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이 희망이다
김승 지음 | 황금물고기
살아 있음이 희망이다
김승 지음
황금물고기 / 2010년 2월 / 206쪽 / 11,500원
이상한 아이가 태어나다1982년 12월 4일 아침, 호주 브리스베인에 있는 어느 병원의 분만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여인이 산고를 치르고 있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막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두시카가 마지막 신음을 토해냈다. 드디어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는 분만실을 뒤흔들 정도로 힘차게 울음을 터뜨렸다. '아, 드디어 해냈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두시카는 힘겹게 입술을 떼고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 아기 어때?" 그러나 보리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무언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상한 분위기가 잠시 분만실을 메웠다. 의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두시카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집어삼켰다. '아니야, 이건 꿈이 분명해. 이럴 수는 없어.' 두시카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기의 몸은 마치 물기에 젖은 도톰한 장작 같았다. 두 팔이 달려 있어야 할 자리가 마치 무엇에 잘려 나간 듯 붉었다. 두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온통 붉은 기운이 감도는, 얼굴과 몸통뿐인 이상한 아기가 두시카의 눈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한 축하도, 부모에 대한 위로도,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두 개의 발가락
인큐베이터에서 잠든 아기의 표정은 갓 태어난 여느 아기와 다를 바 없었다. 두시카는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받아들고는 가만히 아기의 몸을 쓰다듬었다. '내가 잘못 보았던 건 아닐까?' 헛된 줄 알지만, 한 가닥 희망의 끈이라도 찾는 양 아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 여기……" 두시카가 놀란 눈빛으로 다리가 있어야 할 왼쪽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에 뭔가가 달려 있었다. "미처 자라지 못한 발과 두 개의 발가락입니다." 의사의 목소리에는 묘하게도 희미한 한 줌의 위안이 담겨 있었다.
발가락이라는 의사의 말에 남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마치 콘크리트 벽을 뚫고 돋아난 새싹처럼 가녀렸다. 두시카는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을 쳐다보다가 보드라운 아기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한숨을 토해냈다. '하나님, 우리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그들로서는 당연한 원망이었다. 세르비아에서 호주로 이민을 온 그들 부부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것도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는 목사 부부였다. 누구 못지않게 순종의 길을 걸으며, 아무리 힘이 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는 부부였다. 그리고 아기는 부부의 첫 번째 아이였다. 간호 조산사로 일하던 두시카는 결코 무리하지 않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과 태교에도 정성을 다했다. 아이의 병명인 '해표상지증'은 진정제와 최면제 탈리도마이드를 임신 초기에 복용한 것이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 두시카는 이 약을 복용한 적도 없었다.
소용돌이 속에서 슬픔은 자라고 아이가 태어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두시카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안지 못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 탓이었다. 그렇다고 보리스 혼자서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릴 수 있는 형편도 아닌 탓에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갈등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무도 부부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했다. 교회의 성도들도 목사의 아들이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시험에 들었다. '혹시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건 아닐까?' 두 사람은 의구심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닉 부이치치는 이렇게 힘든 운명을 짊어진 채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아들을 위한 전쟁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해답을 얻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답을 구하려 해도 얻을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닉은 우리 아들이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반드시 축복을 주실 거야.' 부부는 더욱 간절하게, 닉을 키우는 데 필요한 현명함과 친절함 그리고 사랑과 열정을 구하는 기도를 끊임없이 드렸다.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차츰 마음에 평안이 깃드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있는 그대로의 아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느덧 불안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용기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보리스와 두시카는 아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여기면서 여느 아이들처럼 똑같이 키웠다. 닉은 스스로 앉는 법과 스스로 먹는 법을 익혀야 했다. 왼쪽에 자리 잡은 두 개의 발가락은 아이의 몸을 지탱해주는 지지대이자 손가락이었다. 바로 손과 다리였던 것이다. 어린 닉의 몸에는 멍이 가시질 않았고, 포크를 잡은 가녀린 두 개의 발가락에는 걸핏하면 물집이 잡혀 진물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안타까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사소한 일조차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난 듯 기쁨을 느꼈다. 어린 닉은 자신의 몸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닉이 18개월 되었을 무렵 보리스는 닉이 큰 무리 없이 일상적인 기본 동작을 익히는 모습을 보면서 경이로움과 함께 가슴속에서 어떤 희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루는 날을 잡아 닉을 물속에 집어넣고 홀로 물에 떠 수영하는 방법을 가르쳐 보았다. 팔과 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수영하기란 불가능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간이 나는 대로 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울먹이는 닉을 꼭 끌어안고 하나님께서 보호해주실 테니 두려워 말라고 다독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닉은 정말로 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부부는 닉의 상태와 성장에 맞춰 아이가 세상에 나갈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목회자로 활동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자격증과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던 보리스는 닉이 여섯 살이 되자 닉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두 개의 발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릴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닉이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보리스와 두시카는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당시 호주의 법은 일반학교에 장애인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보리스는 닉이 장애인 시설에서 보호를 받으며 연약하게 성장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려면 다른 아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었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닉 때문에 법이 개정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법 개정 절차를 밟아나갔다. 기적은 어디에나 있는 법! 두시카와 보리스의 끈질긴 노력으로 법원에서 정식으로 이전의 법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났다. 이렇게 닉은 호주에서 장애인으로서 일반학교에 입학한 제1세대 학생이 되었다.한 사람만 더 놀리면 인생을 포기할래요
닉은 일반학교에 입학했지만 입학 첫날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가족 사이에서 언제나 동등한 인격적 대우에 익숙해 있던 닉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동정의 시선이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의 놀림도 마찬가지였다. 왜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아이는 닉이 무섭다면서 슬슬 피하기까지 하고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심할 때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닉을 들어서 엉뚱한 곳으로 옮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소리 지르는 것밖에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이 느껴졌다.
그런 일이 날마다 반복되자 닉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상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닉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밤새도록 고민하다 자살을 결심한 닉은 휠체어에 올라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싱크대 위로 기어올랐다. '여기서 머리부터 떨어지면 목이 부러져 그대로 죽겠지? 엄마, 아빠 죄송해요.' 닉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몸을 날렸다. 쿵, 소리와 함께 닉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소리에 놀라 엄마 아빠가 달려 나왔을 때, 닉은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다행히 엄마 아빠는 닉이 뭘 찾으려다가 굴러 떨어졌다고 생각하는지 자세한 것은 묻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닉은 점점 침울해졌다. 말도, 웃음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온 마음으로 믿었던 하나님이 팔과 다리를 자라게 해달라는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자 화가 치밀었다. 닉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앞으로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슬픔이 물밀 듯 밀려왔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 순간, 또다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닉은 가만히 물을 틀어 욕조를 가득 채웠다. '오 분 동안만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을 거야. 그러면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닉은 욕조 아래로 가라앉았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정신도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엄마가 욕실 문을 열어젖히고 닉의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엄마는 닉이 실수로 욕조에 빠진 줄로만 아는 것 같았다. 닉은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절망하며 지내는 동안 세월은 흘렀고, 어느덧 닉은 열두 살이 되었다. 어느 날, 엄마가 신문을 들고 그에게 다가와 기사를 읽어주었다. 닉과 비슷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어떤 남자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놀림을 당해 자살을 결심했지만,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행복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였지만 그날 닉은 커다란 울림을 경험했다.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고 유일한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꿋꿋하게 장애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닉은 스스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야. 내가 이렇게 태어난 것도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일 거야!'
소중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닉에게는 또 하나의 존재, 하나님이 있었다. 청소년기에 닉은 성경 속에서 한 인물을 만났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 남자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끝없이 원망의 삶을 살았다. 사람들이 그를 예수에게로 데리고 갔다. "이 사람이 소경이 된 것은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닉이 항상 갖고 있던 질문과 똑같았다. "그가 소경이 된 것은 누구의 죄도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닉은 해답을 찾았다. 자신도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것은 어떤 죄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후로 닉은 하나님을 위해 살겠노라 다짐했고, 그때부터 잃어버렸던 믿음이 다시 마음속에 온전히 차올랐다.
그러자 새삼스레 왼쪽 다리 부분에 매달려 있는 두 개의 작은 발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작은 두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식사도 하고, 전화도 받으면서 한 번도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대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자 '닭다리' 같은 발가락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했다. '사람들은 내가 팔도 다리도 없는 줄 알고 있어.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해왔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 닉은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춰보았다. 거기에는 분명 두 발을 가진 소년이 서 있었다. 몸통 왼쪽에는 발가락이 두 개 달린 발이 있었고, 오른쪽에도 아주 작은 발의 형태가 살아 있었다. 분명히 있음에도 없다고 단정 지었던 자신의 미련함이 새삼 부끄러웠다.
'그래,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더욱 소중한 거야!' '또 이 아름다운 눈도 아무나 가질 수 없지.' 닉은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좋은 부분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온전한 평화가 온몸을 휩싸고 돌았다. 닉은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고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아무 이유 없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바로 하나님의 은총이었다. 닉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눈빛과 미소의 힘
어느 날, 닉은 전동 휠체어에 앉아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한 여자가 닉을 보고는 뭔가에 놀란 듯 제자리에 멈춰 서서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예전의 닉이었다면 모른 척 지나쳤을 테지만 그날 닉은 그러지 않았다. 당황해하는 여자에게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참 좋은 날이죠?" 닉이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고 금방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면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동안 눈물을 흘리던 여자는 천천히 닉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혀 그를 꼭 껴안았다.
"이름이 뭐니?"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닉 부이치치라고 해요." 닉은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닉, 고맙구나. 네 미소가 오늘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주었어. 정말 고마워." 여자의 말에 닉의 기분도 순간적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사실 닉이 그런 용기를 갖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얼마 전 어머니는 닉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해주었다. "닉, 넌 잘 모르겠지만, 너에겐 정말 매력적인 면이 있단다. 너는 누구보다 침착해. 게다가 사람을 바라보는 네 눈빛에는 친근함이 가득하단다. 엄마도 그걸 느끼거든." "그래요? 저한테 그런 면이 있어요?" 닉은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니까. 자, 이제부터 사람들이 너를 쳐다보면 피하지 말고 말을 건네 봐. 틀림없이 사람들이 너에게 다가올 거야."
닉은 엄마의 조언을 잊지 않고 기억했다. 그는 시험 삼아 거리에서 자신을 보며 뭔가 주저하는 눈빛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닉이 친절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네면 그을 장애인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대해주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미소를 건네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닉은 사람들의 시선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닉에게는 꿈이 생겼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희망을 전하는 것, 그리하여 스스로 사랑과 희망의 증인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그의 꿈이 된 것이다.
하루는 닉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어떤 남자가 술에 취해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 닉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떤 고민이 있기에 이른 시간에 저리 취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남자를 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전동 휠체어를 몰고 가는데, 느닷없이 남자가 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닉은 약간 긴장했다. 혹시 시비라도 걸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잠시 뒤, 그 남자가 어기적거리며 닉에게로 다가와 몸을 낮췄다. 그러더니 닉을 바라보며 다짜고짜 물었다. "넌 뭐야?" 닉은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전, 닉 부이치치라고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네 눈에 지금 들어 있는 게 뭐냐고?"
닉은 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짐작하기 힘들었다. 닉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그가 다시 말했다. "나도 그걸 원해."
당신은 행복합니까?
닉의 희망이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기보다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자신의 삶이었다. 닉은 그 희망이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닉은 용기를 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 그리고 교회에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닉의 이야기는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진솔한 닉의 이야기 뒤에는 환호와 격려의 박수가 이어졌고, 깊이 감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닉은 자신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커다란 울림으로 퍼져나가자 스스로도 놀랐다. 닉은 비로소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깨달았다.
소규모 강연을 통해 닉의 이름과 존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닉을 친구로 받아들였다.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고,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알게 된 닉도 모든 사람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하나님은 닉을 알고 있었다.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걷고 있다고 믿는 순간, 닉은 인생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닉에게는 또 한 번 감사 드려야 할 것이 생겼다. 바로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축복이었고, 살아 있음은 또 하나의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