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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다크모드 지음

모티브 / 2026년 4월 / 236쪽 / 22,000원





PART 1 형벌 : 정의와 폭력



우블리엣 - 잊히는 형벌


14세기 중세 유럽, 당신은 마을 영주와 권력을 다투다 정치적 대립을 이유로 숙청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그 이후 들은 것은 물방울이 떨어져 울리는 물소리, 간수가 걸어오는 발소리, 가끔씩 빵 조각이 담긴 그릇이 내려오며 바닥에 닿는 둔탁한 소리. 그뿐이다. 이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음식을 내려준 간부는 당신이 살아있는지 생사 확인만 한다. 손을 뻗으면 축축한 돌벽이 만져지고, 제대로 눕지도, 서 있지도 못한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해도 간수들은 무반응으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 내려줄 뿐이다. 이곳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그제야 깨닫는다. 이곳은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세상에서 잊히게 하는 곳이라는 것을. 정신이 미치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는 이곳은 바로 우블리엣이었다.

우블리엣(Oubliette)은 프랑스어 동사 잊다(oublier)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다만 ‘우블리엣’이라는 단어 자체는 중세 사료에서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명칭이 아니라, 19세기 이후의 문학·서술에서 널리 퍼진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장치가 중세의 특정 시기와 지역에서 형벌로 제도화되어 널리 사용되었는지는 기록이 제한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우블리엣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제로 존재했건 과장되었건 인간의 상상력을 오랫동안 사로잡았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중세 유럽 시대에 사용되었다고 알려진 우블리엣의 진행 절차는 이렇다. 우선 죄인을 수직 구멍에 밧줄을 내려 가두고 해치를 닫는다. 그리고 간수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렇게 구멍에 갇힌 죄인은 탈수로 인한 사망으로 형벌이 마무리된다. 음식과 물을 던져 넣어 목숨을 연명시켜 심리적 고통을 최대화하는 방식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중세 유럽의 성에는 이 이름을 가진 공간이 존재했다. 천장에 해치형 뚜껑 하나만 달린 좁고 깊은 수직 구멍이었다. 애매한 크기의 방에 죄인을 가둔다. 또한 내부는 어둡고 습하며, 빛이라고는 미미하게 비추는 햇빛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죄인은 시간 감각이 사라지며, 굶주림과 갈증이 찾아온다.

도대체 왜 이런 방식을 사용했고 왜 이런 방식이 필요했을까?:
우블리엣은 죄인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지우는 것이다. 평범한 범죄자라면 공개 처형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우블리엣은 군중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기록도 남기지 않아 서서히 사라지게 만든다. 우블리엣은 일반적인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형벌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서 사용되는 형벌에 가까웠을 것이다. 권력자에게 무서운 상대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공개 처형으로 죽으면, 억울한 희생자나 영웅으로 추앙될 수도 있다. 그렇게 죽음이 의미를 갖고 상징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사라지게 된다면, 이야기는 힘을 잃게 된다. 권력자가 처형했다는 소문은 나겠지만, 그 소문에서 결론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권력자는 공개 처형 대신, 우블리엣을 통해 반대자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즉 우블리엣은 일반적인 죄인을 벌하는 처벌이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존재를 처리하는 정치적 숙청 방식에 가까웠을 것이다.

놋쇠 황소 - 비명이 음악이 될 때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 시칠리아 섬의 도시 국가 아크라가스에서 당신의 처형이 예정되어 있다. 집행관들은 손발이 묶인 당신을 끌고 광장 한가운데로 데리고 간다. 사람들은 원을 만들어 광장 한가운데를 비워두고 있었다. 그리고 광장 한가운데 도착한 당신을 맞는 것은 놋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황소이다. 목덜미의 주름, 뿔의 각도, 모든 디테일이 완벽해 보이는 조각상이었다. 당신은 옆에서 관중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다. “저 안에 사람을 넣는대.”

‘내가 저 안에 들어간다고?’ 그제서야 당신은 황소 옆구리에 작은 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집행관 중 하나가 그 문을 연다. 집행관들은 당신을 들어 올려 황소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다시 닫는다. 이윽고 황소의 아래에서 집행관들이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당신은 황소의 바닥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내 열기가 황소 안을 덮치기 시작한다. 고통을 참지 못하는 당신은 비명을 지르지만 핵심은 그 다음이다. 당신의 비명은 황소의 콧구멍을 통해 피리와 같은 소리로 밖으로 흘러나온다. 마치 황소가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황소를 태우는 불은 황소를 집어삼킬 듯 커지고, 얼마 후 황소의 울음소리가 줄어들면 형벌이 마무리된다.

이 형벌은 놋쇠 황소라고 불리는 형벌로 기원전 그리스 시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형벌이다. 그런데 놋쇠 황소는 실재했을까? 사실 고고학자들은 놋쇠 황소의 실물을 발견한 적이 없고, 놋쇠 황소는 고대 미술 작품에 묘사된 적도 없다. 놋쇠 황소에 관한 이야기 중 대표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기원전 1세기에 역사가 디오도르 시쿨루스에 의해 작성된 역사 총서에 의하면, 팔라리스라는 왕에게 페릴레오스라는 세공사가 놋쇠로 만들어진 황소를 바쳤다고 한다. 페릴레오스는 이 황소를 형벌에 사용하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죄인을 황소 안에 넣고 아래에서 불을 지피면 청동이 달궈지면서 사람이 타 죽는다. 그리고 황소의 콧구멍 안에는 피리가 장치되어 있어 죄인이 지르는 비명이 관을 타고 밖으로 나오면 황소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페릴레오스의 설명을 들은 팔라리스는 페릴레오스에게 안으로 들어가 시범을 보이라고 했다. 결국 페릴레오스는 황소 안에 들어갔고, 밖에서는 불을 지폈다. 다만 페릴레오스는 팔라리스가 죽기 직전에 꺼내주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이내 절벽에서 밀어 떨어져 죽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팔라리스 자신도 정권이 무너진 뒤, 이 황소 속에서 최후를 맞이했다고 전해진다.

놋쇠 황소 이야기가 2,60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 대학의 존 T. 해밀턴 교수는 논문 「팔라리스의 황소: 고문에서 태어난 음악」에서 이 이야기를 ‘고통과 음악의 관계’라는 큰 틀에서 분석했다. 해밀턴에 따르면, 놋쇠 황소의 핵심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변환하는 것이었다. 비명을 음악으로, 고통을 미학으로, 인간의 소리를 짐승의 소리로 바꾸는 것이다.

놋쇠 황소는 형벌이라는 잔혹함에 미학을 입힌다.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변환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놋쇠 황소의 설계에는 기능적으로 불필요한 요소가 가득하다. 사람을 처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냥 청동 구조물 안에 넣고 불을 지피면 끝이다. 하지만 페릴레오스는 황소를 본떠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만들었고, 비명이 황소의 울음소리로 변하도록 콧구멍에 피리 관을 설치했다. 이것은 단순한 처형이 아닌 작품이었던 것이다. 놀라운 점은 오늘날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해밀턴은 이 논문에 군사 작전에서 음악이 심문·고문의 도구로 사용된 사례를 다룬다. 해밀턴의 논문에 따르면, 미군이 이슬람 수감자들에게 금지된 세속 음악이나 헤비메탈을 고문 도구로 사용해 심문했다고 전해진다. 방향만 다를 뿐 원리는 같다. 미학의 형식을 빌린다. 이슬람 수감자들이 느끼는 것은 고통이지만, 미군들에게는 그저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들린다. 놋쇠 황소의 이야기가 실제 존재한 형벌이었건,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였건, 인간이 고통을 대하는 불편한 방식을 정확하게 짚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다.



PART 2 감옥 : 통제와 역설



블랙돌핀 교도소 - 눈을 가린 건축물


러시아 전역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 수백 명을 한 건물에 가둬야 한다. 연쇄살인범, 식인범, 테러리스트, 아동 성범죄자 등. 이 건물에서 단 한 명이라도 탈출하거나, 단 한 건의 폭동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들을 죽을 때까지 이 건물에 가둬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건물을 설계하겠는가? 높고 두꺼운 콘크리트 벽? 건물을 감싸는 철조망? 무장 경비들? 하지만 이것들은 기본적인 장치일 뿐, 가장 위험한 인간들을 상대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블랙돌핀의 설계자들은 극단적인 규칙을 도입했다. 수감자가 방 밖으로 나올 때는 눈을 가리고, 허리를 굽힌 채 교도관의 손에 끌려가야 한다.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생활해야 하며, 잠을 잘 때도 얼굴을 덮을 수 없고, 15분마다 감시를 받는다.

이곳은 단순히 사람을 가두는 곳이 아니다. 인간의 숨통을 조이는 가장 완벽하고 숨 막히는 지옥이다. 이 감옥의 이름은 러시아 연방형사집행국 오렌부르크주 교정시설 6호. 별명 ‘블랙돌핀’은 정문 앞에 세워진 검은 돌고래 조각상에서 유래했다. 수감자들이 직접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넓은 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동물을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아이러니로 유명하다. 교도소는 러시아 오렌부르크주의 솔일레츠크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데, 카자흐스탄 국경과 만나는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가장 가까운 도시까지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고립된 장소다.

18세기부터 강제노동 수용소로 시작된 이 교도소는, 소련 시대 정치범 수용소로 쓰이다가 2000년대 초 사형 중단 후 종신형 전용 ‘특별체제 시설’로 재지정됐다. 가장 위험한 종신형을 받은 범죄자만을 수용하는 곳이 된 것이다. 다수의 살인, 아동 대상 범죄, 테러 행위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만 이곳에 온다. 블랙돌핀 교도소는 700여 명의 수감자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900여 명의 교도관들이 함께 생활하는데, 수감자들보다 교도관 수가 더 많다는 것을 통해 교도소가 얼마나 삼엄한지 유추할 수 있다.

- 죄수의 하루 -

아침 6시, 문 밖에서 교도관의 명령이 울리며 아침이 시작된다. 교도소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기 때문에 멍한 채로 일어난다. 기상 후 일과는 취침 전까지 감방 안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게 전부다. 교도관이 15분마다 감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누울 수도 없다. 오전 시간이 지나면 교도관의 발소리가 다가오고 문 투입구로 수프와 딱딱한 빵이 제공된다. 낮에는 운동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이 자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 교도소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나타난다. 죄수들은 손을 뒤로해 수갑이 채워지고,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주변을 볼 수 없고, 몸은 앞으로 굽혀 숙인 채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끌려간다. 이동하는 중엔 어디를 지나치고 있는지, 건물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운동도 철창으로 둘러싸인 구획에서 이루어지며, 걷는 것이 전부이다. 짧은 운동 시간이 끝나면 다시 검은 천을 뒤집어 쓴 채, 교도관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다.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는 정신적인 피로를 남긴다. 취침 시간이 되어도 편히 잘 수가 없다. 전등에서는 밝은 빛이 쏟아지지만, 담요 등으로 얼굴을 덮을 수 없다. 내일도,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종신형이란 그런 것이다.

블랙돌핀 교도소는 왜 이렇게 설계한 것일까?:
블랙돌핀의 설계자들은 범죄자의 육체를 가두는 것만으로는 완벽한 보안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간의 뇌는 두꺼운 철창 안에 갇혀 있어도 탈출을 위한 지도를 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도소의 설계는 수감자가 시설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동 시 안대를 씌우고 자세를 통제하는 방식은 시각 정보와 균형 감각을 통해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건물의 구조를 모르는데 탈출을 계획할 수는 없다.

이렇게 설계된 교도소는 범죄자를 교화시킨다기보다, 위험 변수를 줄이고 최대한 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설계자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초고위험 수용 시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을수록 각종 위험 변수를 줄여야 하고, 위험 변수를 줄일수록 교도소의 시스템은 안정된다. 이 선택은 현장에서는 합리적이다. 긴급 상황이나 사고 가능성이 낮아지며, 일관된 시스템으로 시설이 잘 굴러간다. 하지만 문제는 감옥의 성격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감옥이 사람을 다루는 제도라기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통제는 원래 교도소의 핵심 기능이다. 하지만 문제는 통제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면서, 감옥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실상 ‘사고가 없었는가’ 하나로 좁혀지기 쉽다는 점이다. 그 결과 감옥의 목적을 설명하는 언어도 점차 보안과 운영 중심으로 바뀐다.

블랙돌핀이 보여주는 인류학적 오점은 여기에 있다. 가장 위험한 범죄자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설계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감옥이 사람을 다루고 죗값을 치르게 하는 본연의 제도가 아니라 ‘위험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장치’로 성격이 굳어져 버렸다. 설계자는 통제라는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지만, 그 압도적인 해결 방식이 오히려 교정 제도 자체의 목적을 좁혀버리는 모순을 낳은 것이다.

CECOT - 찍히기 위해 지어진 감옥


감옥의 설계자인 당신에게 이번에 주어진 임무는 이렇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국가의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수만 명이 넘는 수감자가 밀려들고 있는데, 기존 교도소는 이미 터지기 직전이다. 국민은 수십 년간 갱단에 짓눌려 살아왔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한다. 감옥을 지어라.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 감옥은 찍혀야 한다. 카메라로 모든 장면이 찍혀 소셜 미디어에 올라가고, 전 세계 뉴스에 나갈 것이다. 머리를 민 수천 명이 쇠사슬에 묶인 채 달리는 장면이 영상으로 편집될 것이고, 그 영상이 국가의 힘을 증명할 것이다. 당신은 감옥이 아닌 메시지를 짓는 것이다. 이것이 CECOT의 출발점이다. CECOT는 처음부터 카메라 앞에 놓일 것을 전제로 설계된 감옥이다.

2022년 3월 26일. 엘살바도르에서 하루 동안 62명이 총격으로 죽었다. 엘살바도르는 오래전부터 갱단으로 악명 높았고, 62명이라는 숫자는 정부 입장에서도 크게 다가왔다. 부켈레 정부는 범죄 조직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강경한 체포 작전을 밀어붙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붙잡으면, 그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몇 달 만에 수만 명이 잡혀 들어오자 정부는 더 크고 강한 수용 시설을 필요로 하게 됐다. CECOT(Centro de Confinamiento del Terrorismo, 테러범 수용 센터)는 그런 압박 속에서 등장한 감옥이었다. 약 4만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부지 면적만 축구장 약 230개 크기에 달한다. 높고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고압의 전기 철조망이 있고, 19개의 감시탑이 감시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악명 높은 폭력 조직원들이 수감되는 갱단 전용 수용 시설이다.

- 죄수의 하루 -

CECOT에는 아침 개념이 없다. 햇빛이 들어오기 어려운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에는 눈을 찌르는 듯한 LED 조명만이 켜져 있다. 감방의 압박감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방마다 약 100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욱여넣어져 있다. 지린내와 악취가 눅눅한 체취와 섞여 코를 찌른다. 감방 위쪽과 지붕 쪽에서는 소총으로 무장한 교도관들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무장한 교도관 뒤로는 수십 개의 CCTV가 지켜보고 있다. 이 끔찍한 공간에서 하루 중 23시간 30분을 보내야 한다.

하루 중 당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감방 밖의 시간’은 30분. 여전히 족쇄를 찬 상태로, 창문 하나 없는 잿빛 복도에 일렬로 서서 기계적인 체조를 반복하는 것이 전부다. 짧은 운동이 끝나고 철창 안으로 던져지면, 기나긴 진공 상태가 시작된다. 일과는 이것으로 끝이다. 심지어 재판이 열려도 담장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 건물 내부의 비좁은 방에서 ‘인터넷 화상 재판’을 받을 뿐이다. 가족조차 평생 볼 수 없다. 건물 외곽은 19개의 감시탑이 24시간 노려보고 있으며, 전기 울타리와 철조망이 모든 방향을 막고 있다. 기적처럼 담장을 넘는다 해도, 주변은 황량한 시골 골짜기라서 탈주자는 완벽한 사냥감이 된다. 실제로 이곳에서 성공한 탈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이 철저하게 고립된 상태에서 당신을 진짜로 발가벗기는 것은 바로 카메라를 통해 보도되는 이 기괴한 광경을 화젯거리로 소비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다. 수치심마저 거세당한 채 이곳에 갇힌 당신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카메라 앞에 전시된 채 구경거리가 된, 거대한 동물원의 짐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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