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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편지

윤기윤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산소편지

윤기윤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 2007년 12월 / 206쪽 / 9,500원



흔적


아내는 결혼 첫해에는 틈만 나면 처갓집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방문횟수가 줄더니 요즈음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가더군요. 무엇이 발걸음을 뜸하게 하였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 아내에게 물어보았지요. 한참을 생각하던 아내는 문득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그 까닭을 말해주었습니다.



"그곳은 내 지나온 시간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죠.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그리워하던 것들을 거기만 가면 고스란히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서서히 내 손 떼 묻은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내 흔적들이 없어져 가고 있는 셈이었죠. 내가 쓰던 침대며, 책상, 언제나 잠잘 때 덮던 이불, 하다못해 사소한 물건들도 다 애틋하고 추억이 서린 것들인데 조금씩 사라지고 없어졌어요. 대신 그 흔적들이 어디로 이동 중인지 나는 알았죠."



빙긋이 웃는 아내의 얼굴에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보이더군요. 삶의 터전을 자연스레 옮기는 일……. 아내는 그 의미를 알아가고 있었던 거지요. 지난 시간도 소중하지만 이제 만들어 가야 할 삶의 자리를 보듬는 것 또한 먼 시간에 대한 흔적을 아름답게 쌓아 나가는 것이 될 테니까요.



러너스 하이

마라토너들이 긴 42.195km의 마라톤 코스를 쉬지 않고 달리면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여행자처럼 달콤한 휴식을 누릴 때가 있습니다. 마라토너들은 그것을 러너스 하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해서 한 5분간 달리면 서서히 호흡이 가빠지고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뇌에서는 그만 멈추고 휴식을 취하라고 우리 몸에게 명령합니다. 하지만 뇌의 명령을 어기고 계속해서 휴식 없이 30여 분을 달리기 시작하면 신기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팔과 다리가 가벼워지기 시작하면서 피로감이 사라지고 새 힘이 솟아나게 됩니다. 그 힘으로 마라토너들은 먼 길을 완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건은 너무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그 러너스 하이에 이르는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조금 힘겹다고 느낄 때, 멈추지 말고 이겨내면 마음의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들의 소풍

아파트 부근, 도로변에 좌판을 펼쳐 놓고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이 여러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주로 집에서 농사를 짓거나 혹은 이른 새벽 농산물 센터에서 도매 물건은 받아다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분들입니다. 여러 가지 채소들이 봉지마다 담겨져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는 커다란 대형 마트보다 풍경도 정겹고 채소도 싱싱하다며 곧잘 이곳까지 산책 삼아 장을 보러 오곤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도 강아지처럼 졸졸 엄마를 따라 작은 시장에 왔습니다. 노점상들에겐 특별히 식사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 바로 식사시간인 것입니다.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한쪽에 풀어놓고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채소 값을 흥정하고 있는 엄마 뒤에서 아이는 물끄러미 식사를 하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을 바라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합니다. "엄마, 할머니들은 신나겠다. 전부 소풍 나왔나봐. 그치?"



벨러스트 킬

무거운 짐은 배가 앞으로 전진하는 데 분명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짐을 싣지 않은 배는 빠르기는 하지만, 풍랑을 만나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침몰하고 맙니다. 오늘날 선박을 건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 '벨러스트 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배의 균형을 잡는 용골을 말합니다.

옛날 먼 항해를 하는 배의 밑바닥에는 반드시 무거운 짐을 실었습니다. 왜냐하면 거친 풍랑을 만나게 되면 배의 중심이 잡혀야 전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낮을수록 균형을 잡기가 유리하고 회전할 때도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으면 쉽게 전복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삶도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 삶에도 적당한 '벨러스트 킬'은 필요한 법입니다. 아무런 고통의 짐이 없는 삶은 갑자기 시련이 닥쳐왔을 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입니다. 늘 적당한 고통의 짐은 삶을 긴장시킵니다. 언제나 적당한 짐을 안고 가는 삶은 갑작스런 위험이 닥쳐도 탄탄하게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삶의 무게는 나를 전진하게 해 주는 무언의 채찍이 되는 것입니다.



삶이란?

강물은 도대체 어디로 흐르는가.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 한강 백사장에 가면 문득 강물이 어느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인지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잔잔하던 강물은 금방 거칠게 일렁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강물이 흘러가는지 쉽게 구별해낼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평안하기만 한 삶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목적성을 상실하고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습관적으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닥치게 되면 평온하던 삶은 그 위기를 극복하려고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목표는 더욱 뚜렷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삶은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편의 선물

맞벌이 부부인 그녀에게 퇴근 후 가사 노동은 힘겨운 삶의 짐입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심신이 지쳐 집으로 도착하면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설거지통에 가득 쌓인 그릇과 늦은 저녁 준비 그리고 청소와 수북이 쌓인 빨래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뜻밖의 휴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집의 현관문을 연 순간, 집안은 마술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그릇, 먼지 한 톨 없는 거실과 빛나는 방바닥, 밀렸던 빨래가 반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손을 들며 환영하듯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집 근처로 출장 왔던 남편이 수북이 쌓인 설거지와 청소 그리고 빨래까지 해 놓았던 것입니다. 순간 코끝이 찡했습니다. 넥타이를 맨 채 아내에게 작은 기쁨을 주려고 애쓴 남편의 마음이 고마웠던 것입니다. 그녀는 오랜만에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달콤한 휴식과 따뜻한 마음과 한유함을 아주 오랫동안 즐겼습니다.



그들만의 소리

전광판에는 앞선 역에서 전철이 출발했다는 표시가 흐르며 지나갑니다. 이윽고 이마에 뽀얀 불빛을 달고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전철이 달려옵니다. 문이 열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전철에서 쏟아져 나오고, 기다리던 승객들은 서둘러 전철에 오릅니다. 문을 닫은 전철은 다시 요란한 굉음을 내며 어두운 동굴 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딱, 딱, 딱, 딱, 딱." 그때 전철을 기다리던 대합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의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와 벽걸이 TV에서 울려 대는 광고 소리와는 구별된 어떤 독특한 소리였습니다. 처음 그 소리는 가늘고 미약한 두드림이었지만, 점점 잘 훈련된 군인들의 군화 소리처럼 규칙적이며 여러 명의 힘을 합친 소리로 변했습니다. 전철이 오가면서 점점 그 소리는 마치 판소리에서 숨 가쁜 휘모리장단을 돌아 극의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처럼 급박하게 울려 댔습니다. 그 소리는 시각 장애인들이 지팡이로 지하철역 대합실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새들이 자기만의 소리로 동료들을 부르는 것처럼, 그들도 그들만의 소리로 자신들의 동료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생계를 잇던 그들이 모임을 갖는 날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바닥에 두드리는 소리는 환영의 인사였습니다. 그 두드림은 서로의 등을 따뜻하게 다독여 주는 격려였습니다. 그 두드림은 힘겨운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힘찬 박수였습니다.



따뜻한 돌

여름이 벌써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습니다. 계곡의 물은 맑고 청량했지요. 투명한 바닥에서는 조약돌이 물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은빛 송사리 떼는 아이들을 쫓고 아이들은 송사리 떼를 쫓았습니다.



한참을 물속에서 놀던 아이가 뭍으로 나와서는 오들오들 떱니다.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려주자 그때서야 기분이 한결 나아졌는지 환하게 웃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귀에 물이 들어가 먹먹하다고 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면봉으로 아이의 귀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어도 좀처럼 귀의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귀를 아래로 향한 채 토끼처럼 펄쩍거려 보지만 영 마땅치가 않습니다.

그때 아빠는 평탄하고 둥근 돌을 가져와 아이의 귀에 가만히 대어 주었습니다. 햇살이 데워진 따뜻한 돌을 귀에 대자 아이는 영문을 모르지만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짓습니다. 한참동안 돌을 귀에 대고 있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답답하던 귓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어떻게 한 거야? 귓속에 있던 물이 갑자기 주르륵 흘러나왔어요. 와! 이제 시원해졌어요. 와, 신기하다." "따뜻한 돌을 귀에 대 줬더니 심술쟁이 물들의 마음이 풀렸나보다." 편편한 돌에는 물이 촉촉이 배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신기한 듯, 돌과 아빠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올 여름도 그렇게 따가운 햇살과 계곡의 아이들과 함께 깊어만 갑니다.



물고기의 유리창

아이가 꽝꽝 언 냇가에서 지치다 넘어졌습니다. 곧 일어나야 할 아이가 한참 동안 일어나질 않습니다. 코를 그대로 얼음에 박은 채……. 순간 엄마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습니다. 급히 아이에게 달려가는 순간, 아이는 엎드린 채 고개를 돌리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그제야 안심이 된 엄마는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엄마, 여기 좀 보세요. 신기하지 않아요?"아이가 발견한 것은 바로 얼음 밑의 세상이었습니다. 물풀이 물살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피라미는 그 사이로 유유히 헤엄치고 있고 바닥에 깔린 조약돌은 햇빛을 튕겨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얼음 밑의 세상을 눈이 부신 듯 내려다봅니다.



"엄마, 이 물고기들은 안 추워?" "그럼. 너도 언젠가 눈이 많이 오고 몹시 추운 날, 엄마랑 베란다에서 눈 오는 바깥세상을 구경한 적 있었잖아. 그때 추웠어?" "그럼 얼음이 물고기에게는 유리창이네?" 아, 정말 그랬습니다. 꽝꽝 언 얼음이 물고기에게는 추위와 바람을 막아 주는 따뜻한 유리창이었습니다.



돼지는 하늘을 볼 수 없다

돼지는 죽을 때까지 하늘을 볼 수 없는 동물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땅에서 나는 감자와 고구마 같은 음식을 좋아해서 땅만 보고 먹이를 찾다 보니 신체적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돼지는 고개를 15도 이상은 들 수가 없어 절대로 하늘을 쳐다볼 수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고개를 들려도 노력해도 수평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하지요. 하지만 돼지도 하늘을 볼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돌부리나 혹은 웅덩이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것이지요. 그때 넘어진 돼지의 눈에 처음으로 하늘이 들어오게 됩니다.



돼지는 세상은 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높은 하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들의 삶도 그럴 것입니다. 살다가 쓰러지고 넘어져 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것이기에. 쓰러지고 넘어진 사람에게도 반드시 또 다른 색깔의 희망이 있는 법이니까요.



아름다운 회항

"응급환자가 생겼다. 다시 회항하겠다." "미쳤나? 다시 돌아오려면 연료를 하늘에 버려야 한다구." "연료를 하늘에 뿌리겠다." "세상에, 자그마치 80톤이야, 80톤! 5,000만 원을 하늘에 쏟겠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가 위급하다."



2005년 8월 25일 오후 3시경 LA 비행기가 이륙한 후, 10분 만에 한 어린아이가 갑작스런 고열로 의식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기내에 있던 의사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회항하지 않는다면 위험하다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LA까지 가는 장거리 노선은 100톤 가량의 연료를 싣고 떠납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으면 100톤이나 되는 하중을 받기 때문에 비행기는 최대한 무게를 가볍게 해야만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즈음에는 연료가 거의 소모되기 때문에 착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회항해서 착륙을 해야 하는 경우는 소모되지 않은 채 탱크에 들어 있는 연료의 무게가 문제였습니다. 결국 80톤의 연료를 아깝게 하늘에 버려야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되었습니다. 연료의 비용은 무려 5,000만 원이나 되었습니다. 기장은 곧 기내방송을 하였습니다.



"여러분, 한 아이가 위급해 인천공항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자, 제가 여러분께 평생 보기 힘든 5,000만 원짜리 공중 매직 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창밖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멋진 무지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승객들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기름 탱크가 열리며 연료가 한꺼번에 하늘로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늘에 퍼진 연료는 정말 멋진 무지개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람들은 예기치 않은 멋진 장면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비록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불편했지만, 승객들은 기꺼이 한 아이의 생명을 위한 아름다운 회항에 즐거워했습니다.



달콤한 고통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인들의 인권과 그들의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어느 기자는 교도소 측과 미리 약속을 한 후, 죄수로 위장한 채 한 달 동안 수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한 달 동안 흉악한 범죄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온갖 고초와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살아 있는 현장의 소리를 낱낱이 기록했고, 감히 어느 기자도 흉내낼 수 없는 살아있는 현장 기사를 써낼 수 있었습니다. 다른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죄인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죄인들과 그런 곳에서 견디어낼 수 있었습니까?" "전 그들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전 언제든지 그 고통스러운 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말 한 마디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갇혀있는 죄수들의 고통이 빠져나올 수 없는 희망 없는 고통이라면, 전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고통이었지요. 그래서 그 고통은 오히려 감미로웠습니다."



어린 왕자

늦가을로 접어드는 싸늘한 초저녁, 아파트 현관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대여섯 살 어린 녀석이 낙엽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땅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있었습니다. 너 그렇게 맨 바닥에 누워 있으면 어쩌느냐고 다가서려던 참이었는데, 녀석이 주변의 제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이랬습니다.



"얘들아, 이렇게 누워 있으니까 구름이 참 잘 보인다. 이리와 누워봐." 호기심이 동하여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내려다보니 얼마 전에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였습니다. 며칠 전 작은 아이가 타고 올 유치원 승합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처음 보는 이 녀석이 마치 잘 아는 사이처럼 슬며시 옆자리에 와 앉더니 대뜸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어요.



"하늘에는 목성도 있죠, 토성도 있죠. 그리고 명왕성, 천왕성도 있지요. 그런데 어느 별이 제일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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