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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가져다준 행복

김종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암이 가져다준 행복

김종철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 2010년 8월 / 284쪽 / 10,000원



1부




암에 대한 무지… 헛똑똑이 기자들

'헛똑똑이'는 아는 게 많지만 정작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개 부모님들은 종종 자녀들을 그렇게 비유하면서 세상 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명하게 살아나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세상에서 지적(知的)인 직업을 찾는다면 언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실제로 기자 공채시험엔 외국어는 물론 어려운 시사상식을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기다린다. 이른바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 예비 언론인들은 신문을 정독하고 요점 정리를 하면서 최첨단 상식을 머리에 가득 채운다. 이 등용문(登龍門)을 통과하는 데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높은 경쟁률과 직업적인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일부 과장된 표현도 섞여 있겠지만, 실력이 출중한 인재가 몰리는 곳이 언론직종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기자라는 명예를 획득한 사람들은 우수 인재임에 틀림없지만 실상은 '헛똑똑이'가 많다. 이를테면 건강, 특히 암과 관련된 상식에서 더욱 그렇다. 회사일은 열심히 하면서 가장 소중한 건강을 내팽개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다. 물론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 잦은 술자리 등으로 몸을 돌볼 틈이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건강관리 수준은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 12월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 중 면회를 왔던 동료들도 암에 대한 상식은 소위 '잼뱅이'와 다름없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집안에 암환자가 없다는 사실을 과신(過信)한 나머지 무관심한 행태를 보여 왔다. 심지어 생명보험에 들면서도 가급적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암 관련 특약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사실상 암을 외면해왔다.(하지만 나는 아내의 강권에 못 이겨 1개의 암보험에 가입했었고, 치료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신적,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 결국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로 몸이 약해졌고, 건강관리를 위해 1주일에 2회 정도 하던 수영도 몸을 추스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암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가 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도외시했고, 제대로 깨닫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위염이 있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임에도 미리 대응을 못한 점이 너무 아쉽다.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자정이 가까워오고 있다. 베란다 밖 창가에서는 계절의 여왕 '봄'에 자리를 물려주는 게 싫은지 4월의 늦은 칼바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매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이 시각 서울 하늘아래 어느 귀퉁이에서는 일부 동료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모르겠다. 동료들이여! 업무에 충실하려고 또 습관적으로 음주를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건강도 꾸준히 챙기시길….



인생은 미완성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사람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친구야 친구야 우린 모두 나그넨 걸.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해."



지난 80년대 이진관이란 가수가 불러 한창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노랫말에도 운치가 있어서 여운이 남는 곡으로 기억이 새롭다. 최근에 인터넷 음악사이트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그 제목의 의미를 되새겼다. 몸이 아파서 부질없는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삶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 한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가장은 중병에 걸리거나 어려움이 처했을 때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부양할 자녀들이 어리다면 애끓는 마음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나 역시 위암 판정을 받고, 아내와 아들을 바라보면서 한때 착잡한 심정에 잠겼다. 암에 대한 지나친 선입견이 죽음과 연결되는 것 같아 슬펐고, 그리 짧지 않은 생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고민도 했다.



어느 날 두 아들을 보면서 노래 제목 그대로 '인생은 미완성'이란 진리를 깨달았다. '그래, 어차피 자기 뜻대로 모든 걸 성취하는 사람은 드물다. 녀석들이 커가는 모습을 설사 지켜보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착하게 자란다면 그리 나쁘게 살지는 않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덜어지고 욕심도 비워지는 것 같이 기분이 한층 새로워졌다. 생각을 좀 더 정리해보니까 인생은 정말 미완성인 것 같다. 누구나 목표를 성취하고 싶고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다. 세상을 내 의지대로 이끄는 게 수월하지 않고,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 수긍하면서 살아나가야 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잠시 회사생활을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에 더욱 공감이 간다. 누군가와 얘기할 때 온전히 자신의 의견을 다 말한 적이 있던가? 좀 더 말을 하고 싶고 내 뜻을 설득력 있게 전개해 능력도 인정받고 싶은데 물리적인 시간과 환경의 제약은 왜 그리도 컸던가? 회의가 끝나면 왜 좀 더 논리적으로 전개하지 못했을까, 중요한 한 가지는 왜 빼먹었을까? 되물으면서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시사 프로그램 앵커를 하면서 출연자와 충분한 대화가 부족했거나 특종거리를 물어보지 못했을 때 아쉬움은 얼마나 짙었던가?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동물이라 자신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실망감에 머리를 싸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상적인 부모님 모습을 봐도 그렇다. 자녀가 훌륭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떡두꺼비 같은 손자와 공주님 같은 손녀를 얻고 싶은 마음도 간절할 것이다. 다행히 소원을 성취하는 기쁨을 누리는 분들도 있지만, 인생에 돌발 변수가 많기에 이런 행운을 완벽히 성취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천안함 사건처럼 예고 없이 가족과 이별을 하기도 하고, 타향에서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이 모여 사는 모습이 하나의 완성된 형태라고 가정한다면, 앞서 언급한 사례는 대부분 미완성에 해당하는 것이다. 부부가 해로하면서 개벽천지한 세상을 마음껏 즐기고 싶지만,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아쉽게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미완성이고, 완결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때론 지나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근대화 주역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소떼를 몰고 북녘의 고향을 방문하는 이벤트 주인공이 됐지만 조국의 통일된 모습은 지켜보지 못했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우승으로 세계적 피겨스타 반열에 오른 김연아 선수는 아직 '명예의 전당'에는 오르지 못했다. 올림픽 2연패를 한다면 가장 위대한 선수로 이름을 날리겠지만 가야할 길이 녹록치 않다. 그녀는 한때 선수 생활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단기적인 목표를 거의 성취했다는 만족감에서 혹은 힘겨운 피겨 연습을 또 다시 감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각종 CF출연 등으로 나이에 비해 엄청난 돈을 번 것도 더 이상 힘든 과정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부채질했을 것이다. 다른 대학생들처럼 미팅도 하면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마음껏 쇼핑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객관적인 나이로 볼 때 그녀의 삶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자신의 목표를 완벽히 성취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고 그만큼 고통스런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나 휴대폰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언제나 미완성이다. 시대 흐름이 빨라 정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의 완성을 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 복귀의 변(辯)으로 지금이 진짜 위기임을 설파했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고,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미완성'이란 단어가 완결을 향한 동기부여를 하는 데 있어서 매우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인생은 미완성'이란 자연스런 이치를 깨닫고 끊임없이 정진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있는 그대로의 순리를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겠다.



2부



단란한 가정이란?

옛날에 두 남녀가 사랑을 했다. 그런데 양쪽 집안은 앙숙지간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대 관계다. 어느 날 여자 집에서 파티가 벌어져 남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참석했는데, 우연히 맘에 드는 이성(異性)을 만났다. 젊은 혈기의 청춘은 눈길을 주고 받으며 사랑에 빠졌고, 미래를 약속하면서 둘만의 비밀 예식을 올린다. 하지만 여자 집에서는 따로 사위를 점찍어 놓고 결혼을 종용한다. 이미 반려자가 있어 부모의 소망을 거스를 처지가 된 여인은 죽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신비한 약을 먹고, 거짓 장례식의 주인공이 된다. 사랑하는 연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남자는 장례식 현장을 목격하고 그 충격에 독약을 마신다. 남자 주인공은 짦은 생을 마감했고, 얼마 안 있어 거짓 죽음에서 깨어난 여자는 반려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스스로 몸에 칼을 대면서 이별의 아픔을 마감한다.



영국의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다. 두 남녀는 불과 5일 동안에 첫 만남에서 결혼, 죽음에 이르는 초스피드 러브스토리를 경험했고,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연극의 주요 소재로 자리 잡은 이 작품 입장권을 어느 날 아빠가 회사에서 가져왔다. 오페라를 한 번도 관람하지 못했던 초등학생 딸은 서둘러 무대 깃발이 올라가는 모습이 몹시도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된 아내 역시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마침내 스테이지에서 '붐붐'거리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발코니 위에서 로미오가 노래를 부른다. 세레나데는 아름다운 메아리가 된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숭고하고 장엄한 관경에 몰입하면서 가슴이 저려옴을 느낀다. 오페라가 끝난 뒤 이들 가족은 감명 깊었던 장면을 꼽으며 대화를 나눈다. 딸아이는 주인공이 숨을 거두는 장면이 슬퍼서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엄마는 남자 주인공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아름다운 밤의 선율인 '세레나데'를 불러주며 사랑을 전달하는 모습을 회상했다. 반면에 어린 남동생은 로미오 친구와 줄리엣 사촌이 죽음을 걸고 싸우는 장면과 친구 죽음에 칼을 잡게 된 로미오가 줄리엣 사촌에게 복수를 하는 대결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역시 남자의 피를 속일 수 없나보다. 이들은 각자가 느낀 점을 대화로 전개함으로써 오페라를 다시 감상하며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한 아빠는 흐뭇한 마음에 극장 한 귀퉁이에서 팔고 있는 오페라 CD를 사서 딸에게 준다. 아빠가 건네준 CD는 근사한 선물이었고, 딸은 행복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



이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기까지 미국 가정의 실제 모습을 떠올린 어느 초등학교 영어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오페라를 접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정겹다. 문득 한국 가정의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나라는 가부장적 분위기가 남아 있어 가족들이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아빠는 권위의 상징이고 엄마는 희생에 익숙하다. 간극이 좁혀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과거와 달리 가족 간에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의 자세가 달라졌고, 핵가족 영향도 크다.



나도 아내, 두 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바쁜 직장생활로 틈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얘기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계속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다

인간은 시련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어느 개인이나 가정, 사회, 국가를 막론하고 어려움을 경험하며 대부분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능력이 특출난 인물은 주변의 부러움을 받지만 내면에는 남모를 아픔이 있다. 얼마 전 자살한 세계적인 반도체 권위자는 최고의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는 게 두려워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세인들은 "어느 것 하나 부러움 없는 사람이 왜 죽음이란 길을 택했을까?"라고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살아간다는 게 그리 녹록치 않음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승승장구하던 모 그룹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다른 기업에 대한 지나친 인수합병과 무리한 외형 확장으로 과다한 욕심을 부린데다 정권이 바뀌면서 '좋은 시절'이 지나갔다. 그런가 하면 그룹 지배권을 둘러싸고 형제간 갈등이 벌어져 동기간에 금이 가고 가족애가 상실되는 사례도 있다. 물질에 대한 지나친 열망으로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다.



이른바 '시련의 법칙'에는 재산의 많고 적음, 신분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 굴지의 모 그룹 회장은 거부(巨富)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력 때문에 언제 암이 닥칠지 몰라 불안하고, 최고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건강을 체크한다. 부유한 남편을 만나 풍요로움을 즐기는 어느 주부는 친정 식구들이 손 벌리는 탓에 근심이 끊이질 않는다. 남편에 미안하고 형제들에 서운함을 느끼면서 종종 삶에 대한 회의도 느낀다. 어느 가정을 보더라도 아픈 사람이 없는 사연이 없으며, 사업 실패 등으로 깊은 좌절에 빠진 사례도 흔히 지켜볼 수 있다. 모범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뒤 감언이설에 속아 한 순간에 거액의 퇴직금을 날려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련은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역경을 헤쳐 나갈 의지와 힘이 있고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켜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피겨스타 김연아는 수없이 넘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기량을 연마해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대회를 제패하면서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비디오 예술 개척자인 고 백남준 선생은 뇌졸중과 앞이 보이지 않는 백내장으로 고생하면서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레이저 전시회'를 여는 등 눈부신 예술을 창조했다. 그는 전시회를 준비할 때마다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낙담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했다. 기계에게 말을 걸고 생명을 불어넣었던 그는 젊은 시절 무모하고 턱없는 도전과 실험을 강행했고. 마침내 현대 예술의 영역을 크게 넓히며 신기원을 창조했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치열한 후계자 경쟁을 묵묵히 인내로 헤쳐 왔고, 술주정뱅이 의붓아버지 폭행에 시달렸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역경 속에서 생존의 법칙을 터득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자식을 나 몰라라 하는 생부(生父)의 무책임함에 치를 떨면서도 생생한 교훈으로 삼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영광을 안았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힘든 과정 속에서도 성공에 대한 싹수가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3부



실업자가 된 기분

몇 달 동안 집에서 쉬다 보니까 무위도식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아내가 추천해주는 영화를 관람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식사를 마치면 방안에서 맴돌거나 산책을 하며 몸을 다스린다. 하지만, 약기운 때문에 본격적으로 운동하기엔 힘에 부친다. 자주 피곤을 느끼고 현기증이 나서 역부족이다. 그래도 밖에 나가 바람을 쐴 때면 상쾌한 기분이다. 숲 속에 들어가면 내 세상에 들어간 것처럼 마음이 넉넉하고 그렇게 풍요로울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어색한 시선이 느껴진다. 젊은 사람이 모자를 쓰고 오솔길을 왔다 갔다 하니까 주변에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러 번 횟수가 반복되니까 "뭐하는 사람인가?", "혹시 나쁜 사람은 아닌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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