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산다는 것
최정미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주는 배려아픔을 고백하고 나누는 것"아빠, 제발… 큰 외삼촌 손잡고 식장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아버지는 대리석처럼 말이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으니까 내 잘못만은 아니야.' 그가 '장인 되실 분'에 대해 물을 때마다, 그녀는 늘 거짓말을 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외국에 가 계시는데, 거동하기가 불편하시다고 둘러댔다. "얘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빠, 네?" "나한테 그럴 필요 없단다. 몸이 아파서 결혼식장 못 간다고 연락하려던 참이었거든."
엄마는 아무리 억지 결혼이라지만, 딸 하나만 남겨 놓고 집을 나가 버린, 그토록 무책임한 인간은 아빠라고 불릴 자격도 없다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녀는 그가 가족에 대해 물을 때마다 겁이 났다. 3년을 사귀면서도 가족 얘기는 한사코 피했다. 그녀는 쫓기듯이 아버지의 집을 나섰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얘야" 하고 아버지가 불렀다. "네, 아빠." 그녀는 신발코를 보며 대답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단다. 네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거든."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과 마주쳤다. 아버지의 맑은 눈이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왔다. 이 일만 해결되면 속이 후련할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가슴에 대못이 박힌 것 같았다. 그녀는 아파트 복도에 서서 한참동안 울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단다. 네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거든.' 그 한마다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들었다. 난간에 기대어 울던 그녀는 가방을 열었다. 신부 측 혼주로 큰외삼촌의 이름이 인쇄된 청첩장 한 무더기를 끄집어내어 휴지통에 처박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눌렀다. "응, 나야. 바빠? 할 얘기가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먼저, 당신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당신 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아픔을 덜어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덜어 주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기꺼이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의 출발입니다.
그녀의 낡은 신발을 내버리는 것그가 양복 투정을 부렸다.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에 입고 갈 만한 양복이 없었던 것. "응? 그래 그럼 이번 주말에 백화점 가자." 그는 평소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곳에 따라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예외가 있다면 자신의 물건을 구입할 때였다. 그날도 그는 앞장 서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 안 양복매장 코너를 돌던 중 마음에 드는 양복을 발견했다. 그녀는 자꾸 가격표를 만지작거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양복은 아무래도 좋은 것을 사는 것이 낫지.' 그는 그녀의 표정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 양복을 샀다.
갑자기 그녀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샌들 끈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 샌들은 그녀가 연애할 때부터 신던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그녀는 샌들을 질질 끌면서 다녀야 했지만, 양복에 정신이 팔린 그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새로 산 양복을 입어보고 있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거실 밖에 나가보니, 그녀는 베란다에서 끊어진 샌들의 끈을 붙이기 위해 웅크리고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는 신발장을 열어보았다. 그곳에 가득 찬 신발은 철마다 샀던 그의 운동화와 구두들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가 신을 만한 신발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많은 돈을 벌어다 주진 못하지만 남들만큼은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가정에 충실하고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의 부끄러움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샌들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번 기회에 좋은 샌들을 하나 사." "집에만 있는데 뭔 샌들." 그러면서 그녀는 그 샌들을 집어 들었다. "야!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그 신발 빨리 버려. 버리지 못해!" 그렇게 소리를 질렀지만 마음이 너무 상했다. 몇 번 입지도 않을 양복을 사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녀에게 예쁜 샌들을 사주리라 마음을 먹고 보니 돈이 없었다. 자신이 따로 모아 놓은 돈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혼하면 뭐 하나. 여전히 철부지 인데.' 신용카드라도 긁어서 사줄까 하는 마음에 집을 나섰다. 때마침 길거리에서 신발을 파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미안한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만 원짜리 리본이 달린 하얀 샌들을 샀다. 하지만 검은 비닐봉투에 아무렇게나 담아준 싸구려 신발을 그녀에게 던져주고는 마음이 더 아팠다. 양복값이 눈앞에 어른거렸고, 괜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현관 앞에는 그녀의 낡은 샌들이 예전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녀가 샌들에서 슬리퍼로 변신시킨 것이었다. 저 신발이 또 몇 년을 여기서 버티려나. 문득 그 신발이 그녀의 얼굴과 닮아 보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새 신발을 신어 보이며 웃는다. "내 발이 평발이라서 이런 샌들은 잘 안 들어가. 마치 신데렐라 신발을 신는 것 같아." 그는 아내의 발을 조심스레 잡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가끔은 신발장을 열어보세요. 그리고 그녀의 낡은 신발을 가차 없이 버리세요. 대신 그녀에게 자존심을 선물하세요. 신발은 여자의 자존심입니다. 다소 비싸도 좋습니다. 이런 사치는 사치 가 아닙니다. 자신을 지우면서 살아온 그녀의 자존심을 세워주세요. 그녀가 더욱 소중해 보일 것입니다.
그의 작은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그는 토요일이면 선후배들과 축구 경기를 한다. 그날은 어쩐 일인지 한낮에 일찍 돌아왔다. '에구~ 그럼 그렇지.' 그녀는 남편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가 또 얼굴에 훈장을 달고 돌아온 것이었다. "어휴 안 되겠어.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 그는 운동을 하고 온 날이면 입버릇처럼 건강을 걱정했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 말도 없었다. 조용히 씻고 나와서는 맥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순식간에 한잔을 비운 그가, 또 잔을 내밀었다.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 이게 웬일? 이상한 일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
그가 울적한 이유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였다. 자기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던 후배였는데 어떻게 성공했는지 고급승용차를 몰고 나타나서는, 묻지도 않았는데 대형아파트에 산다고 자랑을 하더란다. '난 언제나 저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한심해지면서 기운이 쑥 빠지더라는 게 그의 실토였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괜히 미안해지기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그래도 건강하잖아. 당신이 팔팔하니까 우리는 조금 늦어도 상관없어. 금방 좋아질 텐데 뭘 걱정해? 난 누가 뭐래도 당신을 믿어. 당신, 정말 착하고 성실하잖아." 남편이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대답했다. "그럴까? 우리, 잘 살 수 있겠지?" "그럼, 당연하지. 지금도 잘 살고 있는 거야."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맥주가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는 맥주는 처음이었다.
때로는 그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세요. 그의 어깨가 유난히 작아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작은 어깨는 아니었을 겁니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니 위축되었을 지도 모릅 니다. 그의 작은 어깨를 토닥여 주세요. 그의 자신감을 일깨워 주세요. 그도 한때는 패기 있 는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신이 북돋워 준다면….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는 기쁨명절증후군을 함께 앓는 것어느덧 다가온 추석. 그는 '명절이 사라졌으면'하고 바랄 때가 있다. 처가에 가기 싫어서다. 윗동서와 아랫동서는 처가에 올 때마다 갈비 세트에 양주 같은 선물을 들고 온다. 반면 수입이 뻔한 그로서는 고작해야 과일 한 박스. 그래서인지 장모님과 처남댁의 사위 대접이 눈에 띌 정도로 표가 난다. 평상시 그가 갈 때면, 있던 밥과 반찬에 숟가락 하나 보태는 정도로 차려주고, 두 동서가 올 때면 갈비찜에 생선회까지 떠오며 요란을 떤다. 아내도 표현은 하지 않지만 그런 친정 올케에게 많이 섭섭한 모양이었다.
처형과 처제는 새로 산 러닝머신 성능이 어떠니, 가구가 수입품이라느니 하면서 열변을 토하지만 그런 것을 만져보지도 못한 아내는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한다. '여자 팔자는 남자 만나기 나름이라는데…' 그는 잠든 아내를 보며 생각한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났더라면, 지금쯤 화려하게 꽃 피었을지도 모르는 불쌍한 여자. 그는 나름대로 소박한 행복에 감사하며 살겠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명절 때면 송두리째 흔들리기만 했다. 올해 추석도 뻔했다. 잘나가는 동서들을 보면서 혼자 명절증후군을 앓는 수밖에.
명절은 누구에게나 딜레마입니다. 명절은 매년 치러야 하는 홍역입니다. 피해갈 수 없다면, 서 로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며 지혜롭게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명절이라는 고난을 즐겨보 세요.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해보세요. 오해로 인한 원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혼기념일 선물을 먼저 챙겨주는 것출근준비를 하던 그가 갑자기 그녀의 여권을 찾았다. 그녀는 서랍 속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여권은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결혼 5주년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며, 여행 가방을 빌려달라고 했다. '나도 올해가 결혼 5주년인데?' 그녀는 옷장과 책상을 샅샅이 뒤진 끝에 여권을 찾아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반가워하며 "어디서 찾았어?" 한 마디 하고는 여권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는 것이었다.
'분명 뭔가 있어. 갑자기 내 여권을 왜 챙기는 거지?' 그녀는 여권과 결혼 5주년 기념일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부터 어쩐지 기분이 좋은 것이 똑같은 일상에서도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다가왔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 여권 어떻게 했어?" 남편은 여권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우리 해외여행 가려고 내 여권 가지고 간 거 아냐?" "갑자기 무슨 해외여행이야?" "다음 주가 우리 5주년 결혼기념일이잖아. 그럼 아무데도 안 가?" 그녀는 꽥 소리를 질렀다.
그는 회사에서 가족 것까지 무료로 여권을 갱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랬다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낙심한 그녀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사연을 말해주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크게 웃어댔다. 드디어 결혼기념일. 마침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아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역국을 끓인 것이었다. "누구 생일도 아닌데 미역국은 왜 끓였어?" 그녀가 물었다. "내 생일이잖아. 나 다섯 살이야. 자기 만나서 5년 전에 결혼하던 날, 세상에 다시 태어났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좋아. 사랑해."
결혼기념일 선물은 꼭 챙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항상 같을 필 요는 없습니다. 선물을 달라기 전에, 먼저 준비해 보세요. 놀랄 만한 깜짝 선물을 말입니다. 반드시 값비싼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혼 당시의 맹세를 떠올릴 만한 것이라면 무 엇이든 좋습니다.
때로는 악처가 되어 보는 것그녀가 악처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왜냐고? 다 남편 때문이지.'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 좋고 실속 없는 남편은 주변 사람들의 딱한 처지를 그냥 넘기질 못한다. 그녀는 또 누군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확실한 사람이다. 누군가 돈 약속을 어기면 속에서 불이 나는 사람이다. '둘 중에 하나라도 정신 차려야 살림이 제대로 되지 않겠어?' 그녀가 돈 안 갚는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 수금하러 다니기 시작하면, 남편의 친구들은 귀신같이 알고 잠수해 버린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다. 어느 날, 그의 이름으로 천만 원이 넘는 카드 대출 명세서가 우편함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잡아뗐다. 그러나 그녀가 누군가. 사실을 알아보니 사업하는 선배에게 자금을 대주느라 카드를 넘겨준 사건이었다. 그 선배는 그녀에게 호된 맛을 본 후 싹싹 빌며 돈을 내놓게 되었다. 그녀가 항상 독한 것은 아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크산티페가 괜히 악처인가. 소크라테스랑 살다 보니 그리 되었지.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마누라 덕에 굶어 죽지 않고 감옥에서 죽었지 않은가.
남자는 명분과 체면의 동물입니다. 피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굴레 속으로 걸어 들 어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내뿐 입니다. 때로는 악처가 될 필요도 있습니다. 험한 세상으로부터 가정을 지키려면 말입니다.
때로는 공처가가 되어 보는 것축구 국가대표팀의 중국과의 한판 승부.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거실의 텔레비전. 그는 그것에 시선을 빼앗긴 그녀를 보았다. 무슨 드라마이기에 그리 슬프다고 하는지……. 그가 처음부터 채널 선택권을 갖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 얼굴과 텔레비전 화면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는 그녀의 최후통첩에 백기를 들고 말았던 것이다. "내 얼굴만 보라"던 그녀가 이번에는 리모컨을 잡았다. 그리고는 도대체 넘겨주지 않는 것이었다. 섣불리 리모컨에 손을 댔다가는 후환이 두렵다. 동네 호프집이라도 가서 축구를 보려고 했지만 수중에 돈이 없다.
그녀는 무서운 여자다. 오로지 재래시장만을 이용한다. 용돈관리는, 깐깐한 경리부장이 울고 갈 정도로 확실하고 철저하다. 그녀의 감시는 철저하다. 그러면서도 생일이니 결혼기념일에는 남편을 몰아세운다. 장미꽃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는 등, 싸구려 머리핀 하나 선물로 못 받아봤다는 등. 그러면 남편더러 노상강도라도 하란 말인가. '그래도 아내 덕분에 집도 장만하고 이만큼 살게 됐으니 그건 다행인가.' 어느 덧 드라마가 끝났다. 잽싸게 채널을 돌렸다. 에구, 축구도 끝났다. 잠든 그녀가 무슨 꿈을 꾸는지 빙그레 웃는다. 그는 아내를 깨운다. "들어가서 자자. 감기 걸릴라."
결혼은 투쟁의 연속입니다. 끊임없는 권력 투쟁이 벌어집니다. 양쪽 모두가 정당한 사유를 갖 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쟁의 끝은 한쪽의 양보로 귀결되어야 합니다. 바보 같아서 양보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양보하는 것입니다.
그의 바람기를 요리하는 것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핸드폰이 울렸다. 몇 번을 말해도 기척이 없더니, 당황해 하는 여자의 목소리. 순간 그녀의 직감이 발동했다. 그가 왔다. 그녀는 화를 낼까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다. 그가 전화번호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잘못 걸린 전화겠지. 내 번호는 다른 여자들은 아무도 몰라. 저, 정말이야."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사업은 잘되시는지요. 조만간 한번 뵙길 바라며. 조00' 이번에는 그냥 넘길 수 없다 싶어서 따져 물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응, 사실은 거래처 사장님하고 술 마시러 갔다가 명함을 떨어뜨린 것 같아." "떨어뜨린 거 좋아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