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의 달인
김순도 지음 | 로그인
이벤트의 달인
김순도 지음
로그인 / 2008년 12월 / 264쪽 / 11,900원
레시피 Recipe
성공, 적절한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모든 성공의 열쇠는 내가 상대에게 감동을 주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감동을 주려면 허세를 깨끗이 지워야 한다는 것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다. 허세를 지운 그 자리에 정성과 겸손이 곱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 그저 똑똑한 머리와 능력만 잘 키우면 성공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모두들 입을 모아 일단 재료가 좋아야 한다고 대답한다. 성공도 요리와 다르지 않다. 훌륭한 요리에 훌륭한 재료가 들어가듯이 성공을 위해서는 일단 재료를 잘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재료를 잘 고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무얼까?
거침없이 들이대고 개겨라작은 이벤트가 관계를 끈끈하게 만든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상대라도 예의를 다해 존중하고 위해주자. 후배의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게 보인다면 다가가 따스한 말 한마디, 말로 전하기 쑥스럽다면 위로의 문자라도 보내자. 결혼식 준비로 지쳐 있는 여자친구의 손을 살며시 잡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말하라고 크게 소리쳐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끔씩 던지는 자극적인 멘트는 관계를 더욱 생기 있게 만드는 비타민과 같다. 일상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씨를 꺼트리기도 활활 타오르게도 만든다.
외국에 나가 있는 외로운 여동생에게 짜파게티를 보내고, 일상에 지친 형수에게 백화점 또는 도서 상품권과 그녀가 좋아하는 음반을 사서 선물해보자. 지친 수험생 딸을 격려하는 플랜카드를 만들어 집 앞에 붙이고, 쳇바퀴 돌아가듯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에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한 통의 편지를 쓰자. 때로 야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며 남편을 웃게 만들어도 좋고, 조금 낯간지럽더라도 '너무 보고싶어요. 흑흑'이라고 쓴 메모를 여기저기 붙여놓고 출장 다녀온 남편을 깜짝 놀라게 만들어보자. 친구의 생일날 친구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잔뜩 사서 소포로 보내주고,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져 있는 친구를 노래방으로 초대해 '넌 할 수 있어!'를 목청이 터져라 크게 불러주고 따스하게 꼭 안아주자.
내 친구의 남편은 그다지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병원의 최연소 관리 책임자로 승진했고, 아내에게도 상당히 대우받고 산다. 막내아들인데도 팔순 넘는 편찮은 노모까지 돌보면서도 그의 가정은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도대체 넌 네 남편 어디가 그리 좋아?"라고 묻자 친구가 배시시 웃는다. "그게 말이야. 어느 추운 날이었어. 우리집은 일 층이었는데 누군가가 안방 창문을 두드리잖아. 대체 누군가 싶어서 열어보니 남편이 창문 앞에서 손가락을 하트 모양을 만든 채 환히 웃고 있지 뭐야.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술에 잔뜩 취한 얼굴로 '우리 숙이 최고'라고 소리치며 아파트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더라고. 정말이지 창피해서 죽을 뻔했어." 말은 창피하다고 하면서도 친구의 입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역시 아내는 남편하기 나름인 모양이다.
멋지게 이별하기가 멋지게 연애하는 것보다 어렵다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꽃이 피면 지는 날이 오듯 아무리 찬란한 사랑도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영원히 나의 것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감정은 정말로 간사하다. 사랑이 식고 나면 휴대전화 통화료도 아까워지고, 두 시간이 넘도록 전화기를 붙잡고 끊지 못했던 애틋했던 적도 있었으련만 일단 사랑이 식고 나면 3분 대화하기도 벅차다. 이혼하는 부부의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이혼하면서 돈 문제로 다투지 않는 부부가 있을까? 여태껏 부부가 헤어질 때 돈 문제로 다투지 않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직장인은 또 어떤가. 그만두는 회사에 뭐 두고 가는 건 없나 수차례 두리번거리는 게 인간이고, 나를 배신하고 떠나는 직원은 밥 사주기도 아까운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어떤 철학자의 말을 빌리면, 모든 인연은 악연이라고 한다. 사람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아픔을 주게 되므로 만남 자체가 악연이란 뜻이다. 물론 일리는 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아픔이 따른다고 해서 벽에 붙은 파리를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별이란 게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거라면 어떻게 잘 맞이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온 것이 운명이라면 사랑이 식어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닐까? 상대방의 마음이 먼저 식어버렸다고 분해하며 이 갈지 말고 이런 노래를 불러주며 떠나보내는 건 어떨까? 김광석의 <내가 필요한 거야>라는 가사 말이 상대방의 가슴에 펀치를 날린 듯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다. "머지 않은 날 혼자라고 느낄 때 그땐 알게 될 거야. 외롭다고 느낄 때 위로받고 싶을 때 그땐 알게 될 거야. 너에게는 내가 필요한 거야." 이 대목에서는 조금 더 목청을 가다듬고 큰 소리로 부르는 거다. 확신에 찬 자신감이 멋지지 않나! 아깝지만 밥값도 내주고 좋은 책도 한 권 선물해서 보내자.
이별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 사람의 본질 중에서도 좋지 않은 부분은 특히나 헤어질 때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속내를 알고 싶을 때는 이별하는 시늉을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별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보이고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별의 달인이라 불릴 수 있는 경지는 과연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나는 그것을 '잘 죽기'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상담가 앤 랜더스는 온갖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한 달에 1만여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런데 그 많은 편지의 주제를 하나로 모으면 '두려움'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죽음에 관한 두려움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지만 누구도 죽음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팔순이 넘은 한 장로님이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니 집으로 돌아가서 편안한 임종을 준비하시라고 권했지만 장로님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목사님을 붙들고 아이처럼 울부짖으며 이렇게 소리쳤다. "목사님, 나 수술받게 해주오, 나 이대로는 못 가! 나 억울해서 이렇게는 못 죽어! 목사님, 기도 좀 해주오. 나 좀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 좀 해주오!"
똑같은 상황에 처한 60대 후반의 한 권사님은 생명이 한 달 정도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슬픔에 휩싸인 가족들을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하늘나라 가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단다. 그러니 너희들이 우는 모습이 아니라 웃는 낯으로 나를 축하해줘야 하지 않겠니? 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친구들을 불러 천국행 축하 잔치를 벌여야겠다. 너희들도 나를 좀 도와주렴."
이 한 가지 예만 보아도 인간의 지혜란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살아온 삶 속에 차곡차곡 쌓인 사려 깊음이 숙성되고 녹아들어야 비로소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다른 사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숙한 정도에 따라 태도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당신도 위와 같은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에피타이저 Appetizer
이벤트는 사랑이다산다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것이 곧 살아가는 것이다: 내게 있어 이벤트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다면 굳이 머리를 짜내가며 이벤트를 짤 이유도 없고, 사랑이 함께하지 않는 이벤트란 단순히 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대해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쇼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돈을 많이 들이고 거창한 세트가 있어야만 이벤트가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우리말 중에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말의 뜻은 그 어원이 같다고 한다. 비슷한 예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영어의 live와 love도 철자 하나 차이이지 않은가. 결국 산다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고, 사랑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라면 이벤트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이벤트를 자주 마련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이벤트를 통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는 따뜻하고 깊은 배려가 담겨 있다. 영화 <내 사랑>에 보면, 여주인공이 남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하철 벽에 야광펜으로 축하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도 보면,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피아노를 쳐주며 <사랑해도 될까요>를 불러준다. 그 장면이 자아내는 애틋한 감정은 실제로 내가 겪은 일이 아닌데도 마치 내 경험처럼 느껴져 시간이 지난 후에도 미소 짓게 만든다. 이런 이벤트적인 요소는 타인에게 나의 존재를 강렬하게 각인시키고 때로는 위기의 상황을 기회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이벤트를 통해 죽어가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추운 계절을 특정화시켜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는 이벤트를 통해 지역은 물론 국가의 이미지를 높여주고 더불어 커다란 소득까지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뮌헨의 맥주축제는 독일 뮌헨을 맥주의 모든 것으로 이미지 포지셔닝했다. 맥주 한 모금 못 마시는 사람들도 그 축제를 보러 일 년 전부터 뮌헨의 호텔에 예약을 한다고 한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싼 숙박비도 축제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관광객의 행렬을 막지 못한다.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그것을 상쇄시킬 만한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인구 35만의 니스는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의 최대 휴양지이다. 실제로 직접 가보면 생각한 것만큼 그림 같지는 않다. 사실 그런 해변 정도는 우리나라의 동해만 가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니스의 특별함은 해변에 있지 않다. 니스에는 일 년 내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이벤트가 열린다. 1월에는 맥주축제, 2월에는 현대음악제, 3월에는 니스 파리 자전거경주대회, 4월에는 국제 투견대회 등 온갖 특색 있는 이벤트가 일 년 내내 이어지고 한 해의 끝은 크리스마스 수영대회라는 재미있는 이벤트로 마무리한다. 이런 이유로 니스에는 언제나 화제가 만발하고, 매스컴은 늘 니스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일수록 나를 알리고 남도 즐겁게 하는, 즉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함을 엿볼 수 있다.
이벤트로 사랑에 성공한 사람들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랑받는 이벤트: 결혼 6개월차 C씨는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젊은 남편이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그 고민의 중심에는 한 번 마음이 상하면 응어리가 쉽게 풀리지 않는 아내였다. 선물 공세도 하고 돈 들여 이벤트도 신경 써서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내는 이벤트 비용에 든 돈을 신용카드비로 내야하니 결국 자기 돈 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도리어 화를 냈다. 게다가 같은 돈 주고 이런 선물을 사지는 않을 거라며 칭찬은커녕 구박만 실컷 받았다.
몇 달의 시간에 걸쳐 고군분투한 끝에 그는 마침내 해답을 얻어냈다. 그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아내의 화를 풀어주는 그만의 3가지 비법은 요리, 청소, 안마였다. 몸은 좀 고되어도 이만큼 효과 만점 이벤트도 없다나. 게다가 돈도 안 드니 경제적이기까지 하다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임신중이라 예민해진 아내를 위해 요리 이벤트를 했다고 한다. 우선 너무 시어서 그냥 먹기 힘든 묵은 김치와 두 달 전 사놓고 잊고 있었던 냉동 만두를 꺼냈다. 이왕 꺼낸 김에 냉장고 청소도 깨끗이 해버렸다고 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준비에서 요리, 뒷정리까지 그가 이벤트에 들인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그러나 2시간의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는 생각 이상이었다. 아내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냉장고 정리에서 요리까지 한 남편을 무척 자랑스러워했고, 남편 자랑에 침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나만의 예삐를 위한 오지 여행 이벤트: 초등학교 동창 가운데 유명한 닭살 커플이 있다. 그 친구는 결혼한 지 십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아내를 "예삐야!"라고 부른다. 그 의미가 뭐냐고 물으니 예쁜 삐삐의 줄임말이란다. 처음에는 사랑을 대놓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당돌함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그들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렇게 사는 게 정말 행복한 부부의 삶이란 생각이 든다. 당연한 대답이 나올 것을 각오하고 친구의 아내에게 "행복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는 곧바로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이죠. 저렇게 살뜰하게 배려해주는 남자를 세상 어디에서 만날 수 있겠어요." 그렇게 시작한 그녀의 남편 자랑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이어졌다.
뒤늦게 한의사가 되겠다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동안 그녀는 호된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힘든 내색 없이 어려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결같은 남편의 배려와 따스한 말 한마디, 아내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성실함, 그리고 늘 아내에게 미래의 꿈을 꾸게 하는 노력이었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진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고 늘 희망에 가득 차 보인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동창의 병원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환자도 마치 아내를 대하듯이 살뜰히 챙기니 당연한 결과다.
친구에게 "네 꿈은 뭐니?"라고 물으니 사랑하는 아내 예삐와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긴 여행을 하는 거란다. 조만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둘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는 친구의 목소리는 자못 진지했다. 일상에 지친 아내에게 꿈을 주자! 그리고 그 꿈을 실행할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자! 꿈은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어주는 묘약이다. 아내들은 늙어도 여전히 꿈을 먹고사는 소녀임을 잊지 말기를! "예삐야!"라고 부르는 남편을 앞에 두고 고함지르고 심술부릴 여자는 아무도 없다.
그대 빛나는 셀러브리티, 오늘 이벤트를 이야기하다불임의 고통을 치유하는 사랑의 이벤트_ 차광렬(차병원 그룹 회장): 나는 불임 부부들이 쏟는 엄청난 노력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수십 년을 지내왔다. 새 생명을 얻기 위해 애쓰는 부부들의 노력을 현장에서 보노라면 정말 가슴이 짠하다.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지 절망하며 돌아서다가 이번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며 시도한 시술이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소중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돕는다는 보람으로 지내온 지난 시간, 수차례의 시술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도전하고, 그러다 또 좌절하는 일련의 어려움에 처한 불임 부부들에게 나는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힘든 과정을 혼자만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운 일도 남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결 위로가 되기 마련이다. 나는 이 점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불임의 고통을 겪어본 스타들을 초대해서 동병상련의 회포를 풀게 하고,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불임에서 벗어난 부부를 강연자로 강단에 세워서 희망을 주고, 황량한 마음을 어루만져줄 클래식 연주도 들려준다. 단발성 행사가 아닌 주기적이고 꾸준한 행사로 발전시키고 싶다. 의술은 날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의술이 발달해도 사람의 마음을 보듬고 안아줄 수 있는 건 마주한 우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