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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미쳐라

에마 봄베크 지음 | 휴먼하우스
에마 봄베크 지음

휴먼하우스 / 2007년 2월 / 288쪽 / 9,800원

여보, 녀석들이 돌아왔어요!




금요일 : 오후 5시

알 수 없는 조바심이 밀려왔다. 커튼 주름을 매만지고 의자를 테이블 아래로 바짝 밀어 넣어 정돈하고, 커피 테이블 위의 먼지를 엉덩이로 쓱쓱 문지르면서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주말을 이용해 크리스마스카드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이미 훌쩍 커버린 세 명의 아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이 평온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 애들'은 우리 삶의 결실이다. 가슴앓이를 하면서 열정과 사랑으로 키워낸 두 아들과 한 명의 딸아이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일한 유전자와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같은 성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침식사를 똑같이 해본 적이 없고, 똑같은 텔레비전 프로를 동시에 본 적도 없으며, 같은 사람을 좋아하거나 서로 같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없었다. 걔들이 제시간에 올 리가 있겠는가? 30년 동안 우리 식구는 단 한번도 같은 시간 사이클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내가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 그 애들은 잠만 자거나 집에 없었다. 내가 지쳐 곯아 떨어졌을 때 녀석들은 침대의 난간을 잡고 기저귀가 젖었다고, 배가 고프다고 앵앵거렸다. 조금 더 커서는 내가 잠자리에 들 때 녀석들은 밖으로 나갔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기어들어왔다.



"한데 무슨 수로 애들을 불러 모았소? 녀석들은 사진 찍는 걸 죽기보다 싫어할 텐데." 남편이 물었다. "당신 유언장을 읽을 거라고 했어요." "LA에 있는 애와는 통화를 한 거요?" "자동응답기에 남겨 두었어요." 사실인즉, 나는 3년이나 넘게 그 녀석과 직접 통화를 해보지 못했다. 나는 그 아이의 자동응답기에, 그 애는 우리 집 자동응답기에 대고 말을 했고, 어떤 때는 기계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그동안 내 아들보다 녀석의 자동응답기와 더 친밀하게 지내온 셈이었다.



그 애의 자동응답기는 예의가 바르다. 내가 전화를 걸면 친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외출 중입니다. 성함과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면 들어오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삑' 소리가 나면 10초 동안 말씀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그 애는 한번도 그렇게 말해본 적이 없다. 그 기계가 너무 상냥해서 나는 단단히 별렀던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못된 놈! 엄마가 무릎을 다쳐서 이 고생인데 집에 전화 한 통 못한단 말이냐?"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곤 하였다. "네가 바쁘다는 건 잘 안다, 아가. 그냥 잘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 오늘은 조금도 아프지가 않구나. 너도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우리들의 유산, 우리들의 삶을 말해주는 그 자식들이 모여 지나온 세월을 추억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환상은 '꽝' 하는 자동차 문소리에 놀라 깨어졌다. "집에 누구 없어요?" 나는 그 애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게 너무나 싫었다. 그럼 나는 뭐란 말인가! 하와이안 셔츠에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꼬깃꼬깃한 재킷, 풍선처럼 펄렁한 바지 밑으로 녀석의 흰 목발과 맨발이 드러나 보였다. 남편이 뒤돌아보며 내게 물었다. "맙소사! 당신 얘한테 크리스마스카드로 쓸 가족사진을 찍을 거라고 얘기 안 했소?"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요?" 그 애가 말했다. "근데 왜 면도는 안 했느냐?" "했는데요, 불과 몇 시간 전에요." "면도날을 넣고 했단 말이냐?"



"물론이죠, '마이애미의 두 형사(Miami vice)'처럼 짧은 수염이 요즘 유행이에요. 설마 그 프로를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그럼, 보기야 봤지… 3주째 집에도 못 들어간 알코올중독자나 부랑자들이 꼭 그런 꼬락서니를 하고 다니더구나." "섹시해 보이잖아요. 금방 침대에서 빠져나온 것 같이… 참, 엄마! 한 이삼일쯤 일광욕을 하러 해변으로 갈까 해요. 그동안 요 귀염둥이 좀 봐주시겠어요?" "개라면 이젠 필요 없다. 얼마나 귀찮은 줄 아니?" "엄마, 아무려면 제가 엄마를 귀찮게 하겠어요? 여기 다 준비해왔어요… 먹을 거하고 다른 것들도 다요. 힘들지 않으실 거예요. 맹세해요." "개 짖는 소리를 이웃들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너도 알지?" "맹세해요. 이 동물은 절대로 짖지 않을 거예요. 다용도실에 갖다 놓고 올게요. 먹이는 토스터 옆에 두겠어요."



그때 작은 녀석이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이 정도면 양호하게 늦었죠?" 녀석이 단호하게 미리 선수를 쳤다. "감기가 걸려 죽을 맛이에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아들에게 다가가 팔을 꼬옥 잡았다. "네가 오니 참 좋구나. 그래 얼마나 있을 거니?" "그건 이 빨래꾸러미가 며칠 만에 처리될 것인가에 달렸어요." 지저분한 옷가방을 들이밀며 녀석이 말했다. "내 옷은 모두 왜 이리 더러운지 모르겠어." 그 순간, 딸애가 들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이제 드디어 때가 된 것이다. 남편은 아이들 각자의 자리를 이리저리 고쳐주고는 카메라 렌즈 앞으로 갔다. "좋아 보이나요?" 내가 물었다. "꼭 심문 받으러 나온 불법체류자들 같군. 근데 너는 테니스 치마를 입고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 "테니스를 하죠." 딸이 쌀쌀맞게 대답했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건지 몰랐어요." "이건 크리스마스카드 사진이야. 가서 얼른 다른 걸로 입고 오너라. 자, 얘들아! 똑바로 서야지." "똑바로 서긴 했잖아요? 신발은 안 신었지만…." "그럼, 넌 네 엄마 뒤에 가서 서거라… 아니다, 그러니까 네 티셔츠에 그려진 핵우산이 엄마 머리 위에 닿는구나! 넌 도대체 왜 반핵운동 티셔츠를 입고 온 거냐?" "깨끗한 게 이거뿐이었어요." "가서 내 옷 하나 골라 입고 오너라. 근데 누나는 어딜 간 거냐?" "머리를 감고 있는데요."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 거예요?" "형 발냄새가 지독해요." "개는 어디 있지? 해리를 빼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 "좀 밀지마!" "다리가 얽혔어."



가족!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병을 같이 앓게 하고, 같은 치약을 쓰게 하며, 디저트를 더 먹겠다고 다투게 하고, 서로의 샴푸를 몰래 훔쳐 쓰게 하며, 돈도 빌려주고, 아픔을 주기도 하면서 또 그 아픔을 달래주기도 하는, 울고 웃으며 사랑하게 만드는, 작고 신비로운 끈이다. 각자의 방문을 잠그고 살다가도 어려운 고통에선 모두가 힘을 합쳐 서로를 지켜주는, 그런 특별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 그것이 가족이다.



나는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앉아 있으면서 세상이 가족이라는 집단에 가한 견디기 힘든 위협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계부와 계모, 입양, 미혼모, 대리모, 시험관아기와 정자은행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쓰러지지 않았다. 때로는 늘어나기도 하고 쪼개지기도 하고 하나로 뭉쳐지기도 하였다. 과학기술의 공격을 받기도 했으며, 성 혁명에 의해 역할전도라는 시련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젖은 머리에, 아빠의 큰 셔츠를 빌려 입고,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우리 가족들은 한사람 한사람씩 자기의 위치로 돌아왔다. 그 순간만큼은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내게 딸애가 속삭였다. "엄마, 다용도실에 웬 뱀이 한 마리 있던데요?" 셔터는 눌러졌다. 크리스마스사진은 이미 찍혀진 것이다. 녀석은 지난해에 입었던 그 운동복에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여전히 맨발로 앉아 있었다. 또 한 녀석은 비행기가 늦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오만가지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고, 해리는 지난해 사진에서처럼 또 그 지저분한 부위를 핥고 있었다. 딸애는 셔터가 눌러지기 전에 자리로 뛰어드는 아버지를 보느라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쉿!' 하는 순간에 카메라에 잡혀 입만 있는 대로 내밀고 말았다. 이번에도 사진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사진을 찍기가 무섭게 녀석들은 서로 엉겨 붙어 장난을 치다가 결국은 한 녀석이 바닥에 나자빠졌다. 딸애는 제 오빠 입에서 크림치즈 냄새가 나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다고 내게 고자질을 했다. 이제 방안은 자기 얘기만 하려고 떠들어대는 아이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내 말 좀 들어봐." 라고 하는 메아리가 귓전에서 왱왱거렸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마당에 나간 보모가 못 들어오게 문을 잠가 버린 이야기, 침실의 수족관에 불이 붙었던 때의 이야기, 학교에서 엉망진창이 되도록 놀았던 이야기, 자기 차례가 되면 설거지할 접시들을 몽땅 깨뜨려 버린 녀석들의 이야기 등등… 그 애들은 모두 자기들의 삶으로부터 되돌아왔고, 우리 가족이 함께 모이는 그 순간 과거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우리는 다시 한번 가족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 속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보낸 행복의 편린들이 하나하나씩 되살아났다.



그럼, 개하고 결혼하지 그랬어요?



금요일 : 오후 6시 30분

나는 아들을 앉혀 놓고 말했다. "그 뱀 말인데…" "엄마,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실 거 없어요. 이틀이면 돼요. 겨우 이틀이라고요." "엄마한테 뱀이나 안겨주는 아들이 세상에 어디 있니? 그런 아들은 난 거저 줘도 싫다." 그때 다른 아이들이 들어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해리를 집에 데려오자고 했을 때도 엄마는 저러셨어. 생각나? '식탁에서는 개한테 절대 밥을 주지 마라, 가서 손 씻어라, 그 개한테 뽀뽀하지 마라, 어디서 굴러먹던 개인지도 모르잖니' 하시면서." "그러던 것이 이젠 하루 종일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잖아요." 아들 녀석이 말했다. "엄마도 해리가 없으면 허전하실걸요." 딸애가 동의를 구하며 말했다. "어떨 때는 엄마가 우리보다 해리를 더 좋아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깐요. 엄마도 인정하시죠?"



뭘 인정한단 말인가! 해리는 위탁 관리인에게 넘겨져야 마땅할 사고뭉치이다. 우리 식구 중에 허벅지에 녀석의 이빨 자국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자기에게 밥을 주는 주인의 손까지 무는 놈이 아닌가. 지금까지 한 번도 지켜진 것은 없지만, 해리 녀석이 우리 집에 오던 날 정해진 약속들이 있었다. 식탁에서는 절대 개한테 밥을 주지 않는다.(웬걸, 이젠 녀석 소유의 의자가 우리 식탁 한 곳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개는 정해진 자리에서 재워야 한다.(지금 그 정해진 자리는 물침대이다.) 녀석이 집안에서 소변을 보거나 오물 폭탄을 떨어뜨렸을 때는 맨 처음 그걸 본 사람이 치워야 한다.(그때부터 우리 식구들은 모두 자기가 난시라고 주장하였다.) 아이들은 녀석이 밖에서 볼 일을 보도록 훈련시킨다.(오랫동안 녀석은 집 안에서 신문지를 깔고 볼일을 보았기 때문에 우리는 녀석 앞으로 '뉴욕 타임즈'를 구독해주었다.)



해리는 이제 8살이다. 만일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상상해 보라. 저녁마다 6시간씩 꼼짝달싹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보는 북슬북슬한 털 코트 입은 56살 늙은이를. 그게 바로 해리의 모습이다. 해리는 자연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녀석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본 적이 없고 지붕이나 기둥, 자동차 바퀴도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으며,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하늘에 맹세코 나는 할 만큼 했다. 녀석이 착하게 굴면 칭찬을 해주었고, 신문지에 똑바로 폭탄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야단을 쳤다. 집안의 마루 전체에 카펫을 깔게 되었을 때, 우리 집에 온 손님들은 쉬 마려운 개한테 벽으로 오인 받지 않으려고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개구멍'을 만들기로 했다.



거금 400달러를 들여서 문 아래쪽에 해리가 드나들 수 있도록 가로 22센티미터, 세로 32센티미터 크기로 구멍을 하나 뚫어놓았다. 그러나 해리한테는 그것이 뱀들로 가득한 '스네이크 리버'를 건너는 것과 같았으며, 눈을 가린 채 트랙터를 뛰어 넘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훈련은 간단해 보였다. 앞발로 문턱을 짚고 약간의 관성을 이용하여 몸을 앞으로 쭉 뻗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가 그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베를린 장벽 보듯 그렇게 멍하게 볼 것 없어." 내가 해리의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이건 쌍방향 출입구야. 넌 여기를 통해서 어디든지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올 수 있어."



어느 날, 한 녀석이 흥분에 들뜬 표정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엄마, 해리가 문 앞에 서서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불행히도 그 문은 우리가 출입구로 만들어준 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나는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텔레비전 프로에서 개 전문가를 초빙해 상담을 하는 걸 듣게 되었다. 사회자가 질문하길, 만일 개가 매일 똑같은 의자에다 쉬를 하면 어떻게 해야…. 나는 행주를 내던지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랬더니 그 개전문가라는 사람이 씨~익 웃으면서 하는 말이, "의자를 내다버리면 되죠!" 빌어먹을… 짜식!



개와 친하게 지내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음식에 신경을 써야 한다. 퇴근 후 남편이 부엌에 들어와 그릇에 담긴 음식에 손가락을 찍어 맛을 보며 물었다. "으음, 훌륭한데. 이게 뭐야?" "닭고기에 베이컨과 양파와 콩팥을 섞은 거예요." "이 요리 이름이 뭐야?" "그건 개밥이에요. 우리 저녁은 콩 요리와 소시지고요. 가서 좀 씻으세요." "저 병에 닮긴 물은 뭐지?" "그건 맹물에 싫증난 개들을 위해 새로 나온 음료수예요. 쇠고기 국물 맛이 난다나 봐요." "변기 물을 마시던 개가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이네." 남편이 말했다. "그런데 해리가 맹물을 싫어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 맹물을 먹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라도 하던가?"



하긴 남편 말이 맞다. 지금까지 우리는 말이나 노래를 하거나 메모를 통해서 우리와 의사소통할 줄 아는 개를 본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냥 믿는 거죠, 뭐" 내가 대답했다. "당신한테 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이 개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먹이 광고를 보면서 좋아한 적이 있었소?" "참, 당신도… 텔레비전이 끝날 때까지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걸 보면서 그래요."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해리가 채식주의자인 것 같아. 우리한테 그걸 알릴 방법을 모를 뿐이지. 내일부터 날감자를 줘보라고. 녀석이 무지무지 좋아할걸." 남편은 쇠고기 국물 맛이 난다는 음료수를 한 모금 먹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맛있을 줄 알았어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남편은 해리를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얘야, 차라리 좌변기 물이 낫겠다."



애완동물을 기르다 보면 이런저런 자잘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나는 우리 가족 중의 누구보다도 해리와 더 친밀하게 지내왔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부르는 소리에 헐레벌떡 달러온 개에게 당신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냥 한번 불러봤어, 해리. 네가 어디있나 해서." 만약 당신 아이들한테 그랬다가는 녀석들은 고막이 터지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당신에게 화를 낼 것이다. 개는 텔레비전 프로가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당신 곁에 앉아 있을 것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프로를 볼 때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안달을 부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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