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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Ⅱ

존 라이트·앨런 조이스 외 엮음 지음 | 이지북
PART 1. 의학



의술의 간단한 역사


의술은 문자로 기록되기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었고, 공통적으로 신과 악령, 혹은 분노한 조상들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통증과 신체적 불능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은 신비한 주문에서 이성적인 방법까지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했다. 1만년 전에 사람들은 이미 뇌수술을 했다. 아마 머리의 부상이나 정신병 증상을 완화시키려고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던 듯 하다.



고대의 의술

1991년 이탈리아의 알프스에서 발견된 5,300년 전의 얼음인간은 천연 항생물질에 익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라의 체내에는 기생충인 편충에 살균효과가 있는 독 기름을 함유한 자작나무 버섯의 열매가 들어 있었다. 해부 결과, 얼음인간의 장은 편충알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얼음인간이 살았던 시대에는 중동 지방에 문명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숫자와 그림 또는 문자로 정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메소포타미아 초대 문명기의 산물인 진흙 판에는 부인과, 소아과, 경련성 질환 등으로 세분해서 병의 진단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당시에는 외과 수술도 행해졌고, 기원전 1700년 바빌론의 통치자가 재정한 최초의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에는 '칼을 사용하는' 의사의 책임에 관해 명시한 법 조항이 들어 있다. 제작연대가 기원전 3000년에서 기원전 1200년 사이로 추정되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임신 진단과 태아의 성(性) 감별, 질병에 대한 상세한 설명, 각종 질병의 합리적인 치료법 등이 적혀 있다. 기원전 500년 경에 벌써 경험적 지식에 근거한 비주술적 의술이 행해졌던 그리스에서는, 의술을 과학으로 정착시킨 주역으로 인정받으며 오늘날까지 의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기원전 약 460∼377)가 등장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만들어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오늘날까지도 의사의 행동 규약으로 적용되고 있다.



기독교 시대가 시작될 무렵 로마인들은 가울(프랑스) 땅에서 그리스를 거쳐 멀리 동쪽의 시리아를 포함한 너른 제국을 형성했다. 그러나 제국의 중심부였던 로마는 인구가 많고 불결하였으며, 천연두나 서혜 임파선종 같은 갖가지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로마인들은 공중 보건 장치를 마련하고 깨끗한 물을 도시로 보내는 수로와 폐수를 운반하는 하수도를 건설했다. 고대 로마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의사는 갈레노스 Galenos(약 130~200)였다. 그는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맥박을 관찰했고, 해부를 통해 근육과 뼈의 조직을 정확히 관찰하였으며, 동맥에는 공기가 아니라 혈액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생리학과 해부학, 질병, 의약품에 대한 수많은 저술은 유럽 의학 교육의 기초가 되었다.



18세기와 르네상스

5세기에 로마 제국이 붕괴되면서 유럽에서는 의술의 발달도 한풀 꺾였다.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지만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도 종교적인 가르침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13세기 초부터 학문의 연구가 부활되었다. 고전적인 의학서들도 아라비아어 또는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의학을 연구하는 중요 기관들이 프랑스 파리와 몽펠리에, 이탈리아 볼로냐 등지에 문을 열었다. 유럽에서 발달한 인쇄술은 외과 수술과 약초에 대한 저술 활동을 촉진시켰다. 항해 탐험 또한 의학의 역사에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동행했던 어떤 수도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치료 목적으로 어떻게 담배를 피우는지 설명했다. 한편, 선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천연두를 퍼뜨렸고 유럽대륙에는 매독을 퍼뜨렸다.



해부학 - 16세기에 현대 해부학 연구가 시작되면서 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였다. 안드레아 베살리우스 Andreas Vesalius(1514~1564)는 1543년에 해부한 인체를 정확히 기록한 최초의 해부도를 발표했다. 의사들이 인체를 이해하고, 질병의 증상을 파악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중요한 의료 기구 중 하나는 1590년에 발명된 복식 현미경일 것이다. 건강한 인체에 대한 해부와 이해는 병든 장기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로 이어졌다. 이런 병리학적인 해부는 지오반니 모르가니 Giovanni Morgagni(1682~1771)가 기초를 닦았는데, 그는 부검을 통해 알아낸 증거와 환자의 증상에 대한 자세한 임상기록을 관련지었다.



생리학 - 현대의 생리학은 혈액 순환을 발견한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1578~1657)로부터 시작되었다. 17세기에는 토머스 워튼Thomas Wharton(1614~1673), 레니에 데 그라프Regnier de Graaf(1641~1673) 같은 생리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내분비선과 그 분비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질병에 대한 연구 - 이 시기에는 수많은 유럽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전염병을 포함해 여러 질병의 원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1546년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Girolamo Fracastoro(1483~1553)는 전염병이 작은 입자에 의해 전파되며, 감염체와의 직접 접촉이나 간접 접촉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서 접촉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전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 치료에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사건은 1796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1749~1823)가 우두에 걸린 상처에서 추출한 고름을 어린 소년에게 주입하여 천연두에 대한 면역성을 길러준 일이다. 그는 이 방법을 종두라고 불렀다.

19세기의 공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점은 과학적인 방법이 의학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그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거나 가능한 설명을 하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하고, 실험 결과가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입증하고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던 많은 방법이 무가치하거나 너무 해롭거나 또는 폐기되어야 할 것으로 판명 났다. 예컨대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습관적으로 아편을 사용한다든지,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독성이 있는 수온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박테리아나 기타 미생물(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질병의 세균 원인론은 1870년대에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1822~1895)와 로버트 코흐Robert Koch(1843~1910)에 의해 각각 확립되었다. 이로써 디프테리아, 임질, 결핵, 콜레라, 그 밖의 재앙의 원인 매개체를 따로 분리할 수 있게 되었고, 질병의 원인이 자연발생적인 이유 때문이라거나 이질적인 기질 때문이라는 따위의 이론에 조종을 울렸다. 1892년에는 질병의 매개체가 박테리아보다 작고, 실제 광학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는 첫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주장은 마르티누스 베이에링크Martinus Beijerinck(1851~1931)에 의해 확인되었는데, 그는 그 매개체를 '여과성 병원체filterable viruse'라고 명명했다.

진단의학의 발전 - 의사들이 인체 해부와 생리학의 새로운 지식을 적용시키면서 질병 진단은 더욱 정확해졌다. 토머스 애디슨Thomas Addison(1793~1860)은, 어떤 종류의 빈혈(악성빈혈)이 부신의 치명적인 질병과 관련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내분비학의 기초를 세웠다. 부신이 생명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흔히 실험 의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1813~1878)는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상황이 바뀌더라도 일정한 체내 환경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밝혀냈는데, 이 개념은 훗날 항상성(homeostasis)라고 불렸다.

새로운 의료 기구 - 1816년 르네 라엔네크Rene Laennec(1781~1826)가 폐와 심장을 관찰하는 청진기를 개발하고, 또 혈압을 재는데 사용했던 지금의 맥박계의 전신이랄 수 있는 맥파기록기는 1863년 에티엔느 줄 마레이Etienne Jules Marey(1830~1904)에 의해 개발되었다. 내시경 또는 장기에 기구를 삽입하여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구는 1877년 방광을 들여다보기 위해 방광경을 삽입한 것이 시초였다. 1895년에는 빌헬름 뢴트겐Wilhelm Rontgen이 X선을 발견했고 방사선으로 어떻게 하면 뼈의 구조를 드러내는 '그림자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소개했다. 이로써 의사들이 환자의 몸을 절개하지 않고도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진단 의학은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20세기의 의학 발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기초 생물학 분야 -미생물학, 생화학, 유전학 등- 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제약학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속속 외과 수술의 신기법이 선보였다. 1901년 월터 리드Walter Reed(1851~1902)와 그의 동료들이 바이러스가 황열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최초로 바이러스가 인간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930년대 전자 현미경의 발달은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바이러스를 육안으로 확인하게 해주었고, 조직배양기술은 연구가들이 의약품 시험과 백신 개발, 또는 그 밖의 목적을 위해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은 특정한 '영양보조인자'가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911년 카시미르 풍크Casimir Funk(1884~1967)는 이런 인자들 중 첫 번째로 B를 발견했고, 1912년 논문에서는 이 인자를 가리켜 비타민이라고 명명했다. 이어서 비타민 A(1913), D(1922), C(1928), K(1934)가 차례로 발견되었다.

눈부신 신약 - 현대화학요법(화학물질을 사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의 기초를 세우는데 기여한 폴 에를리히Paul Ehrlich(1854~1915)는 살바르산Salvarsan을 합성하여 1910년 매독 치료에 성공했다. 게르하르트 도마크 Gerhard Domagk(1895~1964)는, 1932년에 붉은색 섬유 염료인 프론토실Prontosil이 포도상구균과 연쇄상구균에 대해 항세균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penicillin은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 Alexander Fleming(1881~1955)이 개발했다. 페니실린의 치유력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부상당한 수많은 병사를 구해내면서 입증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테리아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하나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종들이 증가하는 바람에 과학자들은 여전히 '슈퍼버그'를 물리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의학과 신기술 - 20세기에 들어와 컴퓨터와 전자공학, 섬유 광학, 레이저, 초음파 같은 기술의 접목으로 의학계는 더 정확한 진단법과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1954년에는 한 사람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보스턴 소재 피터 벤트 브링햄 병원의 의사진은 젊은 남자의 신장을 그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에게 이식했다. 이어서 혈연관계가 아닌 개인들 간에 췌장(1966), 간(1967), 폐(1983), 소장(1990)과 같은 다양한 장기 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두었다. 인공신체 개발에서도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 인공신장 및 인공심폐장치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서, 1950년대의 인공신장은 급성신부전증 환자에 대해 몇 번의 인공투석(hemodialysis)을 실시하는 정도였으나, 현재는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인 투석이 가능해졌다. 인공심장의 경우도 연구 초기인 1960년대 초에는 동물실험에서 몇 시간의 생존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1년이 넘게 생존할 수 있게 되었고 반영구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완전인공심장의 임상응용이 시험단계에 있다.



현재와 미래의 의학 발전 - 현대의 서양 의학은 비판 없이 달려오기만 했지만, 요즘에는 여러 원인 때문에 최근 대체 의학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생약 요법herbalism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만을 약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중국과 인도, 그 밖의 나라에서 수천 년 간 이어져 내려온 의술이다. 침술acupuncture은 침을 인체의 특정 지점에 찔러 인체를 순환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자극하고 균형을 맞추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역사가 2,000년이 넘는 중국 전통 치료법이다. 아유르베다 의학ayurvedic medicine은 자연식과 약초, 운동, 마사지 등에 초점을 맞춘 치료법으로 인도에서 적어도 4,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의술이다. 1895년에 소개된 척추 지압 요법(카이로프랙틱)은 척추와 신경의 이상을 치료하기 위해 손으로 척추를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은 생리 기능을 감시하고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으로 190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의사들도 기존의 의술에 이러한 대체 요법을 통합하기 시작했다.



에이즈, 라임병, 그 밖에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새롭게 생겨난 질병들로 의학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질병 예방에 대한 홍보는 소아마비와 그 밖의 끔찍한 질병이 감소하는 데 효과적이었는데, 이제는 생활습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더욱 역점을 두어야 한다. 지난 밀레니엄 동안 과학자들이 꾸준히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덕분에 인간의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몇몇 국가의 경우 21세기 초에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다. 미래의 의학 발전은 인간 수명뿐만 아니라 생활의 질까지 개선시킬 것이다.



PART 2. 생물학



생물학이란 살아 있는 생명체(유기체라고도 한다)에 관한 연구이다. 유기체는 고도로 조직화된 하나 이상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체내 환경은 비교적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또한 대사를 이루는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다. 유전물질에 기록된 정보를 이용하여 성장하고 재생하기도 하며, 환경에 반응하고 그 변화에 적응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1,800만 개 이상의 유기체가 공유하는 것들이다.



원래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연구는 정식 학문으로서보다는, 사냥과 농사, 초기 의학에 유용한 지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7세기의 과학혁명 이후에야 생물학이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았다. 초창기 생물학은 동물학, 식물학, 분류학taxonomy(유기체의 분류) 등 폭넓은 세 영역으로 나뉘었다. 그 이후로 미생물학(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유기체의 연구), 유전학(특징이 어떻게 유전되는가에 관한 연구), 분자생물학(유기체를 이용한 과학연구), 생태학(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그리고 행동학(동물 행동에 관한 연구)을 포함한 여러 분야들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분야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는데, 이는 주로 분자 생물학과 게놈genome(종의 DNA의 완벽한 한 세트)의 배열능력 같은 새로운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정보과학이 생물학에 적용되어 탄생한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라는 분야는 생물학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유지한다. 그러한 데이터베이스는 과학자들이 이종의 게놈을 비교하고, 진화의 관계를 조사하고, 새롭게 발견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생명의 복잡성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생물학의 역사

인류의 조상들이 다른 동물과 식물들을 관찰하면서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물학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의 수렵 채집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알아야 했다. 약 1만 1,000년 전에 농경이 시작되자, 인간은 경작하는 유기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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