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시사 영단어
고승일 지음 | 평사리
워싱턴 시사 영단어
고승일 지음
평사리 / 2011년 12월 / 352쪽 / 13,000원
1. 무릎탁! 이런 뜻도 있었구나!break 인생에 변곡점을 주는 기회
어떤 일을 벌이고자 할 때 성공과 실패의 확률이 절반 정도라면 우리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도전에 나설 것이다. 영어에서 이에 가까운 표현은 make or break다. 여기서 break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작살이 나다'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break가 명사로 사용될 때는 인생의 흐름을 바꿀 만한 부 혹은 명예를 거머쥐게 되는 '행운'이나 '기회' 등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뀐다. 성공을 일궈낸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 보면 What was your big break?라는 질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인생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성공한 인물들이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계기는 의외로 단순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긴 하지만, 찾아오는 방법은 '예고 없이 우연하게'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2011년 초에 장장 27년간이나 일했던 CNN방송을 떠나 ABC방송으로 자리를 옮긴 크리스티엔 아만포 기자는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이란 출신이었다. 그는 영국에서 유학했으며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는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저널리즘 대학에 들어갔던 여동생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그만두자, 이미 납부한 등록금이 아까워 자신이 대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게 아만포가 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이 순간을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first break라고 회고한다. 물론 아만포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달아준 big break는 1991년 제1차 걸프전 취재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등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의 big break를 잡은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big break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50~60대에 이르러 자신의 직업에서 일가를 이룬 명사들이 과거를 회고하면서 인생의 변곡점을 안겨준 순간을 되짚을 때 거론되는 게 적절한 것 같다. 젊은 나이에 overnight success(벼락 성공)를 한 스타들은 지금의 행복한 순간이 인생에 있어서 first break라고 생각하며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 Jessica Alba got her first big break in Hollywood when she was just a tender thirteen years old. (제시카 알바는 고작 13살의 앳된 나이에 할리우드에서 그녀의 첫 번째 기회를 잡았다.)
kick the bucket 죽음의 양동이 차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stroke(뇌졸중)로 거동이 불편하게 되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2008년 여름이었다. 이후 그의 삼남 정은에게로의 권력 승계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점만 봐도 김정일 위원장은 건강이 더 악화되기 전에 3대째 부자세습 방식의 권력 승계 절차를 마쳐놓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일부 언론과 블로거들은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전하는 글에서 종종 He will soon kick the bucket.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 말은 특별히 나쁜 함의는 없고, to die(죽다)라는 의미를 담은 관용적 표현이라고 한다. 표현 자체만 놓고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우리가 "그 사람 어제 숟가락 놨어."라고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을 미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듯이 우리가 "양동이를 발로 차다." 역시 지극히 관용적인 표현이어서 그렇다.
미국의 온라인 사전인 Wicktionary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그 어원이 몇 가지 소개돼 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해석은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는 사람이 양동이 위에 올라서서 목에 끈을 감은 뒤 양동이를 발로 차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옛날 서양에서 돼지 바비큐를 해먹을 때 돼지를 거꾸로 매달아 발을 묶을 때 사용한 나무를 bucket이라고 했는데, '불타는' 돼지가 고통을 못 이겨 발로 나무를 찼다고 해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언론의 기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bucket list도 바로 이 kick the bucket에 뿌리를 둔 말이다. Life goals(죽기 전에 해야 할 일)가 bucket list인데, 아까 언급했던 김정일 입장에서는 권력 세습의 성공적인 완성이 버킷 리스트의 제1순위에 놓여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 There will be an opportunity for change when Kim Jong II kicks the bucket, but in all likelihood that isn't going to happen.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변화의 기회는 있겠지만, 모든 가능성으로 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 이니셜에 담긴 세상DUI 음주운전, 그 치명적 유혹
미국에 살면서 각별히 조심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바로 drunk driving(음주운전)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미국에서 음주운전은 그야말로 단속에 걸렸다 하면 치명적이다. 운전면허가 revoked(취소) 또는 suspended(정지)되기만 해도 매일 자동차로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빠진다.
미국에서 음주운전이라는 '치명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음주운전 단속방법이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퇴로를 차단한 채 도로를 막아놓고 일일이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투망식 단속이 미국에는 거의 없다.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suspected(의심되다)되는 차량을 일정 시간 동안 따라가다가 run a red light(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하거나 speeding(과속), drive over the median(중앙선을 침범하는) 등을 저질렀을 경우에 한해 정차를 시킨 뒤에야 비로소 음주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 선수가 경찰의 단속에 걸린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추 선수가 차선을 이탈해서 달린 뒤 경찰이 정차를 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추 선수가 길을 물어왔을 때는 일단 운전하도록 내버려뒀다가 추 선수 차량을 정차시킬 수 있는 명분 확보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DUI는 Driving Under the Influence, DWI는 Driving While Intoxicated의 줄임말이다. 즉, drinking alcohol(음주)을 포함해 마약 등에 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것을 말한다. 술과 약물에 취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일은 자살행위에 그치지 않고, 살인행위에 준하는 felony(중죄)에 해당한다는 게 미국 사법당국의 판단이다. 그래서 음주 약물 운전에 대한 법의 잣대는 매우 엄격하다. 음주운전의 판단 여부는 운전자의 blood-alcohol concentration(혈중 알콜 농도)이 legal limit(법정 한계치)를 넘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경찰은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요즘은 음주 약물만큼 무서운 게 하나 더 늘었다. 운전 중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날리는 texting(텍스팅)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운전 중에 한눈파는 걸 줄임말로 DWD(Driving While Distracted)라고 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16퍼센트가 DWD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Ex) A North Dakota woman is facing DUI charges after an accident in her own driveway. (노스다코타 주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집 진입로에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3. 낯선 영어, 생활 속에서 만나다 wonk 한우물만 판다! 미국 판 오타쿠
생기발랄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남녀 대학생들이 티셔츠 차림으로 워싱턴 거리를 걷고 있다. 무심코 눈길을 줬다가 그들의 티셔츠에 적혀 있는 문구가 눈에 확 꽂힌다. "American Wonk." 그리고 며칠 뒤 ABC 로컬방송에서 "American University가 우수한 신입생 모집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라고 하는 뉴스가 나왔다. 뉴스 화면에는 American Wonk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남녀 대학생들이 등장했다.
내용인 즉, 아메리칸 대학이 미국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American Wonk라는 구호를 고안해낸 뒤 3,500벌의 티셔츠를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메리칸 대학이 만들어낸 구호는 "미국의 인재들은 우리 대학에 보내서 키워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말(馬)은 제주도로, 인재는 서울로'라는 말이 있듯이 "Wonk(공부벌레)들을 아메리칸 대학으로 보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일종의 캠페인이었다. wonk라는 말은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한 전문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말의 어원과 관련해서는 '박식하다'는 뜻에서 know를 거꾸로 배열해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으나, 입증된 적은 없다고 한다.
워싱턴의 정치권에서는 policy wonk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꿰뚫고 있는 serious politician(진지한 정치인, 정책통)을 뜻하는 말이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취재영역은 북한과 관련한 분야였다. 취재 장벽이 높은 워싱턴에서 직접 취재의 한계에 부딪히면 전문 블로거들의 글을 추적, 확인하는 방식의 간접 취재로 보완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다. 북한의 핵, 미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내가 자주 찾았던 전문 블로거 사이트 가운데 Arms Control Wonk(군축 전문가)라는 게 있었다. 헤리티지 재단이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싱크탱크의 연구원들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내용도 이 사이트의 블로거들은 과감히 공개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유용한 기사 소스의 가치가 있었다.
wonk는 우리나라 말에서는 근사치를 찾기가 조금 쉽지 않고, 일본어에서는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뜻을 가진 '오타쿠'와 아주 비슷한 어감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자기가 일하는 분야가 아니면서도 '보통 이상의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Ex) For two decades as an intelligence analyst and policy wonk at the Pentagon, Larry Franklin built his career tracking security threats. (래리 프랭클린은 미국 국방부에서 20여 년간 정보분석가와 정책통으로 활동하면서 안보 위협을 추적하는 데 잔뼈가 굵다.)
4. 조조할인을 영어로 말해봐!early bird vs. last minute 조조할인과 막판 떨이, 어떤 게 득일까
워싱턴 시내의 parking lot(주차장)은 아침 7~8시 사이에 주차를 하는 사람들에게 early bird라고 해서 조조할인을 해준다. 보통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의 요금인 20달러를 15달러로 깎아주는 식이다. traffic jam(교통체증)을 피해 회사에 빨리 출근하고 싶은 사람들은 서둘러 집에서 출발했다는 이유만으로도 5달러의 이득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5달러면 스타벅스 커피를 tall Americano 기준으로 두 컵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늘 게으름을 피우는 나 같은 배짱이족에게도 '틈새시장'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호텔 예약이나 골프 예약은 이른바 last minute deal(막판 거래)이 가능하다. 호텔은 공실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골프장은 예약이 비어 있는 tee time을 메우기 위해 막판에 떨이하듯 헐값에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틈새를 잘만 이용하면 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일에 임박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eleventh hour effort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점에서 last minute은 능동적인 early bird를 절대로 꺾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 Parking in Chicago is expensive, especially during the week. Sometimes you can get early bird specials on the weekdays. (시카고에서 주중에 주차를 하는 것은 특히 비싸다. 가끔 주중에 early bird 특별 할인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5. 누가 뉴스를 만들까?gotcha journalism "한 번만 걸려라" 집요한 취재사냥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이효리의 '겟챠(get ya)'라는 노래가 있었다. 좋아하는 이성을 꼭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뜻의 후렴구 I'm gonna get ya.에서 제목을 따온 노래였던 것 같다. get ya는 get you의 변형된 표현이다. 미국에서는 이보다 과거분사형에서 I've를 떼어낸 gotcha(갓차)라는 표현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저널리즘에서 사용되는 gotcha는 언론이 정치인 등 유명 인사를 타깃으로 삼은 뒤 해당 인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인터뷰나 자료 등을 동원하는 보도행태를 뜻한다.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남편이 2008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Super Tuesday(슈퍼 화요일) 대회전에서 예상을 깨고 힐러리 클린턴을 제압한 뒤 파죽지세의 승전 가도를 달리던 와중에 예기치 못했던 '실언' 논란에 휘말렸다. 발단은 미셸이 슈퍼 화요일 2주일 후인 2월 18일 위스콘신 주의 밀워키를 방문해 대중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For the first time in my adult life, I'm really proud of my country.(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라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보수진영은 발끈했다. 명문 Princeton University를 졸업하고 변호사 생활을 하는 등 미국의 혜택을 누구보다도 많이 누려왔던 흑인 여성 미셸이 남편의 대선 출마와 잇단 경선 승리를 보고서야 비로소 조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 공격하는 쪽의 요지였다.
미셸은 수세에 몰리자 보수 언론과 경쟁 캠프인 클린턴 진영이 발언을 왜곡해 오바마 진영의 발목을 잡으려는 gotcha journalism을 발동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는 really proud of(진심으로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는데 really를 쏙 뺀 채 보수 언론들이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반격이었다. 미셸이 해명을 했지만 미국의 일부 블로거들은 미셸이 밀워키에서는 really가 없이 말한 뒤에 파문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몇 시간 뒤 메디슨 시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really를 연설에 슬그머니 집어넣어 마치 really를 처음부터 언급한 양 빠져나가려 했다고 비판했다.
gotcha journalism의 최대 피해자를 자처하는 정치인으로는 페일린을 빼놓을 수 없다. '무명'에 가까운 페일린이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신데렐라처럼 깜짝 등장하자 그해 9월부터는 언론들의 집중적인 '검증작업'이 시작됐다. 미국 CBS방송의 간판 여성 앵커였던 케이티 쿠릭은 페일린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가 세계관을 쌓기 위해 평소 정기적으로 읽는 신문이 무엇입니까?"라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페일린은 "늘 언론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거의 다 읽죠."라고 얼버무렸다. 쿠릭은 원했던 답을 얻지 못하자 곧바로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데요. 무슨 신문을 읽으세요."라고 한 번 더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