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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지음 | 펜타그램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지음

펜타그램 / 2014년 7월 / 344쪽 / 16,000원





여행의 핵심



짐을 가볍게 하고 여행하기

무엇을 집에 두고 떠날 것인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짐이 너무 많다.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는 안전을 위해서뿐 아니라 편리와 즐거움, 또 때로는 뻔뻔스러운 소비지상주의 때문에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 싶은 유혹이 든다. 나는 하이킹을 하거나 카약을 탈 때마다 자기 장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어하는 사람들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게 늘 불만이다. 나는 모든 감각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는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편에 서고 싶다. 이제는 갈수록 여행자들이 여행지에 가지고 간 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집에 두고 간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여행자를 분류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나는 어느 초여름 날 뉴햄프셔 주 화이트 산에서 마주쳤던 등산객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최고급 등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만 눈길을 끈 것은 아니었다. 그는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비디오카메라, 기상정보 청취용 라디오, 최첨단 GPS 수신기 같은 액세서리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끊임없이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는 아이팟도 있었다. 그는 전자 장비들로 이루어진 고치에 싸여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내 동행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이 저러고 아프리카나 히말라야에 갔다면 강도를 당해서 전자 기기들은 여기저기 소위 재분배되고 말았을 거야.”

경험은 어떻게 전달할까? 이것은 많은 철학자들을 사로잡은 유서 깊은 질문이기도 하다. 특별히 혜택 받은 최첨단 세상에서는 경험을 전달하기는 쉽지만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현재 온갖 통신 장치 덕분에 사람들은 직접적인 경험은 거의 하지 않지만 세상에 대한 경험을 경험한다.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경험보다는 전달로 바뀌고 있다. 즉 전달이 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전자 장비 애호가인 여행자들은 해외에서의 경험을 반추하는 대신 문자로 보내기 위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이런 새로운 최첨단 전자 기구들 상당수는 해외로 나갈 때 불필요하다. 이런 기기들은 통제력과 안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기기들은 주로 또래들에게 으쓱댈 기회나 될 뿐이며 가진 자 못 가진 자 간에 점점 벌어지는 격차를 강조할 뿐이다. 이 말은 아예 이런 기기를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기술을 선별적으로, 또 저렴하게 이용하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여행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전자 기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다. 부유한 신종 유목민들은 쉴 새 없는 문자 메시지와 휴대전화 게임, 2분짜리 시트콤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어진, 끝없이 확장되는 디지털 오락 세계라는 혜택받은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한 휴대전화 제조사는 ‘소소한 권태감’조차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기도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자 기기 공세에 권태는 사치가 된다. 민족지학 현지 조사자 중에 장시간 권태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약 3시 사이에는 거의 모든 게 정지한다. 가만있어도 진을 빼놓는 더위와 파리 떼 때문에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루함은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을 멈추고 내부 세계를 탐색하는 상태다. 지루함은 혼자 힘으로, 자주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예전에 당시 열 살이었던 우리 딸이 가족들을 설득해서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된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관광 명소에 도착하니 딸은 자기를 몇 시간만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소설에 나온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려 보고 싶다고 말이다. 어린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는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불확실성과 지루함을 오래 잘 견딘다고 알려져 있다. 여행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여행은 우리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되살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펜에서 카메라까지 기록 장비의 변천: 19세기 중반에 사진이 등장했을 때, 여행자들은 탐험가든 관광객이든 모두 이 새로운 사진 촬영 기술을 재빨리 도입했다. 사진은 여행담을 전할 때뿐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구두와 문서로 하는 증언을 뒷받침하는 데도 쓰인다. 또 사진은 미학적인 면에서도 효용이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어떤 경치에 실제로 경외감을 갖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위험천만하기로 악명 높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히말라야의 케이투 봉으로 약 23킬로그램에 달하는 영화 카메라를 굳이 끌고 올라가는 노력을 달리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사진은 기록 장치로서, 비망록으로서, 해외에서 보낸 경험의 산물인 상품이나 에세이나 책의 일부분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사진 촬영은 보이는 세계를 보여 주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사진은 이야기만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효과적인 증거가 되며, 말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기록의 진실성을 입증한다.

디지털카메라가 탄생하기 이전 필름이 상당히 비싸던 시대에는 여행자들은 모든 사진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신중하게 구도를 잡았다. 그러나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살펴보고 삭제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이런 태도를 바꿔 놓아서 더 이상 구도를 잘 잡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카메라를 사용할 때 다음과 같은 조언들은 도움이 될지 모른다.

먼저 관광 및 여행안내 소책자에서 본 사진을 그대로 따라서 찍지 말라. 그럴 바에야 그냥 다운로드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가장 멋진 장면뿐 아니라 적당히 볼 만한 장면과 가장 시시한 장면도 찍어라. 화려하고 멋진 장관 말고 일상적인 평범한 것도 찍어야 한다. 전형적인 관광 명소만 찍지 말고, 설사 그게 부정적인 경험이었다 해도 나중에 여행담을 말할 때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 장면과 사건도 찍어라. 예를 들어 자기가 만났던 흥미로운 사람들, 동행자, 거리 풍경 같은 것을 말이다. 외국에서 접한 쓰레기와 위생 시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도 이런 것을 실제로 보여 주는 사진은 극히 드물다. 더불어 눈에 띄게 흥미진진한 ‘관광객용’ 장면을 보거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진을 찍어라.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다. 해외에서 자기가 한 경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경험을 실제로 보여 주기 위해서는 어떤 사진을 써야 할까? 카메라를 이용해서 피사체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모습뿐 아니라, 더 중요한 피사체의 세부도 보여 줘야 한다. 이와 동시에 사진을 찍는 데 너무 집착하지도 말아야 한다. 내가 근래 여러 박물관 큐레이터 동료들에게 전해 들은 걱정스러운 이야기는, 카메라나 다른 기록 장비를 든 사람들일수록 전시장에서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이런 사람들은 멈춰 서서 전시 대상을 음미하는 대신 그냥 사진을 찍고는 금세 다음 전시물로 옮겨 가 버린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이런 현상이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에게서도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경험들에서 나온 조언들도 있다. 나는 해외에 가져가는 모든 장비에 대해 그러듯이, 카메라도 ‘재분배’되거나 망가질지 모른다는 예상을 한다. 그래서 굉장히 아끼는 물건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가 카메라를 사는 편을 선호한다. 사용법을 모르는 장비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자. 가입한 가계 보험으로 장비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필요한 경우 특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다. 나는 메모리 카드도 여분으로 몇 개 더 가져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다운로드해 놓는다. 정기적으로 장비를 청소하고, 부딪히거나 떨어뜨렸을 때 또는 이따금 만나는 폭우 등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해줄 수 있는 주머니를 준비한다.

카메라 외에 현지 조사를 위해 민족지학자가 현장에 갖고 가던 다른 두 가지 장비는 녹음기와 타자기였다. 이제는 더 작고 더 성능 좋은 녹음 기구들이 둘을 대체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나 종류의 녹음을 하든지 황금률, 아니 늘 읊조려야 하는 주문은 ‘백업하라’이다. 현지 조사자가 현지 조사 메모와 관찰 노트를 날려 먹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물론 요새는 자료 백업도 메모리 카드에 다운로드한 다음 가장 가까운 인터넷 단말기에서 안전한 이메일 계정으로 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 되었다.

이런 녹음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옛날 방식인 펜과 메모지도 여전히 장점이 많다. 고장이 나거나 도둑맞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만으로도 말이다. 한편 더 중요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또 한 가지 장점은 빠르게 잘라서 붙이는 컴퓨터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공책에 직접 손으로 관찰 내용을 정리해서 적으면 쓸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생각을 체계화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주 튼튼한 공책 두 권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책 속지가 백지인 경우에는,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바로 스케치북이다. 최근까지 캐나다와 영국 군대에서는 장교들, 특히 포병대 장교들에게 스케치를 가르치는 게 관례였다. 스케치를 통해 관찰자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올바르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스케치는 시각적인 슬로푸드 운동이다.

현지인과 수다 떨기

두려움은 상상력과 여행의 숨통을 죈다: 해외여행은 모르는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을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된다. 민감한 여행자라면, 해외여행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잘하면 인생관 및 인생철학까지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기적으로 굴 경우 해외여행이 순진한 현지인들을 착취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여행자는 한 가지 중요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어슬렁거릴 자유이다. 독립적이거나 반독립적인 여행자라 하더라도 일정을 짤 때는 분명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른다. 자금 위기가 생길 수도 있고 할 일이나 공부할 게 있기도 하다. 그래도 독립 여행자가 되면 시간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뜻밖의 행운을 누릴 여유가 생겨서 대부분의 여행 경험이 비옥해진다. 예를 들면 알고 보니 흥미로운 사람들, 어쩌면 나중까지 소중한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접근하는 능력은 조사 기술이기도 하지만, 해외에서 생존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의심이 많고 피해망상에 빠져 있고 웃음거리가 될까 두려워한다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다.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지낸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믿고 일단 좋은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

경계는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을 열라. 두려움에 반드시 굴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비책은 항상 세워야 한다. 친구들이나 호텔 종업원이나 민박집에 자기가 어디로 갈 예정인지, 또 대충 언제쯤 돌아올지 말해 두자. 모르는 동네에 간다면 친구와 같이 가고 호신술을 배우라. 핸드백을 갖고 다니지 말자. 아니면 몸에 가로질러 멜 수 있는 끈이 긴 백을 준비하라. 귀중품을 가득 넣고 다녀서도 안 된다. 그냥 신분증과 적은 현금만 지참하라.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동네로 산책을 나가 장소에 점점 더 친숙해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어디를 다니면 되는지 주인집과 확실하게 의논하고, 날씨와 시간대도 고려하자. 첫 번째 산책은 낮에 동네가 그리 번잡하지 않을 때 하는 게 이상적이다. 지도를 구했다면 자기가 있는 구역을 되도록 외워서 남들이 다 보는 데서 눈에 띄게 지도를 펼쳐 들지 않도록 한다. 범죄자들은 길을 잃거나 불안해 보이는 여행자를 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도움이 될 만한 짤막한 상식을 하나 알아보자. 열 살짜리 여자애들이 자기들끼리만 밖에 돌아다닌다면 그 지역은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산책은 중요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일 뿐 아니라, 성찰을 하고 온갖 종류의 새로운 현상을 눈여겨볼 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라. 썩은 하수에서 나는 악취, 음식 노점에서 풍겨 오는 군침 도는 냄새, 현지인이 보내는 짓궂은 야유 같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탐험에 나서라. 어느 길모퉁이에서는 행인들이 무엇을 갖고 다니는지 주의 깊게 보라. 어쩌면 여행안내서에 나오지 않은 시장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좀 더 공공장소라 할 수 있는 시장 같은 곳 말고도, 개인적 배경과 관심사 때문에 나는 공공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공공 도서관에 가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나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지역 신문들을 읽어 보려고 노력한다. 사진과 만화는 훌륭한 장소성을 제공한다. 읽을거리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화번호부다. 전화번호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여행자들이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보통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여행 사진과 여행안내 소책자에 어린이들이 그렇게 압도적으로 자주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회춘하는 기분과 가부장주의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도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 사진을 찍을 생각이면 주로 몸짓으로 허락을 구해야 한다.

가격 흥정은 단순한 경제적 행위가 아니다: 미국인들은 비공식적 경제 활동으로 차고나 창고 세일에서 흥정을 벌일 때를 빼면 가격 흥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대다수의 거래를 사무적이고 돈을 기반으로 해서 하는 데 익숙하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흥정은 일반적인 관행으로, 상당히 예술적인 행위로 발전하기도 했다. 특정 환경, 특히 이방인이나 동일한 ‘도덕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과 흥정을 할 때는 양측 모두 어떻게든 거래에서 자기가 가장 이득을 보려고 갖은 애를 쓰겠지만, 흥정은 흥겨움을 자아내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흥정은 오래갈 수 있는 탄탄한 교환 관계를 만들어 낸다. 때로는 흥정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돈을 내겠다는 제안을 상대가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미비아에서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선술집, 주막, 슈빈 같은 무허가 술집 등이다. 이런 곳에서는 누군가가 모든 여행객에게 술을 한 잔씩 돌리겠다고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만약 여행객들이 자기가 마신 술값을 내겠다고 하면 현지인들은 인심 좋은 자기 이미지를 모욕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흥정은 경제 행위를 극대화한 것이라기보다 의례일지 모른다. 해외에서 자본주의식 고객 만족 윤리는 기대하지 말자. 가끔 보기 좋게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화를 참고 터뜨리지 말라. 돈은 불화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 보자면 내가 아무리 저가 여행자일지라도 나한테 바가지를 씌운 사람보다는 그래도 훨씬 부자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 좋다. 또 내가 그렇게 지출하는 돈은 십중팔구 저 사람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이지, 어떤 부자 나라에 본사를 둔 수상쩍은 다국적 기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도 명심하자. 나는 콜라나 펩시 대신 현지에서 생산하는 과일이나 청량음료를 사려고 일관되게 노력한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흥정에서는 전반적 사회 환경을 고려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가, 아니면 관광객을 좀처럼 보기 힘든 곳인가? 현지인들이 하는 것을 관찰해서 그렇게 하고, 주인집 사람들에게도 자문을 구하라.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맛있게 먹기: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 중에는 낯선 음식을 즐기고 싶다는 것도 있다. 해외여행이 용기가 필요한 무언가가 되는 데는 요리도 분명 한몫을 한다. 여행자들은 평소 고국에서는 입에 댈 거라 꿈도 꾸지 않았을 온갖 음식을 먹어 보려 한다. 실제로 낯선 이국 음식이야말로 외국에 왔다는 징표 중 하나다. 외국에 가 본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대화를 꽃피게 하는 화제가 바로 음식이다. 이런 대화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먹은 음식이 얼마나 별나거나 역겨웠는지를 가지고 서로를 이기려 들곤 한다. 일반적으로 요리가 ‘역겨운’ 것이었을수록 우위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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