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의 심리학
박대령 지음 | 소울메이트
관계 맺기의 심리학
박대령 지음
소울메이트 / 2011년 12월 / 299쪽 / 14,000원
Part 1 관계의 시작인 나와 친구하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길 원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을 향해 던지고, 성실하고 확고하게 대답하라. 지금까지 자신이 진실로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자신의 영혼이 더 높은 차원을 향하도록 이끌어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기쁨을 안겨주었는가? 지금까지 자신은 어떠한 것에 몰입했는가? 이 질문에 대답했을 때 자신의 본질이 뚜렷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타인과 잘 지내기 위해서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나의 신체감각, 생각, 감정, 욕구, 행동패턴, 내면의 미해결 과제들을 잘 아는 것이다. 이것들을 잘 알아차리며 사는 사람은 선명하고 생생한 삶을 살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나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상대방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내가 필요한 것을 알아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볼 수 있다. 나는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데 허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는 자세를 고치고 싶은 욕구를 알아차린다. 또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도 알아차린다. 이렇게 나는 순간순간 나타나는 크고 작은 욕구를 알아차린다. 소변이 마려울 때 그러한 욕구를 알아차려야 화장실에 가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처럼, 일상생활의 소소한 일들조차 이러한 알아차림의 과정을 통해 실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자신의 욕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현진은 고등학생이다. 학교는 나가고 있지만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몰라서 공부에 대한 의욕도 흥미도 많이 떨어져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위축되어 있어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진은 동대문에 있는 쇼핑몰에 놀러가게 되었다. 얼마 후 그녀는 놀랍게도 옷을 파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수다를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또래와 있을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때 현진은 자신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할 때 앞으로는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이 책을 좀 더 읽고 싶은가? 아니면 책을 덮고 다른 활동을 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 욕구를 잘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욕구를 잘 알아차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당신: 욕구를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그것을 해보고 싶다거나 또는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감정을 잘 알아차리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접촉하면 부분적으로 고통스런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삶에서 자신이나 환경을 보다 선명하고 생생하게 접촉할 수 있어 활기가 넘치게 된다.
선영은 일상생활이 무기력하고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하고 싶은 욕구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성장 배경을 듣게 되면서 그녀가 무기력하게 된 이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친족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해왔는데, 그 고통을 감당하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던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게 되면 연관된 기억도 억누를 수 있었기에, 마땅히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감정을 억누른 대가로 신체의 긴장이 발생해 감정과 몸이 무감각해지고 그와 연결된 욕구도 잘 접촉하지 못하게 되어 무기력해졌다. 나는 그녀와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함께 이야기했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몇 차례 상담을 하고 난 후에 그녀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담을 하면서 이전보다 잘 울게 되었어요. 힘들긴 하지만 동시에 행복에도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또 선영은 감정을 원활하게 접촉하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최근에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곤 한단다. 자신의 감정을 잘 알게 된 그녀는 이전보다 생기가 넘치고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당신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알게 모르게 당신의 감정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이들이 평상시에는 울지 못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른 사람의 삶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슬퍼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거친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보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하거나,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걸어본다거나, 비오는 날 우두커니 커피숍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삶의 매 순간순간, 당신은 당신의 감정과 만나면서 살아가고 있다. 슬픔, 화, 두려움,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을 만나고 접촉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긴장도 많이 풀어진다. 실컷 울고 난 이후에 찾아드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느끼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뜨거운 욕탕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뜨겁게 느껴지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고통스런 느낌이 사라지고 따뜻함이 온몸을 감싼다.
내 발목을 내가 잡고 있다고요?
우리는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나는 의지가 부족해'라고 생각하면서 좀더 분발할 것을 다짐한다. 그런데 굳게 마음먹어도 며칠 못 가서 쉽게 포기하고 만다. '아, 나는 역시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방바닥에 머리를 박고 괴로워해도 답은 안 나온다. '나는 왜 이럴까?'라고 자책을 해봐도 늘어나는 건 한숨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의지가 약한 것일까?
사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좀더 도움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하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때로는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마는 것일까? 예를 들어 어둠 속에 있을 때 어둠을 물리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방 안에 전등 스위치를 켜면 된다. 이처럼 마음에도 차단 스위치가 있는데, 의지나 의욕을 꺾어 버리는 행동은 불을 끄기 위해 차단 스위치를 내리는 것과 같아 이를 차단행동이라고 한다.
인간이 행하는 차단행동은 모두 네 가지다. 그것은 기억, 생각, 상상, 이미지다. 기억을 하고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할 때, 또는 어떤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릴 때 근육은 긴장을 하고 에너지는 잘 흐르지 않게 된다. 당신이 무서워하는 어떤 동물이나 사람을 떠올리고 자신의 몸을 잘 살펴보면, 몸이 긴장을 하고 호흡이 얕아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차단행동은 기억, 생각, 상상, 이미지: 미현은 나에게 기억을 지우는 치료법이 있냐고 묻는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도 여러 번 했단다. 기억을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떠올라 불면증에 시달리고 거리를 걸을 때나 일을 할 때도 자꾸만 떠올라서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처럼 과거에 겪은 끔찍한 일들을 기억하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서희는 대학 시절 스토킹을 당해서 자신을 스토킹한 남자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봐도 무서워서 심하게 긴장을 하곤 한다. 또 그녀는 남자 어른들이 매우 불편해서 직장의 남자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초긴장을 한다. 그녀가 가진 두려움을 탐색하다 보니 어린 시절 무척이나 무서웠던 아버지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후로 나이든 남자와 편안하게 지내는 경험이 없었기에 어린 시절 각인된 이미지가 남자 어른 전체로 확산된 것 같았다.
이처럼 기억, 생각, 상상 이미지는 부지불식간에 불쑥 떠올라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든, 미래에 대한 상상이든 그것이 일어나는 순간은 현재이다.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기억하는 순간 우리의 몸은 마치 현재에서 그것이 일어난 것처럼 긴장을 하고, 미래에 대한 상상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에서 반응을 일으킨다. 마치 피가 잘 흐르고 있는 팔을 손으로 꽉 쥐면 피가 안 통하는 것과 같이 이 차단행동들은 몸을 긴장시켜 숨을 쉬기 어렵게 하고 피를 잘 돌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떨리기도 하고, 땀이 나기도 하며, 멍해지기도 한다.
차단행동에서 벗어나는 방법: 차단행동이라고 하니 마치 내가 뭔가를 위해 행동하는, 즉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로 느껴진다. 그렇다. 앞에서 말한 네 가지 차단행동들은 저절로 떠오르는 것 같지만, 더 정확하게는 우리가 스스로 하는 행동들이다. 인간은 외부의 위험에 대비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이런 내적체계를 발달시켜왔다. 외부의 위험에 둔감한 사람보다는 민감한 사람이 고통은 클지언정 위험을 대비하는 데는 적응이 더 빠르다.
이러한 차단행동들이 일어나는 과정은 매우 빨라서 자동적으로 또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자기 불안이 확 밀려와 어찌할 수 없이 빨려 들어간다고 느낀다. 그러나 마음의 속도를 천천히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무의식이라기보다는 알아차릴 수 있는 영역으로 보는데, 명상에서 하는 것처럼 천천히 몸과 마음을 살펴보는 훈련을 하면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생각 같은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알아차리기만 하면 네 가지 차단행동들을 멈추고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차단행동이라는 개념은 잘 모르지만, 자신이 생각에 너무 빠져 살고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이를테면 어떤 이들은 생각을 깊게 하거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물론 성공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하거나 기억하게 될 때도 있다. 상담가들이 많이 활용하는 실험 중에 코끼리 실험이 있다. 지금부터 당신은 5초 동안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책에서 눈을 떼고 5초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 어땠는가? 대부분은 오히려 코끼리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할 때 그 무언가를 마음에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어떤 기억, 생각, 상상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심하게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당신이 코끼리 대신 사자나 토끼 같은 것을 생각했다면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대부분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당신은 성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루한 수업 시간에 어딘가에 놀러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애인과 헤어지고 안 좋은 기억 대신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또 잡다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음악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기억이 잘 나지 않을지라도 당신은 이미 성공하는 방법을 행하며 산다.
이렇듯 차단행동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다른 생각을 하거나, 감각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감각인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에 접촉하는 모든 활동들은 차단행동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그 이유는 우리가 동시에 두 가지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단행동에서 벗어나 감각에 접촉하면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고 자신감도 솟아오르는데, 이를 위해서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차단행동을 알아차려야 하고, 차단행동으로 긴장된 몸을 풀고,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차단행동을 발견하고 이완행동으로: 차단행동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차단행동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차단행동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동영상을 느리게 재생하는 것과 같은 마음의 연습이 필요하다. 인류는 이를 위해 명상법을 발전시켜 왔다. 현재 가장 널리 퍼진 명상법 중 하나인 위빠사나 명상은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마음에서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 명상법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이미 명상을 할 때처럼 알아차림을 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밥을 점점 빨리 먹고 있을 때 '아,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 빨리 먹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일을 하다가 '아, 어깨가 굳어있네' 등 살면서 우리는 순간순간 멈추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몸 상태를 살필 때가 있다.
알아차리고 난 이후에는 차단행동으로 긴장된 몸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긴장된 상태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감각에 접촉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몸을 풀어줘야 한다. 당신도 이미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하품을 한다거나, 한숨을 쉬는 것, 스트레칭을 하는 것 등 당신은 알게 모르게 긴장을 푸는 행동을 하며 살고 있다.
이완행동에서 감각으로: 몸을 풀고 난 후에는 감각이 더 잘 열리고 새로운 느낌을 맞이할 수 있다. 그냥 하늘을 쳐다보는 것보다 심호흡을 해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보는 하늘이 더 생생하다. 또 샤워를 하고 난 후에 마시는 차 한 잔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잠을 충분히 자고 난 후에 듣는 새소리나 바람소리는 또 얼마나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가? 또한 감각에 머무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런 여가나 취미활동들이 즐거운 이유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긴장을 풀 수 있고, 또 다양한 감각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하다면, 그때는 차단행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게슈탈트 치료의 창시자 프리츠 펄스가 한 다음 말을 기억하자. "생각에서 벗어나 감각으로 돌아오십시오"
Part 2 타인과 원활한 관계 맺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넘어 친구 되기
살아가다 보면 편안하고 즐거운 날들보다는 힘들고 우울한 날들이 많다. 친구에게 연락은 하고 싶지만 매일매일이 똑같은 날들의 반복이라서, 못나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전화기를 바라만 보다가 고개를 돌리곤 한다. 또 힘들어 보이는 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주저하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기고, 또 상대방이 하고 싶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외면하다 보면 서로 할 말이 없어지고 관계는 소원해진다. 사실 삶의 대부분은 어두운 내용들이 많은데 그것을 빼고 나면 대화거리를 없어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용기 내어 말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또 상대방이 먼
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말하면 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저 가까운 사이와 친구를 구별하는 방법은 눈치를 덜 보고 힘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같이 방귀를 뀌면서 깔깔거릴 수 있는 친구, 내 흉허물을 스스럼없이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나 어떻게 친구를 만들 것인가? 상대방이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나를 못마땅해 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지도 모르는데? 괜히 이야기했다가 어색해지고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런 질문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양파 껍질 벗기듯 친해지기: 남자들은 아는 사람들끼리 대중목욕탕에 같이 갈 때가 있다. 그런데 친한 사이라도 민망한데, 좀 덜 친한 사람과 함께 옷을 벗는다는 것은 더더욱 민망한 일이다. 그때 나는 상대방이 벗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하나 둘 벗는다. 한 사람이 하나를 벗으면 나도 하나 더 벗을 용기가 나고,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옷을 다 벗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사람을 양파로 비유한다면 서로가 하나씩 껍질을 벗는 것과 같다. 대화를 할 때도 서로의 양파 껍질을 하나 둘 벗기듯 할 수 있다.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다. 이런 순간에는 가벼운 주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조금씩 서로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게 되고 그럴수록 관심과 흥미가 더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