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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

천원성 지음 | 미디어숲


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

천원성 지음

미디어숲 / 2025년 12월 / 328쪽 / 19,800원





PART 1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과학



대포에서 발사된 음식


어린 시절, 거리에서 뻥튀기 아저씨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대포처럼 생긴 압력솥의 문을 열기 전에 먼저 큰 소리로 외치곤 했다. “뻥이요!” 그러고 나면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잘 튀겨진 뻥튀기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생각해 봐도 당시 그 장면은 참으로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고소하고 바삭한 뻥튀기를 먹는 것이 마냥 좋았을 뿐, 생쌀이 어떻게 뻥튀기로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에야 그 원리를 알게 되었다. 생쌀을 밀폐된 솥 안에서 가열하면 내부의 공기가 팽창하고 쌀 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높은 압력(10기압 이상)이 발생한다. 이때 갑자기 솥의 문이 열리면서 내부의 압력이 순간적으로 해제되고, 익은 쌀알이 팽창하면서 폭발하게 된다. 이러한 순간적인 감압이 뻥튀기의 핵심 원리이기 때문에 솥(대포)의 문을 열 때는 반드시 망치나 렌치를 이용해 단번에 압력을 방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기발한 뻥튀기 기술은 누가 처음 생각해 낸 것일까? 중국에는 예부터 ‘챠오미화(炒米花)’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기름을 두른 팬에 쌀을 볶아 익히는 방식으로 대포에서 만드는 뻥튀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뻥튀기는 특수한 도구와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순한 우연으로 발견했을 가능성은 낮다. 일부 민간 설화에 따르면 대나무 통에 보관된 쌀이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터지는 것을 본 사람이 이를 응용하여 뻥튀기를 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대나무 통이 쌀을 터뜨릴 만큼 충분한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 여전히 의심스럽다.

서양에서는 뻥튀기와 유사한 원리로 만들어지는 팝콘의 발명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존재한다. 1901년, 38세의 식물학자 알렉산더 앤더슨은 미국 뉴욕 식물원에서 녹말 결정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독일의 식물학자 하인리히 마이어가 세운 ‘녹말 입자의 중심에는 자유로운 작은 물 입자가 존재한다’라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앤더슨은 녹말을 시험관에 밀봉한 후 오븐에서 가열하여 녹말이 노릇하게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 다음 시험관을 꺼내 철망 속에 넣고 망치로 부쉈다. 그 결과 세 개의 시험관에서는 녹말이 산탄(散彈)처럼 폭발했지만, 네 번째 시험관에 있는 녹말은 완전히 익어서 다공성 덩어리를 형성했다.

앤더슨은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후, 녹말 알갱이가 폭발하면서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 기술을 빵 만드는 데 활용하면 효모나 베이킹 소다 없이도 빵을 부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며칠 후, 그는 녹말 대신 쌀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애초에 쌀이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깨진 시험관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흩어진 쌀은 하나하나가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부피는 몇 배나 커진 다공성 입자로 변했다. 입에 넣고 씹어 보니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워 정말 맛있었다.

이후 앤더슨은 유리 시험관을 대신할 금속 통을 설계하여 압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기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는 특허를 출원한 후, 식품 회사 퀘이커와 협력하여 ‘퍼프드 라이스(puffed rice)’를 개발했고, 이 제품은 미국 전역에서 아침 식사용 시리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대포에서 발사된 음식’을 발명한 앤더슨도 유명 인사가 되었다.

쌀 속 녹말의 주성분은 가지가 적은 선형 구조의 아밀로오스(amylose)와 가지가 많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다. 이들 긴 분자 사슬은 수소 결합을 통해 이중 나선형과 단일 나선형의 입체 구조로 되어있고 층층이 감싸져 단단한 반결정성 입자를 형성한다. 밀폐된 통 안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이 가해지면 쌀 속의 녹말 분자 간의 결합이 끊어지고, 대신 수소 결합을 통해 물 분자와 결합한다. 이후 순간적인 감압(압력 해제)으로 인해 쌀이 팽창하여 부풀어 오르지만,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단한 껍질 속에서 옥수수 알갱이가 폭발하여 튀어나오는 ‘팝콘’과는 또 다른 원리다.

알맞은 크기


항성은 거대한 성간 분자 구름이 중력에 의해 붕괴하면서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항성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고 그 크기에 따라 별의 진화 운명이 결정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성의 수소 연료가 고갈되면 태양과 같은 작은 항성은 열에너지가 헬륨 핵융합을 지속할 만큼 충분하지 않게 되고, 위치 에너지가 고갈되면 적색 거성으로 변하게 된다.

적색 거성 단계가 끝난 후, 태양의 중심에는 백색 왜성이라는 작은 별의 잔해가 남게 되는데, 이론상 이것이 빛을 발산하지 않는 온도까지 냉각되면 죽은 듯이 고요한 상태인 흑색 왜성으로 변하게 된다. 더 큰 항성은 고밀도의 중성자별이 되거나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보다 더 큰 항성은 중력 붕괴가 계속되면서 빛조차 새어 나올 수 없는 상태인 블랙홀이 된다. 이처럼 같은 물질로 이루어졌어도 큰 물체가 단순히 작은 물체를 확대해 놓은 것은 아니다. 크기 차이에 따라 그 성질과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보여 준다.

지구상의 생물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크기도 그저 우연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존하는 지구의 육지 생물 중 가장 큰 생물은 아프리카코끼리다. SF 영화에서 코끼리보다 열 배 이상 큰 거대 포유류(킹콩), 파충류(고질라), 곤충(모스라)들이 지구를 활보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유전학자이자 진화학자인 홀데인이 1926년에 발표한 논문 「알맞은 크기에 관하여(On Being the Right Size)」가 떠오른다.

이 논문에서 홀데인은 거대한 동물의 몸이 직면하는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는데, 단순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약 동물의 형태가 변하지 않은 채 길이가 2배가 된다면, 체중은 8(2³)배 증가하지만, 근육의 단면적은 4(2²)배만 증가한다. 따라서 동물의 근육의 단면적은 2배의 압력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킹콩의 키는 내 키의 약 17배다. 그렇다면 체중은 4913(17³)배가 되지만, 근육의 단면적은 289(17²)배만 증가하기 때문에 그 근육이 감당해야 할 압력이 나보다 17배나 커진다. 즉, 킹콩은 자신의 체중에 짓눌려 납작해지고 말 텐데, 어떻게 달릴 수 있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길이가 몇 cm에 불과한 거품벌레가 약 70cm(자기 키의 100배) 높이까지 뛸 수 있는 반면, 인간은 자기 키의 1.5배조차도 뛸 수 없는 이유이다. 코끼리는 점프는커녕 달릴 때조차 네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근육의 단면적뿐만 아니라 신체의 표면적도 부피에 비례하여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는다. 구(球)의 표면적과 부피의 비율(비표면적)은 반지름에 반비례한다. 즉, 구의 부피가 1배 증가할 때마다 비표면적은 1배 감소한다. 이는 호흡이 필요한 동물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작은 곤충은 비표면적이 크고 산소가 확산 작용과 단순한 기관을 통해 직접 체내 각지로 스며들 수 있다. 그러나 큰 동물은 이 방식이 불가능해 반드시 폐와 순환계 같은 특수한 기관을 발달시켜 혈액을 통해 산소를 몸 전체로 운반해야 한다. 반대로 작은 동물의 경우 비표면적이 커서 열과 수분 손실이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쥐가 끊임없이 먹고, 하루에 체중의 15%에 해당하는 음식과 물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간단한 실험을 해 봤다. 샤워 후 체중을 재보니 0.2kg이 증가했다. 내 키와 체형을 고려하면 피부 표면적이 약 2m2정도 되며, 이는 피부에 묻은 수분층의 두께가 평균 약 0.1cm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몸길이 0.2cm의 작은 곤충에게 일어난다면 어떨까? 곤충의 몸에도 0.1cm 두께의 물이 묻을 것이고, 이는 곤충 체중의 7배에 해당한다. 곤충은 이 ‘물방울’의 표면 장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익사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작은 곤충이 물을 마시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며, 일부 작은 곤충들은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를 갖고 있다.

이러한 예시는 생물체의 크기 차이가 단순한 ‘양적 변화’가 아니라 ‘질적 변화’까지 초래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항성의 진화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필연적인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생물의 진화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 이루어지며, 현존하는 모든 생물은 자신의 크기에 맞게 구조와 생리적 특성을 발달시켰다. 즉, 생물들은 ‘적절한 크기’로 진화한 것이다. 만약 킹콩이 실제로 지구에 존재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멸종했을 것이다.

물리학과 수학은 현대 과학의 기초이다. 이를 개별적으로 고립시키지 말고 생물학의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PART 2 과학자의 이성과 감성



영원히 기억될 크릭


“누군가 나에게 ‘이 모든 사건의 전개에 만족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좋았을 때든, 그렇지 않았을 때든, 나는 매 순간을 즐겼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생물학자 중 하나인 프랜시스 크릭은 DNA 이중 나선 발견에 대해 다룬 자서전 『얼마나 미친 추구인가(The Mad Pursuit)』의 말미에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그는 2004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만약 그에게 인생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이와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1930년대 양자역학자 막스 델브뤼크의 지도를 받은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의 세계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수학과 물리학 훈련을 받은 이 물리학자 그룹은 세포의 생명 현상에 대해 신비롭거나 설명 불가능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물리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 물리학적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믿음이었다. 이 신념은 분자 생물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실제로 구현되었고, 멘델이 제시한 추상적 개념에 불과했던 유전자가 마침내 DNA라는 실체적 물질로 규명되면서, 유전학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크릭이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35세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다. 크릭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학업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당시 유학 중이던 23세의 젊은 미국인 생물학자 왓슨을 만나 교류하게 된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다. 둘 다 DNA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DNA 분자에 유전자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런던 킹스 칼리지의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모리스 휴 윌킨스가 수행한 X선 회절 실험 결과와 화학의 대가 라이너스 폴링의 분자 구조 분석을 바탕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특히 프랭클린의 최신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측면의 지식을 기반으로 마침내 DNA 이중 나선 모델을 완성했다.

이중 나선 구조는 유전자가 단백질인지, DNA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고, 유전자 정보가 염기 서열에 암호화되어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유전자는 마치 모스 부호처럼 해독 장치를 통해 염기 서열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바꿔 주어야 한다. 당시에는 서로 다른 유전자가 서로 다른 단백질의 합성을 지휘하고, 돌연변이 유전자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생성한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유전자의 암호는 어떻게 해독되는 것일까?

그 후 약 13년간 과학계에서는 암호 해독 열풍이 불었다. 리처드 파인먼과 조지 가모프 같은 위대한 물리학자들도 세기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뛰어들었다. 크릭 역시 시대의 흐름을 함께 하며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 갔다. 그는 왓슨 등 저명한 과학자 스무 명을 모아 ‘RNA 타이 클럽(RNA Tie Club)’을 결성하여 서로 교제하며 연구와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DNA의 정보가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될 때 이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고, 동료들은 그 역할을 하는 전령 RNA messenger RNA, mRNA의 존재를 입증했다.

크릭은 또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직접 실험을 진행하여 유전자 돌연변이와 재조합을 통해 유전자 암호가 세 개의 염기(코돈)가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추론해 냈다. 늦은 밤, 실험 결과를 확인한 그는 옆에 있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있잖아, 지금 이 세상에서 유전 암호가 삼염기 조합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야!”아마도 과학자에게 가장 기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또 ‘어댑터 가설’을 제시하며, 세포 내에 특정 ‘어댑터’ 분자가 있어서 mRNA의 코돈을 인식한 후 대응하는 아미노산을 전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어댑터는 나중에 실제로 발견되었고, 그것이 바로 tRNA(전달 RNA)였다.

이렇게 DNA 구조에서 mRNA, 리보솜과 tRNA를 통해 단백질로 번역되는 것까지, 분자 생물학의 ‘중심 원리’는 크릭의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분자 생물학자 자크 모노가 “분자 생물학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 발견되거나 창시된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이 분야를 학문적으로 지배했던 인물은 프랜시스 크릭뿐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크릭은 유전과 유전자의 기본 원리가 규명되었다고 판단하자, 분자 생물학을 떠나 뇌와 인지 연구에 뛰어들었다. 얼핏 보면 갑작스러운 전환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의 기본 신념은 변함없었다. 그는 의식 역시 신비로운 것이어서는 안 되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탐구를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또한 완두콩의 키나 모양, 색깔 같은 특성이 분자 원리로 설명되었듯, 아직 규명되지 않은 뇌의 문제들도 언젠가는 설명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놀라운 가설(The Astonishing Hypothesis)』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도전장을 내밀었다.“당신, 당신의 기쁨과 슬픔, 당신의 기억과 야망, 당신의 자아 정체성과 자유 의지라는 의식은 사실은 수많은 뇌세포와 그에 결합된 분자들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뇌의 작용은 세포 내 분자의 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그는 이 영역을 새로운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말년에 대장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끝까지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크릭은 그야말로 순도 100% 과학자였다. 그는 평소에 한 명의 동료와 협업했지만, 생각을 확장할 때는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가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30년 전, 당시 흥미로웠지만 미성숙했던 네 가닥 DNA 모델에 대해 나는 그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였고, 나는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새내기 박사 및 연구원에 불과했다. 그는 기꺼이 시간을 들여 조언해 주었고 따뜻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에 깊이 감동했다.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과학자의 이성과 감성


리처드 파인먼은 20세기의 천재 물리학자다. 만약 그가 쓴 『파인먼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나 『남이야 뭐라 하건』을 읽어 본 적이 있다면, 그가 음악을 사랑하고, 라틴 아메리카의 봉고 드럼 연주를 즐기며, 그림 그리기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특히 가족과 친구, 여성 모델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스트립 바에 가서 스트리퍼를 그리기도 했다. 그의 그림 중 상당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소장되었고, 그가 사망한 후에도 100권이 넘는 스케치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파인먼은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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