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이 좋다
나카무라 우사기 지음 | 사과나무
역사상의 인물 가운데 내가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마리 앙트와네트이다. 낭비벽 때문에 망한 여자…. 결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한 거만한 행동.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 정말 끝내주는 여자다. 이케다 수상이 말한 "가난한 사람은 보리를 먹어라."와 맞먹는 역사에 남을 유명한 망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케이크가 아니라 브리오슈(버터와 달걀로 만든 롤빵)라고 말했는데 좀더 완벽한 대사가 되려면 케이크가 단연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왜냐, 브리오슈는 주식이지만 케이크는…그렇다. 이것이 이번 테마이다. 여왕님은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사람은 그렇게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 동물인가."라고.
'2천 엔만큼 먹기' 대회를 여는 일류 호텔의 케이크 바이킹의 인기를 얻어 TV 등 매스컴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작년의 일이었다. 원래 단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곧바로 신주쿠의 '힐튼 도쿄'로 발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먹지 못해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반드시 케이크를 다섯 개 이상 먹을 작정이었다. 한 개에 4백 엔이니까 다섯 개는 먹어야 되지 않겠는가. 나다운 단순한 계산이지만 여왕님은 가끔 이러한 사소한 일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섯 개 정도면 무리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출전했다. 그런데 결과는 참패. 정말 분하다! 힐튼의 기획 담당자가 "헤헤, 바보 같은 여자. 보기 좋게 함정에 걸렸군."하며 비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것이 바로 적이 노린 계략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하자! 드디어 올해 정월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오쿠라 호텔의 케이크 먹기 대회에 도전했다. 그런데 내가 매우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두 개째 먹는 시점에서 눈이 풀리고 말았다. 이럴 리가 없어! 굶고 왔는데 왜 먹지 못하는 거야, 나카무라 우사기! 인생은 도전이고, 근성이 필요하다! 힘내라, 우사기! 하지만 눈앞의 남은 케이크는 도전도, 근성도 다 소용없었다. 여왕님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째서 사람은 2천 엔만큼의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가? 어쩌면 이것은 무모한 경쟁이 아닐까?
그래서 이번에 다시 여왕님이 도전한 것은(끈질긴 여자다) 오쿠라 호텔 별관 '카메리아'에서 열린 디저트 페스타였다. 이제 이것은 호텔과의 싸움이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겨우 케이크 먹기 대회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다니, 나 원 참…. 이번 카메리아의 먹기 대회는 다른 대회와 조금 색다른 면이 있었다. 케이크 수가 적고(3종류) 대신 단팥죽과 경단, 그리고 도넛, 핫케이크 등 전체적으로 동서 혼합식으로 구성되었다. 케이크와 케이크 사이에 뜬금없이 경단이라…어색하다. 너무 어색해, 카메리아! 착각한 사무라이가 마리 앙트와네트의 다과회에 난입한 기분이다.
그런데! 의외로 여왕님은 이 어색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케이크만 먹으면 배가 부를 텐데 이런 다과류가 섞이니 어딘지 신선한 느낌이 든다. 사람은 케이크만으로 살 수 없다. 경단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글의 교훈이다. 쓴맛과 단맛을 다 맛보는 것이 인생 아닌가. 음, 심오하다. 설마 케이크 먹기 대회에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겨우 경단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리라고는…. 신주쿠의 힐튼 도쿄에게 고한다. 나카무라는 이제 과거의 나카무라가 아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당신들의 케이크 먹기 대회에 도전할 것이다. 경단 가지고 갈 테니, 후후후, 기다려라!얼마 전 여왕님은 친구의 개인전을 관람하러 갔다. 후쿠이 고타로라는 화가인데 무슨 이유인지 타조만 그려대는 별종이다. 그렇다, 그는 타조에 사로잡힌 남자이다. 하지만 미녀에게 사로잡힌다면 몰라도 어째서 타조인가…왜? 사실 본인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저 왠지 타조가 마음에 들어 몇 년 동안 타조만 그려왔다는 것이다. 이상한 남자다. 가만히 보니 생김새도 어딘가 타조와 닮은 것 같다. 혹시 부모가 타조일까? 아니면 타조에게 길러졌을까? 그런 충격적인 성장과정을 거쳤을까? 하지만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단다. 유감이다.
결국 이 남자의 경우 혼에 타조가 깃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시다 선생이 어느 순간 겨울 참외만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즈음 기시다 선생의 혼에는 참외가 깃들었던 것일까(나중에는 딸의 혼에도 참외가 깃들었다고 한다). 화가란 그렇게 혼에 타조든 참외든 깃들어야 하는 직업인가 보다. 그래서 후쿠이의 개인전은 마치 타조 양식장처럼 갖가지 표정의 타조가 화랑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아, 여기도 타조, 저기도 타조. 정말 이상한 남자다.'라고 중얼거리며 그림을 둘러본 여왕님은 문득 그것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것은 한 마리의 타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초상화였는데 그 꼿꼿하게 쳐든 머리, 흐흠 하고 콧소리라도 낼 것 같은 거만한 표정은 영락없는 여왕님의 모습이었다. 으악!!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40년 남짓한 인생을 살면서 타조가 된 자신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타조의 모습을 한 내가 있는 것이다. 거만하고 고독한 여왕님. 그림 속의 타조는 상반신뿐이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틀림없이 이 녀석은 큰 발로 다른 사람을 밟고 있을 것이다. 그런 녀석이다, 이 놈은.몇 주 전의 일이다. 거리를 헤매고 있던 여왕님은 키오이초의 '펜디'에서 매우 앙증맞은 모피 조끼를 발견한 것이다. 원래 여왕님은 모피에 약하다. 그것도 밍크와 친칠라, 토끼 같은 죄없는 작은 동물의 모피를 아주 좋아한다. 지구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인가. 디즈니 영화라면 따놓은 악역이다. 숲의 동료들을 죽이고 그 가죽을 몸에 두른 잔혹하고 욕심 많은 여왕님…. 동물애호협회에서 언젠가는 자객을 보낼지도 모르는 존재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여왕님이 펜디에서 발견한 것은 갈색 토끼 조끼였다. 보드라운 감촉과 심플한 디자인. 여왕님은 즉시 입어보았다. 사이즈도 딱 맞았다. 생각했던 대로 아주 귀엽다. 아니, 내가 귀엽다는 것이 아니라 조끼 말이다. 원래 모피는 뚱뚱해 보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역시 펜디. 어떻게 만들었는지 일류 재단사가 틀림없다. 역시 일류 브랜드는 다르다. 호호호! 물론 여왕님은 조끼를 사들고 싱글싱글 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얼른 조끼를 입고 거울을 보았는데 "너…누구니?"
그렇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아까 부티크에서 본 사람이 아니었다. 갈색 털복숭이를 입은 사냥꾼이었다. 사냥꾼 말이다, 사냥꾼. 산 속에서 곰과 격투를 벌이는 사냥꾼! 여자라기보다 아저씨에 가깝다, 그 듬직한 체형. 얼굴은 크고, 목은 짧으며, 몸통은 뒤룩뒤룩하고, 다리는 굵고 짧다…잠깐! 어떻게 된 거야? 부티크의 거울에는 그렇게 귀엽게 비쳤는데…집에 돌아오니 사냥꾼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뚱뚱하다.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뚱뚱하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야 할 펜디의 일류 재단사는 어떻게 된 거지?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옛날부터 줄곧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현상이다. 왜 부티크에서 입었을 때에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옷이 집에 와서 입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여왕님에게 있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더욱 의문스러운 세계 7대 불가사의인 것이다. 여러분,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 현상에 대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논리적인 대답은 딱 두 가지이다.마법의 얼룩 제거제2. 에르메스, 아찔함 그 자체
세계에서 가장 사용하기 힘든 다이어리첫째, 부티크의 거울에도 사냥꾼이 비쳤는데 여왕님은 물욕과 자기애에 빠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 조작된 부티크의 거울에 여왕님이 속은 것이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법의 거울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나는 어리석은 왕비. 만일 이 거울이 조작되었다면, 여왕님은 용서할 수 없다. 시장터의 싸구려 상점이라면 모를까, 일류 부티크에서 사기를 치다니!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류 아닌가. 나, 사냥꾼이 되고 싶어서 15만 엔이나 지불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펜디의 거울에 의혹을 품게 되었다…하지만! 그 후 더욱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내가 벗어 놓은 조끼를 남편이 입어보았는데…어, 이상하다. 아주 잘 어울린다. 잠깐, 이거, 어찌된 일이지? 명품의 옷은 입는 사람을 가린다. 그러니까 펜디는 나를 선택하지 않고 남편을 선택한 것이다. 돈으로 미녀를 얻었는데 젊은 남자에게 빼앗긴 아저씨가 된 기분이다, 나. 정말 창피스럽다. 기억해 두겠어, 펜디!3.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티파니의 요요케이크 먹기 대회에 도전4. 바보짓은 죽을 때까지 고쳐지지 않는다…
나를 위해 그린 그림벌써 여러 차례 원고를 썼지만 이번에는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이제까지 쇼핑을 해 온 결과 한 번에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북유럽제의 인간공학 의자도, 하즈키 사토나의 가짜 가슴도, 독일의 날씬해지는 바디샴푸(지금 보고하겠는데 그 후로 나의 허리는 1밀리도 가늘어지지 않았다)도, 전부 나의 패배로 끝났다. 돈만 낭비했을 뿐 하수구에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독자 여러분은, "뭐야, 이건 매번 쇼핑에 실패하는 내용이잖아."라고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기대에 가득 차 가슴 설레며 쇼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운이 나쁜 것인지 보는 눈이 없는 것인지(아마 후자일 것이다) 그때마다 실패로 이어지고만 것이다.
그 증거로 이번에는 가슴을 쫙 펴고 선언하겠다. 여왕님의 쇼핑 그 회심의 히트 상품! 그 상품은 바로 미국인이 TV 화면에서 열변을 토하며 선전한 '의류용 강력 얼룩 제거제 SRX11'. 어떠한 강한 얼룩도 순식간에 지울 수 있다는 마법의 얼룩 제거제이다. 어딘지 좀 이상할 것이다.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런데 여러분은 알고 있는가? 깊은 밤, 아니 새벽 세 시에서 네 시경, TV 홈쇼핑의 골든 타임이 시작된다는 것을? 대부분 네 개 방송국에서 거의 동시에 통신판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일주일 동안 달라진 몸을 발견하게 해 주는 건강기구', 또는 '놀랄 만큼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 등 수많은 마법 같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텔레비 도쿄'의 '텔레 콘월드'. 매회 사기꾼 같은 외국인이 등장하여 낯부끄러운 오버액션으로 상품을 칭송하는 열혈 통신판매 프로그램이다. "와우! 존, 믿을 수 없어요! 저 강력한 얼룩이 깨끗해졌군요! 이건 기적이에요!"하며 고작 얼룩 하나 빼는 일에 양손을 벌리고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뜨는 미국인을 보는 것이 나는 무척 재미있다. 참으로 경박한 나라이다, 미국은. 이런 멍텅구리 같은 상품에 속는 바보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구나… 흥, 비웃으며 보는 동안은 아직 괜찮았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보는 동안 세뇌되어 어느 샌가 그 얼룩 제거제를 시험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가 되었다. 즉각 자동주문 전화를 걸어 나도 미국인과 한 패가 되었다.
그런데 반신반의하며 주문한 이 얼룩 제거제가 놀랍게도 전혀 허위 광고가 아닌 우수 상품이라는 사실이다. 자, 빠진다, 빠진다, 정말 빠진다. 반 년 전부터 신경이 쓰였던 카펫의 캔커피 얼룩, 2년 전에 흰 칼라에 헤어컬러 얼룩이 잔뜩 묻어 포기하고 있었던 에르메스 재킷. 오랫동안 나를 골치 아프게 했던 악몽 같은 얼룩이 깨끗하게 제거된 것이다. 와우, 마이크! 이건 기적이에요! 특히 에르메스 재킷은 전문 클리닝 업소에서도 몇 번이나 실패하여 퇴짜 맞은 눈물의 재킷이다. 그랬던 것이 집에서 순식간에 새하얘지다니…클리닝 업체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SRX11이여, 너는 은인이다. 얼룩 제거의 영웅이다. 에르메스 재킷만 아니었다면 나도 이렇게까지 너에게 감사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때문에 지금 나는 얼룩 제거의 전도사로서 SRX11의 포교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텔레 콘월드'에서 구입한 또 하나의 상품…세이프업 기구는 현재 우리 집 양복걸이로 이용되고 있다. 역시 바디라인 관련 상품은 본인의 의지가 요구되는 만큼 기적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거참….생각지도 않은 타조에게서 자신을 발견한 여왕님은 그 순간 확신했다. 이것은 세상에서 단 한 장 나를 위해 그려진 그림이다! 내가 사지 않으면 누가 사겠는가. 누가 사더라도 상관없지만. 하지만 가격이 걱정이다. 미술품은 두렵다. 비싸니까. "저…이거, 얼마예요?" 주저주저하며 묻는 내게 타조남은 냉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건, 30만 엔." 삼, 삼십만, 꺄악! 역시 미술품이다. 샤넬의 재킷과 맞먹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샤넬 재킷이 30만 엔 하는 것에 더 놀라기도 하겠지만 문제는 샤넬 재킷은 입고 다닐 수 있지만 타조 그림은 입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가치관이 '얼마나 근사하게 보이는가'에 달려 있는 여왕님에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보일 수 없는 물건에 몇 십만 엔이나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민에 빠진 여왕님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 이 화가가 굉장히 유명한 화가가 되어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면 이 그림은 몇 천만 엔의 가치로 뛰어오를 거야!" 나는 잔인한 여자다. 친구의 성공을 바라는 것까지는 좋지만 죽음까지 멋대로 바라다니. 하지만 그런 여왕님의 사악한 꿍꿍이를 알 턱이 없는 화가는 "살 거지? 고마워." 얼굴에 순진한 미소를 띠며 기뻐했다. 이 남자는 아내가 자기 몰래 생명보험에 가입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후쿠이 고타로, 하루라도 빨리 세상에 그 이름을 날려줘! 그리고 절대로 나보다 오래 살아야 돼!부티크의 거울은 수수께끼월드컵 유치의 열기도 이제 잠잠해져 축구에 흥미 없는 내게는 기쁘기 한이 없다. 그런데 저 광란이 한창일 때 누구였던가 냉정한 문화인이 "프랑스가 핵실험을 했을 때의 분노를 잊은 듯한 이 소동, 매우 한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 말은 들은 나는 "핵실험? 그런 것도 있었나?"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잊을 수 없는(실은 잊고 있었지만) 그 프랑스 핵실험 사건 당시, 역시 한 애국 인사가 TV에 나와 '세계적으로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는데 변함없이 프랑스 브랜드 제품을 애용하고 있는 어리석은 일본 여성들'을 규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본의 어리석은 여성 가운데 한 사람인 나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민망하여 나 자신이 비애국자, 아니 비지구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브랜드 제품을 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라는 말은 물론 상표라는 의미이지만 알다시피 낙인(烙印) 또는 소인(燒印)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동생을 죽인 카인처럼 얼굴에 낙인이 찍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명품을 좋아하는 어리석은 여자'라는 불명예스런 낙인 말이다. 이렇게 낙인을 찍으면 길어지니까 이를테면 샤넬 마크 같은 것으로…. 얼굴에 샤넬 마크가 꾹.
그런 바보 같은 여자들이 선호하는 프랑스의 3대 브랜드라고 하면 샤넬, 에르메스, 루이 뷔통을 들 수 있다. 이 세 브랜드는 인기가 있다는 증거로 비싼 가격을 자사의 제품에 붙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가격은 둘째치고 놀랄 만큼 도움이 안 되는 것을 당당하게 파는 근성도 알아줄 만하다. 앞에서 소개한 샤넬의 '비 오는 날 쓸모없는 우산'도 그 한 예지만 이번에 소개할 루이 뷔통의 시스템 다이어리도 만만치 않다. 나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허술하고 기능이 없는 다이어리를 본 적이 없다.
이 다이어리는 언뜻 보아 일반적인 시스템 다이어리 같지만 그 펜꽂이 부분은 세계에서 가장 가늘다고 한다. 너무 가늘어 그 어떤 볼펜도 들어가지 않는다. 유일하게 들어가는 것은 별도로 판매하는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