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이 있는 공부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전미숙 지음 | 세종미디어
울림이 있는 공부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전미숙 지음
세종미디어 / 2016년 3월 / 269쪽 / 13,800원
1부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열심히 하면 정말 꿈이 이루어지나요? -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무기력한 아이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만큼 대견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그저 막연한 동경과 희망만으로 꿈과 목표를 설정하는 아이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아이보다는 무언가를 열망하는 쪽이 훨씬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열망의 에너지를 품은 아이는 어느 순간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 꼭 맞는 꿈을 발견하여 더 힘껏 달려가기 때문이다. 마치 무한동력기처럼 스스로 발전을 하는 것이다.
내가 코칭을 담당해본 여러 아이들 중 가장 부모를 좌절시키는 유형은, 이런 무모하고 황당한 꿈조차 없는 아이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그야말로 꿈도 목표도 없는 무기력한 경우이다. 땡볕 더위에 축 늘어진 잡초마냥 아무런 기력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꿈이요? 그냥 회사원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소 엉뚱하고 황당할지라도 무엇이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하나쯤은 가지고 살기 마련이다. 내가 경기도 시흥시의 매화고등학교에서 자기주도 학습강의를 할 때의 일이다. 그 과동에 참여한 다른 학생들은 유머러스하게, 또는 멋지게, 또는 진지하게 자신의 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인 민수만은 유독 세상을 초탈한 무념무상의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는 아예 민수를 지목해서 꿈을 물었다. “그냥 회사원이요. 취직해서 월급 받고, 그 돈으로 가족과 살면 되잖아요.” 아이의 대답엔 짜증이 잔뜩 묻어있었다. ‘귀찮아 죽겠는데 왜 나를 자꾸 건드리느냐?’는 의미였다. 코치인 나는 안타까웠지만 더 이상은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자극하기보다는 관심어린 탐색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어떡하면 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나는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관찰을 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이 민수에게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잠재역량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나는 반드시 그것을 찾아서 아이에게 알려주겠노라 다짐했다.
와! 쌤, 차 정말 멋져요!: 내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한꺼번에 함성을 질러댔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해했다. “와! 쌤 차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차키 보여주세요.”
“민수가 봤다고 했어요.”
이건 무슨 반응이지? 알고 보니 내 차를 본 민수가 반 아이들에게 “쌤 차 ㅇㅇㅇ이야. 돈 진짜 많이 버나봐.”라고 말을 한 것이었다. 여자 아이들과 달리 남자 아이들은 차에 관심이 많은 탓에 예상 외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 것이었다. “쌤은 얼마나 벌어요? 많이 벌어요?” 그 때 나는 “쫌 많이 벌어~~” 하면서 웃어넘겼었다. 아마도 그 아이는 그날 내 차를 보며 내 말이 사실이란 것을 확인했던 모양이었다.
감사하게도 그것이 그 아이의 마음에 작은 물꼬를 터준 듯했다. 민수 주위에는 샐러리맨이 많았던 탓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벌 수 있는 돈은 월급으로 제한되어 있었으며, 그 월급 또한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의 모습을 통해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더 큰 열매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민수는 나를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이 신뢰감을 바탕으로 아이를 어떻게 공부와 꿈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되었다. 내게 주어진 과제가 더욱 명확해진 것이다.
나 전교 11등 할 거예요!: “열정과 끈기는 보통 사람을 특출 나게 만들고, 무관심과 무기력은 비범한 사람을 보통 사람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민수의 경우 내부의 무기력과 외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자신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도 모를뿐더러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관찰을 통해 민수에게 잠재되어 있던 핵심역량이 선한 마음과 성실성임을 알아냈고, 이것을 그 아이의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민수 너 혹시 공부 잘한 적 있어?”
“쌤, 저 수학은 잘 해요. 성적은 비록 평균 68점 밖에 안 되지만….”
“우와! 다른 애들은 다들 수학 어려워하고 잘 못하는데, 넌 수학을 잘한다니 정말 대단하다. 지금이라도 수학 공부 한 번 해봐. 잘 하는 실력을 썩히는 건 정말 아깝잖아. 안 그래?”“쌤! 지금해도 될까요? 벌써 고등학교 1학년인데….”
“당연히 되지. 완전 되지. 고등학교 1학년이면 이제 시작인데 뭐가 걱정이야? 걱정할거 하나도 없어. 넌 정말 잘 해낼 거야!”
일주일 후 다시 만난 민수는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변화를 보였다. 국ㆍ영ㆍ수 참고서와 문제집, 단어장을 잔뜩 사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는 “쌤! 서점에 없어서 못 산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라며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적극적인 아이로 변해있었다. “쌤! 저 이번 기말시험에 전교 11등 할거예요.” 수업이 끝나자 민수는 또 한 단계 발전해 있었다. 무기력했던 자신은 잊으라는 듯 민수는 열정이 넘치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달 뒤 카톡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민수였다. “쌤! 저 전교 10등이에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평균 60점대의 성적을 90점대까지 끌어올리고 전교 10등이 되다니! 매사에 무기력하고 심드렁하던 아이가 작은 목표를 찾고 그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이를 믿고 잠재역량을 찾아 지속적으로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 결과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나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2부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렴
이래봬도 나 왕년에 우등생이었어요! - 특목고를 준비했던 경험으로 자신이 우등생이라 착각하는 아이
코닥 필름과 노키아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기업일 것이다. 한때 필름 시장과 휴대폰 시장에서 각각 글로벌 1등 기업이었던 코닥과 노키아는 이제 더 이상 그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왜 시장에서 사라졌을까?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과거의 성공에 너무 도취되어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코닥은 필름 시장을 무너뜨린 디지털카메라를 가장 먼저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놓고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노키아도 마찬가지였다. 주위에서는 시장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해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 무엇보다도 시장이 바뀌더라도 언제든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들은 그동안 거둔 성공 경험을 지나치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이 두 기업은 사라지고 없다. 그들은 이제 신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몰락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을 코칭하다 보면 성적별로 두드러진 특성이 눈에 보인다.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들은 대체로 건방지다. “내가 누군데!”라며 지나친 자만심으로 타인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려버린다. 성적이 중간 정도 되는 아이들은 근자감, 즉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게으름을 피우다가 결정적인 한 순간에 한 방을 노리기도 한다.
내가 만안 아이들 중 고등학교 2학년인 진욱이는 중학교 시절 특목고를 준비했던 경험에서 나온 자만심을 버리지 못한 아이였다. 게다가 고등학교 진학 이후 뚝 떨어진 성적을 “나는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버티며 게으름만 피우고 있었다. 진욱이를 관찰하던 나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만심과 근거 없는 자신감을 깨부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임을 알았다.
내가 원래 공부를 잘했던 사람이거든요!: 진욱이는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에 에너지가 넘쳐서 수다 떨기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동안 보습학원 위주로 다녔던 아이라 처음에는 ‘이 분위기는 뭐지?’ 하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기 본연의 성격을 살려 금세 친구들과 친해졌고 학원 분위기에도 잘 적응했다. 공부할 때 앉아 있는 시간도 충분하고 문제를 푸는 양 또한 만족스러웠다. 그렇다면 과연 뭐가 문제일까? 왜 진욱이 엄마는 이 아이에 대해 그리고 걱정을 많이 하는 걸까? 특목고를 준비했던 아이라면 기본기도 충분할 텐데 무엇이 걱정일까? 이 아이의 잠재역량, 강점은 무엇이며, 어떤 자극에 반응하고 움직일까?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기에, 나는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며 더욱 세심하게 진욱이를 관찰해 나갔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공부를 잘하던 우등생이나 특목고를 준비하던 아이들이 보이는 공통된 단점이기는 했다. 소위 말하는, 한때 잘나가던 아이들 중 상당수가 과거의 영광에 심취된 나머지 근거 없는 자신감만 높다는 것이다. ‘난 잘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라며 오만하기까지 하다. 당장은 마음이 편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결국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가로막는 묵직한 쇠사슬임에 분명하다.
늦은 거 아니죠?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진욱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했지만 특별한 문제도 없는 상황이라 타이밍을 잡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러던 중 성적이 저조한 한 학생이 자신의 화학 점수가 진욱이보다 0.2점이나 높게 나왔다며 자랑을 했다. 확인을 해보니 이 아이가 잘 했다기보다는 진욱이가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었다. 순간, 나는 여전히 자신이 우등생인 줄 착각하는 진욱이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무너뜨릴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했다.
“도대체 어떡하면 이런 점수가 나오니?”
“아휴, 저도 미치겠어요. 공부를 진짜 안 했나 봐요. 그런데 저는 수시로 갈 거니까 내신은 필요 없지 않나요?”“이런 짱구를 봤나? 네가 입시를 모르는구나!”
답답한 마음에 나는 즉시 정시와 수시의 차이, 정시를 준비하면서도 내신이 중요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내 말에 진욱이는 연신 한숨만 쉬고 있었다. 아이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아이의 자만심을 내려놓게 만들어야만 했다. 진욱이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크게 두 단계의 전략이 필요했다. 그 1단계는 우선 ‘현실 파악 후 잔뜩 긴장감 주기’였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아이를 보며 나는 그쯤에서 1단계를 멈췄다. 너무 강도를 세게 했다가는 2단계로 가기도 전에 이미 아이가 자포자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긴장감과 에너지를 최고로 올리는 것이 이번 전략의 포인트이기에 나는 곧바로 2단계로 들어갔다. 2단계는 ‘절박하게 만들어 정신없이 달리게 만들기’였다.
“선택해! 포기할래? 다시 도전할래?” 진욱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아직 늦지 않은 것인지, 지금이라도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인지 물었다. “In 서울 하려면 내신이 최소 2등급은 돼야 해. 중간고사는 망했으니 기말고사 전략을 짜고 몇 점까지 올릴지 목표를 정한 다음에 도전해보자.” 나는 아이에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네가 특목고를 준비하며 열심히 실력을 쌓았던 것은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방심하다가는 하루하루 꾸준히 공부하는 중위권 아이들에게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다.” 진욱이는 내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욱이는 다음날부터 정말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방치하고 무시했던 수행평가도 열심히 챙기며 내신을 꼼꼼히 다져갔다. “선생님! 저 생물 수행 만점이예요!” 진욱이는 뛸 듯이 좋아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고, 지금도 그 때의 마음을 기억하며 자만하지 않고 긴장감과 절실함으로 자신을 채우며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3부 네 마음의 주인이 돼야지
열심히 하는데 왜 성적이 엉망이죠? - 성실하지만 성적이 부진한 아이
베토벤, 발자크, 월트 스콧, 뉴턴, 다윈, 하이네, 에디슨, 아인슈타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이들은 음악, 문학, 과학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다. 또한 이들은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으로 각 분야의 대가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50년 간 248건의 논문을 썼고, 에디슨은 1,093건의 특허권을 따냈다. 베토벤 역시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로 음악의 대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놀라운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들 모두가 학창시절 열등생으로 불렸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베토벤은 음악선생님으로부터 ‘음악에 소질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하소설 「인간희극」의 저자인 프랑스의 대작가 발자크는 학창시절 꼴지를 도맡아놓고 했었다. 또 「아이반호」를 쓴 영국의 유명한 작가 월트 스콧 역시 학창시절 열등생의 상징인 종이 모자를 쓰고 항상 교실 구석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조차도 학창시절 열등생으로 분류되었던 것을 보면, 아직 채 꽃도 피우지 않은 아이들을 쉽사리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느니,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느니 하며, 될 녀석과 안 될 녀석을 섣불리 구분지어서는 안 된다. 남들보다 더 늦게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고, 부단한 노력으로 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있다.
학창시절 열등생으로 낙인 찍혔던 월트 스콧은 학과 공부에는 부진했지만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아름다운 시를 보면 열심히 외우며 남몰래 낭송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13살이 되던 무렵 그는 우연한 기회에 유명한 문필가 모임에서 시 낭송을 하게 되었는데, 그의 시낭송을 들은 시인 로버트 번스는 ‘위대한 시인이 될 인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칭찬에 힘을 얻은 월트 스콧은 시인의 꿈을 품고 열심히 시를 쓰기 시작했고, 마침내 전 세계가 칭송하는 훌륭한 시인이 되었다. 월트 스콧의 경우만 보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섣부른 단정이 아니라 아이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며 돕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찾은 창수는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경제관념이 뛰어나고 사람들과의 친화력도 뛰어난 아이였다. 그러나 학교 시험에 백지를 낼 정도로 공부에는 재능도 취미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물론이고 나 역시 창수에게 학업적인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보며 나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단정인지 알게 되었다.
내 문제가 뭔지 이제야 알겠어요!: 창수는 부진한 교과 성적과는 달리 컴퓨터에 관한 재능이나 포부가 남다른 아이였다. 안산에 있는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안산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는 상위 10%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인 탓에 창수는 결국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야무지게 준비해나가는 창수의 모습에서 나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면이 그 아이에게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창수는 학업에 열중했다. 남들보다 2주 먼저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노트에 정리한 내용을 안 보고도 막힘없이 말을 할 정도까지 외우고 또 외웠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건만 창수는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58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의 노력에 비해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점수에 나는 허망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창수에게서 큰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여느 때처럼 성실하게 공부를 하던 창수는 시험 전날이 되자 들떠서 내게 자랑을 했다. 이번 시험을 정말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분명 100점을 맞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런데 막상 시험을 치른 첫 날,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학원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