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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이수경 지음 | 라이온북스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이수경 지음

라이온북스 / 2012년 5월 / 340쪽 / 14,000원



PART 1 왕과 왕비를 꿈꾸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누구를 위한 결혼이야?: 나는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듣는데 내용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오른쪽 다리만 덜덜덜 떨렸던 기억이 난다. 아내를 힐끗 보니 아내도 손에 쥔 부케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당시 그 순간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두렵지 않았다. 이 여자와 함께 살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비록 라면만 먹어도, 아니 밥을 굶어도 행복할 것 같았다. 실제로 너무 행복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허구한 날 야근하던 내가 결혼하자 칼퇴근하고, 퇴근 후나 주말이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미처 다 준비하지 못했던 살림살이(빗자루, 쓰레받기, 냄비, 휴지통 등)를 사러 다니고, 너무너무 행복했다. 아내도 그런 것 같아 보였다. 아내가 하는 말은 다 옳았고, 아내가 무엇을 해도 예뻐 보였다. 적어도 석 달 동안은 말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너와 나: 결혼하고 석 달 후, 나는 첫 부부싸움을 했다. 그것도 그냥 말다툼 정도가 아니라 박이 터지도록 싸웠다. 사흘 정도 서로 말을 안 했던 것 같다. 며칠이 지나 안 되겠다 싶어 화해하려고 대화하다가 또 싸웠다. 내 아내는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이 아닌,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장남이라 가족 부양 걱정에 경제관념이 뛰어나지만, 아내는 막내라 그런지 "먹고살면 됐지 뭘 그렇게 아등바등하느냐"라며 내게 핀잔을 주었다. 나는 그게 참 답답했다. 돈은 내가 벌지 지가 버나!

나는 성과 지향적인 것에 반해, 아내는 관계 지향적이다. 손해 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고 내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나에 비해 아내는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나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씻는데 아내는 저녁 먹자마자 먼저 씻는다. 아내는 그런 나를 싫어한다. "왜 얼굴을 그렇게 오염된 상태로 둬? 빨리 씻지"라고 말하며. 그것뿐인가. 나는 주말의 명화(그 옛날에는 토요일 저녁 주말의 명화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지나간 영화를 보여주곤 했다)를 졸면서 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어서는 아침에 못 일어나서 헤매는데, 아내는 9시 뉴스 보면서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난다.

명왕성에서 온 내 남자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 방식이 달라 도저히 한 지붕 밑에서 살 수 없는 근원적 차이가 있음을 다룬 책이다. 남녀란 어떻게 보면 공통점이 거의 없는,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아니 같이 살아서는 안 될 종족이 아닐까? 내 아내의 친구는 핸드폰에 남편의 이름 대신 '명왕성'이라고 입력해 놓았다고 한다. 아내가 왜 그랬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자기 남편은 경상도 사람인데 자기하고 너무도 안 맞아서 이건 화성에서 온 남자 정도가 아니고 지구에서 가장 먼 행성인 명왕성에서 온 남자 같다고 설명했단다. 순간 아내는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부부가 얼마나 다르면 그랬을까 싶다. 남녀의 차이를 좀 더 살펴보자.

여자는 남자의 감정을 느낌만으로 알 수 있다. / 남자는 여자의 감정을 말해 줘야 안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 /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여자는 수다로 남자를 질리게 한다. / 남자는 침묵으로 여자를 오해하게 한다.

여자는 호기심 때문에 사랑을 한다. / 남자는 소유하기 위해 사랑을 한다.

여자는 많은 사랑을 받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 남자는 조금만 사랑을 받아도 대수롭게 생각한다.여자는 사랑을 받아야 사랑을 보여준다. / 남자는 사랑을 못 받으면 더 사랑을 주려 한다.

여자는 몰라도 되는 일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 남자는 꼭 알아야 할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여자는 아름다움으로 남자를 지배하려 한다. / 남자는 그 아름다움을 지배하려 한다.

여자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한다. / 남자는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을 한다.



이상형의 배우자는 없다

솔직히, 내 이상형은 아니야: 결혼을 앞둔 커플이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났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잘못될 가능성이 많은 결혼이다. 이걸 두고 우리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한다. 스캇 펙 박사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이 아니다. 한 쌍의 연인이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 그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참사랑을 하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사랑에서 빠져나와야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니.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나의 아내는 현모양처효부다. 사람들이 팔불출이라고 할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깜빡하는 일이 잦은 내게, 아내는 그때마다 비교적 지혜롭게 조언한다. 예를 들어, 나는 목적지를 정해 놓고 운전을 하다가도 가끔 집으로 가곤 하는데, 갈림길에서 아내는 미리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때론 고맙다가도 어떨 때는 "알고 있어.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 그래" 하고 짜증을 낸다. 가끔 아내의 배려가 간섭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배우자의 장점이나 배려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결혼이란 몇 시간, 며칠 동안 같이 지내는 게 아니다. 짧게는 50년, 길게는 70년을 같이 사는 과정이다. 많은 부부가 함께 지내는 동안 갈등이 생기거나 누적된 갈등이 표출되어 관계가 더욱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행복한 결혼에 이르려면 '돕는' 배필이 되어야 한다. 결혼생활은 어떤 배우자를 만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배우자를 만났건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존 피셔가 말한 것처럼 "결혼의 성공 여부는 '맞는 사람'을 발견하는 데 있지 않고, 자기가 결혼한 사람에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PART 2 당신, 정말 이럴 줄 몰랐어!



Section 1: 일상생활 편_ 이놈의 여편네가

아내가 여편네가 되기까지: 아내를 지칭하는 단어가 몇 개나 될까? 원래 아내는 집안의 해를 뜻하는 '안해'를 의미했다. 사전에서는 마누라를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 중년이 넘은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원래 어원은 '마노라'로서 상전, 마님, 임금 등을 이르는 극존칭어였으며 후기에 들어서는 세자빈을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다가 늙은 부인, 또는 아내를 가리키는 낮춤말이 된 것은 조선 왕조가 쇠퇴하고 봉건 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다. 종2품과 정3품을 이르던 영감이라는 말이 나이 먹은 노인을 가리키는 말로 변해왔듯이 계급사회의 몰락과 함께 마누라라는 말도 점차 그 의미가 낮아진 것이다. 여편네女便-는 어떤 뜻일까. 결혼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자기 아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아줌마를 객관적으로 일컫는 속어이다. 집사람이란 뜻은 '남에 대하여 자기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여기서 집은 '家'의 뜻이 아니라 '妻'의 뜻이다.

아내를 칭하는 여러 가지 표현을 살펴봤지만, 시대상을 감안할 때 '마누라', '여편네'라는 표현은 삼가야 할 것 같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다. 주인이 구박하는 강아지는 지나가는 사람도 발길로 찬다는 말도 있다. 남편이 아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아내를 대할 것이다. 남편이 아내를 귀하게 대하면 다른 사람들도 아내를 귀하게 대할 것이며, 아내를 천대하면 다른 사람들도 아내를 무시할 것이다. '아내의 얼굴은 남편의 이력서, 남편의 얼굴은 아내의 청구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는 얼굴에 다 나타난다.

부부싸움을 한 다음에도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부부싸움을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아내를 '이놈의 여편네' 등으로 표현하거나, 아내가 홧김에 한 잘못된 행동(밥 안 차려주기, 와이셔츠 안 다려주기, 막말하기 등)을 고자질하면 그 사람은 아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런 인식이 기억되어 다음에 그 사람이 아내를 대할 때도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으로 부정적으로 대하게 된다. 게다가 '이놈의 여편네가'라고 해 봐야 사실은 자신을 '놈'이라고 욕하는 것이다.

Marriage Etiquette_ '남 편'이 아니라 '내 편'이 되어주자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남편들이 밖에 나가서는 '매너남' 소리를 들으면서 정작 자신과 평생을 같이 하고 있는 아내에게는 '막장남' 소리를 듣고 있다. 남편이 내 편이라야지 남의 편이 되어서야 될 말인가. 그런 남편을 둔 아내들에게 권한다. 남편을 '남편'이라 부르지 말고 "여보, 내 편!" 이렇게 불러보라. 더 이상 딴짓 못하게.

Section 2: 대화 편_ 빨리 말해, 나 바빠!

그냥 좀 들어주면 안돼?: 부부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남녀의 차이에 있다. 남성은 전통적으로 문제해결 구도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아내가 자신의 문제를 꺼내 놓으면 남편은 계속해서 아내의 말을 자르면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렇게 하면 아내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정서적 '안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남자가 끼어들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서 들어주기를 원한다. 여자는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친밀한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남편이 온전히 들어주지 않고 끼어드니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하는 것이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그날 아침부터 남편을 만날 때까지 있었던 하루 일과를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한다. (물론 사이가 좋은 부부의 얘기다. 사이가 나쁘다면 아내가 절대로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편이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어줄 리 없기 때문이다.) 아내의 얘기를 듣고 있는 남편은 '도대체 이 여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야? 조금 전 그 얘기와 지금 이 얘기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나는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식사를 하면서 아내의 장황한 얘기를 듣는다. 싫을 때도 있지만, '아, 이 사람은 지금 수다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못 견디지' 하는 생각이 들어 때로는 맞장구도 치고, 고개도 끄덕이며,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하고 되묻기도 한다. 그렇게 한 20분만 들으면 아내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여보, 당신은 오늘 어떻게 지내셨어요? 별일 없었어요?"라며 내게 마이크를 넘긴다. 아내 살리는 거 별 거 아니다.

Marriage Etiquette_ '3그' 대화법

부부대화를 할 때에는 아래 3가지 표현을 자주 쓰자.

"그렇구나." (그렇게 느끼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 "그래?" / "그래서 어떻게 됐어?"

카사노바의 비결: 수많은 여성을 농락한 희대의 바람둥이가 경찰에 체포돼서 취조를 받는데 담당 형사가 보니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나 외모도 너무 형편없었다. 취조를 하니 학력도 초등학교 중퇴여선지 말주변도 제대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고학력, 중상류층의 여자들을 농락했다는 게 안 믿겨져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저는 그냥 그 여자들이 말하는 걸 들어주기만 했어요. 정 듣기가 지겨우면 속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어요."

그렇다. 아내들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아니 얘기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여자들에게는 대화가 생존의 수단이다. 남편이 아내의 얘기를 안 들어주면 누가 들어줘야 하나. 옆집 철수 아빠가? 아랫집 영희 아빠가? 남편들이여! 아내를 바람둥이에게 넘기지 말자!

Section 3: 가사 편_ 싸나이가 왜 주방에?

주방에 들어오면 뭐가 떨어지디?: 내가 신혼 때의 이야기다. 나는 경상도 '싸나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주방 출입은 절대로 금했다. 할아버지도 그러셨고, 아버지도 그러셨으며, 나도 당연히 남자는 주방 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 평소에는 절대로 주방 출입을 않던 내가 신혼 초에 주방에서 아내의 설거지를 돕자,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셨다. 대놓고 뭐라 하진 않으셨지만, 어머니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이렇게 얘기하고 싶으셨을 게다. "사내자식이 웬 주방 출입이냐. 좀스럽게."

요즘 젊은 남편들은 비교적 이런 교육이 잘 되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신혼 초에는 잘 도와주던 남편들도 결혼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아내를 잘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내의 태도다. 아내들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들 얘기를 들으면 그들의 반응이 이렇다. "도와줘도 고마운 줄 몰라요. 당연한 걸 뭘 생색을 내냐는 거죠." 혹은, "도와주면 제대로 했네, 안 했네 하면서 타박을 줘요. 그러니 하고 싶겠어요?" 남편들의 불평은 그럴듯하다. 헌신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다. 아내들이여! 제발 남편들 칭찬 좀 해 주세요!

Section 4 : 섹스 편_ 가족끼리 무슨 부부관계를 해?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중소기업 임원인 K씨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다. 42킬로미터나 되는 마라톤 풀코스를 1년에 열 차례 이상 참가할 정도로 몸 관리를 잘해서 그 또래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대화를 해 보니 부부관계를 자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마라톤 뛰려면 몸 관리를 해야 하는데 아내와 관계를 하면 다음 날 연습에 지장이 있어서란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부부관계를 위해서 마라톤을 삼가는 것이 옳지, 마라톤 연습을 위해서 부부관계를 삼가다니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다. 컴퓨터 게임, 도박, 술, 지나친 운동이나 일 중독은 모두 부부관계를 해친다. 우리가 왜 운동을 하고 취미를 갖고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모두 가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다. 내 옆에 있는 인생의 반려자는 어느덧 혈기왕성했던 청년에서 성적으로 무기력해진 바깥양반으로, 평생 싱그러울 것 같던 새색시에서 폐경을 맞이한 안사람으로 변해 있다. 또한 퇴직과 자식문제, 노후생활 등의 스트레스로 중, 노년의 성이 가려지고 위축된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신체적 변화를 이유로 성생활을 멀리하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성행위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기억하라. 섹스는 나의 배우자와 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혼한 부부가 누려야 할 기쁨이고 또 다른 대화다.

Section 5: 경제력 편_ 나는 경제 대통령

투자는 당신 마음대로?: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남편보다 아내의 소득이 높거나, 소득의 원천 여부와 관계없이 아내가 자산 관리를 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가정은 열심히 일해서 일정한 소득이 생기면 생활비를 제외한 잔여 소득으로 재테크를 하게 마련이다. 그게 은행 예·적금이 됐든, 주식·펀드·투자든 부동산이든 남편 또는 아내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 은행 예·적금을 제외하고는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위험 고수익'이란 말이 있듯이 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수익을 원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크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생활비를 절약해서 근근이 모은 목돈을 가지고 투자를 했는데, 잘되면 좋지만 만에 하나 손해를 봤을 경우(실제 사례의 경우 손해 볼 확률이 상당히 높다) 문제가 생긴다.

공기업에 다니는 K씨는 성실한 남편이다. 그의 아내는 중고교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하는데 남편보다 수입이 더 많다. 아내가 잘 버는 탓에 아내가 남편에게 승용차를 선물하는 등 꽤 풍족하게 사는 편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증권사의 중국 펀드에 그동안 모은 수억 원의 돈을 몰방 투자했다.(그 돈은 자녀 결혼 자금으로 몇 년 동안 모은 돈이었다.) 남편과 상의하지 않은 채.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이후 중국 주식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거기에다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까지 일어나자 그 펀드는 60퍼센트 가까이 폭락했다. 투자 결정 후 5년 가까이 아내가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실하고 꼼꼼한 남편에게 말도 못하고 경제 뉴스를 들을 때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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