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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 행성B이오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행성B이오스 / 2016년 5월 / 248쪽 / 16,000원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던 식물



언제나 뒷전이었던 식물



수십 년 전 식물실험에서 발견된 엄청난 과학적 사실들이 오늘날 동물실험에서 확인되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식물계에 한정된다’고 무시당하거나 과소평가되어 왔던 기본적인 생명현상들이 동물계에서도 발견되는 순간 갑자기 유명세를 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레고르 요한 멘델이 완두콩을 이용하여 수행한 실험만 해도 그렇다. 이 실험은 유전학의 효시였지만, 멘델의 결론은 동물실험을 통해 최초의 유전학 붐이 시작되기 전까지 40년간 거의 완전히 무시되었다. 바버라 매클린톡에게 1983년 노벨상을 안겨준 유전체 불안정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클린톡이 실험을 통해 반대증거를 내놓을 때까지 과학계를 지배하던 통념은 ‘유전체는 고정되어 있으며 생물의 일생 동안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전체의 안정성은 아무도 넘보지 못하던 과학계의 도그마였다. 하지만 1940년대에 행한 일련의 옥수수실험을 통해 매클린톡은 유전체의 안정성이 신성불가침한 원칙이 아님을 입증했다.

매클린톡은 매우 중요한 발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4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노벨상을 받았다. 그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그건 그녀의 결론이 식물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학계의 정통이론과 배치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과학계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 실시된 동물실험에서 동일한 결론이 나오자, 그제야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하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식물에서 발견된 것이 나중에 동물에서 재발견되어 뒤늦게 중요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또 있다. 세포의 발견이 그랬고,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도 그랬다. RNAi는 2006년 앤드루 파이어와 크레이그 C. 멜로에게 노벨상을 안겨줬지만, 사실은 그보다 20년 전 리처드 요르겐센이 페츄니아라는 식물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파이어와 멜로는 요르겐센의 발견을 동물에서 재발견한 것뿐이다. 하지만 매클린톡의 경우와는 달리 요르겐센은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 밖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기본적인 스토리는 같다. 식물은 동물에 밀려 언제나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윤리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든가 동물과 생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식물을 실험에 사용한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물은 늘 과소평가되고 가장 열등한 생물로 간주되어 왔다. 심지어 객관성을 중시하는 과학에서조차 식물은 동물에 부당하게 종속되어 왔다. 이러한 종속의 사슬이 끊어지는 날, 과학자들은 식물과 동물의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에 더 주목하게 되고 식물을 새롭고 매력적인 연구대상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낯선 식물의 모습



인간은 식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식물과 인간 중 누가 더 중요할까?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면 이 질문에 대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겠다. 그것은 바로 식물 또는 인간이 사라지는 각각의 경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만약 식물이 내일 당장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은 몇 주, 길어야 몇 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모든 고등생물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몇 년 후 식물들이 인간의 거주지를 접수할 것이며, 1세기 안에 모든 문명이 식물로 뒤덮이게 될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식물과 인간 중 누가 더 중요한지 판가름 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이전, 사람들은 지구가 온 우주의 중심이며,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다. 이것은 철저히 인간중심주의적 생각으로, 대중의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데 수 세기가 걸렸다. 그러나 생물학적 인식에 관한 한, 사람들은 아직도 코페르니쿠스 이전의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이 가장 중요한 생물이며,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 얼마나 흥미롭고 가슴 뿌듯한 생각인가!

하지만 인간의 상황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지구의 바이오매스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99.5~99.9%라고 한다. 즉, 지구상에 사는 생물의 무게가 모두 100그램이라면, 식물의 무게는 99.5~99.9그램이나 나가는 셈이다. 거꾸로 말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무게를 다 합해도 0.1그램에서 0.5그램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간이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있지만 식물은 여전히 생명체의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지구상에 살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식물 덕분이니 우리는 이 사실에 무척 감사해야 한다.

식물은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모두 식물이거나,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모든 식물을 다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칼로리 섭취를 위해 주로 먹는 식물은 사탕수수, 옥수수, 쌀, 밀, 감자, 콩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 밖에도 몇 가지 식물을 더 먹는데, 이것을 총칭하여 식용식물이라고 부른다. 식용식물은 인간에게 매우 특별한 생물이다.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동물을 사육하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당신은 인간이 먹는 고기가 거의 전적으로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를 아는가? 사자, 영양, 늑대, 곰, 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이 없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들 짐승의 고기도 소고기나 닭고기에 못지않게 맛있는데도 말이다. 그건 가축화된 동물이 사육하기 쉽기 때문이다. 곰은 고기는 매우 맛있지만 사육하기가 어렵다. 이와 마찬가지로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데 용이한 식물은 몇 가지 안 된다. 식용식물은 많지만 그중 대부분은 진화해 온 방식이 특이해서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경작하기 어려운 식물은 호랑이나 곰 같은 야생동물들과 마찬가지다.

이와 반대로 개와 비슷한 식물들도 있다. 개는 늑대로부터 진화했지만 자기들끼리 생활하는 것보다 인간과 더불어 사는 것이 더 쉽고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인간과 개 사이에는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공생관계가 형성되었다. 인간은 개에게 먹이와 잠자리를 제공하고, 개는 그 대가로 인간을 보호하고 수행했다. 어떤 식물들은 말하자면 개와 비슷한 진화전략을 택했다. 인간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대신 해충으로부터 보호받고 영양분을 제공받았으며, 무엇보다도 지구 전체에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식물은 인간에게 식량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산소도 있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산소는 모두 식물들이 생성한 것이며, 공기 중에 산소가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이 식물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식물이 지난 수천 년 동안 에너지를 제공해준 것에 감사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 중 상당량은 까마득히 먼 옛날 태양에너지가 화학에너지로 전환된 다음 식물 속에 축적된 것이다. 태양에너지가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하는데,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고에너지 분자를 만든다. 그리고 몇 단계의 변화과정을 거쳐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생성된다. 사실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거의 모두 식물에서 나온 것이다. 실질적으로 말해서 화석연료는 태양에너지가 지하에 축적된 것에 불과하며, 그 에너지는 다양한 지질 시대 동안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물권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화석연료를 광물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화석연료는 유기퇴적물이다.

식량과 산소와 에너지에 이어, 마지막으로 의약품이 있다. 사실상 모든 의약품은 식물이 직접 생산한 분자이거나 식물의 화합물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이 합성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에서 식물은 기본이고 필수불가결한 의약품 원료로 사용된다. 또한 식물 자체가 심신건강에 이로운 경우도 있다. 식물이 산소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와 공해물질을 흡수하며 기후를 조절한다는 것은 예로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물은 다른 방법으로도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즉, 식물이 인간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경감, 주의력 향상, 치유촉진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식물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긴장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 창가에 누워 창밖의 식물을 내다볼 수 있는 환자들은 진통제 사용량이 감소하며 입원기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북유럽의 병원들이 조경에 신경을 쓰고 환자들의 휴식공간에 꽃과 관상수들을 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보스턴 소아병원과 메릴랜드 대학교 부설 재활의학 연구소가 이 움직임에 동참하여 환자와 방문객들에게 정원을 개방하고 있다. 또한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은 식물이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창밖으로 건물이 내다보이는 교실과 식물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에서 시험을 치른 경우, 식물이 내다보이는 교실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성적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연구진에 의하면 초등학교 학생들의 경우에도 식물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더욱이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에서는 사고도 줄어들며 녹지공간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자살과 폭력사건 발생률도 감소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식물은 우리 기분, 집중력, 학습, 심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식물은 장기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에도 도움이 되는데, 이는 단지 식물이 식량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장완화 효과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국제 우주정거장에는 ‘베지’라고 불리는 재배시스템을 마련해놓고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기도 했다. 식물이 심신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과학적, 의학적 이유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려면 과거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우리의 DNA 속에는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메시지가 아로새겨져 있는 듯하다.



식물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식물 내부의 의사소통



뿌리와 잎의 대화: 식물을 구성하는 여러 부위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식물은 자신이 보유한 감각을 이용하여 환경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며 주변정세를 파악하고 행동방침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식물은 수십 가지의 변수를 측정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한다. 그러나 컴퓨터와는 달리 식물에게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식물의 뿌리가 인근의 토양에 물이 존재하지 않음을 탐지했거나 식물의 잎이 초식동물의 침략을 알아차렸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다른 부위에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정보전달이 지연되면 식물 전체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전달 과정을 과연 의사소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의사소통의 개념부터 정의해보기로 하자. 흔히 의사소통이라고 하면, 전송자가 수령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전송자와 수령자라는 의사소통의 두 당사자가 각각 상이한 생물체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없다.

무릇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의사소통은 위험을 회피하게 해주고 경험을 축적하게 해주며, 자신의 몸 상태와 환경 여건을 파악하게 해준다. 식물이 이런 중요한 메커니즘을 보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뇌가 없어서 곤란할 거라고? 사실, 뇌는 내부적인 의사소통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곧 알게 되겠지만 식물은 내부적 의사소통의 달인이다. 물론 식물의 경우 외견상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식물은 전기신호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생물학적 구조체, 즉 신경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동물들은 전기신호를 이용하여 말단에서 중추신경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에게 메시지 전달의 중요성과 시급성은 동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정보는 잎에서 오는 정보만큼이나 식물에게 긴요하며, 식물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이 정보를 다른 부위에 신속히 전달해야 한다. 몸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식물은 수압과 화학은 물론 전기신호까지도 이용한다. 식물은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독립된 시스템(① 관다발계, ②기공, ③ 누출사고)을 가동하는데, 이 시스템들은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힘을 합쳐, 짧게는 몇 밀리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미터에 걸친 장단거리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면 이 세 가지 시스템의 작동을 간단히 살펴보자.

① 관다발계: 우리는 식물에게는 신경체계가 없다고 들어왔다. 식물이 신경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면 신호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식물은 매우 기능적인 해법을 고안해냈다. 즉, 하나의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는 세포벽에 뚫린 원형질연락사라는 구멍을 이용하고, 먼 거리(예를 들어 뿌리에서 잎까지)로 신호를 보낼 때는 관다발계를 이용한다. 식물은 심장이 없지만 동물의 혈관계와 비슷한 관다발계를 보유하고 있다. 관다발계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물질을 수송하는 유압시스템으로, 중앙펌프, 즉 심장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우리의 혈관계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관다발계를 통해 전기신호는 마치 전도액으로 가득 찬 튜브를 통과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신속하게 이동한다. 이렇게 해서 잎은 뿌리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받아들여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② 기공: 기공은 잎의 안쪽 표면에 존재하는 특별한 구조체로 피부의 모공과 마찬가지로 외계와 의사소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기공의 입구에는 두 개의 공변세포가 자리 잡고 있는데 공변세포는 수분과 빛의 상태를 고려하여 기공의 개폐를 조절한다. 모든 식물들은 커다란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기공을 열면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포도당을 얻을 수 있지만 많은 수분을 잃게 된다. 반대로 기공을 닫으면 수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광합성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식물은 지혜롭게도 ‘당분 생산’과 ‘수분 유지’라는 두 가지 절박한 과제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참나무에서 뿌리가 갑자기 주변에 수분이 부족한 상황을 감지했을 경우 이 긴급 상황을 신속하게 잎에 알려 광합성 작용을 중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식물은 가장 빠른 전기신호로 기공 폐쇄를 재촉하는 동시에 보다 완벽한 정보를 담은 화학·호르몬 신호를 보낸다.

③ 누출사고: 식물의 가지, 잎, 꽃 등을 따거나 꺾으면 손상된 부위에서 액체가 흘러나온다. 이처럼 식물조직의 일부가 손상되면 내부의 유압시스템이 고장 난다. 그러면 손상부위에서는 액체를 방출하여 그곳에서 유출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식물 전체에 알린다. 경고 메시지를 받은 식물은 즉시 손상된 위치를 파악하여 그 부분에 흉터를 형성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식물의 세 가지 신호전달시스템은 상호보완하며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여 식물의 생명과 평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식물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식물의 내부 의사소통 경로는 동물과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동물은 중앙집권화된 뇌를 보유하고 있어서 모든 신호들이 그곳으로 집중되지만 식물은 특유의 모듈성과 반복성 덕분에 여러 개의 데이터처리센터를 이용하여 매우 다른 종류의 신호들을 처리할 수 있다. 인간은 다리에서 손이나 입으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나 식물은 하나의 뿌리나 잎에서 다른 뿌리나 잎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분산지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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