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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

앤디 앤드루스 지음 | 세종서적
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

앤디 앤드루스 지음

세종서적 / 2011년 1월 / 359쪽 / 12,500원



제1장




데이비드 폰더는 젊은 시절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고 신혼의 아내와 어린 딸을 부양하기 위해 경력 초기부터 열심히 뛰어야 했다. 하지만 임원으로 일하던 40대 중반의 어느 날, 모든 것이 잘 나가던 바로 그 순간에 해고를 당했다. 그건 정말 잔인한 처사였고 그 후 사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그러다가 데이비드의 인생에서 아주 독특하고 괴상한 사건이 발생하여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건 그의 친한 친구들과 가족이 교통사고라고 부르는 우연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고 커다란 선물이었다. 성공을 위한 일곱 가지 결단을 알고 난 이후 데이비드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니까.

그는 자신의 시간 여행이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 그건 교통사고에서 오는 혼수상태 때문에 생겨난 꿈이나 환각이 결코 아니었다. 다른 시간 여행자들로부터 배워온 7가지 결단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데이비드와 아내 엘렌뿐만 아니라, 그 결단을 함께 공유한 수십 만 사람들의 생활도 바꾸어 놓았다. 부동산 업계에서 개발업자로 활약하면서 데이비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벌어들인 돈을 사람들과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들이는 데 활용한 원칙들도 공짜로 가르쳐 주었다. 데이비드는 널리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되었고 종종 개천에서 용 난 스토리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한 가지 실수를 했다. 선친이 그에게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말한 짓을 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썼던 것이다. 채권자들은 약속 어음을 회수하겠다며 가차 없이 은행에 돌렸고, 그는 55세의 나이에 도산했다. 요트, 자동차들, 두 채의 집, 엘렌의 보석들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데이비드는 어느 날 밤 집 마당에 멍하니 서서 하느님에게 소리쳤다. 그는 하느님이 저기 하늘 높은 곳에 계신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시간 여행자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는 역사 여행자들의 손에서 엄청난 재산을 벌게 해준 원칙들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뭔가? 데이비드는 고함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응답하지 않았다.

데이비드와 엘렌은 여기저기서 일했다. 그리하여 금전적으로는 견딜 만하게 되었다. 어느 날 데이비드는 여러 날 잘 보관하고 있던 담배쌈지를 꺼내서 그 안의 내용물을 만져보면서, 그 시간 여행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는 "시간 여행자들"과의 대화를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단 한 사람 아내한테는 말해주었다. 그녀는 남편이 밤마다 들려주는 그 황당한 얘기를 정말로 믿고 싶었다. 사실, 남편이 그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나던 날 어디서 일곱 개의 소중한 쪽지가 들어 있는 그 골동품 담배쌈지를 얻어왔겠는가. 그녀는 시간을 따져보았다. 남편이 철물점에서 해고되어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까지는 불과 20분의 시간밖에 없었다.

물론, 가장 황당한 사실은 그 일곱 가지 결단이 엄청나게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데이비드는 교통사고 후유증에서 회복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건 동화가 현실이 된 것과 같았다. 그러다가 그들 부부는 충격적인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부도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엘렌과 데이비드는 대학 시절 이래 체험하지 못한 아주 강력한 유대감을 느꼈다. 그들은 더 가까워졌고 전보다 더 다정해졌으며 "물건들"의 중요성은 이제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회사가 부도났을 때 언론들의 파상 공세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지만, 그래도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가려낼 수 있게 해주었다. 폰더 부부는 그 점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드는 돌연 아내를 보며 말했다. "역경은 위대함으로 가는 예비학교이다. 해리 트루먼이 내게 해준 말이지." 아내의 놀라는 표정을 보면서 그는 덧붙였다. "당신이 '우리 남편은 괴짜에요' 하는 표정으로 거기 앉아 있어도 나는 개의치 않아. 난 트루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데이비드는 흥분에 들떠서 말했다. "그분은 또 책임에 대해서도 말해주었지. 성공을 위한 일곱 가지 결단은 어느 시대에도 통하는 원칙이야. 엘렌, 이런 재앙을 가져온 것은 결국 나의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야. 나는 그 잘못된 선택들로부터 배운 것이 많아. 이제 '역경' 부분에 대해서는 학습이 끝났어. 지금 즉시, 오늘 밤부터 나는 그 역경이 끝났다고 말할 거야. 이제 다시 뛰어야 할 때야. 우리는 돈이 부족하지 않아.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아. 에너지나 리더십이 부족하지도 않아. 우리가 부족한 것은 오로지 아이디어 한 가지뿐이야."

엘렌은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그 후 몇 달 사이에 데이비드가 찾던 아이디어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그래프 이론과 맞춤 상황별 프로그램을 종합해주는 간단한 소프트웨어였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그 어떤 기업도 회계 전략, 대금 지불 절차, 세무 계획을 통합하여 간편하게 회사 업무를 관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회사, 어떤 고객에게도 적용되고 또 미국 내 어떤 주 혹은 해외의 어떤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업무용 프로그램이었다.

그 아이디어는 데이비드에게 엄청난 돈을 벌어주었다. 그 한 가지 아이디어에 7가지 결단을 적용하여, 데이비드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완전히 새로운 제국을 건설했다. 대기업이든 소규모 자영업자든 모두 그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했다. 그것은 시간, 돈, 서류 절차를 절약해 주었고 무엇보다도 고장이 없었다. 이것 때문에 폰더 인터내셔널은 불사조처럼 창공으로 다시 박차고 날아올랐다. 폰더의 화려한 재기는 텍사스 주에서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데이비드와 엘렌은 은퇴를 하고는 가끔 카리브 해로 여행을 떠났고, 데이비드가 계속 해온 강연을 제외하면, 부부는 집에 머무르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들의 집은 55층 건물의 꼭대기 전층이었는데, 폰더의 아내를 위해 아주 특별한 펜트하우스를 지었다. 그러나 엘렌은 여덟 달 전에 죽었다. 49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간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가버렸다. 죽기 전에 엘렌은 병치레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제니와 손자들과 함께 자다가 수면 중에 사망했다. 침대에 들었는데 그만 일어나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벌써 몇 달째 자신도 그렇게 좀 되었으면 하고 희망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늘 밤 평소보다 더 나이 든 느낌이 드는 데이비드는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실까 생각했으나 그만 두고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 앉아 소형 책장의 금고로 손을 뻗어 푸른 색 담배쌈지를 꺼냈다. 그는 체임벌린 대령이 그 쌈지를 건네주던 순간을 기억했다. 게티즈버그 돌격이 벌어지기 바로 직전인 1863년 7월 2일의 일이었다. 젊은 대령은 그에게 휘어진 혁대 버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그날 체임벌린의 목숨을 노린 남군의 총탄이 표적을 빗나가며 만들어놓은 흔적이었다. 후에 남북전쟁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데이비드는 체임벌린이 타고 가던 말이 여섯 차례나 총을 맞았으나, 그때마다 대령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하느님의 손길'이었다.

데이비드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침실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슬퍼졌다. 그는 체임벌린 전기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담배쌈지를 쌈지를 쓰다듬으며 그 속에 든 내용물을 책상 위에 쏟아서 순서대로 늘어놓았다.

첫 번째 것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건네 준, 잘 접혀진 자그마한 종이였다. 제목은 <공은 여기서 멈춘다>였다. 미국 33대 대통령이 책임감에 대하여 손수 써준 쪽지였다.

그 다음은 자그마한 두루마리였다. 거기에 적힌 말들은, 마치 잉크가 양피지에 스며드는 것처럼, 그의 기억 속에 단단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지혜를 찾아나서겠다> 데이비드는 그 두루마리를 수백 번, 아니 일천 번은 읽었을 것이다. 그는 솔로몬 왕이 써 준 이 말을 암기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체임벌린의 결단이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 종이 위에다 황급히 갈겨 쓴 것인데, 젊은 대령은 데이비드가 전투의 현장에 나타나기 오래 전부터 그 쪽지를 어떻게 처리할 줄 몰라서 두 달 동안이나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나는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이어 콜럼버스가 건네준 양피지가 있었다. 아주 닳았지만 그래도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결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는 콜럼버스를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그 탐험가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보였지만, 목표에 집중할 때에는 불필요한 비판 따위는 귓등으로 들어 넘겼다. 콜럼버스의 그런 능력은 데이비드가 재정적으로 재기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때 이후 데이비드는 파격적인 젊은이-황당한 꿈으로 점잖은 사회를 흔들어놓는 청년-을 만날 때마다 밤중에 망대 안에서 그 탐험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회상했다.

다섯 번째 쪽지는 총 넉 장으로, 절반으로 접혀있었고 크기가 아주 작았다. 그 종이는 안네프랑크의 일기에서 찢어낸 것이었다. 오랫동안 데이비드는 그 종이를 꺼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데이비드는 그 어린 소녀와 그녀가 써준 말을 생각할 때마다 그 거대한 아이러니에 탄식을 했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여섯 번째 쪽지인 링컨의 결단 -<나는 매일 용서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맞이하겠다>-은 그가 게티즈버그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썼던 것이었다. 링컨은 데이비드에게 여섯 번째 결단을 건네면서 말했다. "자네를 위해 이걸 썼지."

데이비드는 마지막 쪽지를 꺼내기 위해 쌈지에 손을 집어넣으면서 전율이 등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일곱 번째 결단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준 것이었는데, 건네받던 순간부터 그 기이한 빛을 알아보았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마지막 결단은 앞선 여섯 가지 결단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었다.

그 귀중한 두루마리를 내려놓고 데이비드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그는 누구보다 엘렌이 보고 싶었다. 영혼의 반려자에게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던 데이비드의 생활은 끝났고, 한없이 공허해졌다. 인생이 무의미해졌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고 입에서는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몇 달 사이에 데이비드는 간간이 떠오르는 자살 생각을 여러 번 물리쳤다. 그런 절망적인 행동은 아무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엘렌의 기억에 먹칠을 하고, 그가 설립한 자선 기관의 재무 상태에 피해를 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는 슬픔에 압도된 채로 담배쌈지와 일곱 가지 결단의 쪽지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아주 크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흐느껴 울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고!" 그 순간 어떤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당신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나타난 거라오." 데이비드는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입을 딱 벌린 채 지난 2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대천사 가브리엘이었다.

제2장



"안녕하시오. 데이비드 폰더. 당신은 나이가 들었구려." 가브리엘이 말했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을 맞아 양 다리가 후들거렸다. 가브리엘이 말한 대로 데이비드는 아주 늙었으나, 대천사의 외모는 근 30년 전에 만났을 때 그대로였다. 그는 단단한 근육질에 키가 6피트가 넘었고 투명하게 푸른 눈에다 짧은 곱슬머리 블론드가 그의 귀와 눈썹까지 약간 내려와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얼핏 보면 평범했으나 자세히 보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어 미묘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양 날개가 있었다. 활짝 펴면 아주 거대하지만, 접혀 있을 때에는 그의 등 뒤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움직이는 옷 주름으로 가려질 정도였다. 날개가 접혀지고 물결치는 모양은 마치 저 스스로의 생명을 가진 듯했다.

"가브리엘, 당신을 만나서 기쁩니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아니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브리엘은 남자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데이비드 폰더, 왜 나를 만나서 안도감을 느끼나요?" "글쎄요. 당신이 여기에 나타났다는 것은, 나의 삶이 곧 끝나려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나는 이제 곧 엘렌을 만날 수 있겠지요." 가브리엘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엉뚱한 가정을 하는군요. 데이비드 폰더, 당신은 결코 죽은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오셨습니까?" 데이비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가오는 정상회담에 대비해 당신의 안내자 겸 후견인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가브리엘은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네들은 하나의 전환점 위에 있어요. 당신네들, 그러니까 인류는 벼랑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서 있어요. 그분은 이런 상황을 기쁘게 여기지 않으세요. 과거에 아모스가 이스라엘 국가를 위하여 호소를 올렸듯이, 이제 시간 여행자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해야 돼요. 내 판단에, 불가피해 보이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모든 여행자가 정상 회담에 참석할 겁니다. 나는 그 모임을 후원할 거예요."

"모든 여행자라고 하셨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인가요?" "그냥 많아요." 가브리엘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좋아요. 인류가 아주 곤궁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당신은 그걸 '벼랑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서 있기'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그 여행자들이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할 경우에는… 아니, 나는 그 여행자들의 임무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미소를 짓더니 머릿속에서 찾던 단어를 찾아낸 듯 말을 이어갔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는 그 분이 온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정했던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추측할 수 없지만, 과거를 살펴보면서 역사적 맥락을 파악해본다면, 가장 최근의 새출발 계기는 대홍수였습니다.

데이비드는 심호흡을 하면서 정상 회담의 화제로 돌아갔다. "좀전에 시간 여행자들이 모두 함께 모인다고 했는데, 그들이 도대체 뭘 할 거지요?" "함께 모여서 과거의 누적된 지혜를 검토하여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겁니다. 만약 지구상에 아직도 미래가 있다면 말입니다." 데이비드는 너무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그는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가브리엘은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인류에게 여러 해 전에 등을 돌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분은 아직도 희망을 갖고 계세요. 비록 그분의 마음은 너무 무겁고 인내심은 점점 없어져 가고 있지만."

"인류는 그 스스로의 잘못된 소행으로 가라앉고 있어요." "무슨 뜻이지요?" 데이비드가 물었다. "누가 봐도 분명하지 않소? 여러 해에 걸쳐서 인류는 참다운 진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왔고 그 자리에 인류의 지능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인류 나름의 '진실'을 만들어내려고 해왔어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점점 더 파괴적인 속성을 키워왔지요. 부(富)에 대한 꺼질 줄 모르는 갈증, 이웃과 동료에 대한 경멸, 권력을 위한 권력을 추구해온 거예요. 그 잘난 문명의 발전 덕분에 인류는 이제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다양한 속도로, 몇 번이고 온 지구를 파괴해 버릴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대홍수를 일으키는 데 그분이 없어도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데이비드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가브리엘이 대답했다. "바로 그 때문에 여행자들을 소집하는 겁니다. 하지만 당신의 문제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진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시작된 이래로 인류는 자유의지라는 선물과 능력을 소유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모든 인간의 궁극적 운명은 결국 선택의 결과입니다.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 예인가 아니오인가, 보상인가 징벌인가, 삶인가 죽음인가 등이 그런 선택에서 나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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