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
와다 히데키 지음 | 흐름출판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
와다 히데키 지음
흐름출판 / 2026년 9월 / 192쪽 / 19,000원
어쩌면 행복한 치매, 생각보다 더 무서운 우울증
우울증: 성욕도, 식욕도, 웃음도 사라지는 병
오늘도 내일도 몸이 무겁다: 우울 증상이 이어지면 몸이 무겁고 나른해진다. 중증 환자들은 39도 열에 시달리는 것처럼 몸이 축 처진다고 말한다. 감기라면 나을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우울증은 이 증상이 언제 덮쳐올지 알 수 없어 더 절망적이다.
먹는 즐거움을 빼앗긴다: 우울증은 식욕을 떨어뜨린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억지로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한다. 메스꺼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조차 사라진다.
아무리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우울증에 걸리면 밤잠을 설친다. 잠이 얕아 밤새 여러 번 깨는 숙면 장애와 새벽 3~4시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 각성이 기본 패턴이다. 잠을 잤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환자들은 제발 푹 자고 싶다고 호소한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다: 우울증 환자는 무슨 일을 해도 즐겁지 않다. 게임을 하든 예능 프로그램을 보든 재미가 없고 흥이 나지 않는다. 우울증에 걸리면 성욕이 감퇴하고, 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 친절을 베풀어도 오히려 민폐를 끼쳤다는 죄책감만 커진다.
수명을 단축하는 우울증의 작동 원리우울증의 무서움은 생명을 직접 빼앗는다는 데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살자의 생전 대화와 행동을 분석해 정신질환 여부를 추정하는 심리 부검을 실시하는데 조사 결과 자살자의 50~80%가 우울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인 병인지 알 수 있다. 노년기 우울증은 자살에 이르지 않더라도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위험들이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감염 위험의 상승: 우울증은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져 노년층의 경우 감기에도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고령자에게 감염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데 우울증은 이 감염 위험을 한층 더 키우는 요인이 된다. 젊은 층이나 중장년층이 우울증으로 사망하면 사인이 자살로 명확히 기록되어 통계에 잡힌다. 그러나 고령층은 우울증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으로 사망해도 사망진단서에는 폐렴 같은 감염병만 남을 뿐, 우울증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암 발병률의 증가: 우리 몸은 매일 수만 개의 비정상 세포를 만드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수가 늘어난다. 비정상 세포를 방치하면 증식해서 일부가 암이 된다. 이때 암의 근원인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NK세포(자연살해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맡는다. NK세포는 정신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고령자는 젊은 사람보다 NK세포 활성도가 4분의 1로 떨어지는데, 여기에 우울증까지 겹치면 비정상 세포를 제때 제거하지 못해 암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장기 요양이 필요해질 위험성: 많은 우울증 환자가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고령자는 걷지 않는 날이 늘면 운동 기능이 빠르게 떨어진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인지 기능도 급격히 나빠진다. 고령자가 우울증에 걸리면 신체와 뇌 기능 저하가 급속히 진행되어 장기 요양이 필요해질 위험이 크다. 요양시설에 오래 머물면 자유로운 생활이 제한되면서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도 있다.
영양 부족과 면역력 저하: 노년기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인 식욕 부진도 수명 단축의 위험 요인이다. 식욕이 떨어지면 식사량이 줄고 자연히 영양 부족으로 이어진다. 영양 부족은 면역력에 타격을 준다. 우울증 환자는 고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육류의 콜레스테롤은 면역 세포 형성에 꼭 필요하다. 콜레스테롤은 남성·여성 호르몬의 원료이기도 해서, 부족하면 의욕이 떨어지고 피부 탄력도 함께 떨어진다.
뇌에 손상을 주는 저혈당: 노년기의 저혈당은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저혈당이 당뇨병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혈당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려는 적극적인 치료는 필연적으로 저혈당 시간대를 만들어낸다. 요쿠후카이 병원에서 당뇨병을 담당하는 의사에 따르면, 이 저혈당 시간대에 환자의 의식이 몽롱해져 치매처럼 보이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약이나 인슐린 투여를 줄이면 곧바로 정상 상태로 돌아온다. 즉 적극적 치료가 오히려 저혈당을 통해 뇌에 손상을 입히고, 그것이 알츠하이머 위험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혈당이 낮으면 뇌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에서 식욕 부진에 의한 영양 결핍과 저혈당이 겹치면, 더 큰 위협이 된다.
식욕 부진에 의한 탈수와 기력 저하: 몸속 수분량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그래서 수분 섭취가 조금만 부족해도 쉽게 탈수 상태에 빠진다. 탈수가 심해지면 혈압이 떨어져 현기증과 실신으로 이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혈액 속 수분이 줄면 혈액이 진득해져 뇌와 심장 혈관이 막히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혈관이 막히면 사망 위험은 물론 신체·인지 기능 저하가 급격히 진행된다.
심신 쇠약을 가속하는 의욕 저하: 우울증으로 의욕이 떨어지면 운동량이 줄어든다. 사람 만나는 일도 피하고, 머리도 안 쓰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와 두뇌 활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우울증이 겹치면 심신쇠약이 더 빨리 진행된다. 젊은 사람은 뼈가 부러져 한 달을 누워 지낸다 해도, 뼈만 붙으면 다음 날 금방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은 감기로 한 달만 누워 있어도 재활 없이는 걷지 못할 만큼 보행 기능이 떨어진다.
이처럼 우울증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지고, 암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결국 장기 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되거나 치매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우울증을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진다우울증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매년 100여 건의 뇌 MRI를 판독하는데 뇌가 심하게 위축됐는데도 지적 기능이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축이 심하지 않은데도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진 사람도 있다. 알츠하이머병 변성이 뇌에 뚜렷이 새겨져 있는데도 치매 증상을 거의 보이지 않은 사람이 있었고, 반대로 변성은 미미한데 치매가 완전히 진행됐던 사람도 있었다. 아마 평소 뇌를 많이 쓰는 사람은 뇌가 위축되거나 변성이 있어도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뇌를 잘 안 쓰는 생활을 하면, 위축이나 변성이 경미해도 치매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
문제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사람들과 대화하기 싫어지고 독서 같은 두뇌 활동도 줄어든다. 뇌 쓰는 일 자체가 줄어든다. 그래서 똑같이 뇌가 위축돼도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 더 빨리 나타난다. 물론 치료를 받아 우울증이 나아지고 다시 뇌를 쓰게 되면 지적 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언뜻 사소해보이지만, 입맛을 잃고, 살이 빠지고, 말이 없어진 사람이 있다면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방치하는 시간만큼 회복도 더뎌진다. 지금 곁의 누군가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오늘 알아차리는 것이 내일보다 낫다.
왜 나이가 들면 우울증에 잘 걸릴까
우울증의 원인, 세로토닌나이가 들수록 우울증에 취약해지는 것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았을 때 감정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이 세로토닌 분비 자체가 줄어든다. 작은 스트레스조차 그대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리적 요인도 놓쳐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퇴직, 사회적 관계 축소 등의 상실을 겪게 된다. 예전만 못한 활동력과 인지 능력을 체감하며 침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 충격도 세로토닌 분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해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환자의 이야기를 10분 정도 성심껏 들어주고, 세로토닌을 늘려주는 항우울제를 쓰기만 해도 호전되는 사례가 많다. 비슷한 환자를 수없이 겪으며, 나는 고령자에게 세로토닌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허리가 아플 때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이유과거에는 두통 같은 신체 증상이 항우울제 복용으로 개선되는 경우를 가면 우울증이라고 불렀다. 이것의 정식 명칭은 ‘신체화장애’다. 가면 우울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의 불편감이 항우울제 복용 후 개선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의욕 저하와 불면증 등으로 이어져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가면’이라 불린 이유다.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뿐 아니라 통증 신호가 뇌에 전달되는 방식에도 관여한다. 그래서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몸의 통증에 더 예민해진다. 그래서 항우울제로 세로토닌을 채워주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처럼 통증이 심한 질환에서도 항우울제가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증뿐 아니라 의욕 저하와 불면증, 피로가 풀리지 않고 불안감이 커지고 짜증이 늘어나는 것도 세로토닌 부족에서 비롯된다. 노년기 우울증 환자들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아플까 봐, 치매에 걸릴까 봐, 도둑이 들까 봐 매사에 불안을 느끼다 보니, 도둑이 들었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짜증이 늘어 쉽게 화내는 증상도 흔하다. 이런 증상들은 항우울제를 적절히 복용하면 크게 나아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피로가 안 가신다, 밤에 자꾸 깬다, 허리 통증이 안 낫는다고 호소하면서도 그 원인을 나이 탓으로 돌린다. 이런 증상들은 세로토닌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이 원인일 수 있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일내 변동이다. 오전에는 상태가 나쁘다가 오후로 갈수록 활력을 되찾는 현상을 말한다. 이 증상은 수면유도제의 부작용으로도 나타나므로 유도제를 복용해왔다면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다만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으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노년기 우울증 환자를 보면 정반대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전에는 컨디션이 괜찮다가 저녁이 되면 불안이 커지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는 고령자의 뇌가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약물이 도움이 되지만, 낮잠으로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울증은 전두엽의 문제고령자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이유에는 전두엽 기능 저하도 빼놓을 수 없다. 뇌에서 먼저 노화가 시작되는 부위가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40대 이후부터 크기가 서서히 줄어든다. 그래서 40대를 넘기면 의욕, 열정, 환경 적응 능력, 감정 조절, 창의력처럼 전두엽이 관장하는 기능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전두엽이 노화되면 새로운 환경이나 예상치 못한 경험이 뇌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피하고 익숙한 선택만 반복하게 된다. 몸과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전두엽 기능까지 떨어지면 스스로 세운 규칙을 바꾸지 못하고, 그 규칙이 깨지면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이런 경직된 사고가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리하면, 전두엽 기능 저하가 불러오는 핵심 문제는 세 가지다. 의욕 저하, 감정 조절의 어려움, 그리고 강한 고정관념. 이 중 의욕 저하와 감정 조절부터 먼저 살펴보자.
먼저 의욕 저하는 우울증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전두엽 노화로 의욕이 없어질 때는 수면 장애 같은 우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쪽이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괴팍한 노인이 역무원을 우산으로 내리쳤다는 뉴스를 접한다. 화를 내는 순간에는 자기 행동이 정당하다는 믿음이 강해서 잘못을 자각하지 못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순간에 자각하지 못했던 잘못이 잊히지 않고, 자책에 빠진다. 이런 사람은 사실 성실하며 규칙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은 친절해야 한다’처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규범을 상대가 어겼다는 생각에 분노가 폭발했던 것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반사회적 행동을 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충격을 받고, 우울증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이 쉽게 폭발하는 배경에는 세로토닌 감소도 있다.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지면 짜증이 쉽게 나기 때문에 이런 성격 변화를 부추긴다. 세로토닌 부족이 만드는 감정 변화에는 또 다른 유형이 있다. 바로 초조형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유형은 최악의 경우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높아 의사들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착각하기 쉬운 우울증 감별법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정상이다노년기 우울증의 증상은 치매와 구별하기 힘들다. 노년기 우울증에서 눈에 띄는 증상이 기억 장애와 건망증인데, 건망증 하면 치매부터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억 장애와 건망증이 곧바로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망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양성 건망증이다. 양성 건망증은 길에서 만난 지인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이미 학습된 정보를 꺼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말하려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거’로 대신하는 것도 여기 해당한다. 양성 건망증은 저장된 기억 위에 새 정보가 덮어씌워지면서 나타난다. 인간의 뇌는 평소 꺼내 쓰지 않는 정보일수록 떠올리지 못한다. 양성 건망증의 또 다른 특징은 뇌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서 힌트를 주면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길에서 만난 지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다가도 상대가 “저 야마다…” 하고 운을 떼면 “아, 야마다 씨!” 하고 떠오르는 식이다. 저장은 되어 있지만 순간적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태는 치매의 건망증과 구별해야 한다.
치매일까, 아닐까 - 기명력 장애기억 장애와 건망증의 두 번째 유형은 기명력 장애다. 노화나 치매로 생기는 기억 장애는 새로운 정보가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을 기명력 장애라고 한다. 기명력이란 새로 겪은 일을 기억해 뇌에 저장하는 능력이다. 방금 들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오늘이 며칠인지 생각나지 않는 것이 여기 해당한다. 불안이나 긴장으로 심리가 불안정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별하기 힘든 이유는 두 경우 모두 기명력 장애를 겪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뇌에 저장하려면 집중력과 여유가 필요한데, 우울증에 걸리면 기분이 가라앉고 온 신경이 자기 몸 상태로만 쏠려서 새로운 정보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나이 때문에 기명력이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우울증까지 겹치면, 기억력 저하 폭이 훨씬 커진다. 기명력 장애에 한 가지 증상이 더 겹치면 오진 가능성은 더 커진다. 만사를 귀찮아하는 모습이다. 청소를 안 해 방이 난장판이고, 목욕도 안 해 냄새가 나는데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한다. 기억력 저하와 함께 이런 행동 패턴이 발견되면 누가 봐도 치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두 증상, 기명력 저하와 자기관리 방치는 우울증일 때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노년기 우울증과 치매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보호자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끔히 잘 지내셨다고 하면, 나는 일단 우울증을 의심하는 편이다. 치매라고 하기엔 경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노인성 치매는 서서히 진행된다. 가스불을 깜빡하는 정도의 건망증은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일상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가 되기까지는 대개 5년 가까이 걸린다. 물론 1년도 안 돼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치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은 젊은 환자에게서 간혹 보이는 것으로 노인성 치매에서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