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쇼크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바이러스 쇼크
최강석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4월 / 358쪽 / 15,000원
박쥐로 시작된 인류 대재앙의 공포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간 메르스 바이러스, 진범은?
바이러스, 모든 것을 삼키다: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발생지 중동을 방문했다가 5월 4일 국내에 입국한 감염자였다. 5월 20일 확진 판정이 나기 전까지 그 환자는 수도권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고, 가는 병원마다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다. 메르스 사태 초창기, 폭발적인 감염자 수 증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우리나라에 쏠렸다. 한국으로의 여행 자제령이 내려졌고 한국 방문객은 급감했다. 마지막 환자가 발생한 7월 5일까지 총 47일간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불행하게도 38명이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했다. 짧고도 긴 수개월 동안 메르스라는 전염병은 우리나라 사회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그 몹쓸 병에 걸릴 수 있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렇듯 전염병, 특히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은 단지 전염병 통제라는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염병 자체보다도 과도하게 포장된 두려움은 공포를 만들어내 사람들의 가슴속에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면 사회적 활동들이 위축되고 그 피해가 사회 곳곳에서 휘몰아치듯이 일어난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유행 초기 다소 혼란은 있었지만 모두 병원 내 감염으로 끝났다. 아직도 메르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동 지역과는 분명 다른 문제 해결 역량을 우리는 보여주었다. 메르스 사태는 전염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알리 자키 박사의 결심: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한 병원에 비샤 지역에서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60세 남성이 고열과 호흡곤란 등 심한 폐렴 증세를 호소하며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 병원에서 폐렴을 완화하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집중적으로 처방받았지만 그 환자는 호전되지 않았다. 병원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입원한 지 11일째 결국 신부전으로까지 이어져 사망했다.
그 병원에 근무하던 바이러스 학자 알리 자키 박사는 호흡과 괴질 환자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연구실에서 배양하고 있던 원숭이 콩팥세포에 환자 객담 검체를 접종했다. 며칠이 지나자 세포 속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미 알려진 호흡기 질환 유발 바이러스를 조사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고, 이 바이러스가 기존에 알려진 호흡기 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임을 직감했다. 그는 2003년 중국 사스 사태를 순간 떠올렸다.
그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사스 바이러스는 아니었다. 그는 이 바이러스가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연구소 롱 퐁시에 박사팀에게 자신이 검사한 결과와 함께 바이러스 샘플을 보내 신종 바이러스를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검사 결과도 알리 자키 박사의 검사 결과와 일치했다. 더욱이 그 바이러스는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임이 밝혀졌다. 그 소식을 듣고 알리 자키 박사는 고심했다. “이 바이러스가 퍼지면 얼마나 위험할까? 만약 모르고 방치한다면 그건 재앙이 될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발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을 국제사회에 급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9월 15일 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사실을 편지로 써서 국제전염병기구 소식지인 ‘프로메드 메일’에 보냈다. 그 편지는 9월 20일자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그의 편지가 공개되자마자 며칠 뒤 영국의 한 병원에서 알리 자키 박사의 사례와 유사한 카타르 환자가 입원해 있으며, 이 환자 역시 동일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서 최근 중동 지역 폐렴 사망자들에 대한 역추적 조사도 이루어졌다. 사우디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기 두 달 전에도 요르단 폐렴 사망자 두 명이 메르스에 걸렸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첫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 중동 여러 지역에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알리 자키 박사는 검체 시료를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당국의 승인 없이 네덜란드 연구소로 불법적으로 반출한 혐의에 대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다니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박사의 노력으로 메르스가 알려지게 되었다. 알리 자키 박사의 노력으로 초창기 묻힐 뻔했던 메르스의 출현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중동 지역 보건당국과 영국에서 대응조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블랙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스완』에서 블랙스완은 과거 경험상의 관측값 영역을 벗어난 범위에 놓여있어서 매우 예외적이고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지만(희귀성)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고(엄청난 충격 파장),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소급하여 예견할 수 있는(예견의 소급 적용) 속성을 가진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비슷한 의미의 속담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서 마음을 놓고 있거나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 또는 부정하다가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중동 메르스도 이러한 블랙스완이 가지는 세 가지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5년 5월 이전, 메르스 추가 환자의 발생은 중동 지역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마치 ‘중동’이라는 저수지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중동 지역에서 주기적 유행 파동을 반복할 때마다 바이러스 저수지의 가득찬 물이 출렁거렸다. 그때마다 바이러스는 저수지 둑을 흘러넘치듯 중동지역을 벗어나곤 했다. 중동 지역 메르스 유행 파동 강도가 특히 강했던 2014년 초에 바이러스는 중동 지역 외부로 가장 빈번하게 흘러넘쳤다.
중동 이외 지역에서의 메르스 발생은 한결같이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고 임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중동에서의 메르스 사태가 남의 일인 양 우리들 마음속에 “설마 국내에 들어오겠어?” 하는 안이한 생각이 지배하던 때 마치 기습 공격하듯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 5월 4일 중동을 방문하고 돌아온 단 한 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블랙스완’ 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낙타의 수난: 낙타가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기는 데 주범 역할을 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왔다. 실제로 중동 지역 메르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를 분석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 내 감염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염자들은 낙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중동 지역 농가에서 사육하는 여러 가축들을 조사했을 때, 낙타에게서만 유일하게 메르스 감염 증거인 항체가 나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 감염 방지를 위해 중동 지역을 여행하거나 방문할 때 낙타나 낙타 체액 접촉 금지, 멸균하지 않은 낙타 우유 섭취 금지, 낙타 생고기 섭취 금지 등을 권장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의 감기 바이러스처럼, 낙타가 원래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일까? 왜 지금에서야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일까? 평생 낙타와 살았던 농민들이 지금 메르스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사람에게 넘어온 가축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가축화하는 시기에 인간과의 빈번한 접촉으로 인해 넘어왔다. 천연두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 천연두 바이러스가 낙타에게서 넘어왔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실제 천연두 바이러스는 낙타두창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사촌 바이러스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3,000~4,000년 전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서 낙타를 가축화하는 단계 중, 낙타 바이러스로부터 진화해 생긴 바이러스로 추정하고 있다. 천연두 이외에도,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단계에서 사람으로 넘어온 바이러스들이 상당수 있다. 홍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소 우역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사촌 바이러스이다.
낙타는 중동 지역 농민들과 수천 년 동안 접촉하면서 살아온 가축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빈번하게 되면 그 동물로부터 전염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 논리를 적용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3년 전이 아니라, 낙타의 가축화가 진행되었던 수천 년 전 사람에게 넘어왔어야 했다. 그래서 과거에 중동 지역에서 채혈해 보관 중인 낙타 혈청을 꺼내어 조사가 이루어졌다. 뜻밖에도 메르스 감염 항체는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최소한 10여 년 전 낙타들에게서도 광범위하게 메르스 양성반응이 나왔다. 왜 아프리카 지역에 메르스 환자가 없었을까? 왜 지금에서야 메르스가 나타났을까? 두 가지 그럴듯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교차반응을 보이나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은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아니면 오래전 낙타에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과정은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간 재조합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그럴듯한 가능성은 낙타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2년에 어떤 환경적 변화에 의해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갑작스러운 변신이 일어났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신종 바이러스에서도 그러하듯이, 사람 바이러스로의 변신은 원래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자연숙주’ 동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연숙주와 사람 간 바이러스를 연결하는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 몸속에서 일어난다. 숨어있는 배후가 있다.
숨어있는 배후: 사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했던 당시부터 이미 과학자들의 이목은 야생박쥐를 향하고 있었다. 이 바이러스가 박쥐 바이러스, 사스바이러스와 같은 부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박쥐에 대한 의심은 메르스 감염자가 최초로 확인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당국이 취한 후속 역학조사 과정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메르스 바이러스 출현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다음 달부터 비샤 지역 첫 메르스 환자의 집 주변 12㎞ 이내 지역, 그리고 그 환자가 일했던 철물점 주변 1㎞ 이내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박쥐 96마리를 포획해서 메르스 바이러스 보유 여부 조사를 집중적으로 벌였다. 예상했던 대로 결과는 적중했다.
박쥐 검체에서 2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그중 코로나 바이러스 한 종이 비샤 지역 빈집에 서식하던 이집트 무덤박쥐 한 마리에서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치했다. 그러나 이집트 무덤박쥐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트린 진범이라고 확신하기에는 확인된 증거가 아직까지도 완전하지 않다. 많은 과학자들은 2005년부터 세계 각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 바이러스 찾기에 열을 올렸다. 제2의 사스 출현을 예측하고 사전에 그런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동안 중동 지역 야생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 바이러스가 중동에서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사스와 유사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위험은 경험에서 근거한 관측치를 벗어난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메르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박쥐에서 분리되고 있지만, 그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박쥐에서 야생 상태로 분리되는 상당수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에 막혀 사람 세포에서 증식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람 바이러스로 변신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므로, 그 변신을 예측하고 사람에게 위협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분석기술은 여전히 미비하다.
바이러스, 두려움의 실체를 파헤쳐라
바이러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나쁘기도, 착하기도 한 바이러스: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9.9% 이상은 우리 인간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서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유발하여 고통스럽게도 만드는 나쁜 바이러스들도 많다. 이 나쁜 바이러스들이 우리 몸에 증식하는 방식은 바이러스종에 따라 다양하다. 그렇다고 사람 바이러스들이 모두 나쁜 바이러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감염되더라도 병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들도 많다. 그뿐 아니라 적당히 몸속에 들어와서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우리 몸에 항체 같은 면역물질을 만들어내는 착한 바이러스도 많다. 그래서 같은 종류이지만, 착한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치명적인 나쁜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즉 면역을 우리 몸에 부여한다. 백신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들이 착한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바이러스는 또한 지구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전염병 유행을 통하여 숙주 집단의 급속하고 과도한 번식을 조절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의 습격(치명적 감염)으로부터 숙주 동물을 보호함으로써 숙주 집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한다. 세균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는 지구상 수계(지표의 물이 점차로 모여서 같은 물줄기를 이루는 계통)에 존재하는 엄청난 세균을 매일 먹어치움으로써 수계 내 세균 개체 수를 조절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세균에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는 우리 인간이 활용하기에는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다. 살모넬라 세균에서만 선택적으로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를 가축 사료에 첨가물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내성 세균 출현문제로 항생제 사용이 제한되는 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매력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여 사람 피부 상처소독용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라고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상상할 수 없는 다양성: 고등동물에서는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분화가 진행되어 종의 진화가 나타나지만, 바이러스의 경우 고등동물과는 확연히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우선 고등동물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유전적 다양성을 바이러스 세계에서 볼 수 있다. 같은 바이러스종이라 하더라도 바이러스 개체에 따라서 유전자 염기서열의 차이가 1% 이상 존재하는 것은 부지기수이다. 바이러스의 세계에서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유전적 변이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존의 법칙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 하루. 바이러스가 한 세대를 거치는 데 필요한 기간이다. 바이러스종에 따라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세포에 감염되고, 세포 속에서 후손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빠른 유전적 변이와 맞물려 광속의 세대교체는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에 가속도를 붙여 오늘날 지구촌 모든 생명체에서 바이러스가 서식할 수 있도록 엄청난 유전적 다양성을 부여하는 토대가 되었다.
교묘한 전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강산만이 아니라 바이러스 세상도 변한다. 10년이 경과하는 동안에 바이러스 세상은 수많은 변화의 모습을 보여 왔다. 그동안 바이러스 습격의 위험으로부터 인간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많은 백신들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숙주 자체의 면역장벽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동종인 백신이 만들어놓은 숙주 면역과도 싸워왔다. 그래서 바이러스에 따라 전염병 유행의 부침을 거듭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전에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변신하는지 알아보려 닭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뉴캐슬병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