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공존
히랄트 뮐러 지음 | 푸른숲
독일어권에서는 '문화'라는 단어가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데 반해 영어권과 프랑스어권에서는 '문명'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전통적으로 독일이 문화의 개념을 사용한 것은 물질적인 것을 저열한 것으로 치부하여 보다 고귀한 정신적 가치에 귀속되려는 관념론의 영향 때문이다.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문명의 개념을 이러한 독일의 전통적인 '문화'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는 문명의 개념을 가치 체계, 그것도 종교가 결정적인 척도가 되는 가치체계로 축소시켰다. 문명의 개념은 문화의 요소들(가치들과 지향성, 예술적 생산품과 종교)과 각 사회가 그 시대에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물질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모든 것을 종교공동체 소속에 따라 나누는 헌팅턴의 문명 및 문화 개념은 비생산적이며, 유치하고 편협하다.
헌팅턴은 가치체계, 그리고 그것이 다른-역동적인-문명 요소와 갖는 상호작용을 간과한 채, 경직된 문명 개념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또한 오류이다. 문명의 정적 고찰은 변혁이 적절한 리듬을 타고 진행됐던 지나간 시대에 적합했다. 컴퓨터의 등장과 전 지구화의 물결은 전통 문명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다. 모든 문명이 고통스럽기까지 한 급속한 변화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명백하게 서구 문명권에 속하는지 의심스러운 독일과 일본의 경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친 근대화의 물결에서 전통문명은 변화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근대화에의 적응을 통해 고유의 문명의 성격은 시간적으로 변화해 왔고, 물론 유럽사회와는 다르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공통된 문명 특징을 갖게 된다. 세계 정치 무대에 새로 등장하며 열정적으로 경제의 민영화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 통신의 정보 및 토론 제의에 개방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도 수십 년 후면 중국 고유의 문명 색깔은 옅어지고 점차 서구의 문명 특질에 접근할 것이다.
헌팅턴은 문명을 정치의 행위자로 상정하지만, 문명은 정치의 행위자가 아니다. 문명은 세계 정치 무대에서 직접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문명의 충돌'은 은유에 불과할 뿐 가능한 정치 현실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세계 정치의 지배 정치 형태이자 세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역시 '국가'이다. 포스트 모던 담론은 국가를 순수 구성체로 축소하려고 노력하지만 국가는 명확한 물질적 실체를 갖고 있고 현실 변화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실체성을 지닌다. 그러나 문명은 물리적 특성을 갖지 않으며 특정한 영토, 특정한 종족과 결합되어 있지도 않으며 지역의 인간의 삶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때만 존재한다. 그러나 헌팅턴은 문명에 영토적 실체와 세계 정치적 행동력을 부여했다. 헌팅턴은 핵심국이 문명을 대변하여 행위자 역할을 맡도록 구상하고 있지만, 핵심국이 같은 문명권 내 나머지 국가들을 지배할 수 없으며 '핵심국'이 억압과 폭력까지 동원하여 패권을 확보하려 하면 이에 맞선 동맹이 문명권 내에서 형성된다. 즉 '문명의 충돌'이 정치적 신빙성을 가지려면 지배적인 핵심국을 중심으로 문명적 패권 동맹이 형성되는 길밖에 없는데,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될 경우 문명권의 경계를 초월한 동맹 관계가 형성될 개연성이 더 높다. 즉 국가세계에 내재한 역동적 법칙성이 '문명의 충돌'을 막을 것이다.
현대 정치 체계의 전형은 권력 국가(Machtstaat)가 아니라 교역 국가(Handelsstaat)이다. 교역국가는 정부가 경제계의 요구에 개방적이고, 외교 목표를 설정할 때 경제계를 위시한 이익 단체의 의견을 존중하며, 권력과 안보의 문제보다 경제 관계를 우선하고, 또 군비 지출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특징이 있다. 교역국가는 협력을 강요받고 협상에 참여하는 등 국제기구가 활성화되고 국제 협력이 확대된다. 왜냐하면 지구화로 인한 국가 경제들간의 상호의존이 국가간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사회(Weltgeselschaft)의 가능성이 예측될 정도로 '사회'의 국제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었다. 헌팅턴과 문명의 독자성, 특별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거세게 저항하겠지만 CNN, 인터넷, 그린피스, 국제사면위원회 등 초국적 NGO의 발전이 각국 시민사회의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들은 국가와 지역, 문명을 연결해 주는 특별한 종류의 교량이다. 전지구화(제2의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문명의 자기 주장 기회는 제한되며, 상호 의존은 문명간의 교류를 집중적, 다층적으로 만들며, 문명 내부의 관계와 문명간의 관계는 국제 관계의 역동성에 의해 특징지워진다. 경제 세계의 역동성, 사회 세계의 역동성은 '낯선 것'과의 대결을 다층화하고 그로써 거부 본능을 자극하지만, 이와 동시에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문명간의 대화가 이루어질 기회를 생산한다.2. 무엇을 할 것인가?"4부에서는 이 지역들 사이의 관계가 향후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전망해 보았다. 또 테러 리즘, 환경 파괴, 대규모 인구 이동 등 '방해 요소'들의 가능한 영향도 조명했다. 마지막 장은 이 분석에서부터 내려진 결론으로 정치 실천에 대한 권유의 형식을 띠고 있다."1. 세계 정치의 발전 방향 - 미래에 대한 전망서구를 세계 정치의 중심에 둔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인종중심주의'나 '문화제국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서구의 내적 위기에 관한 논의가 유효하긴 하지만 서구의 개방된 사회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탄력성과 적응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다른 어떤 세계 정치 지역보다 제도에 있어서 확고하다. 세계 정치를 평화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전제는 서구의 결속이며,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가와 초국적 비정부기구들의 연결망으로 서구의 결속 전망은 좋은 편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서구와의 유사성이 존재하고 자국의 모든 골칫거리를 제국주의 탓으로 돌리는 종속이론가들의 칭얼거림이 경제, 정치적 실용주의에 자리를 비켜준 만큼 서구의 흐름에 합류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서구의 흐름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으나 당분간 세계 정치의 변경으로 남을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정치와 사회 상황 때문에, 중국은 다른 나라들의 거대 중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슬람은 내부적으로 뿌리깊은 분열 때문에 반서구적 결탁은 불가능할 것이다. 즉 헌팅턴이 예견하는 반서구적 블록은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그리고 기껏해야 개별적인 사안별로만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세계 정치의 지배 경향은 모순적 특성을 내보인다. 우선 제 국가와 지역을 서로 대립하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을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자극을 제공하며, 공간적 거리를 점차 비본질적 문제로 만듦으로써 국경을 넘어선 합류를 가능케 한다. 협력의 가능성이 가장 적게 보이는 곳은 고전적 세계 정치의 영역, 즉 국가 세계이지만 경제 정책적 관심은 지역간 전략적 동맹을 형성할 것이다. 이러한 연대는 강력하여 세계 정치적 장애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부기구의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와 서구의 연대는 사회 속에 뿌리내릴 것이며 이들은 경제 세계의 막강한 세력에 균형을 잡아줄 반대세력이 될 것이며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보완해 줄 것이다. 테러리즘, 환경문제, 인구이동 등은 분열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편 공동대처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며 국제 사회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다. 문명은 전세계적 결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긍정적 자극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운명의 손아귀에 놓인 문제가 아니라 현실 사회와 정치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문제이다.인류는 연결의 힘, 협력의 추동력을 분리와 분열의 세력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세계, 경제세계, 사회세계에서 총력전을 감행해야 한다. 국가세계에서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 국가간 신뢰를 형성하고 다양하고 난해한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유엔의 조직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서구 세계는 러시아의 나토 가입 등 서구와의 계속적 통합을 지원해야 하며, 세계정치의 변경지대인 아프리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아시아 지역 내 행위자들 간의 협력 증진을 위한 지역 기구와 통합의 단초들을 지지해야 한다. 불신에 찬 눈길로 주위를 살피는 아시아의 세 거인 중국, 일본, 인도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를 유지시켜야 하며, 이슬람 세계와는 편견 없는 대화를 통해 화해를 시도해야 할 것이며 이슬람 사회를 근대화시키면서 서구의 정치문화를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터키, 이집트, 모로코 등의 국가들을 비판적 연대감으로 지지해야 한다.
각국의 국민경제들이 얽힌 전지구적 네트워크는 이미 놀랄 만큼 경제 정책의 수렴도를 유도해낸 만큼 경제교류를 위한 틀 조건의 계속적 형성과 자본주의화의 폐해를 막아 줄 사회적 안전망의 형성이 요청된다.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끈은 경제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예술, 정당, 노조, 협회, 종교 공동체, 비정부기구 등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정부기구의 경우 인권문제를 중요시하는 만큼 문명적 접근과 민주화의 과정에서 이들은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정치계는 이들을 무조건 지지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문명의 차이가 분열을 가져올까? 협력을 가져올까? 이는 서구의 대응에 달려있다. 서구는 타문명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 다음 세기가 20세기처럼 피비린내를 풍길 것인가, 아니면 폭력 분쟁은 주변적인 현상이 되고 세계가 협력의 질서를 이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국의 도전'이나 '일본주식회사', 이슬람 근본주의에 달린 문제라기보다 서구 사회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1. 문화, 문명, 국가, 사회2부 구상가장 적은 수의 단순한 기본 가설을 근거로 가장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이론이 가장 이상적이다. 절약적 이론일수록 선호되며, 이러한 이론이 갖는 미덕을 근대 학문의 선구자인 위대한 후기 스콜라 철학자 윌리엄 오컴의 이름을 따서 '오컴의 면도날'로 부른다. 많은 미국의 학자들은 이러한 절약의 미덕을 너무 직설적으로 이해해 이론의 사족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현실 이해에 꼭 필요한 부분마저 잘라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국제정치를 국가들과의 충돌로 설명하는 현실주의에서 그 계승자 헌팅턴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학의 거대이론가들은 오컴의 면도날의 미명하에 이론과 모델을 형편없이 축소하고 있다. 이들은 부지런히 오컴의 면도날을 휘둘렀지만, 비판적 합리주의가 요구하는 경험적 검증은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 거대이론의 수립, 단순한 모델의 완성에 치중한 대신 검증 과정을 게을리한 결과 엄격한 학문적 장치였던 '오컴의 면도날'은 어느새 유명인사의 이름을 새기는 조각 공구로 변해 버렸다.
미국학자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론은 대립하는 두 진영의 대립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마니교 정치학'이다. 빛과 어둠의 대결, '우리'와 '그들'의 대립은 미국 정치학의 주된 레퍼토리이다. 미국은 국초부터 미국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완고한 유럽과 정반대되는 사회 즉 악의 세계 한가운데 들어선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설정하였다. 정착민 대 원주민, 북부 대 남부, 자유로운 미국 대 보수적인 제국주의 권력,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 미국 대 전제와 압제의 상징 소련 등 미국사의 중요한 단계마다 '우리 대 그들'의 도식은 어김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대전에 개입하거나 세계 정치의 라이벌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려고 할 때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명분'이 필요했으며, 그 명분의 역할을 마니교적 구조(선과 악의 충돌)가 담당하였기 때문에 이런 류의 이론이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니교 정치학은 이론적 '단순함'의 추구로 귀결된다. 헌팅턴은 "나의 이론만큼 단순하면서도 세계를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대안이 어디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세계 정치 현실의 커다란 부분을 무시하고 부정확하게 기술하거나 잘못 예언하는 이론은 경쟁력이 없다. 엉터리 면도사의 손에 들린 '오컴의 면도날'은 생명을 위협한다. 국제정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구화(globalization)의 과정들, 전세계적 자본주의화의 과정, 국경을 초월한 통신의 증가, 국가, 국제기구 등의 정치기구의 형식, 다국적 기업, 비정부기구(NGO) 등의 중요 민간단체, 역사적 요소, 문명에 따른 가치 체계도 올바르게 고려되어야 한다.2. 단순한 세계 이론이 필요한가?1부 비판"나의 구상은 2부에 담겨 있다. 2부의 첫 번째 장에서 나는 '문명(civilization)'과 '문 화(culture)'의 개념을 밝히고 오늘날 문명의 발전을 추진하는 동력을 탐구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문명과 정치를 연관시켜, '문명'이 어떤 상황에서 또 어떤 방식으로 정치화되는 지 분석했다. 세 번째 장에서는 폭력 분규의 원인과 진행 과정을 탐구하며 현대의 전쟁이 헌팅턴의 진단을 입증해 주는지 점검했다."4부 전망헌팅턴은 '서구' 대 '아시아'의 구도로 세상을 보는데, 이것은 가장 거대한 대륙인 아시아의 다양성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는 동일한 구도로 묶기에는 그 정치적 지형이 다양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제국의 동맹형성을 위협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시아 국가 세계의 논리는 거인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균형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 나름의 문명에 기인한 태도로 말미암아 오늘날까지도 이웃 국가들의 불안한 의구심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로 당분간 아시아의 권력 게임에서 밀려나 있으며, 인도는 내부적 문제도 세계적 권력 야망에도 불구하고 지역세력으로 행동할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빌헬름 시대의 독일처럼 열등감 콤플렉스와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협력적 자세와 조야한 국가주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군사력 과시가 뒤엉켜 있으며 그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또한 아시아는 아세안과 아세안 지역 포럼, 경제력 상승에 따른 시민계층의 성장과 비정부기구 활동의 확산이 황색 위험의 대두를 막아줄 것이다. 최근 아시아에는 서구와 다른 가치 즉 권위와 위계질서 존중, 절약과 근면, 높은 교육열, 집단 중시의 가치체계가 있음을 들어,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이것은 리콴유, 마하티르의 정치적 선동이자 보수적 가치 목록의 하나일 뿐이다. 아시아는 국가 세계의 논리와 무역국가의 논리, 사회 세계의 논리라는 세 개의 거대한 동력에 휘말려 있으며 이 동력간의 상호작용이 아시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첫째는 민주주의의 점차적 발전이며 둘째는 억압이 고조될 가능성이며 셋째는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국가주의의 깃발 아래 사회가 통합될 가능성이다. 우리는 다만 아시아가 국가주의라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이데올로기를 따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가 보여준 두 모범인 다자주의와 민주화 추진에 열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3. 이슬람의 여러 얼굴4. 맨발 벗은 원자력 - 러시아와 그 주변5. 세계 정치의 사각 지대 -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이슬람 세계는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이후 150년 동안 서구로부터 굴욕과 압박, 착취를 당했다. 식민 세력인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뻔뻔스럽게도 이슬람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역사는 많은 아랍인들의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을 설명해 준다. 홀로코스트를 모르고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이해할 수 없듯이 아랍 세계의 서구에 대한 원한은 제국주의 시대의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서구의 학자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대두를 우려한다.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가 모슬렘 세계에 자리잡게 된 것은 비단 이번 세기의 일만은 아닐 뿐더러 근본주의의 근저에는 근대가 이슬람 세계에 불러일으킨 집단적 사회 위기와 개인적 존재 위기 안에서 향방 없이 흔들리는 불안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정체성의 위안이며 이슬람 세계의 권위적 국가주의, 범 아랍주의, 사회주의의 좌절에 대한 반작용의 표현이다. 또한 근본주의가 처음으로 대중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것은 70년대 초에 이르러서이며, 그 세력도 서구를 위협할 정도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근대가 밀려오면서 형성된 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