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모모에
김은혜 지음 | 디자인소리
내 사랑 모모에
김은혜 지음
디자인소리 / 2010년 3월 / 271쪽 / 12,000원내가 처음 모모에를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녀는 약간 큰 키에 얼굴이 동그랗고 귀여운, 보통 아이였다. 그 해 겨울 난 어머니를 여의였다. 우리 집은 무척이나 가난해서 끼니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이미 돌아가셨다. 엄마를 잃은 충격에, 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내 미래는 너무나도 어두웠다. 그런 나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모모에였다. 어느 날, 모모에가 그녀의 엄마와 함께 우리 집에 찾아왔다. 지금도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모모에 엄마를 '모터 달린 발'이라고 불렀다. 성격이 남자 같고 활달하시다. 그 분 덕분에 나는 조그마한 국수가게에 취직할 수 있었다. 모모에는 아침마다 나와 내 동생의 도시락을 가지고 우리 집에 왔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나와 모모에의 사이가 아주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녀도 내 마음을 아는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 해 겨울방학, 모모에의 엄마는 가끔 쌀이나 이불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집에 오셨다.
고등학교 3학년. 난 모모에와 다른 반이 되었다. 솔직히 편하고 좋았다. 어느 날, 누군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모모에였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언제 시간이 있니?" 우린 주말에 학교 앞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약속시간에 10분 늦게 나왔다. 아주 미안하다며,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것도 우리 반 남자애한테…. 그녀의 첫사랑은 스즈끼였다. 주변에 여자애들이 꽤 관심을 보이는 아이였다. 나는 가끔 모모에를 만나 교실에서 내가 보는 스즈끼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난 모모에와 빠르게 친해졌다. 모모에는 항상 나를 위해 무언가를 사주고 싶어 했다. 그녀는 시집이나 CD를 선물로 주곤 했다. 처음엔 스즈끼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학입시 때문에 모모에는 여름방학 내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난 일을 마치고 모모에를 만나러 도서관에 가곤 했다. 어느 날, 도서관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스즈끼가 보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모모에가 떠올렸다.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갑자기 생겼는지 나도 모르겠다. "스즈끼!"하고 내 입술로 외쳐버렸다. 스즈끼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일부러 기죽지 않으려고, 약간은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친구가 너한테 관심 있는데, 만날 생각 있니? 혹시 생각 있으면 내일 저녁 일곱 시에 바이올렛 카페로 와. 우리가 저녁 살게." 난 바람처럼 그 자리를 떠났다. 그날 저녁, 모모에는 잠을 무척이나 설쳤다고 했다.
스즈끼는 3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그동안 모모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난 스즈끼가 나타나자 벌떡 일어서서 말했다. "소개할게. 내 친구 모모에… 그럼 나는 이만." 나는 카페를 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난 둘이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했다. 창문 너머로 몰래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정말! 정말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창문에 기대 10분을 서 있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날, 난 모모에가 앓고 있던 병의 비밀을 알고야 말았다. 좋아하는 남자만 보면 인간 마네킹으로 변신하는 끔찍한 병이었던 것이다. 그날의 결과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여름방학이라, 개학까지 스즈끼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모모에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나는 오사카에 있는 한 전자회사에 취업이 되어 모모에와 작별을 해야 했다. 다음 해 그녀는 대학에 들어갔고, 그 해 가을 정말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그날 난 모모에의 집에서 잠을 잤다. 모모에는 4남매 중 막내다. 집에서의 그녀는 버릇 없고 애교 많은 철부지 막내딸 그 자체였다. 그녀는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몇 달 후, 한국으로 떠났다. 모모에의 남편은 한국 사람이다. 이름은 김태우, 제법 큰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 그들은 '요시아'라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이 있다. 요시아는 아주 귀엽고 말을 잘 한다. 동생이 없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모모에는 강아지를 한 마리 사 주었다. 이름은 '앤'이다. 꼭 하얗고 순한 양 같다.
3년 전 내가 맹장수술을 받았을 때, 날 돌봐준 건 모모에의 엄마였다. 내가 오사카 병원에 있다고 했더니, 모모에는 엄마를 보냈다. 병원에서 모모에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밤, 민들레 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모모에 엄마는 카페 엄마가 됐다. 카페 엄마는 주로 2층에서 케이크를 만들고, 내가 바쁘거나 외출할 때는 가끔 2층에서 내려오신다. 일요일 아침마다 카페 엄마는 머핀을 구워 교회에 가져가신다. 교회에 오시는 할머니들에게 나눠주시기 위해서이다.
모모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첼로를 배우고 있다. 그녀가 첼로를 배우기 시작할 때의 그녀의 연주 소리는 쇠 긁는 소리였다. 소음 그 자체였다. 요즘은 간단한 동요나 소품은 연주한다고 한다. 그녀의 목표는 올 겨울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찬송가를 연주하는 것이라 했다. 민들레 카페의 DJ인 모모에는 첼로와 비올라 음악에 심취해 있다. 특히 비올라로 연주한 탱고 곡에 푹 빠져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틀어대는 통에, 나한텐 이제 너무 지겹다. 처음 그 곡이 민들레 카페에 흘러 나왔을 때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스텝을 밟느라 집에 가면 녹초가 되었다. 모모에의 첼로 선생님은 스물일곱 살이다. 가끔 모모에가 악보를 복사해갈 때가 있는데, 선생님이 보고 직접 연주해준다고 한다. 모모에는 그 순간을 아주 행복해한다. 심장이 요동치는 감동이 온다고 한다.
모모에는 가끔 무언가를 포장해서 소포를 보내곤 하는데 문득 궁금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꾹 참았다. 오늘 저녁은 손님이 없다. 모모에에게 다가갔다. "너 무슨 일 있지, 모모에?" 그녀는 웃기만 했다. "말해봐, 모모에. 궁금해 죽겠어."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녀가 말을 꺼냈다. 좋아하는 남자배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이는 자기보다 조금 어리다고 했다. 지난 가을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CD랑 책 등을 편지와 함께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왕자를 만난 건가…. 모모에가 좀 이상하다.
봄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모모에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어린 왕자가 누군지 또 물었다. 그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양파 같다고만 했다. 한 껍질 벗기면 또 한 껍질, 또 벗기면 또 한 껍질. 보면 볼수록 연기를 너무 잘해,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잘 모르겠단다. 그 양파는 도대체 누굴까.
오늘도 노신사분(야마다)이 카페에 또 왔다. 얼굴을 봐서는 시인이나 화가 같은 예술가 느낌이 나는데, 옷을 아주 멋지게 입었다. 왠지 기품 있고 분위기 있는 분이다. 성당에 다니시는 분 같다. 치즈케이크를 먹기 전 성호를 긋는다. 그는 모모에와 테라스에 있는 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분도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는 듯하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모모에와 야마다는 오늘 커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녀는 카페를 하고 있으니 이것저것 아는 게 당연히 많은데, 야마다도 옛날에 카페를 했는지, 모모에보다 아는 것이 더 많다. 야마다는 도대체 모르는 게 뭘까? 아주 똑똑하다. 낯가림 심한 모모에도 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멀리서 보고 있으면 사이좋은 부녀지간 같다. 오늘은 정말이지 일하기가 싫었다.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당장이라도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야지, 마음이 뒤숭숭해서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야마다가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앤과 옆에서 놀아주던 모모에가 야마다에게 넥타이 색깔이 너무 멋있다며, 부인이 멋쟁이인가 보다고 말했다.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야마다는 일 년 전 부인이 먼저 하늘로 갔다고 말했다. 당황한 표정의 모모에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이 아끼는 글들을 모아놓은 파일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밖에 있던 야마다를 피아노 앞에 데리고 왔다. 모모에는 그에게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곡을 직접 들려주었다. 음치인 그녀가 노래까지 불러주었다. 야마다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몹시도 컸나 보다. 나는 오늘 야마다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우리는 일요일 메구미 교회에서 열리는 '찬양의 밤' 초대장을 그에게 주었다. 찬양의 밤이 끝난 후, 모모에와 나는 야마다를 카페의 엄마와 태우에게 소개했다.
손가락 기부스, 인간 마네킹, 간헐적 대인 기피증 환자인 모모에와 손가락 물렁뼈, 속사포 같은 혀, 바퀴 달린 발을 가진 나는 친구이면서도 아주 극과 극의 성격을 가졌다. 그런 우리가 큰 갈등 없이 지내온 것은, 서로 솔직해지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자는 게 우리의 공통된 인생관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약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요시아의 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싸우고 있으면, 우리는 둘 다 원더우먼이나 소머즈로 변신한다. 그 점은 태우도 마찬가지! 아주 무서워진다. 가끔 카페에서 우리에게 함부로 대하는 손님을 보면 모모에는 하루 종일 우울하다.
오늘 우리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녀는 스즈끼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자기가 너무 어렸고 유치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때 그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 시절엔 너무나 심각한 고민이긴 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의 한 조각일 뿐이다. 나는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을, 야마다는 고등학교 때 옆집에 살던 누나를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모모에는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을 소개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돌아오는 일요일은 내 생일이다. 어머니를 잃고 나서, 난 생일이라는 걸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오히려 그날만 되면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올해는 카페 엄마가 내 생일상을 직접 차려주겠다고 하셨다. 요즘 카페에는 오르골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모모에가 북해도 오타루에서 사온 오르골 CD이다. 나는 야마다를 내 생일 파티에 초대했다. 그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모모에는 요즘 카페에 오는 중년 부인들을 유심히 본다. 다리 아픈 야마다가 너무 외로워 보여, 더 늦기 전에 여자 친구를 소개하고 싶단다. 모모에, 네 눈에는 이 외로운 나는 안 보이니?
카페 엄마와 모모에가 나를 위해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다. 야마다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프랑스산 와인을 선물로 가지고 왔다. 요즘 모모에는 얼굴에 눈주름, 팔자 주름이 생겼다고 태우에게 불평이 대단하다. 태우는 그런 그녀에게 위로는커녕, 그렇다고 병원에 가면 혼날 거라고 으름장을 놓곤 한다. 모모에는 그런 남편을 보며 생글생글 웃으며 묘한 웃음을 짓곤 한다. 모모에가 요시아를 낳던 날 병원에서 그녀는 대성통곡을 했다. 하도 무섭다고 울어대는 통에 태우가 진땀을 뻘뻘 흘렸다. 보다 못한 태우는 의사에게 부탁해 무통주사를 맞게 해주었다. 모모에는 토요일에 요시아를 낳았다. 그녀의 몸에서 주사약 기운이 점점 떨어져갈 때 젊은 마취과 레지던트에게 간절히 부탁했단다. "선생님, 저 놔두고 오늘 집에 가시면, 으흐흐흐 아기 낳기 전에 퇴근하시면 저 죽어요, 제발, 으흐흐흐" 야마다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녀는 그 때 그 젊은 의사의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모모에는 오늘 와인을 몇 모금 마시더니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했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 아주 조용해진다. 평생 잊지 못할 나의 생일파티였다.
야마다에게서 오늘 오후에 전화가 왔다. 갑자기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들집에 간다고 했다. 몇 달은 걸릴 것 같다면서 귀국하면 연락 주겠다고 했다. 야마다가 너무 부럽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요트가 떠다니는 따뜻한 바다와 크렘차우더 수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까….
민들레 카페에 새로운 단골손님이 생겼다. 히로또라는 이름의 젊은 청년인데, 아주 귀엽고 성실한 사람 같다. 그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자신이 모르는 곡이 나오면 모모에에게 꼭 물어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하면서 민들레카페의 커피를 가끔 포장해 간다. 오늘도 그는 민들레 카페에서 모모에가 추천한 책을 빌려갔다.
나에게 친구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이다. 모모에는 자신의 가족들이 다 친구이다. 하지만 난 여동생 말고는 친구 같은 가족이 단 한 명도 없다. 나는 다윗과 요나단 같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허락해달라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를 드린다. 우정은 빨리 성장하지 않는다. 그 점이 연애와 다르다. 나는 다윗보다 요나단을 좋아한다. 그는 왕자의 신분으로 평범한 소년이자 목동인 다윗을 만났다. 그러나 다윗의 엄청난 가능성을 보고 그를 친구로 만들었다. 요나단은 자신이 서야 할 왕의 자리에 친구인 다윗을 세웠다. 나에게 모모에는 다윗도 요나단도 아니다. 그저 나와 텔레파시가 너무나 잘 통하는, 그런 귀여운 친구이다. 물론 나도 그녀에게서 배우는 점이 있다. 모모에가 엄마와 친구처럼 잘 지내는 모습이다. 그녀는 자신을 통해 가족들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한다. 엄마가 없는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가장 부럽다.
모모에는 내가 요나단 같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난 네 입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환경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어. 그리고 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보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지. 너는 세상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긍정의 힘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고 내가 하나님이라면 복을 내려줘야 할 첫 번째 사람이야."
모모에는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을 읽고 있다. 모모에는 브람스의 음악을 좋아한다. 나는 카뮈의 『이방인』을 좋아하는데, 모모에는 사르트르의 『구토』를 좋아한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데, 모모에는 톨스토이를 좋아한다. 나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을 좋아한다. 나는 릴케의 시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푸쉬킨을 좋아한다. 나는 〈마이 페어레이디〉의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데, 그녀는 〈남과 여〉에 나오는 아누크 에메를 좋아한다. 나는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한다. 나는 성 프란시스코를 존경하는데, 그녀는 마더 데레사를 존경한다. 이렇게 다른 우리의 공통점 중 하나는, 좋아하는 숫자이다. 바로 '3'이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모에에게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믿음의 명문가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삶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돈이나 명예, 학식을 좇는 것이 아닌 하나님을 위한 믿음 위에 토대를 둔 가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내 삶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 내 삶이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이다.
오늘 저녁 탱고 교실의 사또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카페에 왔다. 모모에는 그를 볼 때마다 표정이 굳는다. 매번 옆에 있는 여자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꼭 나에게 자기 옆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말하는 도중에 내 손이나 등을 자꾸 만져서 짜증이 나곤 한다. 그렇다고 여자 친구 옆에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오늘도 꾹 참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가자, 모모에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나에게 왔다. 저런 사람하고 꼭 상대해야 하는지, 좀 더 단호하게 처신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직장 생활과 탱고 교실을 운영하면서 너무나 많은 종류의 사람을 만났다. 교만한 사람,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마구 무시하는 사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무조건 욕하고 끌어내리는 사람, 사람을 자기의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 인색한 사람, 장점보다 단점만을 보는 사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아첨하는 사람, 오로지 외모에만 집착하는 사람,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 무조건 화부터 내는 사람, 나를 선생이 아닌 여자로 보는 사람…. 물론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나 지치고 힘든 기억이 많다. 모모에 말대로, 탱고 교실을 그만두어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탱고 교실에는 정말 좋은 분들도 너무나 많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