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감정
김용태 지음 | 덴스토리
가짜감정
김용태 지음
덴스토리 / 2014년 12월 / 272쪽 / 13,500원
우리는 왜 감정이 낯설까?
가짜감정을 느끼는 이유
감정을 꾹꾹 눌러버린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 표현하기보다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정은 느끼고 표현하면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 끊임없이 표현되기를 요구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과정에서 무의식과 억압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찾아냈다.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불안이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압한다는 것이다. 예로 화, 슬픔, 외로움, 수치심 같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놓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편하고 위험한 ‘진짜감정’은 속으로 꾹꾹 눌러놓고, 비교적 안전한 ‘가짜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 속에 쌓인 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압력이 세지고 밖으로 나오려는 힘이 강해지는데, 충동성이 강해진 화가 분노이며 이것이 더 이상 제어되지 않을 때 밖으로 폭발한다. 이를 분노 폭발이라고 한다. 평소에 얌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잘 맞추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분노의 에너지가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자신을 공격하는데, 그게 바로 우울증이다. 무의식 속에 분노가 많으면 세세한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공격성이 강한 분노 에너지는 계속해서 나오려고 하고, 이를 막으려면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면 약한 사람이야!”: 내가 만난 분 중에 공무원 J씨가 있다. J씨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는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출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급 공무원으로 시작한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았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퇴근해서도 다음 날 할 일을 생각하며 살았다. 이렇게 해서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게 된 것이다.
아내는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아이들도 아버지와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 J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었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다. 버는 돈은 다 집에 갖다 줬다. 그런 자신을 싫어하고 잘못했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끝내 J씨는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됐고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J씨는 상담을 신청했다.
J씨는 권위적인 가장이었다. 아내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고 어쩌다 대화하게 돼도 주로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상황 설명을 듣기도 전에 혼부터 냈다. J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아내나 아이들과의 관계가 논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너무도 비통해했다. J씨는 도대체 이런 것은 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지 나에게 항변하다시피 했고, J씨는 자신을 면밀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감정을 무시하면서 철인이 되려는 마음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J씨는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이를 부정했다. 감정을 느끼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탐색하며 너무도 가난하게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무시하는 시선을 견뎌내며 이런 신념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됐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J씨는 자신이 마치 거듭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지금이라면 아내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위기 속에서 처절하게 배운 J씨는 다른 여성과 재혼했고 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게 됐다.
감정을 피해 일로 도망간다: 많은 사람들이 J씨처럼 억압된 감정을 일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한다(회피). 불쾌한 감정을 직면하는 것은 고통스러운데, 일로 도피하면 그 고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도 이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고, 통제돼야 할 대상이다. ‘중요하지 않은 감정’에 휩싸여서 ‘중요한 일’을 망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진 성공하는 듯 보이나 결국엔 실패하게 돼 있다. 왜냐하면 감정은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다: 감정을 미숙하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가? 감정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감정이 없다면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 없는 인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랑뿐 아니다.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예술 활동은 인간의 감정을 통해서 전달된다. 집을 사고 행복해하고, 회사에 입사해서 기뻐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기뻐하는 것. 상대방에게 실수해서 미안해하고, 수줍어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얼마나 세상살이가 재미없을지 모른다. 우리가 인간인 까닭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먼 옛날 인류가 맹수와 자연재해의 위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생리적으로 느꼈던 감정(불안, 공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의 선택을 도와주기도 한다.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감정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감정은 내 바깥에서 일어난 사건 또는 다른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안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사무실의 김 대리가 옆 사무실 여직원과 데이트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김 대리에게 평소 관심이 없었으면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심 김 대리하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욕구)이 있었다면, 낙담하고 처량한 기분(감정)이 들 것이다.
나는 왜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낄까?
부정적 감정을 살펴보는 이유
조절이 필요한 감정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이 가운데 기쁨, 즐거움, 편안함 같은 유쾌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떤 감정들은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힘들게 한다. 화, 불안, 외로움, 열등감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다. 때로 이 감정들은 강도가 너무 세서 우리를 온통 휘저어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나와 남에게 큰 피해를 준다. 화가 난 사람들은 폭력적으로 변하며, 아동 학대, 부부 갈등, 사회적 범죄, 심지어 국가 간 전쟁도 화로 인해 생긴다. 그리고 불안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감정으로 두려움, 공포, 공황장애 등은 불안과 관련이 깊다. 불안하면 마음 편히 살 수 없다.
한편 외로움은 뼈를 녹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은 상대방이 조금만 잘해주면 쉽게 넘어간다. 남녀관계라면 쉽게 성관계를 하고 동성인 경우에는 서로 밀착된 관계를 갖는다. 밀착관계는 단순히 친한 관계와 다르다. 정서적으로 너무 가까워서 서로의 경계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관계다. 그래서 갈등이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열등감은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갖는 복잡한 감정이다. 살면서 우리는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긴 사람은 우월감을 갖고, 진 사람은 열등감을 갖는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건 우월감을 가진 사람이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우월감이나 열등감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면 삶의 에너지로 바뀐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감정들은 방향만 바꾸면 풍요로운 삶의 자원이 될 수 있다. 화난 사람들은 열정적인 사람이다. 사람이나 일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어떠하든,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화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화난 감정을 조절하면 이 열정은 사람들과 자신을 돕는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불안은 다시 표현하면 미래의 삶을 안전하게 살고 싶은 소망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미리 계획해서 어려움 없이 살기를 원한다. 따라서 불안을 조절하기만 하면 미래의 삶을 멋지게 계획할 수 있다. 이들은 예측력이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불안감을 잘 조절하면 이런 재능을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은 관계지향적인 사람들이다. 여성들이 비교적 외로움을 잘 느끼는 이유는 남성들보다 더 관계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감정을 잘 조절하면 사람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열등감은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열등감은 모든 인간에게 있고 열등감을 추진력으로 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스스로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노력하기 때문에 열등감은 잘 조절되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나를 휘젓는 감정, 조절할 수 있다
감정 조절은 훈련이 필요하다
감정을 꾹꾹 눌러 참다가 별거 아닌 일에 자극받아 걷잡을 수 없이 분노를 쏟아내고 후회한 적이 있는가? 혹은 때때로 올라오는 감정을 무시하고 일만 하다가 공허감을 느낀 적은? 만약 우리가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알아주고 적절히 표현해줬다면 어땠을까? 바로 이 때문에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감정 조절이란 괴로운 감정에서 도망가지 않고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 조절을 위해서는 다음의 7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1단계 - 느낌 알아차리기
감정을 조절하려면 제일 먼
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알아야 하는 게 첫걸음이다. 그래서 자신의 느낌에 민감해지는 것이 이 단계의 가장 중요한 훈련 목표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 자신의 신체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심장이 뛴다든지, 손에 땀이 난다든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주로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등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2단계 - 느낌 표현하기
감정은 밖으로 표현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혼잣말을 하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내 감정을 털어놓든, 여의치 않으면 감정에 대해 두서없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를 압도하던 감정들이 신비하게 사라진다. 느낌을 표현할 때는 나를 주어로 해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화가 나거나 슬픈 느낌을 얘기하라고 하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다. 자기를 화나고 슬프게 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그런 사건을 분석하며 화나고 슬픈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감정의 원인이지 감정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는 이성을 강조하고 감정을 무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 느낌보다는 느낌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에 익숙하다. 감정의 원인보다는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3단계 - 내 인생의 주제 찾기
일단 표현하기를 통해서 일차 관문이 열리면 본격적으로 자신의 주제가 드러난다. 화가 났던 사람들은 두려움을 만나게 되고 불안해하던 사람들은 화가 나기 시작한다. 어색함과 부적절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감정 속에 묻혀 있던 주제가 드러나면 그동안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해지는 것이다. 이 단계의 위기 요인으로는 자신의 주제가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면 그런 자신을 싫어할까 봐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산다. 일반화의 기제, 주지화의 기제, 행동화의 경향, 사회화 현상 등은 모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들이다. 일반화의 기제를 쓰는 사람들은 “인간은 다 그래.”,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와 같이 말한다. 즉 ‘자신의 주제’를 ‘사람의 주제’로 바꿔서 자신의 문제를 숨긴다. 한편 주지화의 기제는 감정을 생각으로 정리한다. 감정이 생기면 자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합리화함으로써 처리한다. 여우의 신 포도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포도를 따려다 결국 실패한 여우는 “저건 신 포도일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행동화의 경향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경우다. 부끄럽고 창피한 느낌이 들면 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일로 시선을 돌린다. 이러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이나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 있다. 사회화 현상은 심리적 느낌에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다.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이나 화제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에서부터 멀어지는 방법이다. 이런 방어기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주제에 직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알게 되고 해결해간다. 이런 사람들의 인격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4단계 - 나를 깊이 이해하기
자신의 주제를 알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분명한 이미지를 갖기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자신이라고 믿고 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총각 때 길거리에서 어떤 아줌마와 다툰 적이 있다. 무엇 때문에 다퉜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줌마에게 화를 내고 난 뒤 나는 나 자신이 죽을 만큼 싫었다. 내가 왜 좀 더 너그럽게 말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며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런 나를 다른 사람들이 알까 봐 두려워했고, 몇 년 동안 철저하게 이런 나를 숨기며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나의 이런 면들을 알아봤다. 그때마다 나는 창피했고, 혹시 이런 내가 드러날까 봐 힘들어했다. 나는 이 일로 인해서 많은 시간 동안 시달렸었는데 당시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나중에 상담을 공부하면서 왜 내가 그토록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 나는 지성적이면서 너그러운 나와 거칠고 무식한 나로 양분돼 있었다. 거칠고 무식한 나는 야성적이면서 동물적인 나다. 동물적인 나는 길거리에서건 집에서건 조건만 형성되면 튀어나오는데, 이런 나를 집에서는 허용하고 있었지만 길거리에서는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는 좀 더 지성적이고 너그러운 사람이고 싶었던 내가 아줌마와의 다툼을 통해서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처음에는 이런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가 몹시 어려워서 나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 싸움은 몇 년 동안 이어졌는데 결국 나는 길거리에서 싸우는 나도 나고, 그러지 않는 나도 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5단계 - 원치 않는 내 모습 수용하기
자신 안에 여러 모습이 있고, 원하지 않는 모습도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기는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자기 나름대로 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한꺼번에 부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직면하기 싫어서 다시 옛날처럼 살려고 하면 우울해진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갖고 있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 O씨는 교회에서 신뢰받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나 목사가 진실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불같이 화를 냈다.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목사님의 권유로 상담을 하게 됐다.
O씨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다. O씨의 거짓에 대한 분노는 아버지에게서 비롯됐다. 아버지는 교회를 다님에도 불구하고 진실하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아버지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고 자란 O씨는 자신은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O씨는 아버지를 ‘악한 사람’, 자신은 ‘선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상담을 하면서 O씨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자신에게 잘해줬던 것과 술에 취해 밤늦게 집에서 소리를 지르곤 했지만 그러고 나서는 방에서 혼자 울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됐다. O씨는 이런 기억이 떠오르면서 괴로워졌다. 아버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수록 O씨는 자신이 해온 행위들 중에 아버지와 닮은 점들을 발견하게 됐고 이런 발견은 O씨의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