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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무 과수원

황헌식 지음 | 청년정신
창녀와 철학자1쳇바퀴 속의 다람쥐는 왜 뛸까?인간의 실존은 어쩌면, 쳇바퀴 속의 다람쥐와도 같다. 인간은 행동의 멍에를 진 존재이 다. 어떤 경우는 자유를 위해, 어떤 경우는 생존을 위해, 어떤 경우는 존재의 확인을 위 해 살아 있는 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두 개의 십자가민족주의역사를 보면, 민족주의는 너무나 자주 타민족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을 통해 내부를 통 합해 왔다.위대한 착각팬터마임인간사는 팬터마임과 같다. 사람들은 각자 직업의 안경, 지식의 안경, 문화의 안경, 인종 의 안경, 성(性)의 안경...등을 쓰고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인간은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철학자가 있었다. 그 누구도 자기의 실존적 고독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그는 독신으로 살아 왔다. 그런데 그에게 주체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었는데, 넘치는 성적 욕구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는 가장 떳떳하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가끔 사창가를 찾았다. 어느 날 성관계를 끝낸 창녀와 철학자가 오랫동안 말없이 누워 있었는데, 창녀가 먼저 침묵을 깨며 철학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셨어요." 철학자가 천천히 대답했다. "삶의 허무를 생각하고 있었지... 그런데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창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오늘 하루 동안 얼마를 벌었는가 계산하고 있었어요."'인생은 고독하다... 허무하다...'는 생각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하다. 하루 의 삶을 걱정하고 한 달의 생계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겐 인생길 저 멀리에 있는 허무의 수 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창녀는, 철학자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허무의 바다를 건너 고 있었다.소년에게 잡혀온 다람쥐가 쳇바퀴 속에 처음 갇혔을 때, 그는 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쳇바퀴 속을 계속 뛰었다. 이를 보고 있던 개가 물었다. "왜 그렇게 계속해서 뛰지?" 다람쥐가 대답했다. "자유를 위해서야. 나는 자유롭게 뛰놀던 그 산으로 돌아갈 거야." 개는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는 것을 다람쥐에게 알려주었다. 그 사실을 안 다음부터 다람쥐는 더 이상 뛰지 않았다. 소년은 화가 나서 며칠 동안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다. 다람쥐는 배고픔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다시 쳇바퀴 속을 뛰었다. 개가 다시 다람쥐에게 물었다. "왜 다시 뛰는 거지?" 다람쥐가 대답했다. "생존을 위해서야. 뛰지 않으면 먹을 것을 얻을 수 없거든." 배를 채운 다람쥐는 더 이상 뛸 필요가 없어 다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소년은 또 애를 태웠다. 한참 동안 죽은 듯이 앉아 있던 다람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자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이 좁은 쳇바퀴 안에서, 자기가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은 뛰는 일 외엔 어떤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다람쥐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개가 다시 다람쥐에게 묻자 다람쥐가 대답했다. "내 존재의 확인을 위해서야."할아버지가 열 살 된 손자아이를 아랫마을 작은할아버지 집에 심부름을 보냈다. 아이는 심부름을 가다가 개미집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뽕나무에 달린 까만 오디를 맛있게 따먹었다. 다시 길을 가다가 돌다리가 놓인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물고기를 잡느라 흠뻑 젖은 바지를 바위에 널어 말렸다. 그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나자 풀숲에 앉아 고운 흙을 상처에 발랐다.

해질 무렵에야 아이는 작은할아버지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니, 네가 이 먼 길을 어떻게 왔느냐?" 작은할아버지는 무척 반가워하며 물었다. "할아버지 심부름을 왔습니다." "그래, 무슨 심부름이냐?" "..." 아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가 무슨 심부름으로 여기에 왔는지 생각이 안 났다. 오는 사이 잊어버린 것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작은할아버지는 아이의 등을 다독거리며 말했다. "얘야, 나는 너보다 더 먼 길을 왔는데,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아직도 생각이 나지 않는단다."전위예술가, 화가, 연예담당 기자가 팬터마임을 구경하러 갔다. 막이 오르자, 젊은 미녀와 추남이 무대 가운데서 우산을 쓰고 서 있었다. 잠시 후, 한 미남 청년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귀엣말을 주고받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우산 속으로 다정히 들어섰다. 그리고는 셋이 함께 한 우산을 함께 쓰고 다정하게 무대 뒤로 사라졌다. 막이 내리자, 전위예술가가 말했다. "저것은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에 복수 성관계(혼음)를 표현한 것 같은데." 화가가 말했다. "아니야, 여자는 화가이고 두 남자는 모델인 것 같애. 미남과 추남의 극명한 대비는 아주 좋은 작품이 될 거야." 그러자 연예기자가 말했다. "그게 아닐 거야. 미녀는 유명한 영화배우이고 미남은 매니저, 추남은 보디가드일 거야."이 도시에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재미있는 축제가 있다. 매년 5월 1일 온 도시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이상한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대화를 즐긴다. 이 날을 가장 즐겁게 즐기는 방법은 어떻게 하면 서로가 서로를 못 알아보게 철저히 가면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5년 동안 혼자서 외롭게 살아 온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누구보다도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숨기고 억제해 왔던 자기의 감정을 숨김없이 발산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가면축제의 날이 돌아왔다. 여인은 새 가면을 쓰고 새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춤추고 소리치며 자유로움을 즐겼다. 가면을 쓰니 모두가 새롭고, 친근했다.



여인은 한 남자를 만나 춤을 추었다. 그는 춤 솜씨가 좋았다. 그의 가슴은 포근했고, 허리를 감은 팔은 부드러웠으며, 체취는 향기로웠다. 두 사람은 춤을 추다 지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즐겼다. 그들은 이성에 대해, 사랑에 대해,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이런 남자다. 이 사람이야말로 그녀가 찾고 있던 이상적인 남성이었다.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그에게서 남성을 느꼈다. 그래서 난생 처음 남자에게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 가면축제 다음 날 저녁, 그들은 한 카페에서 가면을 벗고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 남자는 5년 전에 이혼한 그녀의 남편이었다.사람들은 같이 살면서도 서로의 참모습을 알지 못한다. 관습, 교양, 지식, 외모, 체면, 자존심, 눈치... 이런 숱한 가면 때문에 서로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가진 국회의원과 재벌 총수와 목사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목사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교회 교인이 1만 명인데, 내 말 한 마디면 무조건 '아멘' 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목사야말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아니겠습니까." 재벌 총수 역시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회사 종업원이 3만 명인데, 내 말 한 마디면 전직원이 기계처럼 움직여 주지요. 재벌이야말로 사람과 돈을 함께 가진 지도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정치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지난 선거에서 받은 지지표가 5만 아닙니까. 그러니 나에겐 자발적으로 열렬히 나를 따르는 5만 명의 추종자가 있지요. 국회의원이야말로 권력과 추종자를 함께 가진 지도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그들은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란 점에서 닮은꼴이군요."



10년 후 세 사람은 도시 변두리의 허름한 다방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목사가 하소연했다. "병이 나서 드러누운 지 1년도 채 안 되었는데, 교인들이 나를 강단에서 밀어내더라구요. 그들은 나를 존경해서 모인 것이 아니라 자기네 종교적 필요성 때문에 모인 것에 불과하더군요." 재벌이 하소연했다. "회사가 망하자, 사원들이 언제 보았냐는 듯 임금 내놓으라고 소리소리 지르더군요. 사원들은 나에게 복종한 것이 아니라 내 돈에 복종한 것에 불과하더군요." 정치인이 말했다.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니 주민들이 나를 불쌍한 거지 대하듯 하더라구요. 그들은 나를 존경한 것이 아니라 휴지에 낙서하는 기분으로 내게 한 표 찍어준 데 불과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그들은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위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는 점에서 닮은꼴이군요."돈과 미모와 학벌을 갖춘 노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그 동안 수도 없이 맞선을 봤으나 그 누구도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지금까지 혼자였다. 어떤 남자는 재물 때문에, 어떤 남자는 미모 때문에, 또 어떤 남자는 학벌 때문에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자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조건 없이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촌스런 옷차림에 천박스런 화장을 하고,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번잡한 도시의 뒷골목을 헤매고 다녔다. 그녀의 모습 어디를 봐도 돈과 미모와 학벌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변신이었다.



밤 12시가 가까울 무렵 기분 좋을 만큼 술에 취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가씨, 나 당신이 좋소. 우리 사랑 한번 나눕시다." 그녀는 언제나 그러하듯 남자에게 물었다. "저의 어떤 면을 좋아하세요." 그러자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 자체가 좋다는데, 뭐 그리 따지는 게 많소." '바로 이 남자다...'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온몸을 스치는 희열의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 남자와 손을 잡고 호텔로 향했다. 그녀는 남자가 골아 떨어진 새벽에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행복한 미래에 잠겼다. 그리고 그녀가 행복한 꿈을 꾸다 늦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의 머리맡엔 지폐 몇 장이 놓여 있었고 그 남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돈 거래에 관한 한, 아주 신중한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이라도 일단 돈이 오가는 일이면, 의심할 수 있는 데까지 의심해 본 다음에야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 머리 굴리기로 넉넉히 먹고 살 만큼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그는 항상 큰 부자가 되기를 갈망했다. 어느 날 2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초등학교 동창생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 동창생은 자기가 오랫동안 일하던 금광에서 가까운 동네에 허름한 집이 있는데, 그 집 주츳돌 하나가 금덩어리 원석이니, 빨리 그 집을 사라고 했다. 300냥이면 살 수 있는데, 자기에겐 그만한 돈이 없어서 그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친구의 말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아, 칠흑 같은 밤에 그 집에 몰래 들어가서 주춧돌을 살펴보았으나 어두워서 그런지 확인할 수 없었다. "300냥이면 우리 가족의 2년치 쌀값인데...20년 만에 만난 친구를 어떻게 믿고 그 돈을 맡긴다... 그 돌이 금덩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살 텐데..."



한참 고민하다 그는 점쟁이를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점쟁이는 이 달에는 손재수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는 결국 포기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집을 산 사람이 금 주춧돌 하나로 하루아침에 10만 냥을 벌어 큰 부자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장사꾼은 가슴을 치며 탄식했다. "이 세상에 나만큼 운이 없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담..." 그는 다시 점쟁이를 찾아가서 따졌다. "당신이 손재수가 있다 하여 그 집을 사려다 그만 두는 바람에 10만 냥을 놓쳤소. 엉터리 점쟁이 같으니라고..." 그러자 점쟁이가 비웃듯이 말했다. "내가 언제 그 집을 사지 말랬소. 손재수가 있다 했지. 300냥을 아끼려다 10만 냥을 놓친 것이 손재수지. 더 큰 손재수가 또 어디 있소."나그네가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났다. 강도들은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마구 두들겨서 반쯤 죽여놓고 갔다. 마침 목사가 이곳을 지나가다 그를 보고는 모르는 체 피해가려 했다. 그때 나그네가 신음하며 말했다. "사랑이 많으신 목사님,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그러자 목사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난 바쁘오. 목사는 성전에서 하나님께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사람이지 의사는 아니오." 이 말을 남기고 그는 황급히 사라졌다. 잠시 후 변호사가 이곳을 지나갔다. "정의로운 변호사님. 제발 강도 만난 사람 좀 살려주세요." 그러자 변호사는 당황하며 말했다. "난 바쁘오. 변호사는 법정에서 억울한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이지 의사는 아니오." 하더니 황급히 사라졌다. 잠시 후 교수가 이곳을 지나갔다. "지성적인 교수님. 제발 살려주세요." 교수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난 바쁘오. 교수는 연구실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이지 의사는 아니오." 하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후, 창녀가 이곳을 지나가다 죽어 가는 나그네를 발견하고는 불쌍히 여겨 눈물을 흘리며,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고는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 다음 날 자기 주머니에서 돈 두 데나리온을 꺼내서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잘 돌보아 주세요.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드리겠습니다." 하고는 길을 떠났다.살생은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휴머니스트가 전투에 참가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군인이 되기는 했지만 살생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 때도, 항상 총구를 하늘로 향해 총을 쐈다. 그리고 자기는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평안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백병전이 벌어졌다. 적군과 아군이 뒤엉켜 치고 받는 와중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러다 적과 끌어안고 뒹굴게 되었다. 요행으로 그가 적의 몸을 타고 앉았으나 칼을 빼어 그를 찌를 수 없었다. 그는 휴머니스트였으니까. 결국 싸움은 반전되고, 그가 적의 밑에 깔리어 가슴에 칼을 받았다. 휴머니스트는 죽어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끝내 살생을 하지 않았어..."정상많은 오류는 관점의 고정에서 온다. 세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자만이 세상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개싸움인간이건 동물이건 무언가를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고 경쟁한다. 그러나 싸움이 진행되면 서 어느 사이 싸움을 위해 싸우게 된다. 많은 경우, 싸움은 이해관계보다 자존심과 감정 에 의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버리는 것이다.어느 날 정신병자와 상담하고 있던 정신과 의사가 정신이상자를 가려내는 정신의학적 기준을 자기에게 적용해 보았더니 도저히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사정을 동료 정신과 의사들에게 이야기해 봤지만 모두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궁리 끝에 휴가를 내어, 자기를 알아보는 의사가 없는 정신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가 들어간 입원실은 굵은 철망으로 격리된 감옥 같은 곳이었다. 그는 날마다 정신병자들 속에서 철책 밖으로 오가는 '정상인'들을 구경했다. 지금껏 자기가 바라보던 반대 방향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자기가 철책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밖의 사람들이 철책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거기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하나같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정상과 비정상은 철책 이쪽에서 보느냐, 저쪽에서 보느냐 하는 입장의 차이일 뿐이야."두 마리의 개가 뼈다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였다. 어쩌다 이쪽 개가 뼈다귀를 입에 물면 저쪽 개가 상대의 잔등을 물어뜯어 금방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 개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개들은 이제 뼈다귀는 잊어버린 채 증오심과 독기로 싸움을 계속했다. 밀고 밀리면서 개들은 어느 사이 뼈다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싸우고 있었다. 이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뼈다귀에 붙은 살을 한 점도 남김없이 뜯어먹은 다음 어디론가 사라졌다.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을 만큼 지친 개들은 슬그머니 싸움을 멈춘 채 가쁜 호흡을 추스르다가, 잠시 잊고 있던 뼈다귀를 생각해 냈다. 개들은 예민한 후각으로 뼈다귀를 찾아냈지만 거기엔 한 점의 고깃덩이도 붙어 있지 않았다. 아직도 두 마리 개의 귀와 목에서는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형제 크리스찬이 있었다. 형의 신앙은 광신적이고 고행의 연속이었으며, 동생의 신앙은 평범했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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