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
김용길 지음 | 지상사
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
김용길 지음
지상사 / 2011년 4월 / 317쪽 / 13,500원
1. 사랑은 소통어웨이 프롬 허
늙어감의 두려움이여, 삶의 어처구니없음이여: 아내가 기억을 잃고 있습니다. 기억을 상실한 아내는 길을 잃고 홀로 해맵니다. 전직 대학교수 그랜트, 아름다운 아내 피오나와 44년간 동고동락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피오나는 설거지 끝낸 그릇을 냉동실에 넣기도 합니다. 산책 나섰다가 길을 잃어 귀가하지도 못합니다. 무탈하게 한 생애를 겪어낸 노부부에게 알츠하이머 질병은 두 삶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끌고 갑니다.
피오나가 앞장서서 요양원 문을 열고 성큼 들어갑니다. 피오나는 치매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의 고통을 미리 헤아리는 듯합니다. 남편에게 간병의 힘겹고 긴 과정을 맡기고 싶지 않은 모양, 그녀의 결단은 단호합니다. 요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피오나는 그랜트에게 말합니다. "기억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아. 고마워. 나랑 살아줘서. 그때 젊은 제자가 죽을 줄 몰랐어……."
아, 단기 기억은 사라지지만 상처받을 장기 기억은 남아있는 것일까. 수십 년 전 그랜트 교수는 여제자 베로니카와 바람을 피웠습니다. 그렇지만 그랜트는 피오나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젊은 베로니카는 자살하고 맙니다. 치매증상이 있는 아내가 요양원에 입원하러 가는 날 이 오래된 상처를 되새기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44년간 함께 살았는데: 그랜트의 가슴은 쓰라립니다. 피오나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여생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입원한 후 한 달간은 모든 면회가 금지됩니다. 44년간 함께 붙어 있던 그랜트에게 한 달은 너무 낯선 기간이었습니다. 첫 면회가 허용된 날 수선화 한 다발을 들고 찾아온 그랜트는 깜짝 놀랍니다. 한 달 만에 피오나는 딴 사람으로 변해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바짝 붙어 있습니다. 훨씬 병약한 외간 남자 오브리의 간병인으로 자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란 그랜트에게 오브리를 어린 시절 동네친구라고 천연덕스럽게 거짓(?) 소개까지 합니다. 매일 면회를 오는 남편 그랜트에게 이젠 인사하는 것도 낯설어하는 피오나. 그녀는 오브리를 남편처럼 대하며 다정하게 산책까지 갔다 옵니다. 피오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랜트에게 던진 말. "당신은 참 끈질기게 찾아오는군요."
44년간의 부부시절조차 망각해버린 아내를 처연하게 쳐다봅니다. 담당 간호사에게 쓰라린 심정을 토로합니다. "기억이 사라지면 소중한 과거조차 사라지는 걸까요? 이렇게 되고 나니 너무 허무합니다. 마치 나와 피오나 사이에 과연 44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순간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지금 피오나가 내게 벌을 주고 있나 하는 생각도……."
그랜트는 오브리의 아내를 찾아갑니다. 두 사람은 피오나와 오브리의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브리의 아내 마리안에게 부탁합니다. "당신 남편 오브리를 요양원에서 데려와주세요." 피오나와 오브리는 헤어지는 것을 알고 너무 슬퍼합니다. 오브리가 요양원을 떠나자 피오나의 병색이 완연해집니다. 요양원측은 피오나의 상태가 악화되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사랑에서 기억이 빠져나가버리면: 남편은 또다시 결단을 내립니다. 다시 오브리를 데려와 아내 피오나에게 '깜짝 선물'로 등장시키려 합니다. 이제 아내에게 또 다른 여생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 여깁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을 남편이란 이름으로 방해하지 않고 바라보기로 합니다. 가만 지켜봐주는 옛 남편으로 남으려 합니다. 영화는 말미에 기대치 않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더 리더
소년과 연인의 격정: 때는 1958년 독일. 고열 증상이 심한 15세 소년이 공동주택 입구에서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이때 30대 중반의 한 여인이 다가와 다독이고 귀가하도록 부축해줍니다. 심하게 앓고 난 10대 소년 마이클 버그(데이비드 크로스)는 완치 후 꽃다발을 들고 여인을 찾아옵니다. 전차 검표원으로 홀로 살아가는 여인 한나 슈미츠(케이트 윈슬렛)와의 한평생 인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몸은 성인처럼 커가지만 아직 설익은 소년이기만 한 마이클. 삶을 갓 출발한 순수는 여인의 성숙한 관능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첫사랑의 상흔은 참으로 오래 지속됩니다. 마이클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1958년부터 1995년에 이르기까지 교차 편집됩니다. 무지했지만 순수했던 한 여인의 사랑과 소통을 스케치합니다.
낭독을 늘 갈망했던 여인: 혈혈단신 한나는 외로운 여자입니다. 혼자 살아왔고, 전차 검표원 노동으로 궁핍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합니다. 불행히도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글을 이해하는 척 살아왔습니다. 읽지 못하는 문맹의 치욕을 타인 앞에서 숨겨야 하는 여인. 책을 읽는 타인의 낭독 소리를 듣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는 한나에게 책은 갈망의 수준을 넘어 평생 한(恨)으로 다가옵니다.
한나에게 마이클은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풋풋한 소년의 진지한 입술로 읊조리는 낭독을 늘 갈망했습니다. 그녀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 전 소년에게 항상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읽지는 못하지만 마이클의 낭독을 통해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눈물 흘립니다. 책 읽기 경청은 한나에게 삶의 기쁨이 되어 갑니다. 어느 날 그들의 기묘한 사랑은 갑자기 중단됩니다. 검표원으로서 근무성적이 너무 우수해 사무직으로 승진 발령이 나자 한나는 마이클의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집니다.
8년이 흐른 1966년 독일 법정, 나치전범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43세의 한나 슈미츠. 방청석엔 법대생 마이클이 현장수업 출석차 와 있습니다. 한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마이클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의 첫사랑이 전범으로 초라하게 앉아 있습니다. 그녀는 지멘스 군수공장에서 일하다 아우슈비츠 감시원으로 취직합니다. 나치의 광기가 수많은 유태인들을 죽음의 가스실로 몰아가던 시절, 무지몽매한 한나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 저승사자 역할을 하고 맙니다.
재판장님이 그때 저라면 어떡할 수 있나요: 전범 재판정 피고석에 앉은 피고인들은 모두 과거행적을 부인하기 급급합니다. 단순하고 솔직한 한나만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수용소 감시원 동료들은 한나를 지목하면서 그들의 죄를 모두 한나의 지시로 몰아갑니다. 비겁한 옛 동료들은 유태인 몰살 보고서를 한나가 단독 작성했다고 우기고, 재판장은 20년 전의 문서에 대해 필체 감정을 하겠다고 결정합니다.
한나 앞에 종이와 펜이 놓입니다. 순간 한나의 얼굴은 파르르 떨립니다. 이를 지켜보던 마이클의 머릿속에 책을 읽어 달라던 8년 전 한나의 모습이 스쳐갑니다. 식당 메뉴판을 보고도 마이클에게 먼저 고르라던 그녀, 모든 읽는 행위는 한사코 자신에게 미루던 한나……. 마이클은 이제야 그녀의 비밀을 알아차립니다. 읽지 못하는데 무얼 쓸 수 있단 말인가.
크게 호흡을 들이쉰 후, 한나 슈미츠는 재판장의 모든 혐의점을 인정합니다. 필적 감정은 취소되고 한나에게 종신형이 선고됩니다. 그의 옛 동료들은 가벼운 처벌만 받습니다. 문맹의 비밀을 숨기고픈 목숨 건 자존심. '먹고살기 위해 그저 상부지시에 복무만 했다'는 단순 무지함. 방청석 마이클의 속앓이는 깊어갑니다. 법정에 증언자로 나서 진실을 고백할 것인가, 한나가 택한 결정을 존중할 것인가.
세월이 흐릅니다. 법학자가 된 마이클. 결혼해 딸이 있습니다. 한나와의 사랑에 영혼이 데인 마이클은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그 결과 아내와도 이혼하게 되고, 딸과도 떨어져 삽니다. 이삿짐을 챙기다 한나에게 읽어주던 책 더미를 발견합니다. 이제 마이클은 밤마다 녹음기를 틀어놓고 책을 읽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비롯해 수많은 책을 녹음합니다.
드디어 '글을 읽는 여인'으로: 한나가 복역하는 교도소에 소포가 배달됩니다. 한나는 카세트 녹음기와 테이프 더미를 받습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가슴속에 간직해뒀던 마이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편지도 없이 마이클의 책 낭독 테이프만 꾸준히 전달됩니다. 마이클 서가에선 책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한나의 좁은 감방 한쪽 벽에 테이프가 무수히 쌓여갑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한나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2. 사람답게 사는 것죽은 시인의 사회
전통-명예-규율-최고: 미국 명문사립 웰튼아카데미는 1859년 설립된 기숙형 남학교, 학교 졸업생의 75%가 미국 동부 명문대 그룹 아이비리그에 진학합니다. 영화는 키팅 선생님이 영어교사로 부임하면서 시작됩니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 네 가지를 교육방침으로 내세우는 학교엔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감성과 사색이 겉돌고 있습니다. 명문 귀족학교에 입학시키는 부모들의 마음은 오늘날 한국 학부모의 심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제 자식만큼은 과밀경쟁을 뚫고 월등한 곳에 편안하게 둥지 틀기 바라는 그 심사입니다.
웰튼 학생들은 학교의 네 가지 방침을 '익살, 공포, 타락, 배설'로 조롱하면서도 '지옥학교'가 주는 스트레스를 묵묵히 감내하고 있습니다. 숙제는 끝날 줄 모릅니다. 부모가 주입시킨 꿈이 자신들의 꿈으로 둔갑해있습니다. "네게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줄 알지?" "예, 최선을 다할게요." 입학식 때마다 이런 화석화된 문답이 오가며 부모 자식은 가식적인 미소를 주고받습니다.
카르페 디엠: 드디어 키팅 샘의 영어시간. 휘파람을 불며 등장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100여 년 전 이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의 사진과 트로피 상장이 진열된 전시홀로 데리고 갑니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가르칩니다. '현재를 즐겨라Seize the days'란 뜻. "저 사진 속 100년 전 학교 선배들이 지금 너희들에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니? 시간이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즐겨라. 너만의 인생을 살아라." 괴상해. 독특해. 저것도 시험에 나올까? 아이들의 평가는 다양합니다.
시를 배우는 시간. 두꺼운 시(詩) 원론 책은 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키팅 선생은 "시는 단지 아름다워서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란다. 너희들 또한 한 편의 시가 되어야 한다. 시를 분석하고 측정하라는 그 페이지를 찢어버려라" 하고 외칩니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립니다. 용기 있는 몇몇이 페이지를 북북 찢어버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생각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될 거야. 여러분은 어떤 시가 될 것인가."
시를 낭송했던 낭만주의자의 모임: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식 전반을 흔들어버리는 키팅 샘의 존재가 궁급합니다. 졸업생 앨범을 뒤져보니 그의 이력은 화려했습니다. 축구부장. 학생연감 편집장, 캠브리지대 입학 예정, 좋아하는 것은 여자 각선미, '죽은 시인의 사회'……. 응? 죽은 시인의 사회가 뭐지? 아이들은 키팅 샘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가 뭐냐고 묻습니다. 잠시 침묵 뒤……. 선생님은 '비밀을 지켜달라며'며 자신이 이 학교에 다닐 때 결성했던 비밀클럽 '죽은 시인의 사회' 이야기를 해줍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란 말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에서 따왔다. 우리들은 회합 때마다 그걸 읽었지. 학교 근처 아주 오래된 인디언 동굴에 모여 소로, 휘트먼, 셸리의 시를 읽었단다. 자작시도 낭송했지. 시의 마법에 걸린 듯 시를 읽었어." "함께 모여 시를 낭송했던 남자들의 모임이었군요." "아니지. 시를 낭송했던 낭만주의자의 모임이었지. 시가 꿀처럼 흘러나왔단다."
타인의 시선에 머물지 마라: 키팅 샘의 수업은 책상과 의자에 머물지 않습니다. 스스로 교탁에 올라섭니다. 왜? 사물을 달리 보기 위해서. 아이들에게도 교탁에 올라가보라고 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머물지 마라, 너희들의 목소리를 찾고, 늦지 않게 부딪쳐라." 자작시를 짓게 합니다. 자기 밖으로 나오길 두려워하는 아이의 내면에 길을 내줍니다. 마음속 욕구를 외치며 축구공을 뻥 차게 합니다. 멋대로 자기식대로 걸어보게 합니다. "시인 프로스트는 숲 속의 두 길 중 왕래가 적은 길을 택했다. 그 길은 시인을 만들었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라. 방향과 방법은 스스로 선택하라. 걷고 싶은 대로 걸어라. 전통에 도전하라."
세븐 파운즈
벤 토마스의 속죄방식: 미국MIT공대를 나와 항공회사를 다니는 실력 있는 남자 벤 토마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행 중 휴대전화 통화에 몰두하다가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저지르고 맙니다. 아내를 포함 모두 7명이 사망합니다. 벤 토마스만 살아남습니다. 영화는 벤이 속죄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로 예기치 않은 죽음의 길로 떠나버린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버린 그들을 위해 벤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막다른 절망감에 허우적거리던 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속죄를 결행합니다. 자신이 빼앗은 7명의 생명을 대신해 힘겹게 살아가는 7명의 인생에 희망을 주고자 합니다. 그렇게라도 한다면 하루하루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까요. 척수이식이 간절한 어린이. 간이식이 절실한 하키 팀 감독, 시각장애로 앞을 보지 못하는 피아니스트 겸 전화상담원 등 장기 기증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자를 미리 선정해 놓습니다. 남자의 폭력에 시달리는, 생계가 어려운 남미계 싱글맘 가족에게 자신의 저택을 기증합니다. 대신 기증자의 정보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벤 토마스는 국세청 직원으로 위장하여 그들을 직접적으로 대면해 보고 테스트합니다. 그들 모두는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의 문턱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벤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선천성 심장병으로 고통 받는 에밀리를 만납니다. 에밀리는 막대한 병원비에 파산 직전입니다.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다시 찾아온 사랑 앞에서 벤은 흔들립니다. 심장이식 외엔 치료 방법이 없는 에밀리를 위해 벤은 마침내 결단을 내립니다.
시간이 지나 어린이 합창단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맹인 에즈라는 각막을 이식받고 이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습니다. 멋진 피아노 반주를 마쳤습니다. 저쪽에서 훨씬 건강해진 모습의 에밀리가 걸어옵니다. 마주선 두 사람은 초면이지만 직감합니다. 벤 토마스의 소중한 선물을 나눠가진 두 사람……. 서로 직감하면서 통하는 것이 있을까요. 에밀리는 벤의 심장을 가슴에 간직하면서 에즈라의 두 눈에 깃든 벤의 두 눈을 봅니다.
3. 순수, 그 잊혀지지 않는 것들타인의 취향
호프집에서 만나는 철학: '타인을 아는 것이 자신을 아는 것보다 쉬운가?' '예술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가?' '괴로워하지 않고 욕망할 수 있는가?' 갑자기 위 질문들에 답하라고 과제가 주어진다면 참 황당하고 힘겨울 것입니다. 2008년도 프랑스 바칼로레아(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 철학 논술시험에 출제된 문제입니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있는 날이 프랑스 지식인들에겐 '토론의 날'이 됩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도 시험문제의 답을 궁리해보며 토론회를 연다고 합니다. 프랑스 전체가 일종의 논술 고사를 치르는 것입니다. 인문, 사회, 자연계 분야 하나를 선택해 4시간 안에 답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철학이 허울뿐인 상아탑의 시렁 위에 고고하게 얹혀 있지 않고, 집안 거실에서, 호프집에서, 식당에서, 달리는 차 안에서 발견되면 좋겠습니다.
인문주의적 분위기에 취해보았는가: 〈타인의 취향〉은 2001년 여름께 국내 개봉된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영화. 남자 주인공 카스텔라는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 여자 주인공 클라라는 가난한 연극배우이면서 파트타임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인텔리. 카스텔라는 남편의 취향은 싹 무시하는 아내에게 짓눌려 삽니다. 전형적 중년 남자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