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할 때도 있지만 그는 자기성장에 몰두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와 가족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다르다면 어떨까? 현모양처로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역할을 기대한다면, 또 본인이 그 기대에 늘 영향을 받는다면 그 여성은 엄청난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실제 자기와 도덕적 자기의 괴리에서 오는 죄책감이다.실제 자기, 이상적 자기, 도덕적 자기, 이 세 자기를 잘 통합하거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외부적 기준에 너무 순응하면서 자기를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실제 자기와 이상화된 자기 사이에서
경험하는 모순은 자기 경멸과 증오로,
대인간에는 독단적 정당성으로 드러난다.
카렌 호나이
‘내가 그렇지 뭐. 내가 하는 일은 다 그래.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열심히 노력한 일이 기대대로 되지 않을 때 낙망하면서 뱉는 이 같은 말이 자기를 더 힘들게 한다. 브레네 브라운이라는 학자는 우리가 힘들 때 정작 우리는 내 편이 아니라 오히려 남의 편이 되는 것처럼 말하고, 스스로를 경멸하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브레네 브라운은 TED 조회 수가 압도적인 강의를 한 사람인데, 대표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라는 유명한 책을 썼다.브라운은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독단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자기 방식만을 강요하며 자기만 옳고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깊은 자기 불안과 회의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한다.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자기 입장만 반복해서 내세우면서 흥분한다면, 우리는 의심해보아야 한다. 불안에서 비롯된 독단적 정당성은 아닌지 의심해보고 조심해야 한다.
자신에게서 부족한 점을 브랜드로 메우려 하면 로고강박증의 뿌리는 더 깊어진다.
로고를 이용해 공허함을 채우려 한다면, 고가의 아이템을 싹 지워버리고
진정 자신이 누군지 재확인해보라. 외적인 요소 없이 당신 자체만의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라. 당신은 이미 충분한 존재이다.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미국 정신과 의사. 패션치료의 선구자 / 『여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옷장 심리학』
패션은 자기 자신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 되었다. 유니폼은 그 직군의 사람들을 직무 속성으로 대하게 만든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서 그의 개인적 성격이나 속성보다는 학생으로서의 규율이, 군복을 입은 군인에게서는 군대가 가지는 상징적 임무를 떠올리게 한다.또한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과 심리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병원에서 평상복을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좀 더 몸에 민감해지고 상대적으로 의존적인 심리가 생긴다. 주변의 기대가 환자 안에 있는 의존성을 허용하기 때문이다.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이 자신의 심리 상태를 대변해준다고 말한다. 자리에 맞지 않지만 자기에게 편한 옷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자기중심성의 심리가 있고, 무채색의 옷만으로 가득한 옷장의 주인은 두드러지고 싶지 않고 남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명품 로고로 몸을 도배하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는 명품 로고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또 그와 함께 그것을 드러내는 것 외에 자신의 내면은 보잘것없다는 취약한 자기 확신이 있다.내 옷은 지금 나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2장 ‘성장과 발달’ 이야기 - 날개를 펴지 않고는 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작은 씨앗과 생물에서 인간까지 생명을 가진 모든 유기체는
살아 숨 쉬며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고통이 두려워 성장할 기회를 놓치기도 쉽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변화가 가져오는 두려움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이 장은 성장과 발달에 동반할 수 있는 우리의 두려움을
담담히 버틸 수 있도록 일깨우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 양육자인 부모들의 역할과 지혜도 담겨 있다.
신기한 역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때
내가 변화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칼 로저스
심리학자, 내담자 중심 치료법의 창시자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과의 관계이다. 그 가운데 함께 지내기 가장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 상사? 시부모? 배우자? 사실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함께 지내기 가장 힘든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적이나 비판, 평가를 우리는 변화시키지 못한다. 놀랍게도 변화는 우리가 스스로를 온전히 수용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