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43대 대통령 조지 W.부시의 엉터리 영어
김명훈 지음 | 민서각
프롤로그 : 부시는 정말 바보일까?"Is our children learning?" 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이제까지 공식석상에서 내뱉은 수백 가지 망가진 영어 문장 중 하나다. 그가 이처럼 단순한 문장에서조차 웬만한 유치원생도 안 틀리는 동사 - 명사 수 일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걸작"을 어록에 추가하는 그의 조잡한 영어는 근본적으로 엉성한 사고력과 허송세월로 보낸 학창시절을 웅변해준다. 문법이 틀리고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차라리 약과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낱말들의 오용, 엉터리 신조어의 출현, 낯 뜨거울 정도로 격(格)이 떨어지는 표현의 남발 등에서 우리는 이 사람의 철학 없는 의식구조와 사실상 소년 수준에서 굳어 버린 듯한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지난 4년여 동안 부시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온 수많은 언어학자와 인물 분석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부시는 정말 바보일까. 굳이 미국인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단언해 버리는 것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쥐고 있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닐 수도 있다. 사실 미국의 많은 인물분석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부시의 형편 없는 언어구사 능력에 대해 제각기 병리학적 의미를 부여하려 애써 왔다. 물론 부시가 한낱 아둔패기에 지나지 않고,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순전히 가문의 후광 덕분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그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의 저변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라는 인물을 해부하는 데 있어서, 식자들은 그의 엉터리 영어를 조롱하는데 그치는 것보다는 그의‘말 같지도 않은 말’뒤에 숨어 있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무의식 중에 드러나는 세계관에 접근하여 그 사고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철없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는 조지 W. 부시. 그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얻었다. 그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청년이었지만 필립스 아카데미와 예일대 등 미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를 다녔다. 그가 이렇게 최고의 학벌에 노력 없이 무임승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부시가 먼저 이들 학교를 나왔고, 그를 이들 학교에‘넣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군 주방위군 복무 중 신기하게도 군인 신분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1년을 놀았고, 사업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 인맥의 영향권 안에 있는‘동업자’들 덕분에 떼돈을 번 사람이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단의 소주주였지만 가문의 세도를 활용하여 경영 파트너가 되어 구단의‘대표’행세를 했고, 이를 발판으로 정치에 입문한지 어느덧 텍사스 주지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결국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득표수가 명백히 모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부시의 엉터리 영어의 저편에는 지적 호기심이 전무한 한 인간의 무관심과 빈곤한 사고력이 있으며,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세계관 속에 등지를 틀고 있는 백인적 우월감과 편견, 보복심, 그리고 온당치 못한 힘의 논리가 있다. 그의 수많은 망가진 말들을 직접 뜯어보고 그 이면을 확인해 봄으로써 읽는 분들이 건강한 가치판단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초등학생보다 나을 게 없는 말도 안 되는 영어
사담 후세인이 미치긴 미친 모양 - 재귀대명사의 오용이 황당한 문장을 만들다"The war on terror involves Saddam Hussein because of the nature of Saddam Hussein, the history of Saddam Hussein, and his willingness to terrorize himself." "테러와의 전쟁이 사담 후세인과 관련되는 것은 사담 후세인의 본성과 사담 후세인의 역 사와 그가 기꺼이 스스로에게 테러를 가하려는 것 때문입니다." - 2003년 1월 29일,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에서
① 오류 설명사담 후세인이 스스로를 테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물론 난센스다.② 문장 바로잡기"The war on terror involves Saddam Hussein because of the nature of Saddam Hussein, the history of Saddam Hussein, and his willingness to terrorize neighboring countries.""테러와의 전쟁이 사담 후세인과 관련되는 것은 사담 후세인의 본성과 사담 후세인의 역사와 그가 기꺼이 인근 국가들에 테러를 가하려는 것 때문입니다.③ 해설이 문장에서 부시는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한 다음, 그 리듬에 현혹되어 마무리 부분에서도 후세인을 언급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부시는 이미 기술한 ourselves나 theirself에서 봤듯이 재귀대명사도 엉뚱하게 사용하곤 한다.
순진하다고 하기엔 너무 무식한 질문 - 어쩌다 호기심을 보이긴 했는데…"Do you have blacks too? " "여기에도 흑인이 있습니까?" - 2001년 11월 8일, 브라질에서
① 오류 설명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지는, 부시가 이날 브라질을 방문 중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 대통령에게 이 같이 물었다고 보도했다. 이 말을 듣고 부시를 수행했던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 콘돌레자 라이스가 끼어들여 브라질의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했다고 한다.(유엔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은 나이지리아를 제외하고 단일 국가 중 흑인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다.)② 곁가지상대방의 국가에 대해 묻는 이 문장은‘Do you have blacks here(브라질) too’에서 here를 생략한 것이다. 미국에서 blacks는 흑인을 집합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black people보다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나도 놀랐다 - 다시 말해, 당선될 수 없는 사람이 당선된 것"It's amaning I won. I was running against peace, prosperity, and incumbency." "내가 이겼다는 것은 놀라운 것입니다. 나는 평화, 번영, 그리고 재직 기간에 맞서 후보 로 나섰던 것입니다." - 2001년 6월 14일, 스웨덴 요테보리에서
① 오류 설명부시 자신과 공화당의 승리가 의외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되었다. 여기서 incumbency(임기 또는 재직 기간)는 incumbent(현직자)의 오용이다. 부시가 하려고 했던 말은‘현직자에 맞서 후보로 나섰던 것입니다'이다.‘현직자’는 물론 앨 고어 부통령을 말한 것이다. 고어가 현직 대통령은 아니었으나, 현직 부통령이었기 때문에‘현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엉성한 표현이긴 하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간다.② 문장 바로잡기"I was running against peace, prosperity, and an incumbent.""나는 평화, 번영, 그리고 현직자에 맞서 후보로 나섰던 것입니다."③ 해설부시는 이날 스웨덴을 방문 중 생방송 TV 카메라가 계속 촬영 중인 것을 모르고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부시는 여기에서‘빌 클린턴이 임기 중에 이룬 업적을 보았을 때 야당인 공화당이 도저히 집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본의 아니게 시인했다.
2. 부실한 틀에 담긴 그릇된 세계관
아무리 열심히 찾는다 해도, 찾을 수 있겠지 - 긍정형 주절에 부정형 부사절을 이어 붙였다"And I am an optimistic person. I guess if you want to try to find something to be pessimistic about, you can find it, no matter how hard you look, you know?" "그리고 나는 낙천적인 사람입니다. 아마도 비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면. 아무리 열심히 찾는다 해도, 찾을 수 있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 2004년 6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① 오류 설명'you can find it’이 긍정형이므로 여기에 해당하는 긍정형 부사절‘if you look hard enough’를 써야 한다.② 문장 바로잡기"And I am an optimistic person. I guess if you want to try to find something to be pessimistic about, you can find it, if you look hard enough."③ 해설- 이런 실수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라면 맨 정신으론 범할 수 없는 실수다.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중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그 차이가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부시처럼 한평생 상류 백인들 사이에서 오로지 영어만 하며 자라난 사람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부시가 이런 경우에 긍정형을 써야 하는지 부정형을 써야 하는지 그 차이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 아니면 그가 말을 하는 도중에 자신이 문장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잊어버렸을 가능성이다. 어쨌든 한심한 일이다.- 미국에서 "you know"라는 표현은 "eh?" 따위의 감탄사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격이 떨어지는 대화의 징표가 된다. 미국 운동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쓰는 표현이 바로 "you know"다. 부시는 공식석상에서 이런 표현을 아무런 고민 없이 쓰고 있다.
미국의 목표 -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다 보니…"The goals for this county are peace in the world. And the goals for this country are a compassionate American for every single citizen. That compassion is found in the hearts and souls of the American citizens." "이 나라에 있어서 목표는 세상의 평화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 있어서 목표는 각 시민 마다 동정심 있는 미국인입니다. 그 동정심은 미국 시민들의 가슴과 영혼 속에 있습니 다." - 2002년 12월 19일 워싱턴 DC에서
① 오류 설명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장 모두 주어와 술어 동사가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The goals는 잘못 사용된 예로 단수 취급해야 옳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문장에는‘각 시민마다 동정심 있는 미국인’이라는 난센스 문구마저 들어 있다.② 문장 바로잡기"The goal of this country is peace in the world. And the goal of this country is an America that has compassion. That compassion is found in the hearts and souls of the American citizens.""이 나라의 목표는 세상의 평화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목표는 동정심을 갖는 미국입니다. 그 동정심은 미국 시민들의 가슴과 영혼 속에 있습니다."③ 해설두 번째 문장의‘for every single citizen’은 전혀 무의미한 말로 존재 이유가 없다. 부시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미국이 동정심을 발휘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의 행간에서 우리가 읽은 수 있는 것은, compassion(동정심) 같은 개념이 결코 부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평소 동정심이나 연민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본 적도 없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다 보니 이렇게 급조한 엉터리 영어가 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이 밖에도 다른 인용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④ 곁가지'이 나라의 목표’라고 할 때는‘the goal of this country’라고 해야 더 자연스럽다.
하얀 속내를 드러내다 - 백인 중심의 세계관"There's a lot of people in the world who don't believe that people whose skin color may not be the same as ours can be free and self-govern. I reject that. I reject that strongly. I believe that people who practice the Muslim faith can self -govern. I believe that people whose skins aren't necessarily - are a different color than white can self-govern." "세상에는 피부색이 우리와 같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자치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그것을 거부합니다. 나는 그것을 강력히 거부 합니다. 나는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피부들이 꼭 ― 흰색이 아닌 색깔인 사람들도 자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04년 4월 30일, 백악관에서 캐나다 수상과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① 오류 설명여기에서 부시가 말하는‘우리’는 백인이며,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백인이 아니다. 부시에게는 이슬람교가 종교가 아니라 인종인 모양이다.② 문장 바로잡기말 같지 않은 말이니,‘문장’을 바로 잡는 게 의미가 없다.③ 해설아주 기초적인 논리의 오류는 물론 이 문장에서 보여지는 세계관까지, 부시의 사고가 얼마나 아둔하며 전근대적인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부시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첫째, ‘자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면서 자치를 하고 있는‘우리’를 백인과 동일시했다. 대통령이‘우리’라고 할 때는‘우리나라의 국민’을 뜻해야 하는데, 그는 무의식 중에 백인만이‘우리’에 속한다고 말해 버렸다. 둘째, 이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죄다 유색인종이라고 말한 셈이 된다. 최소한 그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슬람교를 믿는 백인이 없다. 셋째, 마지막 문장에서 부시는 백인이 아닌 사람들도 자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강조인가.‘유색인종 국가’는 현재 모두 자치를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부시 자신이 얼마나 백인 우월주의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인지 은연중에 떠벌린 것이다.
3. 심각한 어휘력 부족
멋진 기회주의적인 사회 - 단어의 오용이 빚은 대형사고"The public education system in America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foundations of our democracy. After all, it is where children from all over America learn to be responsible citizens, and learn to have the skills necessary to take advantage of our fantastic opportunistic society." "미국의 공립교육 제도는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초석 중 하나입니다. 결국 그것은 전 미국의 어린이들이 책임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을 배우고, 우리의 멋진 기회주의적 사회 에 편승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곳입니다." - 2002년 5월 1일,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에서
① 오류 설명opportunistic은‘기회주의적’이라는 뜻이다.‘기회의 사회’라고 하려면‘society of opportunity’라고 해야 한다.② 문장 바로잡기"… After all, it is where children from all over America learn to be responsible citizens, and learn to have the skills necessary to take advantage of our fantastic society of opportunity.""… 결국 그것은 전 미국의 어린이들이 책임있는 시민이 되는 것을 배우고, 우리의 멋진 기회의 나라를 활용해 나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곳입니다."③ 해설사실‘society of opportunity’라고 해도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다. 왜냐하면 거의 숙어처럼 되어 버린‘land of opportunity(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가장 바람직하게 고치자면‘… take advantage of our fantastic land of opportunity’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