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사회
마리옹 푸르카드, 키런 힐리 지음 | 동아시아
서열 사회
마리옹 푸르카드, 키런 힐리 지음
동아시아 / 2026년 8월 / 324쪽 / 18,000원
서론: 실리콘밸리 열병지난 50년 동안 소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다. 이제 우리가 하는 일은 즉시 인증·기록·분류되어 점수가 매겨지며, 우리는 측정을 지향하고 측정에 의해 정당화·통치되는 ‘서열 사회’ 속에 산다. 데이터가 부실하거나 비논리적이더라도 그 결과물은 사회·경제적 흥망성쇠가 측정으로 관리되는 ‘합리화된 계층화’의 형태를 띤다. 서열 사회는 자동화된 순위 매기기와 매칭을 통해 질서를 만들며, 분류 결과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해 자격과 개인의 가치에 대한 도덕적 직관을 변화시킨다.
자급자족 농장의 꿈과수원 지대였던 샌타클래라밸리와 스탠퍼드대 일대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기 국방부 자금 유입 등을 거치며 디지털 컴퓨팅의 중심지가 됐다. 군산복합체 안에서 성장했음에도 이곳에는 자유지상주의와 공동 협력의 기질이 배어 있었고, 이는 자유 소프트웨어와 오픈 소스 운동으로 이어졌다. 1993년 무료 개방형 프로토콜인 월드와이드웹(WWW)이 출시되자 초기 참여자들은 국가 주권이 없는 순수한 자유의 영역을 꿈꿨으나, 국가는 사라지지 않고 규제 완화로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무료 웹 서비스를 제공하던 구글 같은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용자의 디지털 흔적인 ‘행동 잉여’를 표적 광고 시장에 활용하는 데 주목했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문화도 ‘빠르게 움직이고 파괴하라’, ‘허락이 아닌 용서를 구하라(법과 관습을 무시하고 기정사실화하기)’라는 ‘창조적 파괴’와 기술 만능주의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억만장자 코더 계층이 탄생한 반면 부동산 폭등으로 노숙인 텐트촌이 생겨나는 등 극심한 불평등이 초래되었다.
잡초 무성한 개척지웹 초기에 자유와 자급자족의 꿈이 그럴듯해 보였던 이유는 기반 프로토콜이 탈중앙화되어 있고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사람이 직접 서버를 관리하기보다 편리한 서비스(웹 2.0)를 선택하면서, 자율성과 프라이버시는 편리함에 자리를 내주었고 웹상의 권력은 개방된 프로토콜이 아니라 거대 서버 인프라에 집중되었다. 오늘날 블록체인, 암호화폐, AI 전도사들 역시 탈중앙화 프로토콜의 해방적 가능성을 설파하지만, 그 위에는 어김없이 인프라 집중과 관리·통제 체계의 정교화, 투기와 사기가 덧씌워지고 있다.
소프트 시티확장하는 웹에서 자율성과 통제 모델을 이어준 다리는 ‘평판’과 ‘순위’ 메커니즘이었다. 1995년 이베이가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점수를 매기는 공개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했고, 웹 검색에서도 인간 편집자가 분류하던 방식은 웹페이지 간의 링크 구조 자체를 평판의 척도로 삼아 순위를 매기는 구글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 원리가 사람들의 방문 기록, 구매 행위, 인간관계로 확장되면서 웹은 자기 감시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소프트 시티’가 되었다. 과거의 ‘폐쇄 공간’과 달리 디지털 ‘통제 공간’의 권력은 지속적인 피드백 루프를 통해 행동을 사이버네틱하게 ‘조절’한다. 스마트폰 지도 앱의 경로 안내에 따라 전체 교통 흐름이 조절되는 것과 같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이어서 AI와 머신러닝이 소프트웨어를 집어삼키면서 전문직과 개발자마저 대체 위협에 직면했다. 그 이면에는 글로벌 사우스의 값싼 노동과 막대한 에너지 소모가 숨어 있지만, 디지털 자본주의는 시장 효율성과 개인의 적극적 자유를 뒷받침한다는 근대적 신념을 동력 삼아 우리의 삶을 통째로 에워싸고 있다.
1장 기쁨의 상자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는 기기가 내가 원하는 것을 예측해 매끄럽게 작동할 때 마법을 경험한 듯한 ‘기쁨’과 편리함을 맛본다. 비판적 사회 이론가들은 이런 기쁨을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허상으로 과소평가하는 동시에, 현실에서는 버그투성이인 알고리즘이 구조적 권력을 재생산한다고 과대평가하곤 한다. ‘주어진 것’이라는 뜻의 데이터는 실제로는 기업이 사용자로부터 ‘취한 것(포획한 것)’이라는 뜻의 ‘캡타(capta)’에 가깝다. 기업들이 습관 형성과 중독을 유도하며 공유지를 사유화하듯 데이터를 약탈적으로 수집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즐거운 파티에서 당하는 소매치기처럼 무료 증정품과 참여의 기쁨 속에서 자발적으로 ‘보편적 포획’에 빠져든다.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선물인류학자 마르셀 모스가 밝혔듯, 겉보기에 무상인 ‘선물’은 보답의 의무를 지우며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와 의존을 만드는 ‘총체적 급부’다. 현대 디지털 자본주의에서도 이른바 ‘모스식 거래’가 이루어진다. 플랫폼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의도가 담긴 선물’로서, 사용자가 가입해 활동하는 순간 개인 데이터와 사회관계망 정보가 생성되어 기업에 거저 넘겨진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 인프라를 떠날 수 없게 되며, ‘사전동의’와 이용약관은 구조적 비대칭을 합리적인 계약인 양 신비화한다. 1990년대 후반 냅스터 등 공유 서비스가 지적 재산권을 ‘선물 공유지’로 만들자 기업들은 이를 절도로 규정했고,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와 저작권 경고 봇 인프라를 통해 통제권을 다시 회수했다. 마찬가지로 원래는 소유권의 대상이 아니었던 안부 인사, 잡담 같은 일상적 사회생활의 흐름 전체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다면시장 안에서 포획되어 수익 창출의 원천으로 전환되었다.
사회적 기층디지털 플랫폼은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까운 확장성을 지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네트워크 컴퓨팅이 인간관계를 촉진·포획하여 측정·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바꾸는 ‘사회적 기층’이 되었다는 점이다. 1970년대 초기 사회관계망 분석가들은 거시적 사회구조를 분석할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으나, 당시에는 계산 자원과 데이터가 부족해 소규모 집단에 적용하는 데 그쳤다. 이후 전화·이메일 패턴의 데이터베이스화가 프라이버시 개념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 데 이어, 웹 2.0과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과거 수백 개에 불과하던 네트워크 분석의 노드 수는 페이스북에 이르러 수십억 개 단위로 폭증했다.
사회성 유출닷컴 버블 시기 기업들은 인간의 상호작용과 사회성의 흐름을 가두어 돈이 되는 데이터로 바꾸는 ‘사회성 유출’ 방법을 찾아냈다. 무한 스크롤, 다크 패턴, 게임화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들이 소속감과 인정 욕구 속에서 자발적으로 흔적을 남기게 만든 것이다. 플랫폼 기능은 사용자들의 예상치 못한 ‘오프라벨(본래 용도 외 사용)’ 혁신과 ‘범람(플랫폼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을 측정 가능한 형태로 다시 틀 지우면서(프레이밍) 진화한다. 페이스북이 댓글을 셀 수 있는 형태로 바꾼 ‘좋아요’ 버튼을 비롯해 감정 이모지, 피부 톤 조절, 기도 요청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의 감정과 인종·종교 데이터까지 추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좋아요’와 조회수는 사회적 화폐가 되어 ‘관심 시장’의 경쟁을 과열시켰고, 이러한 데이터 유출은 학교·병원 등의 ‘이차 등록’(예: 과제 수행 앱이 교사를 모집한 후, 앱을 사용하라는 교사의 권장에 따라 학생들도 앱에 가입하게 되는 것)을 통해 실생활의 가족과 관계망 전체로 뻗어 나가고 있다.
2장 데이터 지상명령오늘날의 진짜 문제는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이다. ‘데이터 호수’에 축적된 막대한 정보는 끊임없이 저장소 밖으로 넘쳐흐르며 해킹, 유출, 랜섬웨어 범죄의 표적이 되지만, 조직들은 데이터를 끝없이 모으고 소모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계산하라수치적 사고를 통치와 행정의 기술로 삼은 역사는 17세기 정치 산술과 19세기 통계 혁명, 그리고 ‘통제 혁명’과 근대 관료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신용 시장과 보험사가 개인을 숫자와 등급으로 서열화했고, 조직 내부에서도 시간·동작 연구를 통해 노동자의 몸동작과 사생활을 미세 단위로 쪼개어 최적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이 흐름을 가속화한 허먼 홀러리스의 천공카드 집계기는 수집 가능한 데이터의 양과 해상도를 폭발적으로 늘려 새로운 분류와 통제를 가능케 한 ‘엔진’이었다. 이어 등장한 디지털 컴퓨터는 거래와 사건 등 더 미세한 단위를 연속 추적해 식별자로 묶어냄으로써, 물리적 개인을 대체하는 집계된 실체인 ‘데이터 분신’을 탄생시켰다.
모으라2000년대 초 구글이 검색 메타데이터(행동 잉여)를 표적 광고에 전용하는 특허를 출원한 이래, 모든 조직의 생존이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달려 있다는 믿음인 ‘데이터 지상명령’이 제도화되었다. 신제도주의 조직 이론이 설명하듯, 조직들이 당장 어떻게 쓸지 모르면서도 비트를 쓸어 담는 것은 정당성 신화에 순응하려는 규범적·모방적·기술적 명령에 따른 의례적 행위이기도 하다.
데이터 인프라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파일과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색인적 데이터’가 있으며, 이 ‘식별 혁명’의 뿌리는 국가에 있다. 미국의 소득 추적용으로 도입된 사회보장번호(SSN)는 국세청, 메디케어, 군대, 금융기관으로 확장되며 사실상의 국가 신분 번호이자 민간 신용 보고 시스템의 핵심 고리가 되었다. 여기에 개방형 인터넷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기기 식별자, 이메일, 전화번호, 신용카드, 생체 인식 태그를 통해 개인의 재정 상태와 온·오프라인 행동을 하나로 병합·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사고팔리는 자산이 되어 ‘데이터 브로커’ 산업을 키웠다. 수백 개의 데이터 브로커들은 공공 기록, 소셜 미디어 스크래핑,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정제·병합해 푼돈에 거래하거나,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십억 건의 개인 기록 접근권을 제공하고 있다.
학습하라방대한 데이터에서 무언가를 ‘학습’하는 것은 어렵고 불투명한 과정이다.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걸핏하면 망가지고 ‘데이터 드리프트(시간이 지나며 데이터의 특성, 의미가 변화하는 것)’가 발생하며, 상당수 분석 도구는 기술적·법적 장벽 뒤에 숨은 ‘돌팔이 만병통치약’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인간이 직접 설계한 규칙으로 인과 관계를 설명해 내부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던 고전적 통계학과 달리, 최신 머신러닝과 다층 신경망 기반 ‘딥러닝’은 수많은 레이어에 걸쳐 손실 함수와 ‘역전파’를 통해 한꺼번에 최적화되며 데이터에서 스스로 분류 규칙을 찾아낸다. 그 결과 실증적 성능은 뛰어나지만, 정작 모델이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인간은 해석할 수 없는 완벽한 ‘블랙박스’가 되었다. 더 큰 위험은 이 도구가 인간 집단에 대한 의사 결정에 적용될 때, ‘인과 관계’를 건너뛴 채 오로지 ‘예측력(상관관계)’에만 매몰된다는 점이다. 빈곤이나 인종 지표가 의료 비용 효율성을 예측하거나 신용 점수가 보험금 청구를 예측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채택하면 대중의 도덕적 직관에 어긋나게 된다. 설명 불가능한 AI와 머신러닝의 세계는 우리를 지혜로운 마법사로 끌어올리는 대신 영문도 모른 채 신탁에 복종하는 평신도로 끌어내리며, 끝내는 기술 사제 계급의 기반마저 허물어뜨리고 있다.
3장 분류 상황사회적 분류는 상호 주관적 기대와 제도를 통해 객관적 사실처럼 굳어지지만, 동시에 분류 체계가 당사자의 감정과 행동을 바꾸어 새로운 인간 유형을 만드는 ‘루핑 효과’를 낳는다. 오늘날 디지털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데이터 분신’을 바탕으로 과거보다 훨씬 세분화되고 유동적이며 귀납적인 분류를 수행한다. 이 규율적 감시 시스템인 ‘판옵틱 분류’는 일상적 측정을 통해 사람들을 범주와 등급으로 나누고 선택권과 ‘삶의 기회’를 차등 할당한다. 전통적 인구통계학 대신 행동 데이터와 확률적 예측에 기반한 이 분류 체계 안에서 각 개인이 놓이는 위치를 우리는 ‘분류 상황’이라 부른다.
이름 붙이기와 순위 매기기세상을 분류하는 기본 과정은 대상의 유형에 라벨을 붙이는 ‘명목화’와 척도에 따라 순서와 점수를 매기는 ‘서열화’다. 동종 선호나 추천 알고리즘의 군집화는 비슷한 이들을 명목적 집단으로 묶고, 시험 점수나 임금은 서열적 차이를 드러낸다. 이 둘은 쉽게 변환되며 명목적 분류에도 언제나 위계가 스며 있는데, 진짜 문제는 이름 붙이기와 순위 매기기라는 사회의 근간 과정이 새로운 디지털 측정 도구와 융합되어 미세한 차이까지 끝없이 서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스트와 매칭기계의 분류는 완벽하지 않으며, 성별과 인종 등 기존의 범주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머신러닝을 훈련시키는 ‘정답 값’ 데이터 자체가 이미 차별적 관행과 비대칭적 감시가 누적된 사회적 세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초기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흑인 여성의 성별을 오판하거나, 아마존의 채용 AI가 과거 남성 위주 채용 관행을 학습해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를 자동 탈락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앨러게니 카운티의 아동 학대 위험 예측 모델 역시 ‘핫라인 재신고 개연성’과 ‘위탁 보호 개연성’이라는 대리 지표를 최적화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사적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해 공공 기록에 남지 않는 중산층과 달리, 공공 서비스에 자주 접촉하고 빈곤으로 인한 결핍이 방임으로 신고되기 쉬운 빈곤층과 소수 인종 가정이 훈련 데이터에 과잉 대표되면서, 이 도구는 가난한 부모들을 부도덕하고 위험한 집단으로 낙인찍었다.
또한 딥러닝 분류기는 허위 상관관계에 기대는 ‘지름길 학습’의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폐렴 진단 딥러닝 모델이 실제 병변이 아니라 병원별 폐렴 발병률 차이와 맞물린 ‘엑스레이 이미지의 미세한 화질 차이’를 학습해 어느 병원 사진인지를 기준으로 판별했던 것이다. 이처럼 불투명한 모델이 신용, 채용, 재범 예측, 출입국 심사에 적용될 때, 우리의 몸보다 ‘데이터 분신’과 합성된 위험 점수가 먼저 국경과 기회의 문을 통과하거나 가로막히게 된다.
고유가치와 고유자본평생에 걸쳐 소셜 미디어, 신용 기관, 쇼핑몰 등에 쌓인 개인의 디지털 흔적과 사회관계망의 가치, 신뢰도 지표를 특징적 정보 벡터로 요약한 것을 우리는 ‘고유자본’이라 부른다. 부르디외가 오랜 투자를 통해 습득된 ‘문화자본’과 ‘아비투스’가 어떻게 타고난 재능처럼 오인되며 계급 특권을 재생산하는지 보여주었듯, 고유자본은 디지털 경제에서 맺는 관계와 행동의 총체에서 비롯되어 점수와 혜택으로 실현되며 세 가지 형태를 취한다.
체화된 형태: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데이터 분신에 깃들어 누리는 매끄러운 일상이다. 카드 결제가 거절당하지 않고 얼굴 인식만으로 공항을 통과하며, 콜센터나 대기열에서 ‘고객 중요도 점수’에 따라 기다림 없이 즉각적인 응대를 받는 배타적 특권이다.
객관화된 형태: 더 나은 가격과 조건을 얻기 위해 스스로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알고리즘에 잘 읽히도록 노력하는 자기관리의 영역이다. 부모가 자녀의 신용을 미리 관리해 주거나, 보험료를 할인받으려 주행 모니터링 앱을 설치하고 점수를 관리하는 수고다.
제도화된 형태: 다양한 제도와 시장에서 범용적으로 유통되는 단일 요약 수치다. 대학 졸업장이 제도화된 문화자본이었다면, 서열 사회에서는 미국의 ‘신용 점수’,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 그리고 대형 플랫폼들이 추구하는 ‘통합 점수’가 이에 해당한다.
가장 기초적인 고유지위는 디지털 시스템 안에서 ‘관찰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가’ 여부다. 오늘날에는 빚을 지지 않거나 소셜 미디어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비가시성’ 자체가 도덕적 결함이나 위험 신호로 코딩되어 낮은 점수와 배제로 이어진다. 결국 산업 자본주의에 ‘룸펜프롤레타리아’가 있었듯, 디지털 자본주의에는 측정과 분류에서 배제되거나 점수가 낮아 높은 비용과 차별에 내몰리는 ‘룸펜스코레타리아’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