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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루우라라

시게마츠 키요시 지음 | 청조사
프롤로그

그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 가을이었다.



"말(馬)이에요."



엉뚱한 이야기였다. 갑자기 웬 말? 부장은 계속해서 지기만 하는 경주마가 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마주는 그 말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경기를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틀 뒤, 나는 조그만 가방과 노트북을 들고 도사 현의 고우치 경마장으로 날아가기 위해 공항에 들어서고 있었다.



하루우라라, 언제나 지기만 하는 경주마, 우리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제1장 첫 만남

하루우라라는 1996년 2월 27일, 북해도 미쓰이시군 미쓰이기죠에서 태어났다. 사라브렛드종 암말로 2004년에 만8살이 된다. 4살이 전성기라는 경마의 세계에서는 이미 은퇴를 고려해도 좋을 나이다.

내가 하루우라라를 처음으로 만난 2003년 10월 19일의 시점에, 경주에 참가한 횟수는 92전에 이른다. 데뷔가 1998년의 11월이니까, 평균 매월 2회 가까이 레이스에 도전한 셈이다. 그런데 통산 승리횟수는 0승(勝).



0승? 하루우라라는 일등을 한 번도 못해 본 말인 것이다. 기록과 나이를 봐도 벌써 은퇴했어야 하는 하루우라라. 그런데 하루우라라는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다. 앞서 달리는 말이 일으키는 모래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우라라가 달리는 경기장은 고우치 경마장이다, "고우치에는 여러 곳에서 경주마가 옵니다. 중앙에서 이기지 못한 말, 나이를 먹어 은퇴하기 직전의 말, 어느 경마장에서도 받아 주지 않는 말…." 조련사인 무네이시 다이 씨의 말이었다. 북해도 태생의 하루우라라가 멀리 떨어진 고우치까지 온 이유도, 원매자가 없어서였다.



무네이시 씨는 말을 운반하는 자동차에서 하루우라라가 내려섰을 때, 그 말이 안 팔린 이유를 한눈에 알았다고 한다. "몸집이 우선 작았어요. 그것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발목이 가늘어서 나이를 먹어도 그다지 커지지 않아요. 몸집이 작은 말은 폐활량도 작아, 장거리를 달릴 때 체력이 떨어지죠. '아아, 이건 달리기 틀린 말이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단점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이 놈이 떼쓰는 성격이란 것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신경질적인 말은 레이스 전에 여물을 먹여선 안 되기 때문에 본 경주에서 힘을 못 쓰죠."



무네이시 씨의 예측대로, 하루우라라는 다 성장해도 작은 몸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1998년 11월, 첫경주, 대망의 데뷔전에서 하루우라라는 5등, 꼴찌를 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경주마 중에 가장 약한 녀석입니다. 이 놈은."





제2장 오늘도 지다

취재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에도, 하루우라라는 경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10월 25일, 제97전 - 패

11월 9일, 제98전 - 역시 패.

11월 20일, 제99전 - 이번에도 역시 패.



일본의 경마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일본중앙경마회가 주최하는 중앙경마, 또 하나는 각 지방의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공영(公營) 경마, 즉 지방경마이다. 중앙경마와 달리, 지방경마는 자치단체의 재정난과 불황의 영향을 받아, 어디나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있다. 사실 고우치 경마도, 내일 당장 문을 닫는다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 없는 그런 처지다.



"고우치 경마는 상금이 낮기 때문에 우선 엘리트 말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중앙경마에서 부상당해 예전의 스피드를 회복하지 못한 말, 나이를 먹어 힘이 떨어진 말, 한번 정도 달려 보고 이길 수 없으리라 판단하여 버려진 말이 옵니다. 중앙경마가 피라미드의 정점이라고 한다면, 지방경마는 산기슭의 들판 정도입니다. 하지만 들판이어도 재미있습니다. 중앙경마에서 안 된다고 낙인찍힌 말이 여기에서 달리다가 힘이 붙어, 중앙경마 말을 이긴 적도 있습니다."



지금 고우치 경마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는 제일 강한 말은, 이브키라이즈업이라는 다섯 살 난 말이다. "그런 이브키라이즈업과 매번 지기만 하는 하루우라라가 인기를 반씩 나눠갖는 것이 좋잖아요? 이브키라이즈업이 일본 제일까지 올라가기를 꿈꾸듯, 모든 사람들은 하루우라라가 첫 승전고를 올리는 것도 꿈꾸고 있는 거죠. 둘 모두 같은 크기의 대단한 꿈입니다."





제3장 언젠가 1승, 희망을 안고

하루우라라는 어떻게 해도 레이스에서 이길 수 없었다. 보통 말의 체중이 500킬로 정도인데 반해, 400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하루우라라는 힘차게 경마장을 달려야 하는 파워에도 못 미치고, 스피드 역시 다른 말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이기는 말을 기르는 것이 조련사의 일이다. 그러나 무네이시 씨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우라라는 어떤 레이스에서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우리 조련사들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아, 이 말이 오늘은 달리려는 마음이 없구나. 이 말은 최선을 다해서 달리고 있구나' 하는 것을요. 하루우라라는 정말이지 열심히 달립니다. 그것으로 된 거죠. 하루우라라는 쉬지 않는 말입니다. 발굽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경주에 못 나갔던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레이스에 빠진 것이 없어요."

무네이시 씨는 기수 시절에 기수의 훈장이라 할 수 있는 통산 1,000승 달성 표창장을 받았다. 하지만 무네이시 씨의 집에 장식되어 있는 것은 1,000승의 표창장이 아니라, 10,000회 경주 참가 트로피였다. '많이 이긴' 것보다 '많이 달린' 쪽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결국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이다. 하루우라라는 그런 의미에서 좀처럼 보답을 못하고 있는 말이다. 하루우라라를 돌보고 있는 구무원(廐務員 : 마필 관리사) 후지와라 씨는 하루우라라가 연패로 인기마가 된 것에 사실 복잡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만약 하루우라라가 1등을 하면 그 순간 어떻게 할건가요?" "해냈다고 승리의 표시를 하겠죠." "그래요? 울거나 하진 않고요?" 조금 짓궂게 질문을 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안 울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 말을 잇는다. "울지 않겠습니다. 남이 있는 앞에서는…."

그러나

여전히,

하루우라라는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고이치 경마장 아나운서 하시구치 씨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우라라는 레이스 도중 반드시 한번 뭔가를 보여줍니다. 체력이 떨어져 버려 나중에는 뒤쳐지고 말지만, 정말 열심히 달립니다. 이기고 싶어 온 힘을 다 쏟습니다. 대단해요."





제4장 꿈, 꿈, 꿈, 하루우라라

2003년 9월 7일, 하루우라라가 출전한 제4레이스에는 이런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힘내라! 하루우라라·하루카 특별전>



하루카는 여자 아이의 이름이었다.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에 사는 구보카와 하루카짱, 나이는 세 살, 아직 어리지만 하루우라라의 열렬한 팬이다. 사실 이 레이스는 하루카짱의 아빠인 고이치 씨가 스폰서를 자청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32세의 고이치 씨는 히라쓰카시의 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다. "열심히 살았지만, 뭔가가 잘 풀리지 않아 괴로운 입장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항상, 하루우라라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답니다. '힘 내, 언젠가는 이길 거야' 라고…. 희망을 준다는 것, 웬만한 복지 정책보다 이것은 어쩌면 더욱 소중한 일일지도 모르지요. 한 마리의 말이 이것을 해내고 있다니, 정말이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 고이치 씨의 응원과 함께, 하루우라라는 그 날의 레이스에 출전했다. 결과는 10마리 중 9등. 연패기록은 이것으로 94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하루우라라는 그 날도 온 힘을 다해 뛰었다. 골인 지점을 향해 한결같이 달렸다.



* * *



오가사와라 후미코 씨는 최근 갑자기 눈물이 헤퍼졌다고 했다. 그녀는 혼자서 살고 있는 67세의 노부인이다. 이 분을 고우치 경마장에서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11월 30일. 하루우라라의 99전째 날이었다. 그녀가 폐 수술을 한 지 겨우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제5레이스에 출전한 하루우라라는 3등을 했고, 연패기록은 99로 늘어났다. 오가사와라 씨가 산 마권은 하루우라라의 100엔짜리 단승식 마권.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이 노부인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그 마권을 버리지 않는다. 하루우라라의 스탬프가 찍힌 마권은 병마와 싸우는 오가사와라 씨에게는 마치 부적 같다.



오랫동안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고생스러운 삶을 살았고, 2남 2녀 중에 차남을 3년 전에 잃었다. 재작년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남편과 사별했는데, 올해는 자신이 암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코트 깃에 반짝이는 하루우라라 배지(Badge)를 보여주며 소녀처럼 투명한 미소를 짓는다.



옆에 앉아 있던 간병인 시절의 동료였던 와타세 유우코 씨도 배지를 보여준다. 오가사와라 씨의 암 선고는 와타세 씨에게도 큰 쇼크였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하루우라라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는 문득, 와타세 씨는 오가사와라 씨와 함께 이 말을 만나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두 사람의 염원을 등에 태우고 하루우라라는 달린다. 이기는 못해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력질주를 이어간다. "몸이 약해도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에 저절로 용기가 생깁니다. 저는 승부가 어떻게 돼도 좋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달려주기만 하면 그 모습이 격려가 되어 저도 힘을 낼테니까요."



제5장 그래도. 여전히. 달린다

2003년 12월 14일, 고우치의 하늘은 기분 좋게 활짝 개어 있었다. 통산 100전 째의 날, 하루우라라가 출전하기까지 몇 시간이나 남아 있는데도 경마장은 오전부터 굉장한 열기에 싸여 있었다.



하루우라라, 100전 째에 드디어 1승일까, 아니면 100패 뒤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게 될까.

이길까, 질까.

질까, 이길까.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바람들과 함께, 시계 바늘은 째깍째깍 다가온다. 제7레이스 <절대 포기하지마(Never Give Up)·하루우라라 100전 기념>의 스타트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하루우라라를 중심으로 한 이 짧은 이야기는 이제 곧 끝이 난다. 하지만 승패 결과에 관계없이 해피 엔드가 된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헤피 엔드는 행복한 '결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일은 행복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기리는 피리어드, 그것을 나는 해피 엔드라고 부른다.

탕!



말들이 달려나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하루우라라를 응원한다. '한번은 반드시 치고 나온다.'고 하던 하시구치 아나운서가 말한 대로, 제3코너 근처로 돌아나갈 때 밖으로 나와 승부를 걸었다. 하시구치 씨가 외치면서, 스탠드도 지붕이 들썩일 정도의 함성으로 하루우라라를 응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일어섰다. "달려! 달려!"



나는 이 날의 경주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심판의 출발 신호에 자욱한 모래 바람을 만들어내던 경주마들의 질주를, 고요하던 세상을 찢고 한순간에 두 귀로 밀려 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함성을, 그리고 한 마리의 경주마, 하루우라라가 우리 모두에게 보여준 그 모든 것들을.





에필로그

결국, 100연패가 결정되었다. 100회를 계속 졌다. 그러나 하루우라라는 스탠드에 들어찬 모든 사람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하루우라라의 100연패, 그것은 100회 연속 전력 질주를 의미하므로.

하루우라라 뒷이야기

고우치시 관광협회는 2004년 1월 연전연패 중인 하루우라라를 관광 공로자로 표창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하루우라라는 102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표창장 수여는 2월 1일, 부상으로는 하루우라라가 특히 좋아하는 홍당무 약 200킬로.



2004년 3월 18일, 하루우라라 앞으로 온 편지가 329통. 답장도 없는 말에게 편지를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다.



하루우라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이길 것이냐, 아니면 그 전에 은퇴할 것이냐'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그 말의 경주 과정과 끈기,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관계자들의 마음을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일본 최고라는 기수가 몰았는데도 106전 전패를 이룩한 이 말에게 박수를 보낸다.



* 편집자 주 : 2004년 7월 11일, 하루우라라는 112연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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