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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이준정 지음 | 시간여행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이준정 지음

시간여행 / 2014년 10월 / 352쪽 / 18,000원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의 세상



3년 후 나의 하루

집을 나서 한강 다리를 넘어서려는데 승용차 OLED 대시패널에 알림 메시지가 떴다. 사무실 빌딩 주차장의 여유 공간이 20%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신호다. 주차 공간 예약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로는 주차 공간 변화가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좀 귀찮긴 하지만 주차를 하느라 주변을 맴돌 필요가 없어져서 편리하다. 버튼을 눌러 예약을 한다. 시스템이 나에게 할당된 위치를 통보한다. 오늘은 오후에 외부에서 회의가 있으니까 오전 시간만 예약한다. 주차 비용은 자동 산정되어 월말 정산하게 되어 있다.

최신형 자동차를 구입한 후론 운전을 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운전대 조작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속도 조절이니 코스 선택이니 하는 것은 모두 자동차가 알아서 해 준다. 차량 주위 360도 모든 방향의 상황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해서 대처하는 자율주행기능을 장착한 차량이다. 도로 상황과 교통신호, 다른 차량의 위치까지 전부 챙겨 가며 대응한다. 목적지까지의 전체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주행 코스도 제시해 준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자동차의 가이드에 따라 이리저리 차선을 변경하면서 앞차를 따르는 것뿐이다. 편하게 차선 변경이 가능한 타이밍을 미리 신호해 주는 건 물론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고, 수동운전을 선택하면 직접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더 꼼꼼하게 교통 상황을 살펴 최적의 속도를 내 주기 때문에 빠르면서도 안전하다. 사실은 100% 자율운전도 가능하지만 운전의 즐거움을 양보할 수 없어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내 운전이 자동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앞유리창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 자동차가 안전을 지키는 시어머니 역할을 한다.

최근 나는 식도락에 빠져 있다. 저녁마다 친구와 어울려 맛집 사냥에 나선다. 오성전자가 개발한 고어 선글라스를 쓰고 식당가를 활보하면 고어 글라스가 수시로 삐삐거리며 오늘의 특선 메뉴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알려 준다. 식당에 설치된 비콘(Beacon, 세밀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할인 정보,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생활 분야와 관련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으로부터 날아온 알림을 보니 오늘의 추천 요리 세트가 30% 할인 행사 중이란다. 친구들과 떠들며 식당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오늘 저녁 최고의 메뉴가 결정된다. 한때는 친구들과 만나도 매번 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만 선택하곤 했는데 사물인터넷 시대가 된 후로는 이런저런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는 도락을 즐기게 됐다.

저녁 식사 중에 아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까운 주말에 제주도에 가려고 찾고 있던 1박 2일 여행 패키지 이야기다. 아이들까지 합쳐 네 식구 왕복 60만 원 이하로 옵션을 걸어 놨는데 자리가 났다고 한다. 요즈음엔 대부분의 물건을 인터넷 입찰로 구매한다. 내가 제시한 조건에 맞는 경우에 거래가 성사되는 시스템이다. 모든 구매가 그런 식이다. 마트에 직접 가지 않아도 고어 글라스 위에 상품의 입체 정보가 뜨고 비교 상품이 자동으로 추천되므로 안심하고 자동구매를 할 수 있다. ‘구매 확인’을 누르면 미리 등록된 계좌에서 대금이 인출되고 물품은 집으로 배달된다. 우리 가족의 구매 패턴은 이미 인터넷 만물상점인 마마존에서 다 알고 있다. 또한 마마존은 내게 언제 무슨 상품이 필요한지 먼저 알고 구매해야 할 상품을 추천한다. 심지어 지금 부모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려 주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지 않고 구매하면 효자 소리도 듣는다. 기업은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항상 소비자 맞춤형으로 판매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부모님은 온실 농사를 지으신다. 첨단 유리온실에서 모든 관리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날씨 정보에 따라서 차광막이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고 정해진 시간에 배양액이 작물의 뿌리에 양분을 공급한다. 물도 마이크로 워터링이라는 기술을 통해 정해진 양만을 규칙적으로 뿌려 준다. 이렇게 자란 작물과 과일은 자동으로 수확되어 농업유통공사에 전량 납품된다. 농업유통공사는 전국의 농산물 수요량과 공급량을 자동으로 대조하여 농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농민들은 그 정보에 의거해서 생산량을 조절한다. 덕택에 농산물 가격이 들쑥날쑥하는 일이 없다. 항상 수요보다 약간 여유가 생길 만큼만 생산하도록 중앙에서 집중 관리하고 생산에 여유가 생기면 대체작물을 재배하도록 한다. 모든 농산물은 생산지에서 소비자 가정까지 유통 이력이 기록되고 유지된다. 소비자가 언제든지 필요한 양만큼만 이것저것 모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저녁 시간에 집으로 자동 배달된다. 집 안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은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며 냉장고가 알아서 유효기간을 관리해 주기도 한다. 음식물 포장지에 부착된 태그정보를 냉장고의 마이크로 칩이 무선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내가 집에서 번잡하게 요리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음식 배달 시스템이 잘되어 있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저렴하기 때문에 배달 음식을 애용한다. 이 음식에는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디지털 데이터가 제공된다. 주문할 때 지정한 섭취 칼로리와 식단대로 맞춘 음식이다. 끼니마다 섭취하는 칼로리 관리가 잘되고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서 좋다.

유아원에 다니는 두 살짜리 아들의 책은 모두 말하는 책이다. 책장만 펼치면 엄마 대신에 예쁜 목소리로 문장을 읽어 준다. 워낙 재미있게 읽어 주니 아이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노래가 나오고 동물 소리도 나와 숲 속 놀이터가 따로 없다. 웬만한 장난감에는 모두 대화형 기능이 있다. 아기가 건들면 아프다 하기도 하고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니 장난감과 대화하면서 말을 배울 수 있다. 유아용 고어 글라스를 끼고 삼차원 공간에 들어가서 가상 패널을 조직하면 이솝우화 속의 동물들 이야기를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에 아이들이 끼어들어 전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즈음엔 엄마들 사이에서도 TV 연속극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이제 생활 속에서 고어 글라스를 벗으면 답답하다. 정보가 차단되니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예전엔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 할 수 있던 일인데도 이젠 터치화면에서 문자 입력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 모든 명령은 음성으로 처리하거나 허공에 열린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놀려 선택한다. 고어 글라스만 걸치면 세상 정보에 해박해지고 유식해지니 삶의 수준이 한 차원 높아진다. 특히 사무실에선 고어 글라스 없이는 업무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회사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접속하여 자료 검색이나 고객 관리를 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이처럼 고어 글라스는 가정과 직장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여가 활동이나 여행 시에 반드시 착용해야만 하는 생활필수품이다.



만물이 소통하는 기술



사물인터넷, 모바일 문명을 열다

인터넷은 컴퓨터와 컴퓨터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기계들까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물건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변해 가는 중이다. 사물인터넷이란 간단히 말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 기계와 기계 간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많은 경우 기계들끼리 일정한 형식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따라서 ‘사물’이란 외형상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제외한 모든 산업용ㆍ의료용ㆍ군사용ㆍ상업용 기기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략 20~30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의 추세로 보면 2015년에는 약 150억 개의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게 된다. 사람들과 사람들뿐만 아니라 형체가 없는 프로세스나 데이터들도 모두 고유 식별코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계속 확산되고, LTE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4% 정도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다. 모바일 인터넷 속도는 이미 유선 광통신 속도를 능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선 인터넷 속도가 세상의 변화를 선도해 간다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시점에 맞춰 5세대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무선으로 처리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 환경 보강과 함께 이런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 기반은 엄청난 기술변화를 몰고 올 것이며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모바일 문명이 펼쳐질 것이다.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구글 고문인 제러드 코언과 공동으로 『새로운 디지털 시대: 사람, 국가, 비즈니스의 미래를 다시 쓰다』를 저술했다. 그는 이 책에서 2020년이 되면 전 세계가 모바일 웹 시대를 맞고, 개인은 물론 국가와 비즈니스 환경까지 격변을 겪으며 완전히 새로운 문명사회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의 권력은 개인에게 분산되고 효율과 창의성을 앞세운 실용사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조직이나 기업에도 새로운 형태의 책임의식이 요구되므로 기존의 생각이나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여 미래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나 내용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 제도나 법률조차도 새로운 문명 시스템에 맞추어 수정하지 않으면 구시대 문명과 신시대 문명이 충돌하면서 끝없는 사회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반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면서 개인의 잠재력은 이제껏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신장하기 때문에, 이를 잘 규합할 수만 있다면 컴퓨터의 능력이 모든 분야에 고르게 스며들어 역사상 유래 없이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로봇을 지배하라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

공상과학영화 를 보면 인간을 닮은 인조인간이 등장한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 등장하는 인조인간은 처음에는 기계의 형태이지만 기술발달 과정을 거쳐 외모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점점 사람에 가까워져 간다. 인류의 오랜 꿈은 로봇이 인간의 미흡한 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었다. 동시에 인조인간이 지나치게 발달해 인류를 지배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항상 품어 왔다. 특히 영화 <트랜센던스>를 본 사람들은 자칫 인공지능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인간 두뇌와 컴퓨터를 비교할 때 사람들은 주로 컴퓨터의 처리속도를 들먹인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인간 두뇌의 처리속도를 10페타플롭스(초당 1,015회) 정도라고 가정했다. 그의 가정이 맞다면 최신 슈퍼컴퓨터들은 이미 인간 두뇌의 처리속도를 능가했다. 현재 10페타플롭스 이상의 처리속도를 갖는 슈퍼컴퓨터로는 일본의 케이 컴퓨터를 비롯하여 미국의 세쿼이아, 타이탄 그리고 중국의 티엔허-2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컴퓨터는 중국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티엔허-2 슈퍼컴퓨터다. 33.8페타플롭스 속도로 계산할 수 있고 기억용량은 1.4페타바이트이며 저장능력은 12.4페타바이트이고 시간당 17.8메가와트의 전력을 소비한다. 여기에 비하면 인간의 두뇌구조는 초라하다. 1,400g의 무게에 시간당 0.04와트의 전력을 소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컴퓨터가 인간 두뇌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의 지능을 두뇌구조나 처리속도로 판단하는 것은 너무도 단편적이다. 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두뇌의 장점은 직관력과 창의력이다. 두뇌는 가치를 판단하여 미래를 대비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런데 가치기준이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인간의 판단기준은 이성적일 때보다 감성적일 때가 더 많다. 좋아하는 색깔이 다르고, 하고 싶은 일도 다르다. 표준모델이 없고 말 그대로 제멋대로다. 이와 같은 인간의 두뇌는 아직 그 작동 원리가 다 밝혀지지 않아서 인간의 기술로 복제해 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특히 뇌신경세포의 정보처리 방식은 컴퓨터와 달리 생화학반응에 의해 정보를 전달하는 공정이다. 뇌신경세포 간에는 도파민, 아세틸콜린,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엔돌핀 등과 같은 화학물질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뇌신경전달물질은 감정의 변화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 결핍이 있으면 우울하고 불안해한다. 더욱이 두뇌에는 뇌신경세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뇌신경세포 수의 10배 이상이나 되는 신경아교세포가 있다. 신경아교세포는 뇌신경 신호를 증폭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정신적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밖에 영장류만이 가진 방추세포가 존재하여 전두엽 피질에서 주의력, 고통과 공포, 심장박동이나 혈압 등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를 조정한다.

물론 컴퓨터칩이 발달하고 처리속도가 빨라지면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하는 정보까지 모두 반영하여 컴퓨터가 인간의 판단력보다 우수한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의 속도로 지식정보가 증가한다면 인간의 두뇌만으론 이를 모두 처리할 수 없다. 결국 발달한 컴퓨터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인간이 컴퓨터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과 가치관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동일한 정보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가치기준을 갖고 활용한다. 그게 인간이다. 이 때문에 사람은 초능력 컴퓨터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춰 정보를 제공받길 원한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의 가치기준을 컴퓨터가 흉내 내기는 어렵다. 또 컴퓨터가 제멋대로 동작하게 해서도 안 된다. 기계가 스스로 판단한 대로 행동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면 영화에서 보는 악당 로봇이 되기 쉽다. 기계가 스스로 옳다고 판단하여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데, 그 판단기준이 사람의 이익과 배치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런 기계는 없느니만 못하다. 인공지능이나 인조인간이 아무리 인간의 능력을 추월한다 해도 결국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다. 직관력이나 창조력이 없는 인조인간이 사람을 통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결국 <트랜센던스>에서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천국과 같이 바뀌어도 사람들이 기계의 판단에 예속되어 자신의 개성이나 가치기준을 잃어버릴 바에는 과감히 그 기술적 유토피아를 거부하자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기계에 예속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컴퓨터 지능은 인류 문명에서 선한 역할만 부여받아야 한다.



첨단기술, 산업을 재편하다



첨단기술과 신소재의 만남

2010년 9월,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 부근에서 중국어선을 나포한 사건이 일어났다. 중ㆍ일 양국은 자존심을 내걸고 전쟁이라도 불사할 듯 벼랑 끝 외교전을 펼쳤다. 그러나 사건 발생 17일 만에 일본 검찰이 나포했던 중국인 선장을 ‘처분 보류’ 형태로 석방하기로 하면서 사건은 싱겁게 끝났다. 당초 벌금형이라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던 외교 전문가들의 관측과 달리 일본은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하여 아무 조건 없이 어선을 돌려보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중국이 자국산 희토류금속을 일본에 수출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희토류금속은 하이브리드카, 고성능 모터, 첨단 디스플레이, 시스템 반도체, 첨단의료기기, 태양전지, 특수강 등 차세대 핵심 첨단제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희소금속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금속 생산량의 95% 이상을 생산하여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금속의 공급을 줄이면 품귀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차세대 주력산업을 키우려는 기술 국가들에게 치명적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마찰 이후, 희토류금속의 수출 쿼터를 줄이고 모든 첨단부품을 중국 내에서 제조할 것을 장려했다. 이에 각국은 희토류금속의 비축에 들어갔으며 폐쇄했던 희토류 광산을 재가동하는 동시에 대체소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급기야 2012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인류의 복지, 에너지, 안보 문제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 신소재를 고속으로 개발하자는 기술개발계획을 제안했다. ‘물질게놈 특별계획(Materials Genome Initiative)’이라 명명된 이 개발계획에 미국 정부는 연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종래 18~29년이 걸리던 신소재 개발 기간을 5년 안으로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고속 물질 해석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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