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력혁명
이시형 지음 | 북클라우드
뇌력혁명
이시형 지음
북클라우드 / 2013년 11월 / 244쪽 / 13,800원
Chapter 01 넘치던 내 활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책 없는 강행군, 누구를 위한 삶인가?
해마다 만성 피로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피로한 한국 사회, 피로한 한국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아침 시간에 전철을 타보라. 반 이상이 졸고 있다. 그나마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탈진한 표정이다. 입시와 시험 스트레스에 쫓기는 10대, 취업 스트레스로 들볶이는 20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30~40대, 노후가 불안한 50~60대…. 남녀노소 가릴 것 없다. 온 국민 피로 시대다. 늘 무기력하고 뭔가에 쫓기는 듯 불안하고 우울하다. 도대체 왜들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우리 삶을 되돌아보면 대답은 명백하다. 급속도로 가속화되는 기계문명과 도시화는 피로의 온상이다. 숨 막히게 빽빽이 들어찬 회색 빌딩, 자동차 소음, 매연…. 혼자 걸어도 조용할 틈이 없다. 상점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넘치는 음악은 절규에 가깝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라. 경보 선수가 따로 없다. 친구를 만나도 여유가 없다. 뭣에 쫓기는 듯 자꾸 시계를 보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인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렇게 속도전을 치르면서도 세계에서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그러나 휴가 사용 빈도는 낮은 전형적인 개도국형 라이프스타일이다.
특히 중년의 건강이 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사망률은 일정하다가 40대에 들어서면 30대의 두 배에 이르고, 50대가 되면 무려 네 배까지 급증한다고 한다.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니다. 막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쫓기는 이들에겐 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술자리도 빠질 수 없다. 절제도 없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부어라 마셔라 끝장을 본다. 그러곤 다음 날, 그 컨디션으로 출근을 한다. 업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커피에 담배, 잠시 정신이 맑아진다. 그러고는 또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간다. 야근에, 주말 근무에, 휴일도 없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이런 생활이 몇 달 계속되면 누구도 견딜 수 없다. 결국 쓰러진다. 몸살감기라도 걸려야 겨우 억지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워낙 오래 쌓인 피로라 며칠 쉰다고 말끔히 가시지도 않는다.
남들이 300년 걸린다는 산업사회를 우리는 불과 40년 만에 완성했다. 한국의 근대화는 세계 4대 혁명 중 하나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니, 어깨가 으쓱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우리의 피와 땀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지난 반세기, 우린 오직 근대화의 고지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윽고 세계정상.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휴우~.” 큰 숨을 내쉬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발아래 경치도 둘러보며 여유를 즐길 만도 한데, 천만에다. 우린 지금도 계속 더 올라가야 한다는 ‘등산 심리’에 빠져 있다. 잠시의 휴식도 없다. 지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뇌다. 피로하단 소리를 연발하지만 진짜 피로한 건 몸이 아니라 뇌다. 몸이야 쉬면 회복이 되지만 뇌는 간단치 않다. 뇌가 피로하면 뇌 활동이 정상 궤도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이대로 더 갈 순 없다.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주변을, 나를 돌아봐야 한다. 쉼이 필요하다고 우리 뇌가 아우성이다.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것이 ‘뇌력혁명’의 배경이다.
당신의 뇌는 이미 그로기 상태다: 뇌피로란, 말 그대로 뇌가 피로한 상태다. 몸을 오래 많이 쓰면 피로하듯 뇌도 마찬가지다. 다만, 신체적 피로는 격렬한 운동 후엔 다리가 뻐근하다든지 하는 자각증상이 뚜렷하다. 그러나 뇌피로는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했다간 큰일 난다. 뇌과학자들 사이에선 뇌피로란 말을 사용한 지 한참 되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스트레스’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를 느끼면 우리 몸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당장 교감신경이 긴장하면서 여러 가지 생리적 흥분 상태를 만든다. 부신피질에서 스트레스를 방어하기 위해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온몸이 공격 태세에 들어간다. 이런 일련의 반응은 개체 보존을 위한 일종의 동물적, 본능적 반응이다. 동물이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하면 적절한 투쟁이나 도피 반응을 보일 수 없어 자칫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스트레스도 뇌피로를 가져오는 중대한 요인이지만, 뇌피로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이 있다. 스트레스는 주관적 느낌이 뚜렷하고 그 반응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사람들은 즉각 해결책을 강구한다. 하지만 뇌피로는 느껴지는 증상이 미미해서 잘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강도도 매우 약하다. 피로한데 피로를 잘 못 느낀다는 것이 뇌피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뇌피로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심각성이다. 피로를 잘 느끼지 못하니 계속 강행군을 하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진다. 자각증상이 없다고 해도 뇌 속에는 이미 여러 가지 피로 증상들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약하게, 서서히,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미처 의식을 못할 뿐이다. 이 상태에선 뇌가 정상으로 풀가동될 수 없다. 뇌효율 면이나 생산성에서 확실히 떨어진다. 우수한 두뇌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한다면 이건 국력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뇌를 정확히 알고 효율적인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 뇌력혁명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뇌피로를 풀어야 인생이 풀린다
그렇다면 언제 뇌피로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까? 쉬어보면 안다. 뇌에 좋은 휴식을 취하고 나면 그제야 자신이 뇌피로 상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은 완전한 휴식을 위한 곳이다. 깊은 산골에 자리 잡고 있어서 휴대폰,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도 없고 밖에서 전쟁이 나도 모를 정도로 고즈넉하다. 가히 은자의 휴양지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펼쳐진 곳이라 피로한 뇌에 신선한 휴식을 준다. 이 같은 곳에서의 쾌적한 자극이 뇌피로에 최상의 힐링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하루 이틀 묵고 나면 머리가 가뿐하고 맑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게 신선해 보이고 온몸에 활력이 넘쳐난다. 그제야 사람들은 ‘아, 나의 뇌가 이렇게 피로해 있었구나!’ 하고 짐짓 놀란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뇌피로 상태로 질주하던 사람들이 산속에서 쉬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상태를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선마을 문을 나선다. 뇌력혁명은 여기서 빛난다.
무력감에 빠진 뇌는 힐링이 필요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정상을 향해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며 격정적인 세월을 살아왔다. 그로 인해 우리의 심신은 지쳐 있고 뇌는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이게 요즈음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힐링 붐의 배경이다. 이 엄청난 환경을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해보지만 우리 개개인의 노력은 언제나 무위로 끝나고 이러한 무력감은 지친 뇌를 더욱 피로하게 만든다. 방법은 하나다.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버스 정거장에 길게 늘어선 줄의 맨 끝에 서서 발을 구른다고 줄이 빨리 줄어들지 않는다. 조용히 기다리는 방법 외에 무슨 수가 있을까? 성질을 부리고 초조해할수록 우리 뇌 속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점점 사태를 악화시킨다.
이런 때일수록 차분히 차례를 기다리는 것, 이게 세로토닌 상태다. 이것이 자칫 상처받을지 모르는 뇌에 가장 좋은 힐링력이다. 한 번 노르아드레날린이 발동되어 성이 나면 이놈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는 습성이 있다. 결국 폭발한다. 뇌피로가 극에 달한다. 여기까지 오면 이성적 컨트롤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따라서 참아야 한다. 그대로 폭발하면 후유증이 더 크다. 참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다. 물론 쉽지 않다. 이때의 응급 처치가 ‘조절의 명수’인 세로토닌 기법이다. 첫째, 일단 돌아선다. 둘째, 심호흡을 천천히 세 번 한다. 셋째, 조용히 걷는다. 넷째, 잠시 자리를 뜬다. 여기까지만 오면 성공이다. 심호흡, 걷기 등으로 세로토닌이 분비되면 차츰 조절력이 회복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내가 잘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이게 뇌력혁명이다. 환경과 싸우거나 없애려 할수록 나에게 더 큰 반동으로 돌아온다. 엄청난 정신에너지 낭비다. 따라서 몸이 아니고 뇌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즐거운 인생에 뇌피로란 없다: 지난 반세기는 과학 문명, 산업화, 하이테크, 지성과 이성의 시대였다. 감성적 우뇌보다 이성적 좌뇌가 우위이던 시대였다. 그러느라 우리 사회는 문사철의 인문학이 실종 위기에 처해버렸다. 지성의 바퀴만 비대해졌을 뿐 감성의 바퀴가 일그러졌으니 똑바로 굴러갈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인류는 구피질, 즉 변연계의 본능적, 동물적 감성을 마치 괴물인 양 무시하고 억압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재미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던가. 즐겁고 재미있는 삶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즐거움의 원천은 바로 변연계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인간인 만큼 원시적 쾌락 원칙만 따라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당한 절제가 필요하다.
메마른 지성에의 편향은 뇌를 혹사시킨다. 지나친 이성적 원칙만을 고집하면 뇌가 견뎌내질 못한다. 지친 뇌에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는 즐거움이다. 그게 뇌의 본성이다. 괴로움을 추구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불행히 우리 주변엔 지성 편향의 메마른 인간 군상이 너무 많다. 촉촉한 인정, 감성, 감동을 복원해야 한다. 억압되어온 변연계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모든 즐거움의 원천은 변연계의 편도체라는 사실을. 본능적인 쾌락 원칙도 편도체에서 출발한다. 지성 편향에 지친 뇌에 불협화음으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젠 땀과 눈물, 근성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부터는 여성적 시대, 부드럽고 편안한 감성의 시대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Chapter 02 뇌의 원리를 알면 뇌피로 해법이 보인다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뇌피로 증상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 하나하나가 독립된 생명체다. 세포는 순환하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에너지를 생산하고 노폐물을 배설하면서 생명현상을 이어간다. 모든 세포는 각각 독립된 생명체로서 다양한 기능을 하지만 자율신경 사령부인 시상하부의 지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처럼 세포들이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우리 몸은 생명체로서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다.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또한 서로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세포라니…. 참 멋지지 않은가?
문제는 스트레스다. 당장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말초혈관이 수축되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잠시면 몰라도 장기간 지속되면 혈류장애로 세포에 영양과 산소가 부족해지고 노폐물 수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라면 에너지 생산도 잘될 수 없다. 활력이 떨어지고 세포에 손상이 온다. 크건 작건 모든 스트레스는 세포에 반드시 손상을 입힌다. 적당히 휴식을 취해 빨리 복원하지 않으면 스트레스증후군 단계로 진행되어 결국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간과하고 미련스럽게 자신을 몰아붙이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지나쳐버리거나 덮어두지 말고 잘 조정하는 것이 뇌 건강을 위한 삶의 지혜이다.
당신의 뇌피로도는?: 뇌피로는 뇌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특히 시상하부와 실방핵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시상하부는 변연계의 중심 부위로서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서 출발한 신경 경로는 뇌 전체로 퍼져 나가며 이웃 해마와 원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뇌피로는 뇌 전체에 걸쳐 광범위한 증상을 초래하지만 시상하부의 프로그램 난조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시상하부에 가장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가벼운 증상] 뇌피로 초기 단계에서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가뿐하지 않거나, 머리가 멍하고, 깜빡깜빡 잊는 일이 잦고, 두통이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현대 지식 노동자는 일에 빠져 이런 증상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생각하고 별 대책 없이 넘어간다. 그러다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해당 증상이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시상하부에 무리가 오고 있다는 경고다. ‘지금 나의 뇌는 피로해 있다’는 신호이므로 이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바로 뇌력혁명이 일어나야 하는 시점이다.
[중등도 증상] 위의 가벼운 증상들은 모두 생명 중추인 시상하부에 집결되어 있다. 가벼운 증상이라고 무시하고 계속 강행군을 하면 다음과 같은 중등도 증상으로 진행된다.① 자율신경계: 스트레스 때와 마찬가지로 교감신경의 과잉흥분으로 자율신경부조증이 나타난다. 초조, 불안, 긴장, 가슴 두근거림, 결림, 두통, 한기, 어지럼증 등이 생긴다.② 내분비ㆍ대사계: 호르몬 분비가 난조에 빠지고 대사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설사, 변비, 복통, 소화불량, 생리불순, 만성피로 등이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노화가 촉진된다.③ 면역계: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큰 문제다. 면역체계가 붕괴되면 방어체력이 저하되어 온갖 염증이 잘 생긴다. 장염, 위염, 편도선염, 구내염, 상기도염(잦은 감기) 등의 질환에 취약해진다.
[중증 증상] 중등도 단계에선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지만 당장 입원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계속 이대로 가면 열거하기에도 끔찍한 중병들이 줄줄이 따라온다. 고혈압, 심장병, 중풍, 출혈성 위궤양, 궤양성 대장염 그리고 끝내는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생명의 중추인 시상하부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런 증상들은 사실상 모두 생활습관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현대병이라는 무서운 생활습관병도 뇌피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뇌가 온몸의 사령부라는 사실과 시상하부가 생명의 중추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지식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아하 체험’
변연계는 생존, 본능, 행동, 감정 등에 관여하는 원시 뇌로서 그 중심 부위에 시상하부가 위치한다. 시상하부는 내분비기관뿐만 아니라 변연계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자율신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체온, 혈액순환, 영양소 및 호르몬 농도 등을 조절하는 한편 갈증, 배고픔,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유발한다. 해마는 시상하부와 인접해 있으면서 변연계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뇌를 많이 써야 하는 지식 노동자에게 해마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며, 원시 감정의 편도체와 나란히 있어서 긴박한 상황에선 신피질의 지령 없이 독자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사자를 본 순간 즉각 사력을 다해 달아나야지, 한가하게 뇌의 최고 사령부인 신피질에 어떻게 할까 물어볼 시간이 없다. 생명과 직결되는 긴박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뇌신경세포는 한 번 사멸하면 재생ㆍ증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마만은 유일하게 신경세포가 증식한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해마 중에서도 정보가 들어가는 입구에 분포된 과립세포가 증식하며, 3개월에 한 번씩 사멸ㆍ증식의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발견은 뇌과학계에 많은 점을 시사해주는 혁명적이고도 희망적인 소식이다. 머리는 쓸수록 좋아진다는 건 해마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흔히들 중년이 되면 ‘깜빡한다’, ‘기억이 옛날 같지 않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건 건망증이 아니고 ‘내가 게으르다’는 변명일 뿐이다. 중년이여, 생각해보라. 우리가 학창 시절만큼 공부하고 있는가? 학생 땐 공부가 전업이요, 전부였다. 사회인이 되면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주의가 산만해서 기억을 잘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기억력 전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이처럼 중요한 해마의 신경세포를 증식시키는 노하우는 쾌적한 5감 자극과 기분 좋은 지적 자극을 많이 주는 것이다. 즉, 해마의 신경세포는 쓸수록, 신선한 지적 자극을 많이 줄수록 증식이 촉진된다. 단, 여기서도 뇌피로의 원리는 지켜져야 한다. 즉, 지나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