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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
통섭의 식탁

최재천 지음

명진출판 / 2011년 12월 / 360쪽 / 15,000원



애피타이저



통섭형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시대가 오리라_ 최재붕『엔짱: 미래의 글로벌 리더를 위하여』

이런 책이 내가 어렸을 때에도 있었더라면 나도 엔지니어가 되었을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학은커녕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싶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제법 알려진 과학자가 되어 있지만 나는 전형적인 '문과' 지망생이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우리 학교로 갓 부임한 교장 선생님의 다분히 실적 위주 구조조정의 희생물로 나는 졸지에 이과로 배정되었고 3년 내내 끈질긴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과 방면으로 대학 입학원서를 쓰게 되었다. 결국 내가 유일하게 생각해본 공대의 학과는 바로 건축공학과였다. 그나마 건축공학과가 공대에서는 가장 예술 냄새가 나는 학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권유로 의예과에 지망했고 보기 좋게 2년 연속 낙방하고 말았다. 그 당시 대학 입시에는 '제2지망' 이라는 얄궂은 제도가 있었는데 그 덕으로 나는 오늘 생물학자가 될 수 있었다.



공학을 한 친구들과는 지금도 거의 정기적으로 만나 술 한잔하지만 한 번도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이 멋져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최재붕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화두로 꺼내놓은 '통섭' 개념 덕택에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분이 자연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를 찾아왔던 것이다. 새로운 기계를 구상하거나 로봇을 만드는 데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싶다며 찾아온 공학자를 보며 나는 정말 내가 뭔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최재붕 교수님 연구실 팀과 함께 브레인스토밍 회의도 하고 공동 연구도 하며, 우리 연구실은 도움을 준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연과학에 공학이 덤벼드니 마치 날개를 단 듯했다.



나는 사실 최재붕 교수님이 우리 연구실을 찾기 몇 년 전부터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공학의 실로 꿰어보자는 취지로 '의생학(擬生學)'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구상하고 있었다. '헤아릴 擬'는 '의성어' 또는 '의태어'의 '의' 자이다. 달리 말하면 흉내 낸다는 뜻이다. 그래서 의생학은 자연을 흉내 내는 학문,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자연을 표절하는 학문이다. 의생학의 가장 손쉬운 예는 지금 우리 가방과 옷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찍찍이(Velcro)의 발명이다. 하지만 말이 발명이지 찍찍이는 사실 자기의 씨를 동물의 털에 붙여 멀리 이동시키려고 진화한 식물 씨의 미세 구조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우리 모두 산에 가서 그런 씨가 바지에 들러붙은 경험을 다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씨들을 떼며 그저 욕하기 바쁠 때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라는 스위스 사람은 어마어마한 특허 대박을 친 것이다. 의생학은 어느 천재가 우연한 기회에 자연의 아이디어를 우리에게 가져다주길 기다리지 말고, 이제는 두 눈 부릅뜨고 답을 찾으러 자연으로 뛰어들자는 취지로 구상해낸 학문이다. 바야흐로 공학과 생물학의 아름다운 통섭이 일어날 즈음이다. 거기에 인문학의 향기를 더하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래서 내 연구실 한쪽 구석에는 이미 의생학 연구센터가 만들어져 있다.





지식의 전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이제는 한 번 배워 평생을 써먹을 수 있는 시대가 사라졌다. 끊임없이 새로 배워 써먹고 또 배워 써먹고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바야흐로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은 대부분 90~100년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직업을 적어도 대여섯 번은 바꾸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현대전자에서 삼성전자로, 그리고 LG전자로 옮긴다는 게 아니라 전자 회사에 들어갔다가 방송국 PD를 했다가, 정수기 외판원을 했다가, 중소기업 CEO를 했다가, 숲 해설가로 일하게 되는 식이다. 다시 말해 직종을 대여섯 번 바꾸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 미래를 준비하면서 대학 시절 잘난 전공 하나만 달랑 한 채로 졸업하며 60~70년을 일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큰 오산이다. 언제든 새로운 분야를 배워 다른 직업으로 옮겨 탈 준비를 하고 대학의 문을 나서야 한다.

나는 이런 점에서 공학이 전략적으로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 배우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공학이기 때문에 미리 해두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둘 게 있다. 그냥 공학만 한 사람은 평생 남의 일만 해줄 가능성이 크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바탕이 된 공학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 모두 최재붕 교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통섭형 공학인'이 되기 바란다. 엔지니어 홀대는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입만 열면 욕하는 정치인들도,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결코 선진국 대열로 올라서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무언가를 개선하는 일이 미치도록 좋으면 엔짱이 되라. 그리고 무섭게 파고들라. 멋진 미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메인 요리 Part 1 동물을 알면 인간이 보인다.



사랑과 전쟁,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_ 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The Beauty of the Beastly』은 퓰리처상 수상 기자이자 여류 과학 수필가인 앤지어가 《뉴욕타임스》에 연재했던 자신의 글들을 묶어서 펴낸 것이다. 동물행동학자나 진화유전학자들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그 난해한 전문 언어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번역해 준 글들의 모음이다. 모두 33편의 글을 통해 앤지어는 동물 사회의 남녀 관계, 부모 자식 관계, 경쟁과 협동, 갈등과 책략, 유전과 적응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는 유전 물질에 관한 분석은 물론, 동물 세계의 온갖 삶의 모습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문제들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롭고 자극적인 첫 이야기를 예로 하여 생물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의 모습이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자.



다윈의 이른바 '성선택론'에 의하면 값싸게 많은 정자를 만드는 수컷은 보다 많은 암컷과 정사를 나눌수록 더 많은 자식을 얻는 반면, 암컷은 아무리 여러 수컷과 정사를 나눈다 해도 쉽사리 자식의 수를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암컷은 자연히 남녀 관계에서 더 소극적이고 신중한 반면, 수컷은 아예 바람기를 타고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해 많은 종의 암컷이 실제로 여러 수컷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금실이 좋다 하여 선물로 주고받는 원앙새의 암컷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종종 아비가 다른 새끼들을 기르곤 한다.



이렇듯 수컷과 암컷이 모두 여러 배우자를 상대한다고 하더라도 책략 면으로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수컷들은 자식을 양적으로 늘리려는 데 비해 암컷들은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여러 수컷과 성관계를 한 뒤 그들의 정자들이 치열한 경주를 하게끔 하여 가장 뛰어난 정자를 택하거나 여러 수컷의 정자를 두루 사용함으로써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식들을 낳아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도 한다. 또 성관계를 할 때마다 수컷으로부터 혼인 선물을 받는 암컷은 보다 많은 수컷을 상대하여 자원을 축적하기도 하고, 또 여러 수컷과 관계를 함으로써 수컷들이 모두 태어난 자식을 자기의 핏줄로 생각하게 하여 수컷으로부터 지속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기도 한다. 아무리 여러 수컷과 관계를 했다 하더라도 암컷은 자기의 몸에서 태어난 자식의 유전자 중 절반이 자기 것이라는 확신이 있지만, 자칫하면 엉뚱한 남의 자식에게 투자할 수도 있는 수컷으로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암컷의 바람기를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다.



여권주의자들은 흔히 진화학 또는 사회생물학이 그들의 이념에 어긋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종의 기원』을 통해 우리 인간과 원숭이가 그 옛날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진화했다고 설명한 다윈의 자연선택론이 그 당시 기독교 정신이 충만했던 서구인들에게 준 충격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사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성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다는, 그래서 암컷들에게 잘 보여 그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수컷들이 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더 잘하고 몸도 더 화려하게 가꾸도록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성선택 이론이 빅토리아 시대의 남성들에게 던진 충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자연선택론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들은 『종의 기원』이 발간된 즉시 시작되었지만 성선택론은 향후 거의 백 년이 지나도록 검증은커녕 이렇다 할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성에 관한 한 우위를 빼앗길 수 없다는 남성들의 공포가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여성의 눈으로 재조명한 동물 사회의 여러 진기한 모습들을 통해 진화학과 페미니즘과의 상호이해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메인 요리 Part 2 생명, 진화의 비밀을 찾아서



달려라! 뒤처지는 종은 사라진다!_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1872년까지 붉은 여왕은 서양 장기판 위에만 서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73년 어느 날 붉은 여왕은 시카고 대학의 밴 베일런 교수에게 손목을 잡혀 생물학의 세계로 끌려 나왔다. 밴 베일런 교수는 사실 진화의 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절멸해버린 생물들의 운명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 여왕' 개념을 고안해냈다. 우리는 흔히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우선 기후 조건이나 서식지 등 이른바 '물리적 환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물은 누구나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 때문에 '생물 환경' 또한 중요하다. 생물 환경은 물리적 환경과 달라서 그 자체가 진화한다.



북미의 초원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은 가지뿔영양이다.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내달린다. 아프리카면 모를까 북미의 초원에는 가지뿔영양을 따라잡을 만한 치타 같은 동물이 없다. 그런데도 가지뿔영양은 오늘도 툭하면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한다. 아무도 쫓아올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조금 천천히 달려도 되련만 일단 발동이 걸리면 스스로도 야속하리만치 전속력으로 달려낸다.



예전에는 북미 대륙에도 가지뿔영양을 잡아낼 만큼 빠른 포식 동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가쁜 숨을 어쩌지 못해 붉은 여왕의 손목을 놓아버렸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 지구에 존재했다 사라져버린 그 많은 생물들, 아마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생물의 90~99퍼센트는 죄다 붉은 여왕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란 이처럼 철저하게 상대적이다. 생물이 미래지향적인 진보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개체들보다 뒤처지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사뭇 비관적인 개념이 진화의 기본 원리라는 걸 붉은 여왕은 우리에게 새삼스레 일러준다.



붉은 여왕이 가장 확실하게 잡은 손이 바로 성, 즉 섹스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암컷이 수컷 없이 암컷을 낳는 무성생식이 그 복잡하고 귀찮은 유성생식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는데 어째서 이 세상에는 아직도 성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생물은 왜 대부분 셋이나 넷이 아닌 암수 두 개의 성으로 나뉘었을까? '덮치려는 수컷'과 '꼬리 치는 암컷'의 전략, 일부다처제와 일부일처제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암수 간의 줄다리기, 번식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협동해야 하지만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동물들처럼 행동하는 암수 간의 갈등 등이 밴 베일런의 '붉은 여왕'과 손을 잡은 다윈의 '성선택론'으로 정연하게 설명된다.



물론 이 책은 서양의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교양과학서적이다. 그러나 성의 생태와 진화를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입문서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다윈의 성선택론을 이처럼 폭넓고 조리 있게 잘 설명한 책은 거의 없다. 내가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를 집필할 때 가장 자주 뒤적거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과 더불어 나는 우리 독자들에게 제프리 밀러의 『연애 Making Mind: How Sexual Choice Shape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를 함께 권장하고 싶다. 성과 남녀 관계에 관한 한 우리 모두 다 전문가를 자처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갈등에도 속수무책인 게 우리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거기에는 다 근본적이고 진화적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차피 우리 삶에서 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 삶 전체를 밝게 해줄 것이다. 읽고 현명해지길 바란다.



인류에서 우주의 역사까지 풀어내는 상상력_ 요슈타인 가아더 『마야: 소설로 읽는 진화생물학』『마야: 소설로 읽는 진화생물학』은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현대 진화생물학의 기본 개념을 꽤 골고루 소개했다. '진보'는 진화의 메커니즘 가운데 가장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개념인데, 이것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이 소설 전반에 흥건히 녹아 있어 우리의 뇌세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특히 "생물의 진화는 일직선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박쥐 고래 기린 오랑우탄 후손이 아니라 "경골어류의 직계 후손"이라서 "나 자신이 개 박쥐나 고래 같은 포유류보다 도마뱀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라는 말은 다윈 진화론의 핵심 개념인 '공통 유래 (common descent)' 의 정곡을 찌른다, "특정한 박테리아가 20억이나 30억 년 전에 세포 분열을 하는데, 단 한 번의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가정해 봐. 그렇다면 나는 결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거야."라고 하는 대목도 그 어느 학술 논문보다 진화의 우연성을 훨씬 실감 나게 표현한다.



진화생물학은 결국 역사학이다. 인류의 역사뿐 아니라 지구, 우주의 역사까지 모두 다룬다는 점에서 시간 규모가 좀 더 큰 역사학일 따름이다. 대화를 나누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시간인 '20세기 말'에 묶여 있지만, 자의식을 지닌 영장류로서 그들의 상상만큼은 엄청난 시공간을 떠돈다.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다음과 같이 대화한다. "나한테는 오로지 한 남자와 하나의 지구가 있을 뿐이야." "결국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인의 후손이라는 거죠."



또한 이 책은 진화생물학을 설명하려고 상당한 수준의 생태학을 소개한다. 주인공들은 대화에서 우리가 하는 관광이 결국 '죽음의 관광'이란 표현을 쓴다. '최후의 것'이나 '잃어버린 것'을 찾아다니는 게 요즘의 관광이란 뜻이다. 갑자기 여행의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로라의 말에서 야릇한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라면 저는 비관주의자예요. 하지만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라면 낙관주의자죠."



나는 문학과 과학의 만남이 하나의 문화적 담론으로 거듭나길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다. 그런 노력을 한 작가는 디킨스, 스타인벡, 휘트먼 등 무수히 많지만 『황무지』를 쓴 엘리엇과 『멋진 신세계』를 쓴 헉슬리를 제외하면 나를 진정으로 감동하게 하는 이는 별로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 요슈타인 가아더를 주목하기로 했다. 그는 과학을 소설로 풀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떠올렸다. 유달리 대화가 많은 소설이기 때문이리라, 어쩐지 프랑스 영화여야 할 것 같다. 내가 만일 감독이라면 손동작이 독특한 배우 몇 명이 노천카페에 앉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그런 장면의 사이사이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삽입한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아방가르드 양서류'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좀 더 궁리해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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