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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

데이브 잉글도 지음 | 더숲
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

데이브 잉글도 지음

더숲 / 2014년 5월 / 192쪽 / 13,500원





기대하시라, 세계 최고 아빠!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오늘, 드디어 우리 공주님을 집으로 모셔왔다. 앨리스 비, 내가 이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딸아이는 하루 대부분을 고요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 보낸다.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아빠 노릇쯤이야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울 듯하다. 오늘 아침 아내가 준 새 머그잔에 새겨진 타이틀, ‘세계 최고의 아빠’를 걸고 맹세할 수 있다. 나는 정말 누구보다도 좋은 아빠가 될 생각이다. 모두 기대하시라!



앨리스와 함께하는 최고의 아침식사



진은 지금 막중한 군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주일간 시외출장 중이다. 일주일간 아이와 단둘이 남겨진 것도 힘든데, 아내는 한술 더 떠 아이에게 뭘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몇 주 전 아내가 앨리스의 밥에 대해 이유식이니 고형식이니 하며 몇 마디 했던 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스테이크와 달걀을 곁들인 따끈한 아침식사보다 더 든든한 한 끼 고형식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앨리스는 결국 스테이크는 건너뛰고 감자만 조금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세계 최고 엄마인 진이 아마 나이프와 포크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다.



어디 있니, 앨리스?



오늘 아침 TV를 켜니 엄청난 기상상황이 예보되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날씨를 워낙 좋아하니 오히려 희소식이라 해야 하나? 게다가 이 멋진 경험을 앨리스 비와 함께 할 생각에 꽤 들떴다.



다가올 폭풍에 대비해 나는 오전 내내 집 안팎을 세밀하게 점검하는가 하면 챙겨야 할 것들을 아내와 나누어 맡았다.



서둘러 할 일을 다 마친 나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우리 딸을 위해 근사한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따뜻한 코코아와 아이가 제일 아끼는 폭신한 인형, 그리고 따뜻한 담요까지 준비 완료! 그런데 내 딸내미는 어디 있지?



유치원, 아이 신발 그리고 뭘 또 깜빡했지?



하루의 시작은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나는 늘 그래왔듯 잠에서 깨어나 커피를 내리고 스포츠 신문을 읽었다. 그런 다음 평소보다 약 2분 정도 빨리 현관문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 층에서 앨리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바로 우리 딸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나는 정신없이 아이의 옷을 입힌 다음 카시트 안에 딸을 넣고 자동차를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차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예리한 관찰력이 발동했다. 그렇다. 아이 신발을 깜빡했다! 난 다시 집 안으로 달려가 신발을 집어 들고 차 안으로 점프하다시피 돌아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런데 이 찜찜한 기분은 뭘까. 뭘 또 깜빡한 건가.



생일 축하해 데이브, 아… 아니 앨리스!



나는 12월 13일에 태어났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 지나 40년간 내 소중한 생일은 이보다 12일 뒤에 있는 훨씬 더 중요한 기념일에 밀려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내는 하필 12월 18일에 딸아이를 출산하고 말았다. 이제 내 생일은 두 번의 중요한 기념일에 밀려 완전 뒷전으로 밀려나게 생겼다.



그런데 오늘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와 앨리스의 나이 차이는 40살. 따라서 우리 딸 생일케이크를 내 것처럼 고치기는 아주 쉽다.



앞으로 9년간은 써먹을 수 있겠지.





난 결백해!



난 언제나 부엌에만 들어가면 난장판을 만들어 놓곤 한다. 그렇지만 항상 내가 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늘 아침 일만 해도 그렇다. 진은 조깅하러 나가면서 앨리스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내가 조깅하러 45분간 집을 비운다는 건 이 몸이 아이스크림으로 아침을 대신한다는 뜻이렷다? 나는 잽싸게 부엌으로 달려가 냉동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잠시 뒤 아이스크림 통을 손에 들고 부엌에 오니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아내가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부엌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앨리스는 거실에서 그 어느 때보다 조신하게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저녁 내내 낑낑거리며 온 부엌을 치워야만 했다.





감동의 첫 가족 캠핑!



이번 주말,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캠핑을 나갔다. 부녀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새로운 경험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이제 드디어 우리 딸이 직접 불을 피우고 장작불 요리도 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큰 사이즈의 버거를 굽겠다고 우겼지만 첫 시도인 만큼 일단 훨씬 작은 사이즈로 타협을 보았다.



우리 공주님이 이 아빠를 위해 직접 구운 완벽한 버거를 접시에 올리는 순간 나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연기 때문이었나.





앨리스, 열정적인 토스트 요리사



지난밤 앨리스는 토스터를 가지고 놀다가 진에게 또 들키고 말았다. 아내는 내게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던 내 약속이 “늘 10개월씩 뒤져 있다”라고 지적하며 다시 30분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다. 최소한 토스터가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아이에게 반드시 가르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진이 내린 지시를 명심하며 나는 오늘 아침 앨리스에게 토스터의 플러그를 소켓에 안전하게 꽂는 방법, 식빵 넣는 요령, 심지어 다 구운 식빵에 버터 바르는 기술까지 완벽하게 전수해주었다. 딸아이는 이 모든 과정을 상당히 즐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즐길 줄이야. 성능 테스트에 완벽을 기하는 것도 좋지만 빵이란 빵을 모조리 구워내다니…. 도대체 어디서 이런 영감을 받았을까?



아버지 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오늘은 아버지의 날이다. 우리 공주님은 아빠를 위해 ‘침대에서의 아침 식사’를 마련해주었다. 이런 호사를 다 누리다니…. 앨리스는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을 듬뿍 올려서 커피와 함께 가져다주었다. 확실히 지난 18개월 동안 이 아빠가 이것저것 가르친 보람이 있다. 그런데 배불리 아침을 먹고 나자 앨리스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아내가 남긴 거였다. “아버지의 날 축하해, 여보. 그나저나 오늘이 내가 일 년간 집을 비우는 첫날인 거 알고 있지? 다시 말해 이제 우리 집에서 당신 서열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뜻이지. 다시 한 번 축하해! 그리고 행운을 빌어.”



고마워 여보! 그런데 기분이 왜 이렇지?





달려라, 앨리스



아내는 자기가 없는 동안 운동 좀 열심히 하라며 계속 쪼아댄다. 할 수 없이 오늘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요사이 앨리스 비는 지하실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득 지하실에 놓아둔 낡은 헬스용 자전거가 떠올랐다. 이거면 되겠다 싶었다. 돈 들여 헬스장에 다닐 필요도 없고 말이다. 어차피 아내의 잔소리가 누그러질 때까지 몇 주만 하는 척하면 될 테니까….



우리 딸이 얼마나 컸는지 오늘에야 실감하게 되었다. 아주 완벽한 운동 파트너 노릇을 하는 게 아닌가? 오늘 하루 거의 25킬로미터는 달렸을 거다. 게다가 앨리스가 제일 좋아하는 프라이드치킨에 시원한 맥주까지 한 턱 내주니 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다. 드디어 나한테 딱 어울리는 운동 패턴을 발견한 기분이다. 주행거리만 알아서 적당히 입력하면 아내도 분명 흡족해할 것이다.



~척하기 놀이



우리 딸은 요즘 ‘~척하기 놀이’에 흥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온갖 종류의 ‘가게’를 상상의 무대로 삼는다. 가뜩이나 아내도 없고 해서 발 관리 해줄 사람도 없는데 마침 잘됐다.



발톱 손질을 비롯한 발 관리를 해주는 ‘페디큐어 스토어’ 놀이는 내가 지금껏 앨리스와 해본 놀이 중에 최고인 것 같다. 간절히 바라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짜 지폐로 지불하면 그만이라 여간 흡족하지 않다. 오늘 처음 하는 것치고 딸아이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내 발에 붙어 있던 모든 각질이 말끔히 제거되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앨리스가 선택한 페디큐어의 색상 정도?



아빠는 강남스타일



앨리스 비와 나는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진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그녀의 군용 텐트 안에 우리 부녀의 잠자리까지 만들 수 있겠냐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텐트가 아니라 이태원 도심 한복판의 현대식 아파트가 자기 숙소라며 뻐기는 거였다.



앨리스는 엄마와 재회한 데다 한뎃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니 신이 난 듯 보였다. 하지만 아파트의 위치에는 좀 실망하는 눈치였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댄스곡에 등장하는 강남이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나 보다.



신라면 한 사발, 생수 한 통



이곳 서울은 매운 음식의 천국이다. 나는 영 이 상황에 적응이 안 되고 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앨리스에게 점심 좀 차려달라고 했더니 자기 엄마의 식량저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온 재료들로 후다닥 한 상을 차려냈다. 매콤한 김치, 쌈장을 찍은 풋고추, 신라면 블랙 한 사발. 그런데 의외로 아주 맛있었다. 하지만 퇴근한 아내는 꽤 당혹스러워했다. 우리가 일주일치 생수를 전부 마셔버렸기 때문이다.



김치 담그기에 도전하다



마침내 이곳의 매운 음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심지어 김치에는 심각한 중독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오늘 앨리스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김칫독을 비롯해 김치 담글 때 필요한 모든 재료를 사왔다. 우리 둘이서 직접 김치 담그기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역시 우리 딸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작업에서부터 양념에 버무리기까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조수다.



덕분에 나는 냄새 나는 젓갈을 만질 필요도 없었고 고춧가루 때문에 손이 화끈거리는 고통 역시 겪지 않아도 됐다.



매일 아침 커피 대신 한국 전통차 마시기



여행을 할 때마다 앨리스는 그 지역의 문화를 체득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미국에 있을 때는 매일 아침 커피를 가져다주던 딸아이가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한국 전통차를 마셔야 한다며 나를 설득하고 있다. 심지어 이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등장한다.



처음에는 약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점차 이 의식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먼저 찻잎을 섬세하게 닦아낸 다음 다기 안에 넣는다. 그런 다음 그 위에 조심스럽게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그리고 마시기에 딱 좋은 온도로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혹 이 아빠가 심심할까 봐 그러는지 한국어로 된 스포츠 신문을 가져다준다. 정말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굴러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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