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최은규 지음 | 소울메이트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최은규 지음
소울메이트 / 2015년 10월 / 420쪽 / 16,000원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거대한 악기, 오케스트라
우연히 관람한 음악회가 인생을 바꾸다: 아마도 8살 때였던 것 같다. 길을 걷다 우연히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공연 포스터를 발견했다. 음반으로만 듣던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실제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을 졸랐다. 그리고 며칠 후, 마침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생애 첫 오페라를 관람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던 그날, 케루비노로 분한 여가수의 재치 있는 연기와 노래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악기 케이스를 들고 공연장을 빠져나오던 연주자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아마도 필자가 모차르트의 음악과 진심으로 사랑에 빠진 것도, 언젠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바로 그날이었던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기까지 누구나 한 가지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에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음악 방송에 익숙해져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가 선물한 음반을 듣고 클래식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필자처럼 실제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듣고 감동에 휩싸여 음악을 듣게 되는 일이 꽤 많다. 무엇이든 그 참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생애 첫 클래식 음악회에 가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음악에 대해 약간의 상식을 얻고자 한다면 여러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좀 더 관심 있게 살펴보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거대한 악기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악기 모양, 소리를 잘 익혀두기만 해도 어떤 음악회에 가든 악기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올 테니 말이다.
오케스트라는 그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지금의 악기 편성과 자리 배치를 이루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악기들이 경쟁을 벌이고 악기 배치에 대한 갖가지 실험을 통해 이상적인 형태로 완성되어온 것이다. 사실 오케스트라 악기 편성과 배치는 오늘날까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통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는 혁신적인 음악가들은 작품에 따라 가장 훌륭한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자리 배치를 고안해내기도 하고, 재즈에나 사용될 만한 악기들이 클래식 음악 연주에 편성되기도 한다.
변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이나 배치뿐만이 아니다. ‘오케스트라’라는 용어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그 뜻이 변화해 오늘날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본래 오케스트라라는 말은 고대 로마 원형극장의 무대 앞쪽 반원형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본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7세기 초에 음악과 연극이 결합된 형태의 ‘오페라’ 공연이 행해지면서 악기 연주자들이 무대 앞쪽 공간, 즉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고, 이로써 공간을 가리키던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악단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기에 이르렀다.
오케스트라의 자리배치, 어떻게 하는 걸까?
종종 바뀌곤 하는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 음악회에 다니는 일이 익숙해지면 차츰 무대 위 악기들에 눈이 간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트럼펫, 달콤한 소리의 주인공 클라리넷, 무대 뒤를 둘러싼 든든한 더블베이스… 여러 악기의 생김새를 보며 그 소리를 익히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오늘은 첼로가 안쪽으로 들어가 있지? 지난번에는 바깥에 있어서 잘 보였는데.” 항상 무대 오른편 바깥쪽에 있던 첼로가 이번 음악회에서는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비올라가 있던 안쪽에 첼로가 있으니 왠지 어색한 것 같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는 종종 바뀌기도 하는 걸까?” 물론 그렇다.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혹은 나라의 관습에 따라, 때로는 지휘자의 판단에 따라서도 그렇다. 사실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는 연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악기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음향 밸런스나 시각적인 효과가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 오케스트라와 국내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 오늘날 대부분의 국내 오케스트라가 채택하고 있는 현악기군의 배치를 보면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았을 때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의 순으로 놓여 있고, 첼로 뒤에 더블베이스가 버티고 있다. 이런 배치는 ‘미국식 배치’로 불리며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미국식 배치를 택하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나란히 모여 있어 바이올린 그룹의 소리를 하나로 모으기가 쉽고, 연주자들도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다. 미국식 배치의 단점도 있다.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소리가 다른 파트에 비해 약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종종 미국식 배치를 변형해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첼로-비올라’ 순으로 놓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듯하다. 비올라를 무대 오른쪽 앞에 배치하고 첼로를 안쪽에 두면 첼로 소리가 좀 더 잘 들리고, 평소 그 소리가 묻히곤 하던 비올라 선율이 전면으로 나와서 현악기 그룹의 소리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국내에서는 미국식 배치가 대세인 반면 외국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간혹 독일 오케스트라나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서 특이한 악기 배치를 볼 수 있다. 제1바이올린 옆에 제2바이올린이 아닌 첼로가 자리 잡고, 제2바이올린은 무대 오른편 앞쪽, 즉 본래 첼로가 있던 자리에 있다. 흔히 ‘독일식 배치’라 불리는 이런 배치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마주 보는 형상이어서 두 악기 그룹이 서로 대화를 나누듯 주고받는 부분에서는 음향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그 효과가 뛰어나다.
좋은 연주를 위해 자리 배치는 계속 진화한다: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독일식 배치가 그다지 달갑지 않겠지만,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무대 중앙 왼쪽에 버티고 있다는 건 현악기군의 밸런스를 위해서는 매우 좋은 일이다. 그래서 간혹 저음현의 위력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배치법을 응용한 색다른 자리 배치가 시도되기도 한다. 더블베이스를 무대 뒤쪽에 배치하는 것이다. 초기 오케스트라에서는 더블베이스가 무대 뒤쪽에 놓여 관객과 마주보는 일이 많았는데, 전통을 중요시하는 빈 필하모닉은 종종 이런 배치를 택해 더블베이스를 부각시킨다. 지난 2007년 내한한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경우는 더 파격적이었다. 그날 공연에서 첼로와 더블베이스 그룹은 관악기가 있어야 할 무대 중앙 뒤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목관악기는 현악기 사이에 파묻혔고, 더블베이스에 자리를 내준 호른과 트럼펫은 단 아래로 밀려나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이게 헝가리식 배치인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기대 이상의 음향 효과에 깜짝 놀랐다. 무대 가장자리의 조연으로 머물던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무대 중앙 주인공으로 부상하면서 음악의 윤곽은 한결 뚜렷해졌다. 대개 고음성부에 비해 세력이 약했던 저음악기들이 제1바이올린의 파워에 맞먹으며 외성을 단단하게 마감했으며, 부드러운 목관의 음색이 비올라와 어우러져 내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하나로 모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비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어떻게 연습을 할까?: “연습을 하루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조금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는 순간 그동안 애써 갈고닦은 연주 기량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다. 그러니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에게 매일매일의 꾸준한 연습은 필수이자 일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연주자들은 어떻게 연습을 할까?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방법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홀로 악기를 잡고 몇 차례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개인 연습도 있지만, 실내악과 관현악을 연주하기 위해 다 함께해야 하는 리허설도 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오케스트라 리허설이다. 오케스트라 리허설은 리허설을 이끌어가는 지휘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하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얼마나 리허설을 할까? 대체 오케스트라 리허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케스트라 리허설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우선 ‘리허설’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사전을 찾아보니 리허설이란 ‘실내악 합주나 성악 리사이틀, 교향곡, 오페라 등등의 공연에 앞서 연주자 상호 간에 호흡을 맞추어 화음과 빠르기의 유연성, 셈여림의 조화 등을 위해 연습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그 정의가 꽤 구체적이다. 사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빠르기나 셈여림, 표현 등을 함께 맞춰서 연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100명 가까이 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리허설을 할 때는 본격적인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악보를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출발점이다. 악보는 악보 상점을 통해 구입하면 되는 일이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하나의 작품에도 다양한 버전과 에디션이 있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연주하려면 우선 어떤 버전과 에디션을 택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이런 일은 대개 지휘자의 몫이다. 지휘자가 여러 버전의 총보들을 꼼꼼히 비교해본 후 연주할 악보의 버전을 정하면, 오케스트라의 악보 담당자는 총보와 오케스트라 파트보를 주문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오케스트라 전체 리허설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 제1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오케스트라 현악기의 보잉 표시를 미리 악보에 그려 넣어야 한다는 매우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어느 음에서 활을 내리고, 어느 음에서 활을 올릴지, 어느 음과 어느 음까지 한 활로 연결해 연주할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는 매우 음악적인 의사 결정이다.
활을 내릴 때, 즉 ‘하행궁’일 때는 음에 악센트를 주기는 유리하지만 소리가 점차 작아질 우려가 있고, 활을 올리는 ‘상행궁’에서는 처음엔 소리가 약하더라도 점차 강한 소리를 내기에 좋다. 그러므로 현악기의 보잉은 지극히 중요한 문제다. 이토록 까다로운 문제는 대개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각 섹션 수석 주자들이 리허설 전에 정한다. 현악기의 보잉이 정해지면 현악기 단원들은 각자 자신이 쓸 악보에 활 표시를 해놓거나, 혹은 ‘악보계’라 불리는 악보 담당자들이 전체 현악기 파트의 보잉 표시를 악보에 미리 깨끗하게 베껴 놓는다.
지휘자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리허설: 물론 현악기의 보잉은 지휘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간혹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현악 파트 악보에 미리 보잉 표시를 해 악보를 보내오는 지휘자들도 있다. 어느 음에서 활을 올리고 내릴지를 표시할 뿐만 아니라 어느 음은 활 끝부분에서 연주하고 어느 부분은 활 중간 부분을 사용하라는 지시까지, 지휘자들의 지시는 매우 세밀한 문제까지 아우른다. 현악기의 보잉은 음악 해석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니 지휘자들이 보잉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
명지휘자 오토 클렘페러의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리허설 영상을 보면 현악기 주자들에게 매우 독특한 보잉을 강요하는 장면이 나와 흥미롭다. 에그몬트의 투쟁의지를 나타낸다고 알려진 확신에 찬 주제가 연주되는 장면에서 클렘페러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활을 올리는 ‘상행궁’으로 연주하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 선율을 확신에 찬 느낌으로 표현하려면 상식적으로 활을 아래로 내려 긋는 ‘하행궁’이 더 적합하지만 클렘페러는 현악기 연주 상식에는 다소 이상하게 생각되는 보잉으로 단원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러나 상식을 깨는 보잉에는 지휘자의 ‘깊은 뜻’이 배어 있기 마련이다.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지휘하는 영상도 제1바이올린 주자들이 상식을 깨는 보잉을 선보여 놀라움을 전해준다. 1악장 제2주제로 넘어가기 전 현악기들이 음악을 주도하는 장면에서 짝을 이루는 2명의 제1바이올린 주자들은 각자 반대로 활을 긋는다. 즉 왼쪽에 앉은 바이올리니스트가 활을 올리는 동안, 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는 활을 내리는 것이다. 대개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활을 올리고 내리는 것을 통일한다는 원칙을 과감하게 깬 것이다.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몇 번 리허설을 할까?: 상식을 깨는 유머나 역발상이 나타나곤 하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은 무척이나 즐겁다. 그러나 리허설이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완벽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같은 부분을 수십 번, 때에 따라서는 수백 번 반복 연습한다면? 아마도 단원들은 매우 지치고 피곤해질 것이다. 영국의 지휘자 존 바리롤리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3악장 도입부의 리허설을 진행하는 영상을 보면 같은 부분을 무려 8번이나 반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 사람의 귀에는 다 똑같이 들리는 연주에 대해서 어떤 때는 C음이 길다거나 더블베이스가 뒤쳐진다든가 하며 같은 부분을 무려 8번이나 반복시킨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연주를 위해서라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루한 반복 연습도 모두 감내한다.
교향곡, 오케스트라를 돋보이게 하는 곡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교향곡의 개념: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면 자주 만나는 용어들이 있다. 그중 ‘교향곡(symphony)’라는 말을 아마도 가장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대개 교향곡은 음악회의 가장 마지막에 연주되며 매우 중요한 곡으로 여겨진다. 서곡이 무대 작품의 상연에 앞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관현악곡이라면, 교향곡은 일정한 형식을 갖춘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관현악곡을 뜻한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오케스트라는 짧은 서곡보다는 길고 복잡하며 형식을 잘 갖춘 교향곡을 더욱 열심히 연습하며, 청중 역시 교향곡 연주에 큰 기대를 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교향곡이 항상 거대하고 웅장한 곡이었던 것은 아니다.
18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교향곡은 무대 작품의 상연에 앞서 연주되었던 일종의 서곡이나 다름없었다. 연주 시간 3분 내외의 짧은 교향곡은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기악곡이었으며 청중의 소음을 제거하는 일종의 ‘기능음악’이었다. 18세기 음악회 분위기는 오늘날처럼 그리 정숙하지 못했다.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 웅성거리는 말소리와 부스럭거리는 갖가지 소음이 공연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때 그 소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음악이 바로 ‘교향곡’이었다.
교향곡은 어떻게 웅장한 곡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되던 짧은 교향곡이 19세기 초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웅장한 곡이 되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본래 초기의 교향곡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서곡으로 출발했으니 그 용어도 조금 달랐다. 당시 교향곡은 이탈리아어로 ‘신포니아(sinfonia)’라고 불렀다. 신포니아라는 말은 ‘함께 울리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본래 신포니아라는 음악이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들이 함께 울려서 만들어지는 음악이기도 하니 신포니아라는 말과 음악은 그 뜻이 딱 들어맞는다.
신포니아는 오페라 서곡으로서 소음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었기에 청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효과적인 작곡기법이 사용되곤 했다. 희극 오페라의 흥미 있는 내용을 미리 암시하듯, 강약의 대비를 극대화하거나 템포를 고조시키거나 생동감 있는 리듬을 사용해 활기찬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연주 시간 3분 내외의 그 짧은 곡 안에서 ‘빠름-느림-빠름’의 템포 변화를 느낄 수 있는 3부분 형식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교향곡은 청중이 듣기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음악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충실한 내용을 담은 교향곡은 오페라로부터 떨어져 나와 연주회에서 단독으로 연주되었고, 오페라의 도입음악이 아닌 독립된 하나의 악곡으로서의 교향곡, 즉 연주회용 교향곡으로 콘서트에서 연주되기 시작했다. 연주회용으로 연주되다 보니 교향곡을 이루고 있는 각 부분들은 좀 더 길고 복잡해지면서 풍부한 내용을 갖추게 되었다. 결국 각 부분들이 독립된 악장으로 분리되며 점차 오늘날의 교향곡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