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모른다
이시형 지음 | 이다미디어
남자의 거절공포증남녀는 만남 이후도 문제지만 우선 만나는 것부터가 힘들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일단 만나야 일이 될 텐데.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숫내기들에겐 대단히 힘겹다. 말을 건네야 하는 쪽이 남자라는 게 사회의 통념이다. 먼저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그게 자신이 없다. 그렇게 잘난 척 거들먹거리는 남자들이 왜 그리 자신이 없을까? 여자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남자라면 자신 있게 먼저 말을 걸어 올 줄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말을 붙여 오지 않는 이상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걸로 생각한다. 이게 여자의 큰 오해다.
남자들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없기에 관심 없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이게 바로 남자다. 왜 그렇게 자신이 없을까? 우선 자신을 평가 절하하는 게 여자 앞에 선 남자의 속성이다. 스스로를 형편없이 못난 놈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걸 저런 여자가 상대해 주겠어?' 대개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한 나머지 감히 여자에게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낸다. 왜냐하면 젊은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용모나 외관에 자신이 없다. 이것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된 사실이다.
이 꼴로 섣불리 말이나 붙였다가 거절당하면? 자신 없는 남자가 갖는 거절공포증이다. 불행하게도 제법 괜찮은 남자일수록 더 중증이다. 자존심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엘리트라 자처하는 남자일수록 더욱 주눅드는 건 이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선 더욱 무관심한 척 시치미를 뗀다. 행여 자기의 본심이 드러날까 조마조마하다. 그런가 하면 어떻게든지 저 여자가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차려 접근해 주길 은근히 기다린다. 쯧쯧, 이런 불쌍한 남자하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제법 잘 났다는 남자의 이중심리다.
저런 미인이 왜 아직 독신으로 보내지? 우리 주위엔 누가 봐도 괜찮은 여자가 올드 미스로 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시집을 못 간 것은 그들이 독신주의이어서가 아니다. 일에 미쳐 그런 것도 아니다.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대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시한 남자들은 감히 엄두를 못 내고, 괜찮은 녀석들은 겁쟁이들이고... 어쩌다 용기를 내어 은근히 그리고 아주 우회적으로 사인을 보내긴 한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표현에 '예'하고 따라나설 수도 없는 게 여자의 입장이자 자존심이 아닌가. 그러나 여자의 심리를 모르는 이 겁쟁이는 여자의 첫 반응이 애매하면 그만 '아! 역시 그랬군' 하곤 물러나 버린다.
그만그만한 남자가 여자를 잘 사귀는 건 까짓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걸 배워야 한다. 세상의 겁쟁이들아. 남자가 이렇게 열등감이 많은 동물이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겁이 많아서다. 잘난 척 거들먹거리는 남자의 속엔 이런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만 이 점을 여자들은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여자에겐 애인이 있다?이게 남자다. 겉보기와는 달리 참으로 얼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제법 잘 나간다는 남자도 이런 착각을 하고 있으니 난처하게 된 건 여자들이다. 소위 '임자 있는 여자'에게 접근할 만큼 용감한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왜 이런 엉터리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물론 이건 일차적으로 남자의 가당찮은 열등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건 꼭 남자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여자들이 모두 예쁘게 차려 입고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죄라면 죄다. 애인 없는 여자가 어찌 저리도 예쁘게 차려 입고 밝고 명랑하게 깔깔거릴 수 있으랴. 혼자일 리가 없다. 젊은 여자들은 수시로 남자를 착각하게끔 만든다. 거기다 한술 더 떠 혼자인 여자일수록 더 애인이 있는 척 과장한다. 여자의 입장에서야 애인 하나 없는 신세라면 자존심이 상해서도 있는 척 해야겠지? 불행히 세상 남자란 게 어리숭해서 여자들의 그런 연기에 그만 깜빡 속아넘어간다.
그래서 나온 처방이 '고독한 분위기'를 연출하라는 것이다. 'I am available.' '나는 열려있는 사람'이란 걸 알려야 한다. 애인이 있는 척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과장할 게 아니라 '나는 혼자'라는 것을 고독한 분위기 연출을 통해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야 겁쟁이들이 안심하고 덤빌 수 있다. 그렇다고 청승맞은 인상으로 지내란 건 아니다. 밝으면서도 외로운 분위기, 이건 각자의 감성이나 슬기로 연출해야 한다.
클린턴의 얼쑹이 시절클린턴은 총각 시절 꽤나 얼쑹이였다. 지금도 그의 웃는 얼굴엔 예의 수줍은 듯한 웃음이 남아있다. 순진하고 착한 웃음이다. 어린애 같은 천진난만한 그 웃음이 전국 여성 팬들의 표를 끌어 모으게 한 것이다. 클린턴의 수줍은 듯한 웃음이 백악관 입성의 일등 공신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대학시절 힐러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하지만 심할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 성격 탓에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했다. 말은커녕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서 그녀를 힐끗 훔쳐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명석한 힐러리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물론 이것은 힐러리의 탁월한 감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 이러한 감은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는 감각이기도 하다. 누군가 자기를 관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알고도 모른 척할 뿐이다. 상대가 싫어서일 수도 있고 좋아도 적극적으로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 남자가 더욱 분명히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여자들처럼.
힐러리는 이 점에서 분명하고 똑똑한 여자였다. 어느 날 그는 우물거리고만 있는 클린턴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렇게 매일 보고만 있느니 우리 서로 친구가 되는 편이 빠르지 않겠어요?" 이것이 출발이었다. 이 말 한 마디가 그녀를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 만든 것이다.
용감한 남자의 본 모습전철이나 길거리에서 용감하게 접근해 오는 남자가 있다. 생판초면에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내가 좋다고 다가오면 굳이 싫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이야기 좀 합시다!', '시간 좀 내주십시오.','커피 한잔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남자들의 상투적인 접근 대사는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크게 불량기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호기심도 난다. 그리고 아직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한 남자가 없었으니 일단 만나 보는 거야 손해날 것 없겠지... 따라 나서는 여자 쪽 계산은 대체로 이렇다.
일단 둘이서 서로 마주 앉으면 남자는 아주 단도직입적이다. 이런 저런 눈치도 보지 않는다. 좋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상당히 템포가 빠르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저돌적으로 덤빈다. 이런 남자가 싫지 않은 여자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소심하다 보니 남자다운 남자를 만났다고 좋아하는 여자도 물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여 급템포로 진전되는 커플도 더러는 있다. 서로의 배경도,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 우선 끌리는 감으로 뭉친다.
난 이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지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정신과 의사로서 이렇게 용감한 남자의 본태(本態)를 여자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책임을 느낄 뿐이다. 용감한 남자의 본모습 중 첫째 가능성은 '건달'이다. 이 진단은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알 수가 있다. 그 다음 유형은 의처증 예비생인데 이 감별은 쉽지 않다. 대개의 여자들은 깜빡 속아넘어간다. 하지만 일단 그 사슬에 걸리면 여자의 일생은 거기서 끝장이다. 평생 불행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어렵긴 해도 조금만 냉정하면 이 역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의 구애 행각은 집요하다. 상대의 반응에 관계없이 집요하게 덤빈다. 나중엔 거절해도 막무가내다. 자존심도 없나? 저렇게 수모를 당하고도 어떻게 또 나타날 수 있지? 그렇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감별 포인트다. 이들은 일단 포획물을 노리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존심쯤 쉽게 버릴 수 있는 위인이다. 그리곤 계속 공격한다. 지키고 서 있기도 하고, 선물, 편지, 전화 등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
이 정도면 강력한 의처증 후보생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넘어가는 딱한 여자가 적지 않다. '나 같은 여자한테 저렇게 매달리는데...', '내가 뭐 그리 잘난 여자라고!', '나 때문에 한 남자를 불행하게 할 순 없잖아.', 속아넘어가는 여자들의 한결같은 대사다. 물론 이것은 보호 본능이 강한 여자의 속성 때문일 수도 있으나 곰곰이 따져 보면 여자로서의 약점이 작용한 결과다. 사랑한다는 소리도 듣기에 싫지 않다. 죽겠다고 매달리는 것 역시 흐뭇한 일이다. 여성의 자기애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아쉬운 판에 이게 웬 떡인가 싶을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이제 그 남자를 남자답고 집념이 강한 사람으로 존경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건 천만의 오해다. 한마디로 이건 사랑이 아니다. 병적인 집착이지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이걸 잘 구별해야 한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다. 전쟁에서의 노획물일 뿐이다. 남자와 인사만 해도 누구냐, 어떤 사이냐를 집요하게 따져 묻는다.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데도 그걸 여전히 애정으로 착각하는 여자가 있다. 결혼까지는 늦지 않았다. 정신차려! 이 여자야.
남자는 양철 냄비다남자는 달아오르기도 잘하고 식기도 잘한다. 저 여자다 싶어 덤벼들 적엔 타오르는 불길 같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이럴 땐 당하는 여자도 황당하다. 그렇게 달아올라 온갖 소리 다 하더니 어쩌면 저리 냉담해질 수 있을까.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그게 아니다. 내가 생각한 여자가 전혀 아니다. 아니 어쩌다 저 여자한테 그렇게 미칠 수 있었을까. 그래 그건 미친 짓이었다. 귀신에 홀린 거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후회도 되고 쑥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른다. 이게 남자다. 누가 그랬지.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은 게 여자의 마음이라고. 천만의 말씀, 이 점에선 남자도 중증이다. 여자 입장에선 못 믿을 게 남자의 마음이다. 여자는 신중하다. 우선 첫 눈에 잘 빠지지 않는다. 빠져들기까지 조건이 까다롭다. 당시의 분위기도 중요하고 선택에도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 조심스럽게 때를 기다린다. 물론 여자라고 첫 눈에 맘에 드는 사람이 왜 없으랴만 그렇다고 남자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진 않는다. 요모조모 훑어보고 따져 본다. 아주 약고 현실적이다.
거기에 비해 남자는 즉흥적이고 즉각적이다. 좀 괜찮다 싶으면 그만 끼가 발동한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시동이 걸린다.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치마만 둘렀다 하면 시동이 걸리는 게 남자라는 동물의 본성이다. 남자는 진지하지 못하다. 진실성이 없다고 여자들이 규탄하지만 이게 남녀 성의 근본적인 차이다.
수컷의 동물성, 멋진 여자를 눈앞에 두었다면 말할 것도 없고 고운 다리만 봐도 달아오른다. 섹시한 엉덩이, 살짝 보이는 흰 가슴, 이 모두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강력한 최음제다. 심지어 바람결에 여인의 향기만 맡아도 순간적으로 흥분된다. 멀리 어디선가 교태스런 여자 소리만 들어도 그렇다.
그뿐인가. 전혀 부적절한 상황에서도 발동하는 통에 남자 스스로도 무척 곤혹스러워한다. 지하철에서 슬쩍 더듬는 치한들 욕을 할 형편이 아닌 게 남자의 입장이다. 설마 앞쪽에 점잖게 앉아 있는 신사에게 그런 마음이 있을라고, 여자들 생각엔 설마 하겠지만 특히 젊은 남자들은 길을 가다가도 느닷없이 불뚝 일어나는 통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누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여자들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남성을 진실하지 못하다고 욕이나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첫인상의 함정싫건 좋건 간에 첫인상이 오래도록 강하게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물론 첫인상은 그다지 뚜렷하게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녀 사이엔 첫인상이 너무 강렬하고 좋아서 첫눈에 반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앗! 저 여자! 특히 남자는 첫눈에 잘 빠진다. 물론 여자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겠지만 여자는 상대적으로 영리해서 쉬 빠지진 않는다. 그러나 남자는 첫눈에 반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덤빈다. 대체로 첫눈에 반한 사이는 오래 못 간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왜 그럴까?
정신분석학에서는 첫눈에 반하는 심리 현상을 '전이(transference)'라고 부른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 이사 온 뒷집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꼭 미국으로 시집간 누나와 닮은 것 같아 괜히 좋아진다. 새로 부임해 온 수학 선생님의 생김새가 어릴 적 인심 좋던 우리 옆집 아저씨와 아주 닮았다. 그래서 좋아진다. 이것은 옛날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에게 가졌던 좋은 감정이 지금 눈앞에 나타난 사람에게 옮겨 간 것이다. 감정의 전이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내가 무척 좋아했던 이모, 고모, 혹은 이웃집 아주머니, 초등학교 선생님, 그에게 가졌던 좋은 감정이 이 여자를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옮겨 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괜히 싫은 사람이 있다. 괜히 안경 낀 영어 선생님이 싫어하다 나중엔 영어까지 싫어졌다는 학생도 있다. 새로 부임해 온 과장이 괜히 꼴 보기 싫어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는데 자기는 싫은 것이다. 이와 같이 첫인상이란 그 사람만의 주관적이고 내면적이며 개인적인 심리현상이어서 객관성이 전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모든 사람이 다 싫다는 데도 자기 혼자서 좋다고 우기는 경우라면 전이 현상의 결과라고 보면 틀림없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이현상은 감정의 문제이며 무의식적인 자기만의 느낌이기 때문에 본인이 좋다면 좋은 것이다. 사랑이 맹목적이란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첫인상의 함정이요, 첫눈에 반한 경우의 위험이다.
거세 불안을 자극 마라군 생활에서 외출만큼 신나는 일은 없다.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아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훨훨 날 듯한 기분이다. 외박증이라도 끊은 날은 온통 세상이 내 것이다. 외박 나온 군인들이 가끔 망나니짓을 하게 되는 것도 병영 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순진한 최 군의 첫 외박도 가히 광란의 하루였다. 술 한잔은 기본이고, 동료의 손에 이끌려 소위 '단체목욕'이란 걸 갔다.
첫 경험이라 무척 긴장되었지만 노련한 척해야 한다는 충고에 따라 의젓하게 들어섰다. 호기심, 흥분, 스릴과 함께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마음은 급했다. 헌병의 순찰? 여자는 재촉하지, 흥분은 고조되었지 여유라곤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어디쯤인지 더듬거리는 사이 그만 사정하고 말았다. 불안, 조급, 과잉 흥분, 거기다 문전처리 미숙함이 빚어낸 실패작이었다. '이게 아닌데..." 하지만 모든 건 끝나고 말았다.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처녀작이 이렇게 실패로 끝나다니!
대단한 실망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쳇! 하고 여자가 돌아누웠다. 그 한 마디였다. 이것이 결정타가 된 것이다. 무슨 남자가 그래? 자기를 비웃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남자로서 이보다 더한 치욕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영 찜찜한 판에 쳇, 하는 그 여자의 코방귀 한 방에 그의 남성은 완전히 몰락하고 만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는 성불구로 지내고 있다. 제대 후 유학, 박사 학위까지 딴 그를 보고 많은 여자가 따랐다. 그럴수록 말 못하는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위의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남자들이 흔히 겪는 일이요, 또 여자가 흔히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남자에겐 거세 콤플렉스, 거세 불안이 있다. 꼭 성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유형에 관계없이 '남성적인 것'에 대해 비웃음을 당한 경우 남자들은 당장 기가 죽어 버린다. 하찮은 말 한마디, 여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일희일비하는 게 남자의 취약한 본성이다. 남자를 사귀는 비결은 간단하다. 거세 콤플렉스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네가 최고라는 기분이 전달되어야 한다. 기억하라. 아무리 괜찮은 남자라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