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관자여, 흐르는 강물에 갈퀴손을 씻으라
김영환 지음 | 생각의나무
돌관자여, 흐르는 강물에 갈퀴손을 씻으라
김영환 지음
생각의나무 / 2010년 5월 / 104쪽 / 8,000원
한강_ 2010년 2월, 겨울 한강에 촛불을 들라 2010년 겨울, 한강 르네상스
2010년 2월, 겨울 한강에 나가보십시오
갈퀴손의 잰 손놀림과
돌관자들의 거치없는 진군을 보러
60년 만의 폭설과 폭한의 겨울
한강에는 소위 한강 르네상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강은 파괴되고 있고
남은 수변공간조차 점차 물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부수고 내일은 복원할
대재앙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밤섬은 말이 없고
저자로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선유도도 고개 떨군 그곳에
폭파와 준설에 이골이 난 갈퀴손으로
한강 백사장도 나루터도 모조리 없앤 돌관자들이
한강에 거대한 콘크리트의 바벨탑을 세우고 있습니다
3층의 철근으로 우람하게 지은 철근콘크리트 옹벽의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를 세 곳이나 띄우는 한강에 나가보십시오
한강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든다더니
다시 콘크리트 인공섬을 띄우는
2010년 2월, 한강에 나가보십시오
모래무지와 붕어, 사라진 웅어에게 길을 묻다
한강의 모래무지가 말합니다
"모래무지에게 모래를 돌려주십시오."
인공산란장 근처에 가니 잉어나 붕어가 말합니다
"제발 물 얕은 여울가 수초 가득한 강을 돌려주십시오."
"제발 자연을 그냥 놔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의 콘크리트의 한강은 접근할 수도 발을 담글 수도 없습니다. 물고기들은 알 낳을 곳이 없어지고 새들도 둥지 틀 곳이 없어졌습니다."
2010년 2원, 겨울 한강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낙동강_ 돌관자들이여! 낙동강에 갈퀴손을 씻으라! 프롤로그
숭례문과 낙산사를 태운 우리들 앞에
낙동강마저 처절하게 토막내는
돌관자의 갈퀴손이여
생명의 강 낙동가에 피 묻은 손을 씻으라
낙동강 1,300리 척추에 여덟 개의 철심을 박고,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관절 마디마디에
낙차공 95개의 족쇄를 채우는
돌관의식으로 무장된 포크레인의 갈퀴손이여
내성천 맑은 물에 검은 손을 씻으라
'4대강 사업은 미친 짓이다'라고 고백하라
낙동강이 타고 있다
숭례문을 태우는 일보다 더 엄청난 재앙이
낙동강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래와 자갈이 한꺼번에 파 뒤집어지고
강변에 서식하던 달뿌리풀, 가래, 버드나무 군락이
뿌리 뽑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도 지나갔고,
아이티에서는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과학도 포크레인의 갈퀴손도
이 엄청난 자연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낙동강 하중도 모래톱 달뿌리풀도, 안동댐이 완성된 후
노숙하던 은어도, 고니의 일용할 양식,
세습 매작도 사라져 갑니다
생명을 가진 동식물과 미생물조차 불안해 떨고 있습니다
안동 구담습지의 원앙도, 구미 해평습지의 흑두루미도,
대구 달성습지의 수리부엉이도 이제 떠너가야 합니다
안동댐이 생기고 나서 기후가 확 바뀌었다고
『강아지똥』의 동화작가 권정생을 기리는 재단의
최 선생이 말해주었습니다
임하댐 밑에서는 소나무가 죽어갔답니다
주민들은 기관지 천식으로,
관절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했습니다
생태계의 일대 교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토종어족은 사라지고 베쓰와 같은 힘센 외래어족이
호수를 맴돌며 집회와 시위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흐르던 강, 호수가 되어간다
부부처럼 금실 좋은 모래와 강은 이제 생이별을 하고
흐르던 강은 호수가 되어 녹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산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은 산의 허리를 자르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강바닥은 평균 7내지 8미터 수심을 위해 파헤쳐지고
물이 고일수록 강변의 여백은 사라질 것입니다
돌관자, 돌파와 관철을 신념으로 하는
몇몇의 검은 갈퀴손을 가진 자들이
그 어느 대지 미술가도 만들지 못할
내성천 회룡포 백사장을 수장하게 될 것입니다
뿅뿅다리도 어디론가 사라질 것입니다
아도화상이 지었다는
태조산 적멸보궁 도리사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눈부신 금모래 빛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상주군 경천대 백사장을 파헤치고
신라와 가야가 기우제를 지내던
가야진이 수몰될 것입니다
신라군이 가야로 쳐들어갈 때 건넜다는
천년 나루터의 옛이야기를 낙동호수에 묻습니다
문경새재 조령천과 영강이 만나는 산간 협곡
영남의 선비들이 짚신을 신고 걸었던 영남대로 토끼비리
천년 전의 올레길도 이젠 빛바래게 되었습니다
에필로그
1968년 여의도 밤섬의 쌍바위를 폭파하던
그 갈퀴손이 이제 낙동강을 토막내고 있습니다
1972년 저자도의 모래를 파서
압구정동을 매립하던 포크레인의 갈퀴손이
백두대간 낙동정맥을 끊어내고 있습니다
해 지는 낙동강의 맑은 물에
포크레인의 갈퀴손을 씻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낙동강 모래톱에 대고 고백해야 합니다
강이 하늘이고 역사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 흐르는
낙동강의 비쩍 마른 강물에 대고 말해야 합니다
자연 앞에서 우리들의 교만과 독선을 고백해야 합니다
돌관자여! 돌관자의 무모함이여!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낙동강 흐르는 물에 손을 씻으라!
금강_ 제발 금강 비단물결을 흐르게 하라!
곰나루의 아름다운 모래톱은 지켜져야 한다
법을 뛰어넘어 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한 채
돌관자의 속도전과 강행군이 진행되고 있다
곰나루는 한 나무꾼이 여자로 변신한 암곰에게 잡혀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한다
그리고 두 명의 자식까지 두었다.
나무꾼이 도망가버리자 그것을 비관한 암곰이
자식과 함께 금강에 빠져 죽었다
그 슬픈 전설을 안고 금강은 흐른다
그 곰을 위로하는 곰사당이 곰나루에 있다
금강보가 건설되면 곰나루 모래톱이 사라져버린다
금강에서 우리들의 전설과 신화가 사라져버린다
금강에 보를 설치하고 황포돛배를 띄우는 일보다
소중하다. 우리들의 이야기들
4대강 사업은 청계천의 형이자
한반도대운하의 아우이다
자연과 생태를 무자비하게 유린하는
교만의 폭퐁우이다
돌관자의 갈퀴손이여
제발 금강 비단물결을 흐르게 하라
영산강_ 영산강에서 전봉준을 만나다
영산강에서 전봉준을 만나다
116년 전 황토현을 지나 황룡강을 건너던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우금치마루, 우묵배미에 쓰러져간 농민군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옵니다
백암산 청류암에 머물다가
순창에서 나주로 끌려가던 형형한 눈빛의 녹두장군이
비자나무, 굴거리 나무숲에서 곧 뛰쳐나올 것 같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입니다."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이
"하늘이 곧 생명입니다." 신부님들과 목사님들의 기도가
"생명이 곧 강물입니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 4대강은 생명존중의 세력과 생명파괴 세력이 대치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