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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지음 | 예지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지음/정지운 옮김

예지/2001년 12월/196쪽/10,500원



시작

나이가 80 정도 되면 친구나 가족이 죽는 일에 어느 정도 무감각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충격을 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레드가 그랬다. 얼마 동안 레드를 회상하던 나는 레드가 내게 부탁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의 고문 변호사인 나는 비서인 헤이스팅스 부인에게 지시했다. 그로부터 2주 뒤 레드 스티븐스의 가족과 친척들이 회의실 테이블에 빙 둘러앉았다. 방안에선 탐욕에 가까운 기대감이 거의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우리들은 하워드 레드 스티븐스 씨의 유언장을 개봉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가 남긴 유언장은 스티븐스 씨의 평소 성격대로 간단명료합니다. “장남, 잭 스티븐스에게는 팬핸들 석유가스회사를 남긴다. 이 유언장을 쓰는 지금, 팬핸들의 가치는 6억 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유언장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돋보기 안경 너머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법정에서 상대방에게 겁을 줄 때 주로 쓰던 눈길이었다. 그러고 있기를 한참 후 나는 다시 유언장을 읽어 내려갔다. “이 유언장은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되 자신의 부분을 들은 사람은 자리에서 떠나도록 되어있습니다.”

“딸 루스에게는 내가 살던 집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목장, 그리고 그 곳의 소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남긴다.” 루스는 테이블 맨 끝에 앉아 있었는데 내용을 듣자 멀리 떨어져 앉은 나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탐욕스럽게 양손을 비벼댔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자해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격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안에는 각자 만족할 만한 몫을 챙긴 가족과 친척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마침내 나와 헤이스팅스 부인, 그리고 유족인 레드 스티븐스의 조카 손자인 24살의 제이슨 스티븐스만이 남게 되었다. 나는 혼자 테이블을 지키고 앉아 있는 제이슨 스티븐스를 바라봤다. 제이슨의 얼굴엔 분노와 반항, 세상에 대한 경멸같은 게 뒤범벅되어 있었다. 참다 못한 제이슨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친 다음 나한테 대고 소리를 질렀다. “그 짠돌이 영감탱이가 나한테는 한 푼도 안 남겨 줄줄 알았어. 나를 그렇게 미워하더니만…” 그러더니 방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려고 했다.

“잠깐만, 이 유언장엔 자네의 이름도 들어 있다네.” 제이슨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의 얼굴엔 아무리 감추려 해도 드러나는 실낱같은 기대감 같은 게 엿보였다. 내가 유언장을 눈으로 읽는 동안 제이슨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별게 아닐 거야.” 나는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이봐 젊은이, 자네 말대로 이것은 별것 아닐 수도 있고 엄청난 횡재일 수도 있네.”





과거에서 온 목소리

헤이스팅스 부인이 커다란 박스를 하나 들고 와 내 옆에 놓고 내 오른쪽에 앉았다. “이 박스는 자네 증조부 레드 스티븐스씨가 자네에게 남긴 것이라네.” 레드는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 루이지애나 촌구석에서 달랑 옷 가방 하나만 가지고 텍사스로 와 강인한 의지로 대공황과 1,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석유회사와 목장을 세워 세계 제일로 키워냈다. 나는 우선 박스의 봉인을 뜯고 비디오 테이프를 한 개 꺼내 헤이스팅스 부인에게 건넸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내자 헤이스팅스 부인이 비디오 테이프를 틀었다. 75세인 레드 스티븐스가 화면에 나타났다.

“제이슨, 난 지금까지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행복을 돈으로 사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야 행복이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안 된 일이지만 내 가족들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너도 알다시피 말이 부상을 당했을 때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총으로 쏴서 안락사를 시키는 것처럼 그들의 인생도 끝장을 내줘야 할 지경이지.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전부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지만 해밀턴 변호사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충고하더라. 그래서 인생이 뭔지 느끼지도 못할 불쌍한 인간들에게는 먹고 살만큼 돈을 쥐어주기로 했단다.

하지만 제이슨 너만은 우리 집안의 마지막 희망이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비록 지금까지 네가 보여 준 모습은 실망스러웠지만 네 몸 어딘가에 희망의 불씨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할아버지는 그 불씨를 찾아서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단다. 그래서 너한테는 돈 뭉치를 쥐어 주어 당장 백만장자로 만드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일년 동안 매달 1일에 해밀턴 변호사를 만나도록 해라. 해밀턴 변호사가 너에게 매번 숙제를 하나씩 줄게다. 만일 네가 1년 동안 이 숙제들을 잘 소화해 내면 너는 내가 남긴 최고의 유산을 차지하게 될 거다. 그러나 잊지 마라. 만일 네 성질대로 조금이라도 참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당장 모든 걸 멈추고 너한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마침내 제이슨이 나를 바라보며 시비조로 말했다.“저 노인네는 미쳤어요.” 나는 한숨이 나왔다. “글세, 누군가가 미치긴 미친 것 같네. 어쨌든 이번 일을 해 보면 그 미친 게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 문으로 걸어나가는 나에게 제이슨이 말했다. “잠깐만요, 이게 뭡니까? 그냥 내가 받을 몫이 뭔지 속 시원하게 말해 주시죠. 그냥 다른 친척들처럼 돈만 주면 될텐데 왜 나한테는…” 헤이스팅스 부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끼어 들었다. “그렇게 하기엔 손자를 너무 사랑하신 모양이죠.”



‘일’이란 유산

다음 달 1일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제이슨은 두 다리를 회의실 책상 위에 올리고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앉아 있었다. 나는 헤이스팅스 부인이 건네준 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를 향해 밀었다. 미끄러지던 박스가 부딪히자 제이슨의 다리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졌다. “잘 지냈나, 제이슨? 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걸 보니 보기 좋군.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가구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기본도 잘 모른단 말이야.” 헤이스팅스 부인이 비디오를 틀자 레드 스티븐스가 화면에 나타났다. “해밀턴 변호사에 대해서 말한다면 겉보기에는 참을성이 많은 것 같지만 그걸 믿고 까불었다간 우리에서 뛰쳐나온 호랑이가 어떤 건지 확실하게 알게 될 거다. 나의 돈이 너를 비롯한 내 가족들에게서 빼앗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정직하게 일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라는 특권일 거야. 내일 아침 해밀턴 변호사와 함께 갈 곳이 있다. 텍사스의 목장인데 거기서 내 오랜 친구를 만나도록 해라. 대공황시절 내가 간신히 입에 풀칠하고 살 때 만난 친구인데 이름은 거스 콜드웰이다. 거스와 나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지 깨달았지. 그걸 너한테 가르쳐 줄 사람으로 그만한 친구는 없을 게다. 내가 벌써 편지를 보내 놨으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꼭 기억하거라. 내가 유언장에서 말한대로 하지 않거나 해밀턴 변호사가 네 태도를 탐탁치 않게 여기면 그 날로 모든 게 끝장나고 ‘최고의 유산’은 구경도 못하게 될 것이다. ”

이튿날 승무원이 비행기 문을 막 닫으려고 할 때 제이슨은 아직도 잠이 덜 깬 게슴츠레한 눈으로 허겁지겁 달려와 간신히 비행기를 같이 탈 수 있었다.

거스의 실제 나이는 75살이었지만 악수를 나누는 손은 젊은 사람처럼 힘이 넘쳤다. 트럭을 몰고 마중나온 거스가 차를 움직이는 순간 제이슨은 간신히 짐칸에 올라탔다. “자네 할아버지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최고였어. 자네가 그 할아버지 발뒤꿈치나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차는 제한속도를 무시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거스가 말했다. “흠, 이제 올라가서 잠자는 숲 속의 미남을 깨워 볼까? 오늘은 정말 재미있는 날이 될 거야” 거스가 계단을 올라가 제이슨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지더니 곧 천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종일 잘 거냐? 당장 옷 입고 내려와.” 아직 눈도 못 뜬 제이슨이 식탁에 앉자마자 거스가 일어났다. “아, 아침 잘 먹었다. 일하러 가지.” 제이슨이 거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침밥 좀 먹을 수 없을까요?” 거스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일 아침부터는 꼭 아침밥부터 먹자구. 거스 콜드웰 집에서 누구라도 배가 고픈 채 문밖을 나서면 안되지. 하지만 하루 종일 잠만 자려는 사람한테 줄 밥은 없어.”

4주 뒤 내가 목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제이슨의 얼굴은 건강한 구릿빛으로 변해있었고 몸도 단단해 보였다.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거스가 제이슨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처음엔 네가 해 낼 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아주 솜씨가 좋구나. 60년 전 네 할아버지와 나는 이런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했고, 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 너도 이제 그 교훈을 깨달은 것 같구나. 이제 보스톤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3만 피트 상공을 날면서 나는 레드가 제이슨에게 가르친 교훈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그 교훈이 나에게 준 의미만큼이나 제이슨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를 바랬다.



‘돈`이란 유산

다음 달 1일 제이슨과 나는 다시 회의실에 앉았다. 언제나처럼 화면에 레드의 얼굴이 나타났다. “제이슨, 에덴의 동산 텍사스에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만일 네가 이 화면을 보고 있다면 거스 콜드웰과 무사히 한 달을 보냈다는 것이겠지. 손에 물집도 잡혀 있고 말이다.

제이슨, 너는 아직까지 돈의 가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하긴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다. 나는 네가 돈의 의미를 깨닫게 되길 바란다. 거스가 지난달 네가 일한 대가를 지불했다면 너는 대충 1,500달러를 벌었을 것이다. 오늘 해밀턴 변호사가 상자에서 1,500달러가 든 봉투를 꺼내 줄 것이다. 이번 달에 그 돈으로 5명의 사람들을 도와주어라. 단 네가 준 돈이 그 사람의 일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레드의 얼굴이 사라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참 뒤 제이슨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얼마씩...”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회의실을 나간 제이슨이 과연 어떻게 했을지 나는 한달 내내 궁금했다. 그 달이 끝나기 바로 전날 제이슨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 제이슨은 약속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제이슨은 긴장한 표정에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제대로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경우는 쇼핑몰 주차장에서 한 여자가 견인하려는 차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중고차 할부금을 연체해 자신의 차를 압류하려고 하는데 차를 빼앗기면 일자리도 잃게 되고, 그러면 아기와 살 수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밀린 할부금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400달러라고 하더군요. 그 여자를 위해 400달러를 지불해줬습니다. 이건 완불 영수증 사본입니다. 세 번째는...“

제이슨은 5가지 경험을 통해 돈의 가치를 깨달았고 많은 교훈을 얻은 것 같았다. 나는 제이슨이 그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길 바랬다. 물론 나 역시 그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다.



‘배움`이란 유산

다시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하기 위해 회의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비디오 테이프를 틀기도 전에 또 다시 제이슨의 입에서 볼멘 소리가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저는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그러니까 이 과정이 끝나면 뭘 받게 될지 그거나 좀 알고 하죠. 아무 것도 모르면서 고스란히 1년을 낭비할 수는 없잖습니까?” “자네한테는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네. 그러나 계속할 작정이라면 정해진 규칙대로 해야 하네. 내 말 알아듣겠나?” 제이슨과 나는 눈빛으로 결판을 보려는 것처럼 서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결국 제이슨이 손을 들었다. 화면에 나타난 레드는 전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보였다.

“제이슨, 이번 달에는 너의 지식과 배움의 범위를 넓혀보도록 해라. 나는 대학이나 정식 교육을 받지 못했단다. 대신 나는 주변의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뭐든 배우려고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생이 바로 너의 선생이란다. 나의 부와 성공이 너에게서 그걸 배울 기회를 빼앗았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네가 그걸 되찾을 수 있으면 한단다. 제이슨, 해밀턴 변호사와 함께 여행을 떠나도록 해라.”

다음 날 공항 터미널로 들어가기 위해 길을 건너자 제이슨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흘 동안이나 비행기에 시달린 다음 다시 덜컹거리는 택시를 타고 먼지를 날리며 달려야 했다. 창밖엔 정글이 펼쳐지더니 마침내 정글 가장자리에 초라한 건물이 몇 개 서 있는 지저분한 마을로 들어섰다. 제이슨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가 맞나요?” 낯선 사람 셋이서 길을 걸어가자 마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쳐다봤다. 그러나 마을 맨 끝에 있는 건물은 규모도 크고 현대적인 건물로 스페인어와 영어로 ‘하워드 레드 스티븐스 도서관`이라고 쓰여 있었다. “제이슨 앞으로 4주 동안 여기 이 사서 아가씨를 도와 보조사서 일을 하도록 하게. 이 도서관에는 자네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배우는데 필요한 모든 게 있을 거야.”

4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보스턴에 도착해 주차장을 향해 걸어갈 때 제이슨이 말했다. “잠깐만요. 저는 시키신 대로 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는 새롭게 배울만한 게 없었습니다. 다만 해뜨기 몇 시간 전에 일어나 산 넘고 물 건너 수 킬로미터를 걸어와 기껏 낡아빠진 책 한 권을 빌려 가는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은 보았지만. 단지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면 배움에 대한 열망과 갈망이 배움으로 가는 문을 여는 진정한 열쇠라는 것 정도일까.“



‘고난`이란 유산

제이슨은 이제 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자신감 있게 보였다. 레드의 모습이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제이슨, 아무리 사소한 고난이라도 직접 부딪쳐 해결해 보지 않으면 더 큰 고난이 닥쳤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단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고난을 피하면서 살지 않고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고난을 반기지. 그리고 그 고난을 통하여 자신을 강하게 하고 마침내는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거야. 나는 너에게 이러한 고난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 줄 작정이다. 이번 달에는 고난에 빠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을 해밀턴 변호사에게 보고하도록 해라.”

그 달이 끝나기 이틀 전 제이슨은 사무실로 나를 찾아 왔다. 제이슨은 잠시 나를 쳐다본 뒤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차를 내리려고 하는데 한 중년 남자가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내 차가 지금까지 본 차들 중 가장 아름다운 차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은 이웃에 살고 있는데 내 차를 세차해주고 싶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정리해고로 부부가 모두 직장을 잃었는데 돈은 벌써 바닥이 나고 아이들은 셋이나 되서 먹고살려면 무슨 짓이든 해야만 하는 처지라고 하더군요. 나는 걱정이 되어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느나고 물었죠. 그랬더니 그 남자는 돈은 항상 넉넉하다며 이번 고난을 통해 가족들 사이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됐고 아이들과 돈과 일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세차를 하면서도 자신이 고난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했는지에 대해 끝도 없이 이야기했어요. 세차를 마친 뒤 내가 돈을 더 줄려고 했는데도 한사코 자신이 달라고 한만큼만 받겠다고 하더군요. 헤어지면서 내가 그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자 그는 껄껄 웃으면서 자기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며 현재 자신의 처지를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제이슨은 한 달 동안 자신이 만났던, 고난에 처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마친 뒤 한동안 침묵했다. “변호사님, 지금까지 저는 이기적이고 저만 알고 살았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고난 가운데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고난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이 고난을 해결해 준다고 해서 인생이 즐거운 것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인생은 고난을 극복하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고난을 안고 살 때 즐거운 것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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