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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 책이있는마을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책이있는마을 / 2011년 5월 / 271쪽 / 12,000원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레오나르도는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기름진 고기 요리에 오래 삶아 물컹거리는 채소와 모양 없이 구워진 빵들……. 레오나르도의 손이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식탁에서 빙글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르 피에로(레오나르도의 친아버지)의 눈초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레오나르도는 의붓아버지인 아카타브리카가 못 견디게 그리웠다. 의붓아버지보다 그와 함께 즐기던 단 과자와 음식들이 그립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음식에 관한 한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은 함께 생활할 때면 서로의 미각을 시험하려 들었고, 가장 감칠맛 나는 단맛을 발굴해 내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았다.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카테리나(레오나르도의 엄마)는 빼어난 외모 덕에 명망 있는 공증인 집안의 아들인 세르 피에로의 눈에 띄어 열애에 빠졌고 계획에 없던 레오나르도를 낳았다. 그러나 세르 피에로의 부모는 그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분이 미천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졸지에 미혼모 신세가 된 카테리나는 혼자서 레오나르도를 키워야 했다. 그녀가 과자 제조업자인 아카타브리카를 만나 결혼을 한 것은 레오나르도가 다섯 살 되던 무렵이었다.

나날이 불어나는 레오나르도의 체중은 집안일에 관심조차 없는 카테리나의 눈에도 거슬릴 정도였다. 카테리나는 은밀히 편지를 써서 세르 피에로에게 보냈다. 며칠 후, 세르 피에로는 몹시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찾아왔다. 그는 몇 달 사이에 더욱 뚱보가 되어 있는 레오나르도를 한번 흘깃 보더니 곧장 베로키오(레오나르도의 스승) 공방으로 향했다. 레오나르도를 베로키오의 작업실로 들여보내며 세르 피에로는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뭐든 배워서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쌓일 때까지 여기서 나올 생각일랑 하지 말아라. 여기서 나오면 네 어머니도 나도 다시는 받아주지 않기로 했으니까." 억지로 끌려 들어간 공방에서 레오나르도는 원치 않는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베로키오의 공방 생활은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수개월이 지났건만 그 문제는 아직까지 극복되지 않는 숙제였다. 대장일이나 조각, 그림에 대한 베로키오의 가르침 역시 레오나르도로서는 소화해 내기가 어려웠다. 작업에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려는 레오나르도의 시도를 베로키오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로키오에게 레오나르도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골치 아픈 제자였다.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아이는 어느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확실히 다른 수련생들과는 달랐다. 독창적인 생각이 아이의 머릿속에서 바글거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기초가 충분히 다져질 때까지 새로운 시도는 위험하다고 믿는 베로키오로서도 그 타고난 재주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낮에는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밤이 되면 '세 마리 달팽이'에서 술과 음식 접시를 나르면서도 레오나르도는 호시탐탐 주방을 넘보았다. 그는 이 술집의 안주와 음식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리법만 복잡할 뿐 완성되어 나오는 음식들은 볼품이라곤 없었다. 메뉴도 고기요리 일색이었다. 왜 요리에 채소를 사용하지 않는 걸까. 그럼 좀 더 담백하고 맛깔스러워 보일 텐데. 왜 메뉴를 혁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똑같은 것을 몇 년씩 내놓는 걸까? 레오나르도의 머릿속에선 늘 그런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보티첼리가 숨을 헐떡이며 레오나르도의 작업실로 달려왔다. "레오나르도, 지금 베키오 다리 근처가 온통 불바다가 되었어." 레오나르도는 붓을 내려놓고 작업복에서 팔을 빼내며 물었다. "그럼 '세 마리 달팽이'는?" "아마 지금쯤 모두 다 타버렸을 걸?" 그 순간 레오나르도의 머릿속엔 새로운 구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몇 날 며칠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거듭하던 두 사람은 작업실을 박차고 나가 술집을 지을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세 마리 달팽이'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술집을 세웠다. 상호는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었다. 술집은 레오나르도가 처음 구상했던 대로 짓지는 못했다. 비용이 턱없이 모자란 게 문제였다.

보티첼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보강된 안주는 선도 보이지 못했다.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에 가면 안주라고 나오는 게 잇새에 끼는 멸치절임 몇 마리가 고작이더라는 소문이 피렌체 술꾼들 사이에 쫙 퍼져버린 것이다. 레오나르도와 보티첼리는 손님도 없는 술집에 앉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다가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두 사람의 불타는 열정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술집은 업자들의 손에 넘어가버렸다. 술집이 망하고 나서 레오나르도에겐 고전의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술집을 여느라 무리했던 탓에 빚도 남아 있었고, 생계도 유지해야만 했다. 레오나르도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그는 성을 떠남과 동시에 피렌체를 뜰 생각이었다.

레오나르도가 밀라노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보티첼리와 만돌린을 연주하면서 만난 음악가 미글리오로티가 배웅을 나왔다.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는 서로 부둥켜안고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미글리오로티는 밀라노로 동행하기를 원했다. 레오나르도는 스포르차 대공이 받아주기만 한다면 음악가로 성공할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미글리오로티는 스포르차 대공이 받아들여주지 않더라도 밀라노에 남아 음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두 사람은 함께 피렌체를 떠났다.

연회



루도비코(Ludovico Sforza, 밀라노 총독이자 레오나르도의 후견인)는 레오나르도의 자천서를 읽고 나서 몹시 흥분했다. 그는 곧장 만나보고 싶다는 전언을 보내왔다. 그는 레오나르도에게서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겪어본 루도비코는 말만 앞세우는 인물은 금세 가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안목을 믿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덕분에 레오나르도는 스포르차 궁의 연회담당자로 임명되는 행운을 잡았다. 레오나르도에겐 시중을 들어줄 시종은 물론이고 조수와 개인 작업장까지 허락되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밀라노 궁정 사람들, 일테면 궁정대신과 자문관, 장군, 강대국 사신, 고명한 선생들과 허물없이 사귈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끝없이 밀려들었다. 참으로 하품 나는 일은 귀부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백작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는데 그 소문을 듣고 여기저기서 부탁을 해왔다. 이 지루한 일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루도비코 아버지의 등신대 조각상을 제작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는데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루도비코는 자신이 원하는 말 조각까지 주문했다. 말은 실제 크기보다 무려 4배나 큰 것이어서 시간과 공력을 한없이 잡아먹었다. 레오나르도는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의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연구가 뒤따라야 했으며, 집중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신개념을 차용해야 할 일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려 했고, 주문품 제작 같이 마지못해 하는 일은 뒤로 미루거나 완성하더라도 기간을 느슨하게 잡았다. 때문에 레오나르도는 주문자들로부터 게으른 사람 취급을 받아야 했다.

레오나르도는 주방 확장 공사를 감독하면서 연회 요리에 대한 궁리도 함께 했다. 그가 고안한 신개념 요리에 이태리 정통요리를 접목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싶었다. 그는 베르나르도 요리장의 삶은 소족 요리 같은 것을 연회에 그대로 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소족 요리를 먹고 있는 식탁 풍경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골수를 빼 먹으려고 뼈를 하늘로 쳐들고 빨아대는 모습은 꼴불견의 극치였다. 마치 단체로 뿔나팔을 불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우아한 귀부인들은 먹을 엄두도 못내는 요리 따위를 왜 연회에 준비해야 한단 말인가. 베르나르도는 이 요리를 연회에 빠뜨릴 수 없다고 고집했다. 주방에서 요리장의 권위는 절대적이었으므로 레오나르도는 베르나르도에게 요리 방식을 조금 바꿔보자고 절충을 시도했다.

연회를 겸한 별장 준공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요리에 자부심이 강한 레오나르도는 눈만 뜨면 주방으로 달려가 요리사들을 채근했다. 그는 연회에 올릴 음식 중에서 특히 장식성을 고려한 요리에 신경을 썼다. 그가 고안한 사탕무 조각 요리는 요리사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접시에 상추 두 장을 깔고 루도비코의 얼굴 형상을 조각한 사탕무를 얹어 내놓겠다는 레오나르도의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었다. 이 사탕무 조각은 누가 보더라도 루도비코의 얼굴임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요리사들이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요리사들은 자신들이 조각가가 아니라고 말하며 사탕무를 내동댕이쳤고, 칼을 내려놓았다. 레오나르도는 이 요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서둘러 조각가들을 불러들였다.

주방에서 이런 다툼이 끊이지 않는 사이 시간은 흘러 운명의 날이 밝았다. 루도비코는 어느 때보다도 기대에 부푼 얼굴로 손님들을 이끌고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대연회장은 운동장처럼 넓어서 식탁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손님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연회장에 들어온 손님 중 피렌체 대사인 피에트로가 다소 과장된 목소리로 연회장에 대한 인상을 말했다. "대공 각하께서는 역시 스케일이 크십니다. 이렇게 넓은 연회장은 제 평생 처음입니다." 우쭐해진 루도비코는 연회를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는 궁정악사들의 연주를 들으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주방에서 어쩐 일인지 음식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방에서 무엇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루도비코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수행원들을 데리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때 레오나르도가 엉망이 된 머리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나타났다. "귀빈 여러분, 주방에서 약간의 사고가 있어 음식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금 전에 이번 연회의 첫 요리인 사탕무 조각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식품창고 쪽으로 손짓을 하자 단정한 복장의 하인들이 사탕무 조각이 담긴 접시를 줄줄이 들고 와서 손님들 앞에 내려놓았다. 그건 누가 보아도 루도비코의 얼굴이었다. 이 첫 요리에 온 정신을 쏟은 나머지 주방의 소란을 막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레오나르도는 이번 연회에서 자신의 신개념 요리를 선보였고, 손님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가까스로 연회를 마친 레오나르도는 주방을 수습하느라 분주했고, 체면을 구긴 루도비코는 집무실에 틀어박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레오나르도의 문제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결단을 못하고 있었다. 버리자니 그 기발한 재능이 아까웠고, 그냥 넘어가자니 친척과 손님들 앞에서 구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레오나르도에게 주방을 맡겨두었다가는 또 어떤 사고를 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루도비코는 오랜 고민 끝에 레오나르도를 당분간 멀리 보내기로 작정했다. 당장은 눈앞에서 떠나보냈다가 심기일전해서 돌아오면 주방 일과 관련 없는 일을 맡길 작정이었다.

두 번의 결혼식



스포르차 궁에서는 또 다시 대연회를 준비할 일이 생겼다. 루도비코의 생질인 갈레아초 공작이 나폴리 왕의 손녀딸 이사벨과 결혼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레오나르도에게 주어진 임무는 하객들을 위한 공연과 무대 설치였다. 요리에는 일체 관여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는 궁전 마당을 요정들이 사는 숲으로 바꿔놓았다. 여러 개의 아치를 설치해 넝쿨진 꽃을 올리고 이끼 낀 바위와 나무들로 깊은 숲 속 풍경을 연출했다. 하인들에게 동물 분장을 시키고 거대한 그물망을 설치해 그 위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었다(이때 레오나르도가 디자인한 의상들 중 상당수가 현재 영국 윈저 궁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레오나르도는 요리 사건으로 실추되었던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었다.

베아트리체(루도비코의 부인이 됨)는 궁에 초대되는 여인들 중 그 아름다움이 단연 돋보였다. 성격도 다정하고 온화해서 루도비코는 연회가 있을 때마다 그녀를 초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즈음 루도비코는 수시로 연회를 열었다. 뚜렷한 명분 같은 것은 없었다. 그가 연회에 집착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베아트리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사랑에 빠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곁에 둘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시종이 말했다. "초상화를 선물하겠다고 해보십시오." 루도비코는 썩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초상화를 완성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을 궁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즉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레오나르도에게 만사 제쳐두고 베아트리체의 초상화 그리는 일에 전념해줄 것을 부탁했다.

몇 달 후, 베아트리체의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루도비코는 그녀에게 초상화를 선물하면서 청혼을 했다. 그녀는 혼쾌히 청혼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결혼식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시 한 번 결혼식 진행을 맡게 된 레오나르도는 더 성대하고, 더 기발하며, 더 감동적인 행사를 치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고심 끝에 준비한 것은 높이 70m의 둥근 천막을 궁전 정원에 치고 케이크와 빵, 과일 등을 이용해 만든 거대한 구조물로 천막 입구를 장식했다. 결혼식에 초대된 손님들은 케이크로 만든 문을 통과해 케이크로 만든 의자에 앉아 케이크로 만든 식탁에 차려진 케이크를 먹게 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의 이 엉뚱하고도 세기적인 기획 탓에 궁정 요리사들은 엄청난 크기의 케이크를 굽느라 욕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바티스타(레오나르도의 전용요리사)를 비롯하여 궁정요리사들이 밤낮 없이 케이크를 구워댄 덕에 레오나르도가 설계한 높이 70m 길이의 구조물이 완성되었다. 옥수수 죽, 호두, 건포도, 온갖 색깔의 빵을 이용해 만든 역작이었다. 살라이(레오나르도의 조수)와 바티스타는 감개가 무량했다. "아,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레오나르도 선생에겐 불가능이란 없는 걸까?" "이렇게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결혼식장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갑자기 천막 밖이 소란스러웠다. 소리는 케이크 성문 쪽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가던 바티스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으악, 쥐에요. 쥐들이 케이크를 갉아 먹고 있어요." "위에는 새떼들도 모여들고 있어. 어서 레오나르도 선생을 모셔오고 사람들을 깨워야 해."

레오나르도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잠시 멍하니 서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가늠하다가 퍼뜩 상황을 깨달았다. 뒤늦게 합류한 주방 식구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주방 기구를 들고 나와 쥐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는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결국 혼인식은 대연회장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사정을 알지 못하는 손님들은 드디어 루도비코가 검소한 여인을 만나 소탈하게 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수군거렸다. 결혼식이 끝나자 주방 식구들은 물론 하인들까지도 심한 근육통과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다.

루도비코는 레오나르도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베아트리체가 레오나르도를 감싸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레오나르도의 노력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쥐와 새떼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재난을 당하지 않았다면 분명 멋진 혼인식이 되었을 거라는 말로 루도비코를 다독였다. 루도비코는 레오나르도를 불러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 가서 당분간 지낼 것을 명했다. 수도원은 스포르차 궁에서 가까운 곳이었으므로 레오나르도가 실의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벌로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여긴 것이다.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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