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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나의 첫 번째 와인 가이드

조병인 지음 | 깊은나무
참 쉬운 나의 첫 번째 와인 가이드

조병인 지음

깊은나무 / 2014년 9월 / 376쪽 / 20,000원





뉴 밀레니엄 트렌드



와인 문화의 확산과 영향

와인 문화 실크로드: 와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양인들이 공유하는 와인 문화가 국내의 여러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와인 문화란 와인의 구매ㆍ보관ㆍ음용ㆍ접대ㆍ선물 등에 수반되는 보편적인 관행ㆍ격식ㆍ예절ㆍ행태 등을 일컫는 말이다. 식탁을 차릴 때 좌우를 가려서 접시와 잔을 배치하고, 와인과 음식(치즈 포함)의 조화를 맞추고, 식사의 진행(식전ㆍ식중ㆍ식후)에 따라 마시는 와인이 다르고, 와인의 종류별로 잔의 모양을 구분하는 전통 습관은 우리의 전통 주도(酒道) 못지않게 정교하다. 여러 나라의 와인이 동시에 수입된다고 해서 와인 문화도 다양한 형태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구대륙의 와인 생산국들은 와인 역사와 와인 문화를 오랜 세월 공유해온 입장이고, 신대륙의 와인 생산국들은 구대륙 국가들의 식민지였다가 와인을 생산해 수출까지 하게 된 터라서 국내로 들어오는 와인 문화는 대체로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전국의 레스토랑과 바(bar)를 통해 유통되는 와인의 약 60퍼센트가 서울의 청담동ㆍ압구정동ㆍ신사동을 아우르는 ‘강남 와인 존’에서 소비된다. 특히 청담동은 와인 애호가들이 모여들고 와인 파티가 인기를 끌어 와인업체들 사이에 마케팅 1번지로 꼽힌다. 이른바 ‘보졸레 누보 파티’도 1999년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시작돼 유행처럼 퍼졌었다. 강남의 중심부에서 시작되어 강북의 삼청동과 홍대를 거쳐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와인 문화의 전파 경로를 ‘와인 실크로드’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 지역에는 숙련된 소믈리에(sommelier)와 셰프(chef)를 고용하고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들로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는 레스토랑과 와인 바가 즐비하다. 운영 체계가 탄탄한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들은 참가비를 받고 와인 강의도 해주고 와인 정보도 공유하는 시음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경기도 가평, 강원도 횡성, 충청남도 태안 등지에는 와인 애호가가 펜션에 와인셀러와 잔 등을 갖춰놓고 손님이 원하면 와인을 팔기도 하고 와인 강의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와 와인의 인연: 『고려사』 충렬왕 편을 보면 “1302년 8월에 원나라 황제가 왕에게 포도주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1308년에 중찬 최유엄이 원나라에서 돌아왔는데 황제가 왕에게 포도주를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몽고에서 와인을 생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시대에 이미 서양 와인이 국내에 들어왔던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원나라의 뒤를 이은 명(明)ㆍ청(淸)과도 교류왕래가 이어졌으니 소량이라도 유럽 와인이 계속 들어왔을 개연성이 높다. 서구와 교역이 빨랐던 일본을 통하는 경로도 있었을 법하다. 효종 4년(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 일행이 타고 왔던 배에 프랑스 보르도의 레드 와인 클라레(claret)가 실려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유럽 와인이 국내의 여러 계층에 소개된 것은 19세기 말엽 서양 선교사들이 경쟁적으로 입국하고 주요 항구가 개항된 이후부터였다.



와인의 매력과 진가



신의 선물, 최상의 음료

와인은 건강과 장수를 약속한다: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는 와인을 ‘사람의 성격을 부드럽게 해주고, 근심을 어루만져주며, 기쁨을 되찾아주고, 죽어가는 생명을 일으켜 세우며, 한 모금씩 적당히 마시면 부드러운 이슬처럼 가슴속에 퍼져나가는 음료’라고 예찬하였다. 그의 제자인 플라톤도 와인을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로 추켜세웠다. 의학의 원조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이 살균 및 이뇨 작용을 하며 열을 내려주고 빠른 회복을 도와준다고 믿었다. 만병(萬病)의 근원은 수질과 관련이 있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물에 와인을 타서 마셨고, 로마시대 검투사들은 결투에서 부상을 입으면 상처에 와인을 부어서 치료하였으며, 러시아의 황제들은 헝가리의 토커이(Tokaj) 와인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생명의 술’로 받들었다. 1975년에 140세로 타계한 그루지야(Gruziya)의 장드부나 할머니는 생전에 와인을 매일 다섯 잔씩 마셨다고 한다. 레드 와인은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신경을 완화시키며 대뇌 활동을 촉진시켜 행복감을 안겨주고, 화이트 와인은 이뇨 및 해독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레드 와인에 함유된 천연 폴리페놀은 면역 조절, 알레르기질환(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천식 등) 치료, 노화 방지, 스트레스 및 우울증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와인 애호가들은 우울할 사이가 없어서 자살할 가능성이 낮고, 밤낮없이 와인의 종류와 특징을 헤아리기 때문에 치매에 걸릴 여지가 적다는 재미난 분석도 있다.

모든 종류의 알코올음료는 적당히 마시면 정신적인 긴장이 풀리고 혈관에서의 혈액응고를 억제하여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그러나 자체에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술은 와인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레드 와인은 항산화 효과를 통해 노화를 지연하는 폴리페놀 계열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을 풍부하게 함유한다. 폴리페놀 중에서도 플라보노이드형 안토시아닌이 활성산소의 해독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동맥경화를 막아준다. 레드 와인 속의 엘디엘(LDL, 저밀도 콜레스테롤)이라는 물질은 성분이 비슷한 토코페롤이나 카로틴보다 항산화 효과가 다섯 배 정도 뛰어나다. 2004년 10월 에스파냐의 대학 연구팀은 레드 와인의 타닌은 항산화 작용을 하고 레스베라트롤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이트 와인은 건강 유지를 도와주는 마그네슘ㆍ칼슘 등의 미네랄(광물질)과 페로몬을 풍부하게 함유한다. 또한 주석산(타르타르산), 호박산, 사과산, 초산, 구연산 같은 유기산이 많아서 적당량을 규칙적으로 마시면 생리작용과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지중해 연안 청정 지역의 토착민들은 평소 광물질(마그네슘, 칼슘 등)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많이 마시는 관계로 미국인들보다 우유를 훨씬 적게 섭취하는데도 골다공증 환자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오감충족 절대음료: 와인은 깊고 넓은 오감 만족의 절대 영역으로 애호가들을 인도한다. 색과 향에 취하고 맛과 소리에 반하는가 하면 와인 잔과 병의 자태와 감촉에 빠지기 일쑤다. 레드 와인의 붉은색은 세상을 밝혀서 만물의 생장을 떠받치는 태양과 같고, 화이트 와인의 황금색은 어둡고 무서운 밤길에 듬직한 길동무가 되어주는 달을 닮았다. 예로부터 붉은색과 황금색은 ‘신의 빛’으로 여겨져 성인(聖人)의 광배(光背)나 복식(服飾) 등에 단골 색으로 쓰여 왔다. 반면에 화이트 와인의 황금색은 곡식이 탐스럽게 익은 가을 들녘을 연상시켜 풍요로운 행복감을 안겨준다.

와인의 향은 고도로 복합적이고 관능적인 체취로 애호가들의 후각을 사로잡는다. 와인의 향에는 와인이 겪어온 세월이 깊숙이 녹아 있고, 신화와 전설이 쌓여 있고, 하늘ㆍ바람ㆍ땅의 신비한 조화가 짙게 용해되어 있다. 갓 태어난 와인은 과일 가게에서 물씬 풍기는 열매들의 천연향으로 애호가들의 코 안을 파고들고, 오랜 세월을 묵은 와인은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원숙한 향기로 애호가의 심금을 휘젓는다. 포도의 유전자에 본래부터 들어 있던 아로마(aroma)와 숙성 과정에서 요정처럼 태어난 부케(bouquet)가 은은하게 콧속으로 스미면 풋내기 애호가도 어느새 신기루의 세계로 빠져든다. 열, 빛, 진동에 노출되면 향과 맛을 이내 놓아버리는 변덕은 치근대면 토라지는 규방 아낙네의 교태를 닮아서 오히려 에로틱하다.

와인에 함유된 여섯 성분(당분, 알코올, 글리세린, 타닌, 산, 염분)이 조화와 균형을 통해 입안을 채워주는 무게감(body)과 여운(finish)의 감촉은 수작(酬酌)의 감흥을 한층 높인다. 테루아(terroir, 와인의 생산과 유통에 수반되는 일체의 환경요소), 포도 품종, 발효 과정, 혼합 비율, 숙성 기간 등의 차이에 따라 와인의 당도(brix)ㆍ산도(acidity)ㆍ맛(taste)이 달라지는 조화는 주연(酒宴)의 순배(巡杯)를 재촉한다. 온도 관리와 디캔팅(decanting, 와인의 코르크를 열어서 내용물을 다른 용기에 옮기는 작업) 그리고 개봉 후의 시간 경과에 따른 맛과 향의 요술은 곡예사의 재주보다도 경탄스럽다.

잔의 구조나 크기에 따라서 와인의 맛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는 조화도 신비롭기 짝이 없다. 스피커의 성능이 좋으면 대중음악도 매우 장엄하게 들리는 것처럼, 잔의 재료와 디자인이 좋으면 평범한 와인도 풍부하고 세련된 향미로 후각과 미각을 현혹한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 계란형, 튤립형, 플루트형 등으로 나뉘는 와인 잔들의 수려하고 요염한 형상도 와인의 매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와인 병의 코르크에 스크루를 꼽아 위로 뽑을 때 생기는 울림은 회식이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잘 익은 와인을 투명한 유리잔에 따를 때 들리는 낙수(落水) 소리는 약수가 단아하게 흐르고 가랑잎이 평화롭게 뒹구는 절집의 마당을 연상시켜 지치고 피곤한 심신에 활력을 채워준다. 오늘날의 건배 의식은 신성한 제사나 연회에 앞서서 부근의 마귀들을 쫓기 위해 술잔을 서로 부딪쳤던 관습에서 비롯되었다. 와인이 채워진 크리스털 잔을 허공에서 살짝 부딪힌 다음에 귀에다 대고 울림의 여운을 들어보라. 특히 주석이나 티타늄이 적절히 혼합된 고급 잔들은 부딪침이 한층 더 부드럽고 섬세하여 취객의 감흥을 무중력의 세계로 인도한다.



와인의 종류와 쓰임새



와인의 구분

천태만상 와인 분류하기: 일반적으로 와인은 색ㆍ향ㆍ맛ㆍ양조법 등을 기준으로 종류를 나누지만 완벽한 분류와는 거리가 멀다. 와인은 생명력을 지니는 관계로 양조가 끝나서 병 속에 담겨진 후에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끊임없이 색, 향, 맛이 변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분류 기준은 있을 수 없다. 병을 막고 있던 코르크를 뽑거나 디캔팅을 진행하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는 와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업계와 애호가들은 와인 식별과 의사소통에 편의를 제공하는 기준들을 다음과 같이 정해서 와인의 종류를 나눈다.

와인 출신지를 보자: 와인은 그것이 만들어진 원산지의 지정학적 위치를 기준으로 구대륙 와인과 신대륙 와인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구대륙 와인이란 오랜 세월에 걸쳐 와인을 생산하고 와인에 관련되는 역사와 전통의 관습을 가지고 있는 유럽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일컫는 말이다. 프랑스ㆍ이탈리아ㆍ에스파냐ㆍ독일이 중심이다. 대표적인 산지로는 프랑스의 보르도와 부르고뉴, 이탈리아의 피에몬테와 토스카나, 에스파냐의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 독일의 라인가우와 모젤-자르-루버 등을 들 수 있다. 신대륙은 구대륙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와인의 역사가 짧지만 와인용 포도 재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토대로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그 중심에는 미국ㆍ칠레ㆍ오스트레일리아ㆍ뉴질랜드ㆍ아르헨티나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캐나다 등이 있다. 신대륙 와인의 주요 원산지로는 미국의 나파 밸리, 칠레의 마이포 밸리, 오스트레일리아의 바로사 밸리, 뉴질랜드의 말버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텔렌보스, 캐나다의 오카나간 등을 들 수 있다.

레드, 화이트, 로제 그리고 또 무슨 색?: 색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와인의 종류는 크게 화이트 와인(백포도주)과 레드 와인(적포도주)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 밖에 백색과 적색의 중간색을 띠는 로제 와인(장미색 와인)을 별도로 구분하기도 하고,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의 중간색을 띠는 블러시 와인(연분홍 와인)을 특별히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모두 실제로 보이는 색상은 원래의 이름과 다소 거리가 있다. 원료가 되는 포도의 품종이 다른 데서 생기는 차이도 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와인의 기본 속성에서 비롯되는 차이도 있다. 화이트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진해지고 레드 와인은 반대로 색이 옅어진다. 막 양조된 화이트 와인은 옅은 노랑(프랑스인들은 ‘녹색을 띠는 노랑’이라고 표현한다)을 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짚색 노랑을 거쳐 점점 짙은 노랑으로 변해간다. 단맛이 강한 화이트 와인은 일반적으로 진한 황금색을 띤다. 막 양조된 레드 와인은 대체로 자주색 계열의 루비색을 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벽돌색으로 변한다. 똑같은 레드 와인 품종이라도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로 빚은 와인은 짙은 붉은색을 띠고 피노 누아로 빚은 와인은 옅은 붉은색을 띤다.

와인 맛, 달거나 무미건조하거나: 혀[舌]에 느껴지는 ‘와인의 맛’은 와인의 스타일을 구분하는 또 다른 잣대로 쓰인다. 맛을 기준으로 삼을 때는 와인의 종류를 크게 스위트(sweet) 와인과 드라이(dry) 와인으로 구별한다. 일반적으로 ‘달다’의 반대말은 ‘쓰다’이지만, 와인의 경우 ‘달다(sweet)’의 반대되는 맛은 ‘무미건조하다(dry)’는 형용사로 나타낸다. 단맛이 약한 와인이 입안에 들어가면 타닌 혹은 산(酸)의 영향으로 갈증 비슷한 느낌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단맛과 무미건조한 맛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맛이 느껴지면 미디엄 스위트 혹은 미디엄 드라이로 간주한다.

와인마다 질감이 달라요: 입안에 전달되는 와인의 무게감(body)을 기준으로 와인의 스타일을 나눌 때도 있다. 특히 레드 와인의 차이를 구분할 때 질감의 차이가 중요한 잣대로 이용된다. 레드 와인의 무게감은 ‘라이트 바디(light bodyㆍ가벼운)’와 ‘풀 바디(full bodyㆍ묵직한)’로 양분하고 중간 정도의 질감은 ‘미디엄 바디(medium body)’로 간주한다. 무게감을 보다 정교하게 표현코자 할 때에는 미디엄 라이트(medium light), 미디엄 풀(medium full) 등의 카테고리가 추가된다. 라이트 바디는 생수를 마실 때의 느낌에, 풀 바디는 걸쭉한 막걸리를 마실 때의 느낌에, 미디엄 바디는 우유를 마실 때의 느낌에 각각 비유하기도 한다. 풀 바디는 매운탕의 얼큰한 맛으로, 라이트 바디는 지리의 담백한 맛으로 비유하는 애호가도 있다. 두루뭉술한 느낌이라면 라운드 바디(round body)로 간주한다.

와인의 질감과 품질은 별개의 문제다. 질감이 묵직한 와인들의 품질도 천차만별이고 질감이 가벼운 와인들도 마찬가지다. 질감의 영역을 확대시켜 와인이 목으로 넘어가고 나서 느껴지는 여운(뒷맛)이 감각기관에 잔류하는 시간 또는 전체적인 균형감을 기준으로 와인의 스타일을 나누기도 한다. 삼킨 후에 식도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길수록(long and lasting) 좋은 와인으로 친다. 뒷맛이 계속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품질의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그 한 예가 ‘코달리(caudalie)’라는 개념이다. 1코달리라고 하면 와인의 뒷맛이 1초 동안 이어진다는 뜻이다. 막 출시된 젊은 와인은 대개 코달리가 5~6 수준이고, 오래 숙성된 고급 와인 중에는 코달리가 20을 넘는 것이 많다.

개봉 때 얌전하거나 튀거나: 와인 병의 입구를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였을 때 생기는 반응 차이를 기준으로 와인의 유형을 나눌 때도 있다. 코르크 제거에 수반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을 때의 와인의 종류는 크게 스틸(sill) 와인과 스파클링(sparkling) 와인으로 구별한다. ‘스틸 와인’에서 스틸은 ‘얌전하다’ 혹은 ‘차분하다’는 의미로써 마개를 열어도 병 속의 와인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와인을 총칭하는 용어다. 반면에 ‘스파클링 와인’에서 스파클링은 ‘불꽃이 튀는’ 혹은 ‘불꽃을 튀기는’의 뜻으로 마개를 여는 순간 병 속에서 번쩍이는 섬광처럼 거품이 발생하며 요동을 치는 와인을 일컫는 말이다. 스파클링 와인에서 나타나는 섬광 현상은 스틸 와인과 달리 양조 과정에서 생성된 탄산가스를 공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병 속에다 가둬두기 때문이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색을 띠면서 마개를 열면 약간의 섬광 현상을 보이도록 만들어진 와인을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한다.

식전, 식중, 식후 와인을 알아두자: 식사에 와인을 곁들일 때는 마시는 순서를 기준으로 와인의 유형을 나누기도 한다. 식사에 들어가기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마시는 와인을 식전 와인, 식사 중에 마시는 와인을 식중 와인, 식사를 마치고 나서 소화제 삼아 마시는 와인을 후식 와인이라고 부른다. 식사 전에는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울 필요가 있으므로 당도는 낮되 산도는 높은 와인들이 권장된다. 반대로 신사를 마치고 나서는 위액 분비를 억제시켜 식욕을 차단해야 과식을 피할 수 있으므로 산도는 낮고 당도는 높은 와인들을 권한다. 식사 중에는 요리의 종류 및 재료와 조화를 맞춰서 와인을 마시게 되지만 보통은 당도와 산도가 중간 정도에 속하는 와인들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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